슬로우레터 2024년 3월29일 (금).
출근길 대란, 퇴근길에 끝났다.
- 서울 시내버스가 파업 돌입 11시간 만에 타결됐다. 12년 만의 파업이었다.
- 임금을 4.48% 올리고 명절 수당을 65만 원 지급하기로 했다.
- 정재혁(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정부와 지자체가 사회적 갈등을 조율·조정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애꿎은 시민들의 몫이 된다”고 지적했다.
- 서울시는 지난해 버스회사들에 8915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이번 임금 인상으로 올해 서울시 재정 부담이 600억 원 늘어날 거라고 한다.
사전투표, 국민의힘에도 좋다?
- 국민의힘은 그동안 사전투표 비율이 늘어나면 불리하다고 봤다. 이번 선거는 다르다는 게 조선일보의 분석이다.
- 이유는 세 가지다.
- 첫째,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에 반발하는 부동층이 상당할 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 둘째, 20대 남성 가운데 국민의힘 지지자 비율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 셋째, 국민의힘의 전통적인 지지자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 지난 총선에서 사전 투표 비율은 27%였다.
쟁점과 현안.
의대 정원, 의-정 갈등에서 의-윤 갈등으로.
- 의료계-정부의 대립에서 의료계-윤석열의 대립으로 넘어갔다. 2000명을 고집하는 유일한 사람이 윤석열이다.
- 국민의힘은 애가 탄다. 한동훈(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어떤 의제를 배제하면 건설적인 대화가 어렵다”고 했고 장동혁(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유연하게 열어둬야 해결점이 보일 것”이라고 했다. 두 시간 뒤 대통령실은 “이미 정원 배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 경향신문은 “국민의 분노와 인내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를 개같이 한다.”
- 한동훈이 거칠어졌다. “범죄자가 여러분을 지배하지 못하게 해달라”고도 했다. 그만큼 다급하다는 이야기다.
- 이재명(민주당 대표)은 “정치 혐오를 부추겨서는 안 된다”며 여유롭게 반격했다. 조국은 “반박조차 하기 싫다”고 말했다.
민생 토론회에 세 가지가 없다.
- 한국일보의 평가다.
- 첫째, 정책 일관성이 없고, 둘째, 타당성이 없고, 셋째, 재원 마련 방안이 없다.
- 전국을 돌면서 24차례나 민생 토론회를 열고 350건 이상의 정책을 쏟아냈다.
- 삭감한 R&D 예산을 증액하겠다고 했고 광주에 가서는 한국형 아우토반을 만들겠다고 했다. 군사시설 보호구역을 해제하겠다고 던졌고 대학원생들에게 연구생활 장학금과 주거 장학금을 신설하겠다고도 했다.
다르게 읽기.
열흘 동안 판세가 바뀔 수도 있을까.
- 이기홍(동아일보 대기자)은 가능하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가이드라인까지 제안하고 있다.
- 먼저 이종섭 관련해서는 이렇게 말하면 된다.
- “호주 대사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제 본의와 다르게 국민이 납득 못 하는 대목이 있다면 그건 결국 제 책임이다. 귀중한 젊은이의 희생과 관련된 문제였는데 죄가 있고 없고를 떠나 서둘러 내보낸 건 경솔했다.”
- 의대 증원 논란 관련해서는 이렇게 말하면 된다.
- “협상 대표가 전권을 갖고 국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타협안을 찾아오라.”
- “나라의 미래를 위해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이기홍의 제안을 윤석열이 받아들일까.
윤석열과 한동훈의 패착.
- 박성민(민컨설팅 대표)은 주류 교체 전쟁에서 민주당이 앞서는 이유를 세 가지 꼽았다.
- 첫째, 전력의 실패다. 윤석열은 싫지만 이재명이 더 싫어 윤석열을 지지했던 유권자들 상당수를 잃었다. 반윤석열 동맹은 건재한데 반이재명 동맹은 와해된 상태다.
- 둘째, 전략의 실패다. 정권 심판 선거라는 구도를 깨려면 한동훈이나 오세훈(서울시장), 안철수(국민의힘 의원), 나경원(전 미래통합당 의원) 등을 내세워 차기 경쟁에 불을 붙였어야 했다. 레임덕을 피하려다 보니 데드덕을 맞게 될 상황이다.
- 셋째, 정무적 감각의 실패다. 박성민은 “어느 정권과 어느 정치인도 지지자를 부끄럽게 만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역내로남불’.
- ‘내로남불(나는 로맨스 너는 불륜)’은 조국(조국혁신당 대표)을 비난할 때 쓰는 레퍼토리였다. 최병천(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역내로남불’이 중도가 조국혁신당으로 돌아선 이유라고 본다.
- 조국은 지난달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대법원에서 뒤집히지 않는다면 실형을 살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조국은 이미 털릴 만큼 털렸고 더 털릴 것도 없다.
- 그렇다면 이제 질문은 살아있는 권력으로 돌아간다. 김건희(대통령 부인)는 왜 검찰 조사를 한 번도 받지 않았을까. 양평 고속도로 논란은 어디로 갔나. 한동훈 딸의 논문 대필 의혹은 수사 대상이 아닌가.
- “조국은 유일하게 처벌받은 ‘내로남불’이다. 이번 총선은 처벌받은 ‘내로남불’로 아직 처벌받지 않은 ‘내로남불’을 심판하는 선거다.“
더 깊게 읽기.
금지팡이와 흙지팡이.
- 수저론에 이은 지팡이론이다.
- 2022년 기준으로 60세 이상 소득 5분위 배율은 11.7배다. 소득 상위 20%는 평균 1억6018만 원을 버는데 하위 20%는 1379만 원에 그쳤다. 연금과 수당 등을 모두 더한 금액이다.
- 65세 이상 노인 가구의 순자산 배율은 2019년 117배에서 지난해 136배로 늘었다. 하위 20%는 1182만 원인데 상위 20%는 16억575만 원으로 격차가 크다.
- 생애 일자리 차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들에게 채수근은 2등 시민이었다.
- 미국의 외교 전문 신문 디플로맷(The Deplomat)의 평가다.
- “윤석열과 이종섭(호주 대사, 전 국방부장관)이 채수근(해병대 대원)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려는 박정훈(전 해병대 수사단장)을 징계하고 수사를 중단시킨 사건은 모두의 양심을 찔렀다. 채수근 같은 평범한 국민들이 윤석열과 측근들에게는 2등 시민(second-tier citizen)이라는 사실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켰다.“
- 이종섭이 방산회의에 참석한다는 명분으로 귀국한 걸 두고 “체면을 살리고 국민적 분노를 달래면서 귀국할 수 있도록 외교적 쇼(gabfest)를 벌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윤석열의 통치 스타일을 두고 “공감과 성찰이 결여됐다(devoid of empathy and introspection)”고 평가한 것도 눈길을 끈다. “친구와 가족을 감싸면서 검찰을 동원해 정적을 압박하고 ‘가짜 뉴스’라는 터무니없는 혐의로 언론을 탄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앤장 네트워크.
- 대법원장 후보자였던 이균용의 아들은 김앤장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 김남우(국가정보원 기조실장)도 김앤장 출신이다.
- 한동훈의 아내 진은정은 김앤장 소속 미국 변호사다.
- 한덕수(국무총리)도 김앤장 출신이다. 애초에 김앤장에 있다가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와 총리를 지내고 이명박 정부에서 주미 대사를 지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다시 김앤장으로 갔다가 윤석열 정부에서 부르니 총리를 맡았다.
- 문재인 정부에도 김앤장 출신이 많았다. 신현수(전 청와대 민정수석)와 이인걸(전 민정수석실 행정관), 신지연(전 청와대 비서관) 등도 모두 김앤장 출신이다.
- 김진욱(전 공수처장)도 김앤장 출신이다. 조응천(개혁신당 의원)과 김한규(민주당 의원)도 김앤장 출신이다.
- 김앤장을 사례로 들었을 뿐 법조 카르텔은 진영을 넘나든다. 김종목(경향신문 사회부문장)은 ‘법권 정치의 시대’라고 정리했다. “검사와 변호사, 법대 교수 출신을 각각 수장으로 둔 정당들이 프레데터, 에이리언, 고질라가 싸우듯 맹렬한 기세로 다투지만, 이들 정당의 구성원들은 부동산, 가상통화, 주식, 이중국적, 미국 유학 같은 키워드로 동맹한다.”
재판받겠습니까.
- 현대차 하청 노동자 소송에서 김앤장이 사측 변호를 맡았는데 재판부 주심 판사와 배석판사 한 명이 김앤장 출신이라는 사실도 어처구니가 없다.
- 경향신문에 따르면 재판부가 원고에게 재판부 재배당을 할 거냐고 물었다고 한다.
- 두 명의 김앤장 출신 판사는 김앤장에서도 노동 사건을 맡았다.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이 재판부가 맡고 있는 사건 가운데 29건이 김앤장이 대리인인 사건이다. 모두 재배당 의견을 묻는다고 한다.
- 이탄희(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임 법관 121명 가운데 김앤장과 태평양, 세종 등 7대 로펌 출신이 32명이나 됐다.
오늘의 TMI.
‘노담’ 청소년 늘었다.
- 흡연은 줄고 운동은 늘었다.
- 2014년에는 남학생과 여학생 흡연자 비율이 각각 14.0%와 4.0%였는데 2021년에는 5.5%와 2.7%까지 줄었다.
- 음주자 비율도 남학생은 20.5%에서 13%로, 여학생은 12.6%에서 9.0%로 줄었다.
- 하루 1시간 이상 운동을 한다는 비율도 남학생은 19.2%에서 24.6%로, 여학생은 8.0%에서 9.2%로 늘었다.
- 아침을 안 먹는 학생이 여학생은 42.6%, 남학생은 39.7%였다.
트럼프 500대 부자 됐다.
- 원래 자산이 많기는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트루스 소셜이 상장하면서 보유 지분 60% 가치가 51억 달러로 뛰어올랐다.
- 매출은 지난해 1~9월 340만 달러 수준인데 순손실은 4900만 달러에 이른다. 월간 이용자 수는 49만 명 수준. X(트위터)는 7500만 명이다. 거품이 상당하다는 이야기다. 이해충돌 우려도 나온다.
해법과 대안.
꽃들이 헷갈렸나, 기상 스위치가 안 켜졌다.
- 1월과 2월에 춥다가 3월에 따뜻해지면 꽃이 핀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3월14일에 벚꽃이 폈는데 올해는 29일로 미뤄졌다. (올해가 가장 늦은 건 아니다. 1984년에는 4월11일에 피기도 했다.)
- 기상 스위치가 작동하지 않는 건 겨울이 따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도쿄 평균 기온은 9.4도, 2022년과 비교하면 1.9도나 높았다.
- 600도 법칙이란 게 있다. 해마다 2월부터 날마다 최고 기온을 더해서 합계가 600도가 되면 벚꽃이 핀다는 속설이다. 지난해에는 627도였는데 올해는 27일 기준으로 이미 732도나 된다.
AI로 독거노인 고독사 막는다.
- AI(인공지능)가 전기와 수도, 통신 이용량을 체크하고 통화도 한다.
- 경기도가 지난해부터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한국전력과 통신사 등에서 데이터를 구입해 날마다 위험 단계를 예측하고 상황별로 알림을 받는다. 스마트폰 활동 정보도 취합하기로 했다. 데이터 사용량을 확인하면 예측도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밑줄 쳐 가며 읽은 칼럼.
벌거벗은 임금님은 잘못이 없다.
- 이관후(정치학자)는 “허영과 탐욕에 가득 찬 신하들이 우스꽝스러운 행렬을 만든 주범들”이라고 강조했다. “주변에서 모두 그렇다고 하니 임금도 깜빡 속아 넘어간 것”이라는 이야기다.
- 윤석열이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말한 것도 마침 윤석열 방문에 맞춰 가격을 낮췄을 가능성이 있지만 혼자만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 이관후의 시나리오는 좀 더 나간다. 만약 윤석열이 뒤로 물러나 있는데 한동훈이 잘 싸워서 국민의힘이 승리한다면? 윤석열은 곧바로 레임덕이 된다. 그래서 주변에서 이렇게 말했을 거란 이야기다. “대통령님, 이대로 놔두면 마치 자기들이 잘해서 이긴 줄 압니다.” 내친김에 의대 증원도 강하게 밀어붙였다.
- 마키아벨리가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게 낫다고 한 건 업신여김을 받는 것이 가장 나쁘기 때문이다. 지금 윤석열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나. 모두가 그가 벌거벗었다는 걸 안다. 이수정 말고는 아무도 쉴드치는 사람이 없다는 게 그 증거다.
“양들을 보라.”
- “그들은 도살장으로 간다. 아무 말도 없고 아무 기대도 없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을 죽일 도살자를 위해, 나아가 자신들을 맛있게 먹을 부르주아를 위해 투표하진 않는다. 이에 비하면 오늘날 유권자들은 가축보다 더 우둔하고 양보다 더 양 같다. 이들은 자신을 죽이는 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환호하고 자신을 지배하는 부르주아를 굳이 선택한다.” 안젤름 야페의 ‘파국이 온다’에 나오는 옥타브 미르보의 말이다.
- 강수돌(고려대 교수)은 “자기 몸을 집어삼키는 뱀 같은 ‘식인 자본주의’가 사태의 몸통이긴 하지만, 그 몸통을 계속 유지시키는 건 ‘무비판적 동조’라는 어리석음”이라고 강조했다. “선거도 투쟁”이라는 이야기다.
심판 이후의 세상을 보자.
- 구혜영(경향신문 정치부문장)은 “선거 결과가 나의 삶과 고단한 우리의 현실을 바꿀 수 있다”고 제안했다. 심판을 넘어 미래의 비전을 보고 표를 던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 “대통령이 거부한 노동자(노란봉투법), 농민(양곡관리법)들은 벼랑 끝으로 몰린 지 오래고, 여성·청년들은 윤석열 정부에서 ‘지워진’ 시민이 됐다. 민주주의와 공정은 중우정치 회오리에 쓸려 남루한 깃발만 남았다. 주권자인 우리가 바로 세워야 한다.”
- 최영준(연세대 교수)은 “칼 쥔 자를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과 권력을 지켜보는 힘 있는 시민사회가 존재하지 않으면 개혁은 완성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개혁이 가려운 곳을 긁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가려운 곳을 긁으면 시원함을 느끼지만, 상처는 덧난다. 때로는 치유하기 위해 긁는 것이 아닌 참고 나아가는 것이 되어야 할 때가 있다. 지금 우리는 정치뿐 아니라 우리 사회경제의 고장 난 시스템을 수리하며, 대전환기를 맞이해야 할 시점이다.”
피드백.
- 사전선거는 다음 주 금요일과 토요일(5일과 6일)입니다.
- 수도권 득표수와 의석 분포를 비교한 그래프에 숫자가 잘못돼서 바로잡습니다.
- 흥미로운 그래프였죠. 2020년 선거를 보면 미래통합당은 수도권에서 41.2%의 표를 얻었는데도 121석 가운데 16석밖에 얻지 못했습니다. 전국을 봐도 41.5%를 얻고도 300석 가운데 103석에 그쳤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이라고 보기에는 사표가 너무 많았고 대표성이 크게 무너졌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선거는 51%의 게임이기 때문이죠.
- 지역 기반이 강한(집토끼가 많은)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오히려 중선거구제가 유리할 수도 있을 텐데 말이죠. (집토끼를 좀 내주더라도 산토끼를 더 많이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 그래프를 작성할 때 숫자를 한 번 더 크로스체크하겠습니다.
- 아래와 같은 독자 의견이 있었습니다. “슬로우레터를 한두 달쯤 전 다음 메인의 오마이뉴스 기사 중 하나로 접하고 참 좋은 것 같아서 구독신청했어요. 대신해서 꼼꼼히 읽고 요약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나중에 혹시 기회가 된다면, 그 많은 기사들을 다 어떻게 읽으시는지, 혹은 슬로우레터에 담을 기사를 선정하는 기준이나 노하우가 있으신지, 그런 내용의 기사도 슬로우뉴스 등으로 알려주시면 많은 분들이 좋아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참고로 그동안 슬로우레터를 오마이뉴스에 공동 게재해 왔는데 다음 달부터는 슬로우뉴스와 카카오 지식토스트에만 게재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