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 type=”note”]
1997년 4월 3일 밤 10시경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 소재 패스트푸드 가게. 대학생 조중필(당시 23세, 1974년생) 씨는 별다른 이유도 없이 습격당했다. 범인은 조중필 씨를 9번이나 찔려 잔인하게 살해했다.
2016년 1월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심규홍)는 아더 존 패터슨(37세) 대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사건이 일어난 지 약 19년 만이었다. 패터슨 측은 항소했고, 항소심은 3월 29일 오늘 개시다.
슬로우뉴스는 이태원 살인사건 1심 공판을 취재한 필자(박형준 샤브샤브뉴스 기자)가 인터뷰한 1) 에드워드 리의 아버지 2) 패터슨의 변호인 3) 고 조중필 씨 유족의 목소리를 전하고, 앞으로 게시될 항소심 소식을 꾸준히 전할 예정이다. (편집자)
[/box]
패터슨에게 유죄와 징역 20년형이 선고된 1월 29일, 패터슨의 변호인 오병주 변호사는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제 공은 서울고등법원으로 넘어갈 예정이다.
나는 2016년 2월 19일 오 변호사의 사무실을 방문해 그를 인터뷰했다. 이 자리에서 제1심 판결에 대한 입장과 이 모 씨의 발언 등에 대한 입장을 아울러 들을 수 있었다.
한편 오병주 변호사는 20대 총선에서 서울 양천갑에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바 있다. 인터뷰 당시 에드워드 리의 부친 이 모 씨는 “오 변호사가 이 사건을 이용해 ‘노이즈 마케팅’으로 국회의원이 되려고 한다”고 비판했었다. (참고로 2016년 3월 23일 현재 새누리당 양천갑 후보는 이기재 씨가 공천 확정됐다. – 편집자)
더불어 에드워드 리의 부친은 “공판에서도 사건과 관계없는 우리 집안의 이야기를 거론함으로써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입장을 밝혔고, “오 변호사를 고소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divide style=”2”]
오병주 변호사 인터뷰
– 패터슨을 어떻게 알게 됐는지 궁금하다.
2015년 패터슨의 어머니가 수소문해서 나를 찾아왔다. “우리 아들이 억울하게 범인으로 기소된 사건”이라며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래서 나는 “살인을 했느냐”고 역으로 물었다. 이어서 “살인을 했으면 유족에게 사죄하라”고 당부했다. 살인을 했다면, 혐의를 인정해야 법정에서 감경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패터슨의 어머니는 “결단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 대답을 듣고 사건에 대해 여러 추궁을 해본 결과 그 사건이 이태원 살인사건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패터슨의 어머니는 미국에서 자력으로 변호사를 선임할 돈이 없는 생활보호 대상자다. 그래서 미국에서 패터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재판과 인신보호 청원 소송 등을 진행할 때는 국선 변호인이 변론을 맡았다. 불쌍한 사람이다.
– 제1심에서는 패터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제1심 판결은 2명 중 1명에게 무죄가 선고됐기 때문에 남은 1명에게 유죄를 선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으로 판단한다. 결국, 항소심과 상고심을 거쳐 진실을 밝혀야 한다.
– 왜 에드워드 리가 범인인가?
사건을 맡은 후 4천 페이지가 넘는 사건기록을 모두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은 CCTV가 존재할 수도 없는 화장실이라서 2명이 서로 범인이라고 미루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당시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가 매우 중요하다. 어떤 배우라고 하더라도 기계를 속일 수 없다. 피부에서 미세하게 탐지되는 혈압과 맥박 등은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에드워드 리는 모두 거짓 반응이 나왔다. 반면, 패터슨은 모두 진실 반응이 나왔다. 거짓말탐지기의 신뢰도는 당시 학술 논문 등에 따르면 96.7%이다.
또한, 동맥을 찔렀을 때 처음에 혈액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다. 피가 묻은 양은 문제가 아니다.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 형태의 혈흔이 묻은 사람이 범인이다. 이윤성 서울대 법의학 교수도 이와 같이 증언한 바 있다.
게다가 두 사람이 화장실을 빠져나간 후 피해자도 고통 속에서 움직였을 가능성도 있다. 살인 직후 현장과 발견된 현장의 혈흔 분포는 그 형태가 다를 수도 있다.
박재오 검사의 수사는 정확했다고 판단한다. 박 검사는 마약 전과가 있는 에드워드 리가 술과 마약에 모두 취한 상태에서 재미로 ‘묻지마 살인’을 저질렀다고 봤다.
사건 직후 에드워드 리가 햄버거 가게에 함께 갔던 일행 중 한 명에게 “우리가 재미로 사람을 죽였다”고 말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보기도 했다. 여기서 ‘재미로’라는 단어를 주목해야 한다. 그 단어는 목격자의 진술에서는 나올 수 없다. 자신의 의도와 목적이 드러나는 것이다. “우리가”는 살인범이 타인을 끌고 들어오는 표현으로 볼 수도 있다.
대법원에서 에드워드 리에게 무죄 판결을 선고한 이유는 ‘패터슨도 증거를 인멸했고 피해자의 혈흔이 묻어 있었기 때문에 범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었다. 고육지책의 판결이라고 본다.
억울한 사람을 처벌한다고 유족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사법정의를 실현할 수도 없다.
– 20대 총선 서울 양천갑 출마에 대해 ‘노이즈 마케팅을 한다’는 에드워드 리의 부친 이 모 씨의 주장이 있었다. 또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언론 보도가 있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말씀해주신다면? (인터뷰 당시 상황에서의 질문, 현재는 이기재 후보로 공천이 확정됐다. – 편집자)
사실과 다른 주장이다. 오히려 이 사건의 변론을 맡으면서 선거 출마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사건의 특성상 기일은 밤늦게까지 진행된다. 이 사건은 다른 사건 70~80건에 해당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단지 ‘억울한 사람이 대신 처벌을 받는 사례를 막자는 취지에서 우리 사무실의 변호사들이 모두 동원돼 밤샘 작업까지 진행했다. 사건에 집중하기 위해 다른 예비 후보들이 12월부터 출마 준비를 한 것과는 달리 나는 제1심 선고 후에야 비로소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패터슨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보통 사람들이 보면 ‘살인범을 변론한 변호사’라고 인식할 우려도 있다. 따라서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다.
– 패터슨이 갱단 노르테14 소속이라는 논란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패터슨이 갱단 소속원이라는 취지의 살리나스시 경찰의 인터뷰를 방영했지만, 패터슨은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경찰청은 ‘패터슨은 갱단 소속이 아니다’라는 증명서를 보내줬다. 패터슨의 손에 새겨진 점 3개가 찍힌 문신은 친한 친구들끼리 나눈 우정의 표식일 뿐이다.
– 제1심에서 박재오 변호사의 증인 채택이 무산됐다. 항소심에서도 증인 채택을 신청할 계획인가?
물론이다. 항소심에서는 법정에 나와야 할 것이다.
– 기자가 가장 궁금한 정황은 현장이 왜 물청소 됐느냐는 것이다.
나도 그게 가장 궁금하다. 증인으로 출석한 당시 햄버거가게 직원은 본사 영업부장의 지시로 물청소를 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현장에는 폴리스라인도 설치돼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 증거인멸 시도에 연루돼 있다고 추정한다.
– 항소심에서 본사 영업부장을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이 있나?
그럴 생각은 있다. 하지만 출석을 거부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래도 신청할 생각이다.
– 내가 볼 때는 패터슨도 한국어를 잘하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드워드 리의 한국어 구사를 집중적으로 부각한 이유는?
패터슨이 한국어를 잘하기는 한다. 한국어보다는 영어가 더욱 능숙해서 통역이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에드워드 리는 더 잘 한다. 방송에서도 한국어로 인터뷰하지 않았나?
– “에드워드 리의 부친 이 모 씨가 화장실에서 변호인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고 법정에서 주장했다. 검찰과 이 모 씨는 이를 부인했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이 모 씨는 당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며 “죽는다”는 말을 했다. 나와 우리 로펌 소속 이기윤 변호사가 화장실 바로 밖에서 들었다.
18년 전 재판에서도 ‘이모 씨가 당시 패터슨을 변호했던 김 모 변호사에게도 “너는 죽은 목숨”(You will be a dead man)이라는 협박을 했다고 패터슨의 아버지로부터 들었다.[footnote]에드워드 리의 아버지 이 모 씨는 이에 대해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며, “박철완 부장검사가 재판부에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필자)[/footnote]
박 부장검사는 법정에서 “화장실에 검사도 있었는데 이 씨는 혼잣말을 한 것일 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 “꿈에서 중필이가 ‘덩치가 큰 놈이 그랬다’고 말했다”고 故 조중필 씨의 부친의 진술서를 변론에 사용한 이유가 궁금하다. 모 매체에서는 이를 비판하는 기사를 작성하기도 했다.
비판 기사를 쓸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비판할 일인가 싶기도 하다.
– 그 진술서를 왜 사용하셨는지에 대해서는 나도 궁금하다.
수사관이 검찰 조서에 작성한 내용을 읽어준 것에 불과하다. 경찰 등 수사관들도 때때로 범인을 잡지 못할 때, 꿈을 꾸는 일이 많다. 강력 사건과 관련됐을 때, 그런 꿈은 수사관들도 단서의 하나로 사용하기도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법 정의 실현을 위해서는 반드시 진범을 가려내야 한다. 진범에 대해서는 일사부재리 원칙에도 불구하고 추가 범행에 대해서는 다시 처벌할 수도 있다. 진범 대신에 억울한 누명을 쓰고 그 명예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
사람이 하는 재판이기 때문에 오류가 있을 수는 있다.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최선책을 강구해서 진상을 정확하게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
또한, 이태원 살인 사건 때문에 오히려 나는 정치 활동에 지장을 받았다.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주장은 사실관계와 다른 이야기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패터슨의 무고함을 밝히기 위해 전력투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