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으면) 보험금이 나온다.. (은해)가 이걸 알아야 보험금 탈텐데…
(은해)는 나 삐졌다고 생각한다.. 바보 나 안삐졌다.. 그냥 지친거뿐… 더이상 버틸 힘이 없다.. 진짜 신기하다.. 내가 인터넷으로 목메달 로프두사구…^^ 자살은 그냥 다른세계 사람들이나 하는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다.. 에너지란게 고갈돼믄 누구나 선택하는 것일뿐이다.. 나에겐 에너지가 없다.. (은해)한테 솔직히 미안하지만..그케 크게 미안하진 않아.. (은해)는 나 빈자리 못느낄 테니깐… 사실 로프 받고 목 메달 자신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냥 있음 맘 편할것 같다.. (은해)는 나 아마 장례식때 안올거 같다.. (은해)는 항상 바쁘니깐…
누구한테도 못하는 애기 내 자신 카톡으로 하니 좀 편하다… 나 돈”
대기업(연봉 4천8백만 원)에 다니던 남자는 살아 생전 자신이 15년 동안 벌어 모은 모든 돈을 연인에게 줬습니다. 하지만 연인은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남자는 자기 신용으로 빌릴 수 있는 최대한의 돈을 빌려 그 돈도 연인에게 줬습니다. 하지만 그 돈을 흥청망청 쓴 연인은 그 역시도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연인은 남자에게 아직 남은 게 있다고 알려줬습니다. 생명이었습니다. 남자의 생명. 자신의 생명을 죽음으로 바꾸면 생기는 돈, 사망보험금을 자신의 연인, 아니 연인이길 바랐던 어떤 악마에게 주기 위해 이 남자는 자신의 죽음을 묵묵히 받아들려고 합니다.
하지만 외롭습니다. 무섭습니다. 죽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와도 그 외로움을 나눌 수 없습니다. 누구에게도 그 무서움을 하소연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결국 자기 자신에게 ‘카톡’을 남깁니다.
위에 재인용한 카톡은 그 남자가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며, 너무 외롭고 무서워서 쓴 일기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며 유언을 대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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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타임라인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 큰일을 했습니다. “사실상 내사 종결”된 사건임에도 풀리지 않는 의혹들을 보도했고, 그 의혹들이 형사사건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높은 합리적인 의심에 이를 수 있도록 취재했습니다. 여론이 크게 움직였고, 경찰과 검찰도 재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숨어버린 용의자들(이은해, 조현수)을 공개 수배로 전환하기로 인천지방검찰청은 오늘(30일) 결정했습니다.
사건 타임라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하 [그것이 알고 싶다 – 그날의 마지막 다이빙: 가평계곡 익사 사건(1235회, 2020-10-17)]의 방송 내용을 공정이용(저작권법 28조, 35조의 3)의 범위에서 객관적 사실 행위를 위주로 발췌하고 요약한 것입니다. 이은해의 제보 이메일, 윤상엽 등의 카톡 문자 속 띄어쓰기 오류도 있는 그대로 옮깁니다.
2015년: 이은해의 파혼
- 윤상엽과 사귀던 중 다른 남자와 결혼 직전까지 갔다가 파혼.
2016년 가을: 결혼
- 고 윤상엽(1980년 생, 사망 당시 40세), 이은해와 결혼
2016년 9월: 신혼집 마련
- 고 윤상엽이 친가에서 받은 1억, 대출 4천만 원을 더해 인천에 신혼집을 마련.
- 신혼집에 거주한 사람은 윤상엽이 아닌, 이은해와 그 지인들이 동거함.
- 이웃의 증언에 따르면, 그 지인들 중에는 여러 명의 서로 다른 남자들이 포함됨.
- 윤상엽은 위 신혼집 외에 여러 채의 부동산 계약을 시도함.
2017년 3월: 혼인신고로 법적 부부가 됨.
2017년 8월: 보험 가입
- 윤상엽을 피보험자로 이은해 자신을 수익자로 보험 4개 가입, 사망시 보험금은 총 8억 원.
2018년 2월 9일~6월 20일: 이은해 친딸 입양
- 윤상엽, 이은해의 친딸을 입양 신청(2월 9일), 입양 허가(6월 20일).
2018년 6월 5일: 윤상엽, 개인회생 신청
- 빚(채권현재액) 총합계: 135,509,070원
- 결혼 후 윤상엽은 친구들에게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돈을 빌리는 일이 잦아짐. 당시 윤상엽은 친구들에 비해 일찍 사회생활(대기업 입사)을 시작해 여유가 있는 친구로 알려져 있었음. 한 친구의 증언에 따르면, 결혼 전 급여로 3, 4억 모았다고 알려졌다고 함.
- 윤상엽의 휴대폰 문자에는 각종 공과금 체납과 제2금융권(캐피탈)과 대부금융권으로부터 빌린 수천 만원의 대출금에 관한 독촉 문자가 남아 있음.
- 윤상엽의 채무가 늘어가던 시기, 윤상엽의 계좌에서 이은해의 친구 김 씨 계좌로 2년 동안 3,600만 원 이상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됨.
- 2018년 이후 생활비가 없어 이은해와 이은해의 내연남 조현수(공범)에게 아래와 같은 카톡 문자를 남김. 밥먹을 돈이 없으니 각각 3만원(이은해), 7천원(조현수)을 달라는 내용.
- 당시 윤상엽이 이은해와 공범 조현수에게 보낸 카톡 문자들:
[이은해에게 보낸 카톡 문자]
은해야 나 미안한데 3만원만 입금해 줄수있어?…담에만나믄 주께 그냥 그때처럼 친구한테 부탁해서 입금 가능하믄 해주라..주말이라 회사서 밥 못먹고 물도 사 먹을려구.. 미안.
@@은행.########
어려우믄 괜찮고 다른데서 빌리믄 돼.. 글고 낼 이삿짐 오는데 6만원도 그쪽에 내줄 수 있어?… 미암 담에 만나믄 꼭 주께.
은해야 미안해 생일선물두 못해주는데 이런부탁해서..[조현수에게 보낸 카톡 문자]
현수야 내가 실수로 너한테 내 통장에 있는 9624원 입금했어. 내 체크카드에 입금한다걸.. 밥 먹을라구 했는데..미안한데 7 천원좀 입금해주라 나 돈이 없어서 배고픈데.. 미안
@@은행.########
시간날때 전화주라
현수야 내가 너무 사정이 안좋아..너무 급해
나 상황이 너무 안좋아
2018년 12월 31일: 윤상엽, “귀신 헬리콥터”
- 2018년 12월 31일, 윤상엽은 자신의 SNS에 아래와 같은 게시물을 남김.
“귀신 헨리곱터 팔아요 #귀신헬리콥터”
“귀신 헬리곱터 팔아요 39세. 카톡아뒤”
- 여기서 ‘귀신 헬리콥터’는 장기매매를 뜻하는 은어. 그알에 따르면 이 시도는 실패했고, 이에 등산용 로프를 구입했다고 함. 그리고 윤상엽은 아래와 같은 문자를 자신에게 보냄.
“오늘 자살하려고 등산용 로프를 인터넷으로 샀다. 3일 정도 후면 받아볼 수 있다. 우울증 병력이 있고, 술 취해서 목 매달면 자살해도 보험금이 나온다. 아내가 이걸 알아야 보험금 탈텐데.“
2019년 6월 28일 사망 2일 전, 윤상엽과 친구의 카톡 대화
- 윤상엽이 친구에게 보낸 카톡
“나 주말동안 회사 출근안해.. 라면하고 생수 사먹게 3000 원만 입금해죠. 그이상 입금 함 니 계좌로 바로 다시 보낼거야. 진짜
딱 3천원만
진짜 그이상 보냄 계속 다시 임금할꺼야
내일 점심까지 보내주라
회사서 밥은 해결하는데 쉬는 날은 답이 없어..2주동안 7kg 빠져서 회사서도 이상하게 봐 더이상 체중빠짐 나도 싫고”
- 윤상엽의 친구는 윤상엽에게 10만 원을 송금하고, 윤상엽은 3,000원을 뺀 나머지 97,000원을 친구에게 다시 송금함. 아래는 그와 관련한 카톡 문자 내역.
2019년 6월 30일(일요일): 윤상엽, 가평 용소폭포에서 스스로 다이빙 후 사망
- 윤상엽은 자신의 아내인 이은해와 이은해의 내연남 조현수 등 7명이 동행한 계곡 물놀이 중 사망합니다. 사망 장소는 ‘절벽 다이빙’으로 유명한 가평 용소폭포였습니다. 절벽의 높이는 4~5m.
- 윤상엽이 스스로 다이빙을 했다는 점은 논란이 없다고 합니다. 다만 윤상엽의 수영 실력에 관해선 논란이 있습니다. 가족과 친구, 지인들의 일치된 증언에 의하면, 윤상엽은 수영을 전혀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은해는 윤상엽과 자신이 수영장에서 데이트했고, 해외 여행 중 바다에서 스노쿨링을 함께 했다면서 윤상엽이 수영을 할 수 있었다고 주장합니다(윤상엽 누나 윤미성과의 통화).
- 참고로 그알 취재 결과에 따르면
– 윤상엽이 수영을 할 수 없다는 객관적인 증명은 없음.
– 윤상엽은 2017년 2, 3, 4, 6월 수영강습을 받은 기록도 확인됨.
- 계곡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3시 경, 사망 시각은 일몰(당시 가평군 북면의 일몰 시각은 19시 56분) 후였던 저녁 8시 20분~30분 사이로 추정됩니다. 저녁 8시 24분 최초 119 신고가 있었고, 윤상엽은 약 30분 뒤 구조되지만, 당시 이미 사망한 상태였습니다. 사망 원인은 (명확하게) ‘익사’.
- 그알이 인터뷰한 법의학자 이호 교수(전북대 법의학교실)에 따르면,
– 윤상엽의 기도와 폐기관에는 ‘포말’이 형성되어 있음.
– ‘포말’은 물에 빠진 사람이 자구책으로 계속 수면을 오르내렸다는 점을 증명하는 객관적 사실.
– 따라서 사망자에게 포말이 발견됐음에도 주변에서 익사 당시 상황을 주변이 조용해서 몰랐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움.
2019년 7월 1일: 보험 실효 시점
- 극도로 궁핍한 생활을 하면서도 윤상엽이 필사적으로 유지하려고 했던 보험들의 실효 시점은 사망 다음 날, 아니 정확하게는 사망 3시간 30분~40분 뒤인 7월 1일 0시.
2019년 6월 ~ 2020년 3월 10일: 경찰 수사 ‘사실상 내사 종결’
- 그알이 인터뷰한 ‘당시 수사담당 경찰'(가평경찰서)은 “사실상 내사종결된 사건이든요”라고 취재 PD에게 답함.
2019년 8월 경: 이은해, 자신의 SNS에 수상스키 등을 하는 모습을 올림.
2019년 11월 혹은 12월: 이은해, 자신의 딸과 마카오 등에서 여행한 사진을 SNS에 올림.
2020년 3월 10일: 이은해, ‘그알’에 “보험사 불법만행”이라는 제목으로 제보.
- 그알 방송 이후 계곡 다이빙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재수사 대상이 된 이은해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그알에 제보했고, 이것이 영영 수면에 가라앉을 뻔한 사건을 떠오르게 함. 제보 내용은 (화면에서 잠깐 스치듯 지나가기 때문에 가급적 있는 그대로 옮긴 것인데) 다음과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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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형보험사의 불법만행이 아직까지 지속되고있습니다”
내용: “2019.06.30 일경 7명이서 계곡에 놀러갔는데 남자들끼리 다이빙을 (…) 내린 배우자가 물밖으로 나오지못해 사망하였습니다. 사고당시 목격자 (…) 사고이후 배우자의 가족분들이 타살혐의점을 제기해 경찰조사가 오래걸 (…) 점을 두고 수사를 받아옴) 2019. 10월 중순 경찰조사가 사고사, 익사로 종결 (…) 단서에도 비의도적 사고, 익사, 외인사로 나와있는 상태이고 부검결과도 (…)입니다. 2019. 11. 11. 일 ******보험사에 일반사망진단금 8억을 청구 (…) 순경 현장심사하시는 분을 만나 개인(…)
– 아래는 다른 화면 –
를 보대달라고하였더니 양식이 없으니 담당자랑 통화해봐라 로 일관된 답변을 합니다. 고객센터든 본사 고객센터든 민원넣으면담당자 연락드리라고할게요. 하고 그 조사차장이란 분한테 계속 전화만 옵니다 서류를 안주려고합니다. 보험법상 서면으로 통지를 해야하는게 맞는것인대도 말입니다. 가지급제도를 이용하여 가지급청구를 하였으니 보험금지급 조사중이므로 산정된 금액이 없어 가지급을 할수없다고 통지받았습니다. 금융감독위원회에서 개정한 가지급제도도 금액산정이 되지않았다고 말도안되는 핑계로 빠져나가버립니다. 도대체 법이고 약관이고 금융감독위원회고 보험사에겐 아무소용 없는거같습니다. 법률사무소. 검사. 손해사정인. 변호사 모든분들에게 물어본결과 지급거절할 이유가 단 한가지도 없다고하는데 *****는 소비자를 기만하고 불법을 저지르는 파렴치한 보험사인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대형보험사의 만행과 보험금지금에 관한 모든 요건과 서류를 만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보험금지급을 위해 부당한 조사를 요구하고 그에 응하지않으면 보험금지급을 할수없다고 협박아닌 협박으로 소비자를 겁먹게하여 약 9개월이 지난 사고를 돌이키게하며 보험금청구권자인 본인 뿐만아니라 목격자. 유가족 들을 고통스럽게 했던부분과 보험청구인이 아닌 청구인의 주변사람의 개인정보까지 침해하며 조사를 진행하였고 소비자가 모른다고 보험약관과 법을 무시하고 할도리를 전혀 하지않은 보험사의 만행을 제보하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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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검찰, 이은해와 조현수 소환 조사.
- 인천지방검찰청의 소환 조사 이후 이은해와 조현수는 행방이 묘연해짐. 자신들의 범행이 밝혀질 것이 두려워 도주한 것으로 추정됨.
2022년 3월 30일: 검찰, 공개수배 전환
- 인천지방검찰청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이은해(31)과 공범 조현수(30)을 공개 수배하기로 결정.
사족:
아래 문단은 오늘 오후 1시 28분에 발행된 YTN 기사 중 일부입니다:
“사건에 대한 방송 이후 재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지난해 12월 두 사람을 소환해 조사를 진행해왔는데 조사 직후 두 사람이 달아나 현재 행방이 묘연한 상태입니다.” (YTN 황윤태, 남편 보험금 8억 때문에…’가평 계곡 살인사건’ 30대 남녀 공개수배, 2022년 03월 30일 13시 28분)
곁가지지만, 다수 언론이 ‘그알’을 인용하면서 관련 기사를 쓰고 있는 것에 반해 YTN은 굳이 “사건에 대한 방송”이라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표현을 쓰고 있네요. 다른 언론사의 공과 업적을 굳이 지워버리는 몹쓸 언론 관행, 잘못된 기자의 습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점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