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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아이들 때문에 부모의 걱정이 큽니다. 컴퓨터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하여 생활 패턴이 망가진 아이를 꺼내오는 방법을 궁금해합니다. 하지만 여러 전문가가 이야기하는 조언을 듣다 보니, 게임을 가까이하던(?) 사람으로서 거리감이 느껴졌습니다. 예전에 강의했던 내용을 간략히 추려 정리해 봅니다.

아이들은 게임스텔라에 빠진다

컴퓨터 게임에 빠져들어 집중하기 시작하는 아이를 앞에 두고,

“딱 한 시간만 하자~”

“밥 먹어야 하니까, 6시까지만 딱 하고 그만 해야 해~ 약속하는 거다!”

드디어 시간이 되어 식탁을 차리면서,

“시간 다 되어 간다. 이제 그만해라”

“(버럭) 시간 넘었으니까, 그만해~! 컴퓨터 끈다!”

익숙한 대화입니다. 처음은 평화로우나, 그 끝은 전쟁으로 이어집니다.

컴퓨터 게임의 경우에 특히 시간 약속을 아무리 해봤자, 제대로 지킬 수가 없습니다. 아이가 약속을 지키고 싶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게임에 몰입한 아이가 느끼는 시간은 인터스텔라에 가까이 있는 상태입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엄마가 사는 지구(?)의 1시간이, 아이들의 게임스텔라(?) 공간에서는 10분밖에 흐르지 않은 겁니다.

엄마~ 10분만!
엄마~ 10분만!

게임 조절은 시간이 아닌 ‘미션’ 중심으로

TV에 나오는 아동교육전문가의 컨설팅을 보면 ‘시간’을 정해서 하라고 하지만, 실제로 게임을 즐기다 보면 시간보다 미션(목표)을 중심으로 했을 때, 더 통제하기 편한 요소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케이드와 전략게임의 경우에는 한 판, 두 판(스테이지)이 미션이고, 롤플레잉게임(RPG)류는 성장(레벨업)이나 도전과제(퀘스트)가 미션이 됩니다. 스마트폰 게임의 아케이드들은 점수(스코어)를 갱신하는 것이 중요한 미션입니다.

아이와 약속을 정할 때, 시간이 아니라 미션을 기준으로 약속합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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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 판만 하기
  • 레벨 1개만 더 올리기
  • 다음 퀘스트까지만 진행하기
  • 최고 기록 두 번 더 달성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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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이 칼 먹으면 오늘은 끄고 숙제해라~
너, 이 칼 먹으면 오늘은 끄고 숙제해라~

다만, 미션을 중심으로 게임을 할 시간을 정하더라도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하루 일정을 명확히 지킬 수 있도록 시간의 개념은 확실히 잡는 것이 좋습니다. 따라서 혹시나 부모의 관심이 소홀해진 틈에, 무의식적으로 지나치게 많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면, 다음 일정을 수정하고 이후 계획을 스스로 재구성하여 지키도록 해야 합니다. 아래는 그 예시입니다.

[box type=”note”]

  1. 게임은 최대 몇 시간 동안 (혹은 몇 시까지) 하는 것으로 정하되,
  2. 시간이 넘어갈 것 같으면 예상하여 스테이지 도전을 중지하고,
  3. 예상이 빗나가 시간을 넘겨야 한다면, 레드존을 정해 최대 몇 분을 초과하지 않도록 미리 정하고, 신체활동(예: 1분 초과에 줄넘기 10회)으로 뇌를 자극하는 벌칙을 수행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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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게임을 알아야 

게임 내 미션을 중심으로 아이들과 약속을 좀 더 진정성 있게 세우기 위해서는, 일단 아이들과 게임에 대해 충분히 대화해보아야 합니다. 부모가 게임을 직접 해본다는 것은 크게 세 가지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box type=”info”]

  1. 게임 콘텐츠를 이해하여 아이에게 어떤 부분에 도움이 되고 해가 될지 살펴보는 기회.
  2. 함께 살펴보는 과정에서 아이들과 대화하고 공감하는 기회로서의 의미.
  3. 약속이나 규율을 정할 때, 부모와 아이 사이에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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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가상의 세계 속에서 새롭고 신기한 미션(퀘스트)이 시나리오 속에서 무한히 제시되고, 내가 극복해야 하는 강력한 몬스터와 미로 같은 던전이 끊임없이 주어지고, 어마어마한 넓이의 지도를 뛰어다니고 날아다니면서 자유로움도 느끼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강력한 무기와 힘과 환상적인 마법을 마음껏 구사한다는 것.

얼마나 매력적인 요소입니까?

지루함과 신남

아이들 뿐만아니라 어른들도 이런 매력에 쉽게 빠지게 되어, 시작이 어렵지 한 번 발들이면 벗어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나마 어른들은 직장이라는 사회생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손을 놓아야 한다지만, 아이들의 사회생활이라는 게 ‘놀이’가 전부인지라 지나치게 몰입하다 보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게 되기 쉽습니다.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내가 게임을 직접 해볼 엄두가 나지 않거나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출퇴근길에 유튜브를 한번 찾아보면 게임 전문가(?)가 자세히 설명해주는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장 효과 좋은 방법을 권장하자면, 주말에 시간을 내 아이와 함께 컴퓨터 앞에 앉아서, 아이와 함께 게임을 살펴보며 대화하고 궁금한 점을 묻고 답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 학부모님을 대상으로 관련된 강의를 진행하면서 아이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게임의 종류와 시나리오를 간단히 설명해 드리고, 폭력성이 발생하는 부분과 아이들에게 유해한 요소를 말씀드리고, 시간이 흐르고 다시 강의를 이어갈 때 부모님의 반응을 살펴봤습니다.

아이가 즐기는 게임을 부모가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화를 끌어내기가 훨씬 수월했고, 부정적인 부분을 아이와 (짧게나마) 대화한 덕분에 어느 정도 자제시킬 수 있었다.

아이들은 원래 어른보다 이해심이 많고, 생각이 유연하기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비교육적인 콘텐츠 요소

컴퓨터 게임, 특히나 온라인 롤플레잉게임(RPG)을 보세요. 아바타가 가상 세계의 내가 되어, 흥미진진한 시나리오가 무한히 제시되고, 나와 겨뤄야 하는 몬스터와 새로운 장소가 끊임없이 주어지고, 어마어마한 넓이의 지도를 뛰어다니고, 동물을 타고 날아다니면서 자유로움도 느끼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강력한 힘과 환상적인 마법을 마음껏 구사한다는 것. 얼마나 매력적인 일입니까?

[box type=”note”]

  1. (주변 인물로부터 어떤 퀘스트를 받아) 던전이라고 하는 몬스터가 출몰하는 지역에
  2. 다른 온라인 사용자들과 팀을 만들어 여럿이 들어가서
  3. 퀘스트에서 요구한 강력한 몬스터들을 죽이고
  4. 때로는, 힘을 과시하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지역의 모든 몬스터를 학살하여
  5. 시원하게(?) 퀘스트를 완수하면,
  6. 특수한 아이템이나 성장(레벨업)할 수 있는 경험치를 보상으로 받는 과정의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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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대부분은 이처럼 정해진 시나리오의 반복입니다.

[box type=”note”]

  1. 몬스터를 죽여 빼앗거나,
  2. 채광하여 얻은 여러 종류의 재료를 모아
  3. 마법과 스킬을 더해 특수한 아이템을 생산하고
  4. 가상의 장터에 내놓아 팔고 가상의 돈을 버는 경제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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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위의 경우처럼 즐기는 경우도 많지만, 이 또한 초반에는 전투를 통해 기본 능력을 키워야만 가상 경제활동이 가능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아이템경험치는 게임을 끊임없이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중독적인 요소가 되어 아이들의 몸과 마음과 시간과 ‘문상’[footnote]문화상품권; 학교와 학원에서 상품으로 받은 문화상품권을 이용해 온라인 아이템을 구입하는 일이 빈번하다. 상장에는 상품명이 씌여 있지 않으므로, 부모는 종이 상장만 달랑 받아보게 된다.[/footnote]을 빼앗아가고 있습니다. 게임 콘텐츠 속 가상현실을 현실로 끌어내어 아래의 질문을 던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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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제 1: 몬스터가 흉악하게 생겼다고 해서 과연 악이라 할 수 있는가?
  • 문제 2: 몬스터들이 모여 사는 마을도 따지고 보면, 인간들의 마을과 다름없지 않은가?
  • 문제 3: 퀘스트를 위해 몬스터의 마을에 침입하여 마구잡이로 죽이는 것에 대해서 몬스터들이 강력하게 저항하는 것이 나에 대한 공격인가?
  • 문제 4: 나보다 강력한 몬스터들을 죽이기 위해서, 내가 더 강해지려고 노력하는 것에 대한 목적이 과연 윤리적인가?
  • 문제 5: 입장을 바꾸어서 보면, 나를 성장시키기 위해서 다른 몬스터들은 무고하게 희생되어도 괜찮은가? (현실 세계에서 나를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어도 좋은가?)
  • 문제 6: 죽으면 같은 자리에서 다시 살아나는 몬스터들이 되살아나기를 기다렸다가 반복해서 죽이는 과정에서, 생명을 가볍게 여기게 되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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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제작사들도 이런 문제점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상업적인 목적과 결합하여 있어서 달콤한 유혹을 버릴 수 없는 것입니다.

아이들과 생각해보는 기회가 필요하다

분명히 이런 문제에 대해 아이들과 함께 생각해보는 기회가 필요합니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시작하려다 보면, 몇몇 아이는 순간적으로 게임의 일부가 되어 흥분 상태로 들어가 왁자지껄 자기 캐릭터의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하는 경우도 보입니다.

대부분 아이들은 이런 질문에 관해 묻고 답하는 과정이 끝나갈 무렵에 무언가 이상하다(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고, 일부 아이들은 흥미를 잃었다고 하는 경우도 봅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 하나만으로도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충분히 잘 판단하고 더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이들이 보는 TV 만화 영화에도 이런 선악 구도와 대결이 흔히 구성되어 있지만, 컴퓨터 게임이라는 것은 TV와 달리 인터랙티브(상호작용)가 가능하므로, 내가 판단하여 결정하고 행동에 옮기고 이를 반복하는 것에서 더 큰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비교육적인 간접 요소

인터넷 온라인을 통해 여러 사용자가 협력하며 게임을 진행하는 경우, 아이들은 연결된 상대방을 내 친구, 사용자, 사람이 아니라, 나와 직접 관계가 없는 컴퓨터, 아바타, 인공지능, 가상인물 등으로 착각하게 됩니다. 이런 착각이 게임 내에서 대화를 주고받을 때,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를 상대한다고 착각하게 되면서 평소에 (현실 세계에서) 하지 않던 행동을 망설임 없이 저지르게 되는 원인이 됩니다.

친구들과 얼굴을 마주 대하면, 기분 나빠도 웃으며 넘기고, 험한 말도 섣불리 못하는 아이가 키보드와 스마트폰을 쥐여주면, 무개념의 용맹한 키보드워리어(?)로 변신하여 날리는 ‘욕설’과 ‘비방’ 행동 자체가 비교육적인 간접 요소로 볼 수 있습니다.

응? 꼬마야. 너, 지금 욕한 거니?
응? 꼬마야. 너, 지금 욕한 거니?

하나 덧붙이자면, 가상세계 속에서 자제력을 상실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이버 머니와 게임 아이템은 동네 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하듯 실물을 거래하는 것이 아니므로 현실감을 잃고 쉽게 판단하여 구매하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아이템 구입에 용돈을 몽땅 써버리고, 더 많은 아이템을 구입하기 위해 더 많은 용돈이 필요해져서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도 상당히 많습니다.

친구에게 돈을 빌리고 갚지 않는다거나, 상품으로 받은 문화상품권을 아이템으로 교환하는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사실대로 전달하는 대화법

컴퓨터에 지나치게 몰입한 아이들의 경우 대부분 생활 습관이 잘못 형성되게 마련입니다. 고착화되면 부모와의 심리적 갈등이 여기부터 시작됩니다. 컴퓨터 게임은 내가 목표에 도전하기 위해 아바타(혹은 컴퓨터)에게 끊임없이 명령을 내리면서 성취감을 맛보는 과정의 반복입니다.

아이가 신(god)이 되어 가상의 세계에서 명령하고, 즐기고 있는 상태에서 부모가 ‘컴퓨터 게임을 멈추라’고 아이에게 명령한다면, 과연 게임이 주는 자극을 순간적으로 쉽게 포기할 수 있을까요? 대화 불능 상태가 되는 게 당연한 수순입니다.

아래와 같이 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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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이가 게임에 몰입하여 약속된 시간을 넘기게 되었을 때, 그만하라 명령하지 마시고 약속된 시각에서 몇 분 초과 되었음을 ‘통보’하면 됩니다.
  2. 통보는 미리 약속된 횟수만큼 냉정하고 (잔소리 없이) 명료하게 알려주기만 하고, 해당 횟수를 초과하였을 때는 정해진 행동을 하시면 됩니다. (스피커의 소리를 끈다거나 하는 평화적인 방법) 그 뒤에 일어나는 모든 상황에는 함께 정한 규칙대로 한 것이라는 정도만 ‘답변’하시면 됩니다.
  3. 초과한 시간만큼 신체 발달 수준에 맞는 팔굽혀펴기나 윗몸일으키기 등의 다른 두뇌 자극 활동으로 확실히 초기화시켜야 다음에 게임을 할 수 있음이 함께 들어가야 합니다.
  4. 게임을 마치고 난 뒤에는 아이의 입으로 오늘 게임 내용 중 기억나는 부분, 시간을 초과한 이유, 두뇌자극 활동, 이후에 해야할 스케쥴 등을 직접 차례대로 말하도록 하시는 게 좋습니다.
  5. 부모는 흥미롭게 들어주고, 현재 감정상태를 확인하고, 지금 시각이나 다음 스케쥴을 주지시켜 주는 정도로 끝내시면 됩니다.
  6. 원리는 간단합니다. 게임이 특별한 무언가가 아니라 아이들의 일상 중 하나라는 관점으로 접근하시면 됩니다.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돌아온 아이에게 대하듯이 하면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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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하는 꼬마

주변 환경과 준비 단계

규칙을 어겼다 하더라도, 앞서 말씀드린 대로 신(god)이 되어 게임 세상을 다스리다가 다시 인간이 되어 돌아온 아이에게 이래라저래라 훈계하는 건 아무래도 받아들여질 것 같지 않습니다. 예방이 최선인데 그러기 위해서 사소한 환경적인 요소를 이용하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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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컴퓨터는 가급적 거실에 두는 게 좋지만 방에 두어야 한다면 문을 열어놓기
  2. 컴퓨터를 켜서 무엇을 할지 부모나 형제에게 미리 말하고 나서 시작하기
  3. 손쉽게 설정할 수 있는 시끄러운 에그 타이머(스마트폰 알람)를 미리 맞춰 놓기
  4. 모니터 바로 아래에 한눈에 들어오는 LED 디지털 시계를 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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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이 컴퓨터 주변의 기본 환경을 설정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시간을 초과한 뒤에는 스피커를 끄고, 이어폰을 빼도록 하는 단순한 약속만으로도 게임에 대한 흥미도가 급격히 반감되어서, 현실로 데려오기 쉽습니다.

최근들어, 스마트폰의 보급에 따라 각종 스마트폰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 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다음 기회에 한 번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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