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년(2014년)에 카카오톡을 압수수색당했다.
그 내역을 얼마 전, 그러니까 1년만에야 받아보았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며 침묵 행진 한 번 했을 뿐인데 거의 열흘 치 대화뿐만 아니라 대화 상대방의 연락처, 이름, 전화번호 심지어는 맥어드레스(단말기 고유번호)까지 가져갈 수 있게 한 영장이었다. 그 영장은 (주)카카오 측에 무려 ‘팩스’로 전달됐다. 그렇다. 나는 팩스로 전달된 영장에 의해 카카오톡을 탈탈 털렸다.
하지만 나는 압수수색 과정과 정보를 선별하는데 참여권을 보장받기는커녕 한 달이 지나서 경찰서 유치장에서 핸드폰 단말기 압수수색을 당하는 과정에서야 카카오톡 압수수색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재판에 증거자료로 제출하지도 않았다가 재판변호를 맡은 김종보 변호사께서 애쓰신 덕분에 압수된 카카오톡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용은 너무 놀라웠다.
압수수색 2일, 50개 대화방 400명 대화상대 털림
압수수색이 된 기간은 이틀이었는데 얼핏 세어봐도 50개가 넘는 대화방이 압수되었고, 대화 상대방을 세어보니 400명이 넘었다. 나와 직접 대화하지 않은 사람의 대화 내용, 내가 한 번도 이야기한 적 없는 대화방의 대화 내용, 심지어는 내가 단체 카톡방에 입장하기 전과 카톡방에서 나간 이후의 대화내용도 있었다.
이것이 영장 범위 안에 있는 압수인가? 의문이 들었다.
- 엄마가 밥 먹었느냐고 물어보는 카톡
- 남동생한테 빨래하라고 세탁기 돌리는 법 알려주는 카톡
- 내가 새내기 때 학생회장이었던 학교 선배가 고생한다고 응원하는 카톡
- 새내기들이 MT 비용 모으고
- 학과 일정 공지하고
- 성적이 F 나올 것 같네 뭐네 수다 떨던 카톡방까지
싹 털어가 놓고도 털린 당사자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일절 참여하지 못하게 했다. 게다가 황당하게 증거로도 사용하지 않은 것이다.
무분별한 압수수색 영장
작년 세월호 참사 이후 검찰이 집회참가자의 카카오톡을 털어 큰 사회 문제가 됐고, 사이버 망명사태도 있었다.
그러자 핸드폰 단말기를 압수수색하기 시작했고, 올해 4월 시행령 폐기를 위해 집회에 나왔다가 연행된 사람의 50%가 넘는 수십 명의 핸드폰을 대상으로 압수수색과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무리 봐도 무분별한 카카오톡과 휴대폰 압수수색영장과 위법한 집행이라고 생각했다.
문제가 많은 것 같아 변호사와 논의해 준항고장을 제출했다.
[box type=”info” head=”준항고”]
준항고(準抗告)란 재판장 또는 수명법관의 재판과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처분에 대하여 그 소속법원 또는 관할법원에 취소 또는 변경을 청구하는 불복신청방법을 말한다. (이재상, 신형사소송법 제2판, 박영사, 750쪽). 쉽게 말해 법관, 검사, 수사관의 공적 행위(처분)를 인정할 수 없어 해당 행위의 취소나 변경을 요청하는 불복 방법이다. [/box]
기본적으로 집시법 위반의 혐의증거는 증거수집 사진과 영상 등이며, 그것들은 경찰이 갖고 있다. 이렇게 무분별하고 광범위한 압수수색은 분명히 공권력 남용이다. 비록 법정 싸움의 결과가 어찌 될지는 모르겠으나 이 작은 싸움이 지금까지의 압수수색 관행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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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항고장 (발췌)
1.
영장주의는 본래 강제처분 시 발생할 수 있는 기본적 인권의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헌법상의 요청이자 명령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영장을 집행할 때 원본을 제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영장 집행의 주체가 공정한 수사기관 이외에 아무도 될 수 없는 점은 형사소송법 규정을 통해서 명백히 드러납니다. 하지만 경찰은 영장의 원본을 제시하지 않았고, 더군다나 팩스로 발송하여 (주)카카오 법무팀에 영장 집행을 일임하였습니다.
2.
경찰은 범죄혐의와의 관련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항고인의 모든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출력·복사하였습니다. 설령 그 저장된 내용 전부를 출력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더라도 차후에 혐의사실 이외의 정보는 폐기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사기록에 혐의사실과 무관하게 이루어진 항고인의 사적인 카카오톡 대화내용들까지 그대로 편철하여 보관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사건 압수·수색 처분은 기본적인 법령과 판례, 그리고 이 사건 영장을 위반한 것으로 명백히 위법합니다.
3.
이 사건 압수·수색 처분 및 집행 과정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때, 경찰의 이 사건 압수.수색 처분에서 항고인에게 압수수색 사실조차 통보하지 않고, 항고인의 참여권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며, 압수목록 마저 교부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영장집행의 절차를 무시하고 형사소송법을 위반한 것입니다. 나아가 경찰이 당사자인 항고인에게 어떠한 설명이나 동의를 구하려고 노력을 기울인 정황이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경찰은 항고인의 사생활이야 어떻든간에 절차를 준수하려는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았습니다.
4.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함에 있어 수사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실시하고, 전 과정에서 적법절차를 엄격히 준수하여,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영장 집행의 권한을 가진 수사기관은 영장에 기재된 대로 집행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영장주의에 기반한 사법부의 권위가 국민으로부터 존중받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이 사건 압수수색 처분 및 영장 집행과정에서 법과 판례와 영장의 제한을 모두 무시하였습니다. 항고인은 이와같은 위법한 처분영장의 집행에 불복하는 바, 법원께서 경찰의 위법한 행위에 대해 경종을 울려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