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대통령 권한대행)가 마은혁(재판관 후보자)을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임명했다. 국회가 마은혁을 후보자로 추천한 지 104일 만이다. 마은혁은 이미 인사청문회를 마친 뒤라 내일부터 출근한다.

4월18일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와 이미선(헌법재판관) 후임자로 이완규(법제처장)와 함상훈(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을 지명했다. 이 두 사람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임명할 수 있다.

마은혁과 이완규·함상훈은 성격이 다르다.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인사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가.

이게 왜 중요한가.

  • 윤석열 파면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한덕수와 최상목(전 대통령 권한대행)을 비롯해 윤석열의 공범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 윤석열이 짓밟은 헌정 질서를 바로잡겠다고 수많은 사람들이 긴 겨울을 거리에서 보냈는데 한덕수가 다시 헌법을 유린했다.
  • 한덕수는 헌재의 윤석열 파면을 숫자 게임으로 바꿔놨다. 그때는 마은혁을 빼면 판을 뒤집을 수 있다고 봤고 윤석열이 파면된 지금은 보수 성향 재판관 두 명을 밀어 넣으면서 마은혁을 덤으로 끼워 넣으려 한다.
  • 두 달 뒤면 새 정부가 들어설 텐데 파면당한 대통령의 권한대행이 알박기하려는 상황이다.

한덕수가 무너뜨린 것.

  • 헌재 재판관을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나눠서 지명 또는 추천하도록 한 건,
  • 첫째, 입법부‧행정부‧사법부가 헌법재판소 구성에 동등하게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권력 상호 간의 견제와 균형을 도모하고,
  • 둘째, 헌법 수호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사명으로 하는 헌법재판소가 중립적인 지위에서 헌법 재판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기 위한 취지다.
  • 국회가 추천한 후보자를 대통령이 임의로 임명을 거부할 수 없다는 건 당연하고,
  • 대통령 지명 몫의 후보자를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의로 지명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상식적인 판단이다.
  • 한덕수는 선출된 대통령이 아니고 대통령 궐위 상태에서 임시로 권한을 대행하고 있을 뿐이다.

헌재의 판단: 권한 대행일 뿐 권한 승계가 아니다.

  • 헌재는 이미 한덕수 탄핵 심판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은 승계가 아니라 대행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권한의 크기는 민주적 정당성의 크기에 상응해야 한다”는 논리다.
  • 헌재가 한덕수 탄핵 의결 정족수를 3분의 2가 아니라 과반이라고 본 것도 “대통령이 일시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예비적‧보충적으로 대통령 직무를 대행하는 국무총리의 지위에 있는 자로서 대통령의 지위와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 “국무총리는 직접 선출된 대통령의 민주적 정당성과 비교해 상당히 축소된 간접적인 민주적 정당성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설령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모든 업무를 수행한다고 하더라도 대통령 권한대행자로서 국무총리는 대통령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지위에 있다”는 설명이다.
  • 한덕수는 지난해 12월26일 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미루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 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 권한 행사는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국회 추천 후보자를 단순 임명하는 것도 권한이 없다고 미루더니 대통령의 선출직 대표자로서의 고유 권한을 권한대행이 행사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헌재의 판단: 대통령은 마은혁 임명을 거부할 권한이 없다.

  • 최상목 권한쟁의 심판에서도 같은 취지의 판단이 있었다.
  • 헌재는 “대통령은 국회가 선출한 후보자를 임의로 임명을 거부하거나 선별해서 임명하는 등 임명 여부를 결정할 재량권이 없다”고 판단했다. 임명은 대통령의 권한이지만 결격 사유가 없는 한 국회 추천 후보자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 헌재 결정은 2월27일이었다. 최상목은 헌재 결정 이후 한 달 가까이 시간을 끌었고 한덕수도 끝내 마은혁 임명을 미뤄 8명 체제에서 선고를 하게 만들었다. 이제 와서 마은혁을 임명하겠다고 나선 건 국민을 기만하는 행동이다.

이완규와 함상훈.

  • 이완규는 윤석열의 40년지기 친구다. 사법연수원 동기고 윤석열이 검찰총장 시절 징계 처분을 받았을 때 징계 취소 소송을 대리하기도 했다.
  • 12·3 비상계엄 다음날 안가에서 윤석열과 이상민(당시 행정안전부 장관), 박성제(법무부 장관) 등과 만난 뒤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도 확인됐다. 내란죄 공범이라는 의혹을 받는 핵심 인물 가운데 하나다.
  • 함상훈김경수(전 경남도지사) 드루킹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했던 판사다. 고대영(전 KBS 사장)이 문재인(당시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 무효 소송에서는 고대영의 손을 들어줬다.
  • 만약 문형배와 이미선이 나가고 이완규와 함상훈이 임명되면 헌재는 진보와 보수+중도보수 성향이 각각 2명과 7명으로 보수 우위 구도가 된다.

한덕수는 무슨 생각일까.

  • 임명할 수 있는 마은혁은 미루더니 굳이 대통령 지명 몫까지 임명하겠다고 나서는 이유는 다음 정부를 겨냥해 보수 우위 구도를 만들겠다는 의도일 가능성이 크다.
  • 한덕수는 최상목 등 탄핵안이 다시 통과될 경우 헌재 정족수가 안 되면 국정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족수 문제라면 마은혁만 임명해도 충분하다. 굳이 한덕수 지명으로 재판관을 채우겠다는 건 우리 쪽에 유리한 재판관을 늘리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 2017년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황교안(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추천이었던 이정미(재판관) 후임으로 이선애(재판관)를 임명했지만 대통령 지명인 박한철(당시 헌재소장)의 후임은 다음 대통령에게 넘겼다.

전망과 평가: 임명 강행 가능, 탄핵소추 등 극한 대립으로 갈 수도.

  • 한덕수의 헌재 재판관 지명은 권한대행의 권한을 넘어설 뿐만 아니라 대통령 궐위 상태에서 차기 대통령의 권한을 침탈하는 위헌적 행동이다.
  • 우원식(국회의장)은 “이완규와 함상훈 인사청문 요청서를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헌재 재판관 지명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 대통령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 우원식은 “민주적 정통성이 없는 임시 지위인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헌재 재판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국회는 청문 요청안을 받은 날부터 20일 안에 청문회를 마쳐야 하고 대통령(권한대행)은 20일이 지나면 보고서를 보내달라고 요청하고 10일 뒤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 민주당은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완규 등 임명 직전 한덕수 탄핵소추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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