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 type=”note”]“본 적 없는 남자와 SNS에서 사랑할 수 있을까”를 통해 많은 이들이 소셜미디어상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또 사랑에 빠지는 현상을 바라보았다. 이어서 그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사랑이란 감정이 소셜미디어상에서 왜, 어떻게 가능한지에 주목한다. (필자)[/box]
“참된 사랑은 사랑하는 대상을 스스로 창조한다.”
– 프리드리히 니체
존경하는 니체는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서 내 사랑의 감정이 유발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이 만들어진다고 주장한다. 글을 쓰기에 앞서 내 사랑의 감정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어떻게 사랑하게 되었는지 잠시 멈추어 떠올려 본다.
오프라인이건 온라인이건 사랑을 하면 눈이 먼다
당신은 소셜미디어에서 그(그녀)와 사랑할 수 있다고 믿는가 아니면 여전히 우려가 앞서는가? 나는 고민할수록 소셜미디어는 누군가를 알아가고 사랑에 빠지기 쉬운 공간이라는 결론에 이르는데 독자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이 믿음에 대한 개인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리가 사랑이라는 마법에 걸리면 신은 우리의 눈을 멀게 만든다. 바로 이 신비가 당신이 주변의 그(그녀)를 포함한,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을 유지하는 마법일지도 모르겠다. 이른바 사랑할 때 눈이 먼다고 한다. 본래 인간은 사랑에 빠지면 사랑하는 상대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가 어렵다. 이는 가상공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이에 대한 심리학자들의 말을 빌려보자.
영국 사이콜로지스트(The Psychologist)의 바이런 스와미(Viren Swami)와 에드리언 펀함(Adrian Furnham)은 긍정적 환상(positive illusion)에 의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긍정적 환상이란 인지적 편향이다. 사랑에 빠지는 상대를 객관화하지 못하고 주관적인 환상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영화 [슈렉]이 그 적절한 예다. 피오나 공주가 괴물의 모습으로 변해도 슈렉에겐 더할 나위 없는 사랑스러움 그 자체로 여겨진다. 결국, 피오나의 못생기고 우스꽝스러운 객관적인 이미지를 슈렉이 이상화(idealization)하며 슈렉의 영구히 눈먼 사랑은 유지된다.
[Willful Blindness]의 저자 마가렛 헤프난은 이러한 인간의 눈먼 사랑을 ‘willful blindness'(의지적으로 눈이 먼 상태)라고 일컫는다. 인간의 뇌는 본래 보고 듣는 모든 것을 객관적으로 기억하고 인식하기보다는 무의식적인 뇌의 의지적 선택에 의해 부분적으로 기억하고 인지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볼 때에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상대에 대해 느끼고 믿고 싶은 것을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다.
마가렛 헤프난은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내 주변의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부모, 아이, 연인 등)을 바라보자. 다른 이들이 그들을 바라볼 때보다 당신에게 그들은 훨씬 더 총명하고, 재미있고, 힘이 세고, 아름답다. 낯선 사람이 당신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객관적인 눈으로 인지하고 있는 것보다 당신은 그들의 미덕과 잠재력을 훨씬 더 높게 평가하고 있지 않은가.
나아가 스스로 반문해 본다. 우리가 소셜미디어에서 정말 말 그대로 본 적 없는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고 할 수 있을지 말이다. 가상공간이라고 상대에 대해 덜 알 수 있는 시대는 지났을지도 모르겠다. 그의 프로필에 커서를 대고 단 한 번의 클릭으로 그에 관한 방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 명함을 받고 그 사람을 파악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말이다.
감사하게도 뉴스피드엔 자꾸 관심이 가는 그의 생활이 엿보인다. 그가 요즘 좋아하는 게 뭔지, 관심은 어디에 있는 지까지 속속들이 전달해 준다. 물론 좋게 포장하려 치우친 견해나 부풀린 자아 표출(inflated self representation)은 SNS에서 그를 더 확실히 알아가는 데에 있어 주의할 점이다.
낭만적인 사랑 = 열정 + 친밀감
이번엔 사랑이란 심리적 감정 자체에 집중해보자.
[Dating and Interpersonal Relationships]의 필자 니콜라이 스펫쿠(Nicolae Sfetcu)에 따르면 사회심리학적으로 남녀 간의 낭만적인 사랑은 ‘열정 + 친밀감’의 조합으로 간주한다. 즉, 소셜미디어에서도 그와의 친밀감이 상승하여야 결국 사랑에 이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친밀감을 높이려면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나야 할까? 위스컨신 대학의 자넷 쉬블리 하이드(Janet Shibley Hyde)와 존 드라마터(John D. DeLamater)의 저서 [Understanding Human Sexuality]에 따르면 심리학적으로 친밀감(intimacy)은 서로에 대한 자기 노출과 솔직함, 따뜻함, 보호, 도움, 상호 배려와 주의, 상호 헌신 등을 아우르는 정의이다.
또한, 요건 슐리거(Jürgen Schlaeger)의 저서 [Representations of Emotions]을 따르면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이 어떤지 느끼는 공감의 반복을 통해 두 사람 간의 친밀감이 향상된다고 한다.
SNS의 적당한 거리감 때문에 자신을 드러내기 쉽다
소셜미디어 커뮤니케이션에는 사랑이란 감정을 북돋을 다양한 친밀감 상승 요인이 내재한다.
첫째, 소셜미디어는 서로의 비슷한 관심, 견해의 공유로 서로 같거나 비슷한 것을 좋아하는 성향(homophily: 다른 사람이 자신과 비슷한 무언가를 찾게 될 때 형성되는 유대감)을 찾기가 쉽다. 다른 사람의 감정과 생각의 반복적 공유는 공감을 일으키고 이는 친밀감을 상승시키는 주요한 요인이다. 더불어 주요 SNS가 지닌 동의(agreement)의 소통 방식도 공감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마음에 들거나 생각이 같거나 누군가의 견해를 지지할 때 ‘리트윗’ 혹은 ‘좋아요’를 누르는 등 공감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둘째, 소셜미디어 속의 남과 여는 자기 노출(self-disclosure: 상대방에게 자신에 대해 알게 하거나 보여줌)과 솔직함의 노출(openness)이 비교적 수월하다. [한상기의 소셜미디어 특강]을 따르면 ‘상처받음’의 가능성이 적은 상대에게 자기 노출은 빠르게 이루어진다. 멀리 떨어져 있고, 잘 모르는 상대일수록 ‘상처받음’의 가능성이 적고 그럴수록 자기 노출이 더 많이, 빠르게 이루어지며 그런 태도는 공감의 확인을 더 촉진한다.
이처럼 가상공간에서는 연락이 끊기는 상황이 다소 피상적이고 현실보다 심각하게 여겨지지 않으며 또 오프라인 관계(face to face)에서 신경 써야 하는 스트레스를 뒤로하고 둘 사이의 이야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CNN의 브레나(Brenna Ehrlich)의 “왜 온라인에서 사랑에 빠지는 일이 정말 가능할까”(Why it’s really possible to fall in love online)는 소셜미디어에서 남녀가 오히려 자신을 더 쉽고 솔직하게 노출하는 구체적 사례를 제시한다.
이 글에 등장하는 키스 에이 매스터슨(41세)과 가브리엘 토마스 매스터슨(37세)은 페이스북에서 매일 몇 시간씩 채팅을 했고 만나기 2달 전부터 통화를 했다. 그들은 현재 결혼해서 버지니아 주에서 살고 있다. 그들은 인터뷰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 보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질문들을 더 수월하게 나눌 수 있었고 더 친해지기 쉬웠다.”라고 말했다.
상처받기 두려운 영혼들을 비롯해 공감에 목마른 대부분 여자들(원한다면 물론 남자도)에게 소셜미디어는 부담 없는 솔직한 소통의 통로가 되어줄 듯하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그녀)와 나누는 진솔한 마음의 대화, 삶의 공유, 그리고 따뜻한 공감이 우리의 눈을 아름답게 멀게 해 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