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 type=”note”]많은 사람이 인터넷을 통해 연애를 해왔습니다. 아이디를 만드는 규칙조차 매우 제한적이었던 아주 예전의 PC통신 시절부터 페이스북과 같은 많은 소셜미디어가 인터넷의 익명성을 무시하고 오프라인의 정체성을 이용자에게 강요하는 요즘까지, 인터넷을 이용한 연애의 역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터넷 그리고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남녀의 연애와 사랑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box]
영화 [유브 갓 메일](1998)의 캐슬린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얼굴도 본 적 없는 조가 늘어놓는 별일 아닌 일상들이 그녀에겐 점점 소중한 무언가가 된다. 이런 사랑… 아직도 10년 전 영화에나 나오는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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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주로를 지나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존의 비행기. 남아시아에서 캘리포니아까지 30시간 넘는 비행시간에도 불구하고 약혼녀 케이티를 만나 결혼식을 올릴 생각에 그의 심장이 벅차오른다. 조금은 기이하게도 존은 난생처음 그의 약혼녀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실은 남아시아에서 선교사로 사역하던 존과 샌디에이고에 살고 있던 케이티는 온라인에서 만났다. 케이티가 존에게 그의 선교 그룹에 참여하고 싶다는 이메일을 보냈고 존은 알려지지 않은 독실한 작가들의 글로 충만한 그녀의 블로그를 보고 감탄한다. 그 시작은 몇 달간의 이메일과 전화 통화로 이어졌고 케이티는 전화비에만 600불을 지불했다. 결국, 그들은 실제로 만났고 지금은 예쁜 딸을 가진 행복한 부부다.
내용 출처: CNN – Why it’s really possible to fall in love 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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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묘하고 가상 아닌 가상 공간의 사랑 이야기가 한국 SNS 곳곳에서도 적지 않게 들려온다. 34세 장훈(가명) 씨는 인터넷 사진 동호회로 알게 된 여자 친구의 블로그의 쪽지로 연락했다. 전 여자 친구도 페이스북을 통해 사진 영화 등 관심사를 공유하며 만났다고 한다.
이쯤에서 차갑게만 보이는 컴퓨터 너머로 대면하지 않은 채 본 적 없는 이성을 사랑하게 되는 일이 얼마나 일어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세대의 사랑 방식, 사람을 만나는 방식은 유비쿼터스 시대의 소셜미디어로 진화를 겪는 듯하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드러난 이 시대의 사랑법
마음에 있는 그녀가 어떤 사람이고 지금은 무얼 하고 지내는지 정말 궁금하지만 다가서지 못한 채 내내 애태우는 순애보적 이야기는 한결 줄어들고 있는 걸까?
퓨 리서치의 온라인상의 이성 관계에 대한 조사를 따르면 미국 성인 중 85%를 차지하는 인터넷 사용자 중 35%가 연애 중이고 그들 중 15%는 실제 소셜미디어에서 데이트를 신청했다. 데이트 중인 사람들의 30%가 데이트하고 싶은 이성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상대에 대한 소식과 정보를 습득했다. 그녀가 궁금하다면 그저 찾아보면 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중 12%가 실제 마음에 드는 이성과 데이트를 하기 위해 상대를 팔로우 하거나 친구 관계를 맺었다. 여자는 그렇게 친구를 맺은 소셜미디어 속의 그에게 자꾸만 마음이 쓰인다. 점점 통하는 게 많은 우리. 서로의 관심과 공감의 감정을 넘어 그를 진정 사랑하는 나를 발견한다. 이런 상상만으로도 설레는 건 여자만일까.
이런 설레임에 빠지는 이들 사이의 소통은 어떤 모습일지 살짝 훔쳐보기로 하자.
페이스북 데이터를 연구한 칼로스 듀크는 페이스북에서 결혼/연애 상태를 “연애 중(in a relationship)”으로 공표한 시작일 혹은 공식적으로 둘의 기념일을 밝힌 날의 100일 전부터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곧 커플이 될 싱글 남녀가 교제 중으로 상태를 변경하기 전까지 메시지, 포스팅, 방문 등 둘의 온라인 교류가 점차 증가한다. 그들의 소통은 최고점에 달하고, 교제 중으로 상태를 변경한 이후 웬일인지 그들의 소통은 점차 줄어든다. 다행히 그들의 사랑이 식었는지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칼로스는 이는 그들의 소통이 실제 감소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에서 교제하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페이스북 데이터 사이언스의 포스팅 감정분석을 살펴보면 커플이 된 후 연인들은 긍정적인 표현에 훨씬 적극적이다. 연인이 된 시작일(0일) 이후 이들의 긍정적 감정 포스팅이 점차 증가한다. 더 흥미로운 건 연인이 되기 직전부터 연인 관계 시작일까지, 즉 사귀기 직전 이 사랑의 대화가 눈에 띌 정도로 가파르게 증가한다. 남남이었던 두 사람이 연인으로 발전하는 사랑의 세레나데에 관한 그래프는 아래와 같다.
소셜미디어에서 사랑에 빠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한 달
소셜 미디어의 지속적이고 신속한 연락망은 나의 연인을 찾고 또 그와 사랑에 빠지는 시간마저 단축시키고 있다. 연인들의 관계를 알아본 키에라 에틱은 소셜미디어상에서 사랑에 빠지는 기간이 평균 24일 정도라고 한다. 여기에 트윗 224개, 문자 메시지 163개, 페이스북 메시지 70개, 이메일 37통, 통화 30회 등 (여기에는 보고 만나는 경우도 있을 거라고 추측)의 소통이 동반되었다는 결과다.
반면, 70년대와 80년대에는 연인이 되기까지 요즘보다 두 배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55살의 커플들은 이성을 사귀는 데 평균 2달 반 정도가 걸렸다고 응답했다. 이전에는 서로 알아가고 연락을 취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그만큼 더 소요됐을 법하다.
약 한 달 만에 빠진다는 이 시대 사랑의 유효기간은 어떨까? 2008년부터 2011년 페이스북의 커플들을 연구한 결과 우선 여름에 만난 사람들이 더 빨리 헤어지고, 겨울에 만난 사람들의 관계가 더 오래가는 것을 발견했다. 가장 많은 연인의 헤어짐은 5월과 7월 사이에 발생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연인들 대부분이 사귄 지 1~2달 이내에 헤어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반면 3개월 이상 연인관계를 지속한 커플들은 꽤 오랜 기간 관계를 유지한다. 3개월 이상 만난 커플의 50% 정도는 4년 혹은 4년 이상 동안 연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를 통해 현세대 연인들의 모든 세태를 파악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 동향을 살펴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만큼 사랑이 피상적이고 깊지 못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넘쳐난다. 그러나 쉽게 사랑하고 헤어지는 사람들의 관계가 꼭 소셜미디어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하는 것 또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아닐까. 사랑의 깊이, 지속, 관계 변화 등에 관해서는 ‘소셜미디어 남과 여’ 차후의 논제로 남겨 두련다. 지금껏 분명한 것은 소셜미디어에서의 그대와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우리의 현실이다.
소셜미디어, 환상을 찾아서
소셜미디어는 내 이상형을 찾는 판타지가 이루어질 것만 같은 환상의 공간이 아닐 수 없다. 사회심리학적으로 인간은 환상과 판타지를 생성하며 사랑에 빠진다.
[친밀함의 환상: 온라인 데이트 세계의 문제점들](The Illusion of Intimacy: Problems in the World of Online Dating)은 친밀함의 환상에 관한 존 브릿지스(John C. Bridges)의 저서이다. 그는 직접 만나지 않고 소통하는 온라인, 소셜미디어 등에서 이러한 판타지 현상이 심화 될 수 있음을 표명한다. 이는 심리학적으로 상대의 정보가 덜 충분할수록 우리가 만들 환상과 판타지의 영역은 확장되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는 소통이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는 “비동시(asynchronous)”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환상과 판타지는 극대화된다. 오프라인 대화보다 오히려 상대에게 줄 수 있는 실망을 줄이고 만족스러운 대답을 제공하기가 더 쉽다.
그녀의 포스팅이나 메시지를 보고 남자는 바로 대답할 필요가 없다. 정신없는 시간의 빠른 대답보다 바쁘지 않은 시간을 택한 그의 성의 있는 연락과 응답은 괜시레 더 나에게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고 때로는 더 다정하게 느껴진다. 내 이야기나 포스팅을 바로 보고 답을 한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런 성의 있는 응답의 경우 상대가 나에게 관심을 두고, 귀를 기울이며 공감한다는 것을 더 느끼기 쉽지 않겠는가. (이 추론을 바탕으로 비동시적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해 교제 중 증대된 이성의 공감, 만족도에 대한 연구를 기대해 봐도 좋겠다.)
더욱이 우린 소셜미디어에서 좀 더 부풀리거나 만들어진 자아에 호감을 느끼기가 더 쉽다. 원한다면 굳이 자신의 부정적 면을 내보이지 않아도 좋다. 하버드대 사회 심리학 교수 다니엘 길버트는 트위터에서 행복감을 분석하는 질문에 사람들은 보여주고 싶거나 남들이 봤으면 하는 모습만 포스팅하는 경향이 있다고 답했다. 부풀려지고 장점이 더 부각된, 만들어진 가상 자아(inflated-self)로 인해 소셜미디어는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나보다 더 나은 모습을 피력할 수 있는 장(場)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부풀려진 이성의 판타지에 매료되기 더 쉬울 것이다.
시 공간을 넘어 사랑이란 그 자체로 환상적이며 끝없이 매력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인간의 본질적 사랑이란 과연 무엇이며, 우린 왜 사랑과 환상에 빠지는 지, 그 심리학적 감정이 소셜미디어에서 어떻게 생성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남아있다. 이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를 ‘소셜미디어 속 남과 여’ 두 번째 이야기에서 계속 다루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