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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일은 세계 공정무역의 날이다.

‘그런 날도 있었나.’

대부분 이렇게 생각하겠지만, 2001년부터 이어져 온, 공정무역의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에게는, 특별한 날이다. 한국에서도 5월 9일이면 덕수궁 돌담길에 공정무역 관련 단체들이 행사를 개최한다.

공정무역이 뭔가요? 

그런데 공정무역이란 대체 무엇일까. 우리가 사는 사회의 문제는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며, 다양한 뿌리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역사를 통해 사회 문제는 단 하나의 해법만으로 풀어낼 수 없음을 배워왔다. 그런 고민의 과정에서 탄생한 움직임 중 하나가 공정무역이다.

공정무역은 왜곡된 무역 시장에서 소비자의 것을 소비자에게, 생산자의 것을 생산자에게 공정하게 되돌려 주자는 활동이다. 핵심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약한 자에게 힘을 주는 운동”

결국, 공정무역을 통한 사회적 변화를 만든다는 것은 신뢰 자원을 확보하고, 리더십을 만들며, 조직의 역량을 배양하는 모든 과정을 의미한다. 공정무역 커피와 코코아를 판매하는 아름다운커피라는 곳이 있다.

아름다운커피 생산자파트너십팀 한수정 팀장에게 실제 네팔에서 공정무역 활동을 진행하며 겪었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이하 ‘한수정 팀장’의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Nick Bastian, CC BY https://flic.kr/p/75tVvu
Nick Bastian, 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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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들은 변화에 익숙하다.

강산이 변하는 데 10년이 걸린다지만, 한국에서는 한해도 채 걸리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주도하는 개발은 저개발국 사람들의 정신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하곤 한다. 최근 한국에서 주도하는 개발현장에 ‘정신교육’의 일환으로 볼 수 있는 ‘새마을 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 한가지 예다.

하지만 변화의 속도만큼이나 방향도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제도와 관습, 자연환경은 단시간에 개선하기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그 외에 것들은 우리가 바꾸어 볼 수 있다. 네팔의 경우에는 이 모든 것들이 부족했다. 그래서 네팔에 공정무역, 나아가 비즈니스 조직을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협동조합은 있었으나, 갈등을 조정하거나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역량도 부족했다.

수익이 생기니 필연적으로 갈등도 생겨났고, 그 과정에서 이끌어줄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도 빈약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런 기회가 공정하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리더십의 기회는 대부분 이전부터 부와 권력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가져가는 경우가 많았다. 구성원들의 이해관계도 복잡해 갈등을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공정무역, 결국 삶의 태도에 관한 문제  

그래서 방향성을 정했다.

“공정무역은 대화와 투명성, 존중에 기초하여 국제 무역에서 더욱 공평하고 정의로운 관계를 추구하는 거래 기반의 파트너십이다. 공정무역은 특히 저개발국가에서 경제발전의 혜택으로부터 소외된 생산자와 노동자들에게 더 나은 거래 조건을 제공하고 그들의 권리를 보호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한다.”

이는 공정무역의 공통된 기본 원칙이다.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했다. 대화를 통해 관리 체계를 체계화하자, 공정무역과 협동조합이 본질적으로 조합의 농부들을 위한 조직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또한, 생산단가를 낮출 수 없다면 생산자와 구매자 모두가 공멸하는 상황임도 인지하게 되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깨달았던 점들이 있다. 협동조합과 공정무역이 저개발국의 가난한 농민들에게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는 약한 자들의 자기권리의 실현이며, 지속가능성을 보장해주는 도구다.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갈등은 필연적이다. 부당한 것들과의 갈등은 절대 나쁜 것이 아니다. 갈등 없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없다. 갈등을 통해 애초에 ‘농부들의 것’이었던 가치를 되찾아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갈등을 무서워하고 피하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결국, 공정무역이란 삶의 태도에 대한 문제다. 이를 통해 나를 되돌아보고,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FMSC, CC BY https://flic.kr/p/ddEwVj
FMSC, CC BY

핵심은 ‘이해관계자 조직’ 

공정무역의 핵심은 윤리적 소비 등을 떠나 좀 더 근본적인 이해관계자 조직에 있다. 지금은 결국 중간의 거대 유통망이 생산자와 소비자의 욕구나 필요를 모두 조절하는 상황이다. 본래 유통의 핵심에 있어야 할 소비자와 생산자는 사라진 지 오래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생산자를 조직해 협동조합을 만들고 소비자를 조직해 건강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이 둘을 직접 이어주는 과정, 즉 본래 무역의 양 극단에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돌려주는 운동의 일환이다.

그런 면에서 ‘윤리적 소비’라는 또 하나의 욕구를 창조하는 방식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고민이 필요하다. 소비시장의 욕구를 또다시 창조하는 방식보다는 소비자와 생산자라는 이해관계자의 갈등을 직접 대면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사이의 갈등을 서로가 직접 조정할 수 있도록 해보는 구조를 만드는 게 건강한 유통의 핵심이다.

공정함은 새로운 것을 또다시 만들어내서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을 나누는 것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무너진 네팔의 커피 농가… 함께 일으킬 수 있을까 

이런 치열한 고민과 갈등을 통해 확보한 공정무역, 그리고 신뢰과정은 2015년 4월 25일 네팔을 덮친 대지진으로 일순간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네팔에서도 커피가 난다고 하면 사람들은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이지만, 그 신기한 커피가 자라던 신두팔촉(Sindhupalchowk) 지역은 지진의 진앙지에서 가장 가까운 지역 중 하나였다.

커피를 보관하던 보관 창고뿐 아니라 집과 커피 농장이 모두 파괴되었다. 그러나 여기서 다시 주저앉을 수는 없다. 흔들리고 무너진 약한 자의 손을 잡는 것이 또한 공정무역이다. 현재 아름다운커피는 공정무역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농민들의 재건을 돕기 위해 모금을 진행 중이다.

대지진으로 무너진 네팔, 여러분이 일으켜주세요  http://www.beautifulcoffee.org/gnuboard4/bbs/board.php?bo_table=notice&wr_id=112
대지진으로 무너진 네팔, 여러분이 일으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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