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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2010년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신한 사태’와 함께 불거진 신한은행의 불법 계좌조회, 그 악몽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왕재성 전 신한은행 포천금융센터장은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 직접 당한 신한은행의 불법 계좌조회 행위를 참여연대에 제보했습니다.

사안의 공공성과 중대성은 불문가지입니다. 신한은행과 금융감독원 그리고 국민은행의 해명과 항변은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box]

‘만약’이라는 단서를 두고 질문해보자.

1. 은행이 직원을 징계할 이유를 찾기 위해 해당 직원의 배우자, 딸, 사위까지 광범위한 불법 계좌조회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 금융감독원이 은행의 이러한 불법 행위를 확인하고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 질문은 단순한 가정이나 상상이 아니다. 신한은행을 중심으로 고도의 개연성을 지닌 채 ‘진행 중’인 사건이다. 제 버릇 남 주지 못하는 것일까. 다수 고객에 대한 불법 계좌조회로 큰 파문을 일으켰던 신한은행이 다시 불법 계좌조회 파문에 휘말렸다.

[box type=”info” head=”신한 사태 관련 불법 계좌조회 관련 기사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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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랬던 신한은행이 이번에는 회사에서 35년 동안 근무한 직원들의 가족들 계좌를 뒤졌다. 신한은행은 과연 ‘내 계좌를 은행 마음대로 들여다보는 것 아니야?’라는 걱정 없이 거래할 수 있는 은행일까?

35년 근무 직원의 가족 계좌 불법조회? 

신한은행에 35년 동안 근무한 왕재성 전 신한은행 포천금융센터장(이하 ‘제보자’)은 최근 참여연대에 신한은행이 제보자의 배우자, 딸, 딸의 배우자(사위)의 신한은행 계좌를 불법조회했다고 제보했다. 감사를 명분으로 조회했지만, 실제로는 인력 퇴출 프로그램의 일환이라는 것이 제보자 주장이다.

신한은행은 2014년 4월경 이뤄진 제보자에 대한 감사 과정에서 제보자 가족들의 신한은행 계좌를 제보자에게 들이밀며 사실확인을 요구했다. 은행 내부 규정에 따라 직원의 계좌에 대한 조회는 가능하지만, 가족들 계좌를 당사자 동의 없이 조회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더구나 신한은행은 배우자의 국민은행 계좌의 거래내역까지 조회했다. 이에 제보자가 민원을 제기했지만, 국민은행으로부터 받은 답변은 “신한은행에 해당 고객의 거래내역을 제공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신한은행은 어떻게 제보자 배우자의 국민은행 계좌 거래내역을 확인했을까?

제보자는 자신에 대한 감사가 진행된 시기에 신한은행이 제보자와 직접 관련이 없는 다수의 고객계좌도 조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의 답변

이해할 수 없는 금감원 조치, 말 안 되는 신한은행 답변

제보자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한 시기는 2014년 8월 말이다.

“계좌조회 근거 등에 대해서는 신한은행을 통해 알려드릴 수 있도록 이첩하였다.” (금감원)

금융감독원은 제보자의 민원에 대해 이렇게 답변했고, 2015년 1월까지 같은 답변을 세 차례에 걸쳐 반복했다. 제보자가 경찰서 등에 진정서를 제출하자 그제서야 금감원은 이렇게 답한다.

“신한은행에 이첩하지 않고 직접 조사해 처리하겠다.” (금감원)

금감원이 진작 해야 했던 업무는 간단하다.

  1. 신한은행이 제보자 가족의 계좌를 조회했는지 확인하고,
  2. 그 적법성 여부를 따져서 합당한 처분을 내린다. (끝!)

하지만 금감원은 이 간단한 업무를 9개월 넘게 방치했다. 결국, 이런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채 단지 신한은행에 답변을 요청하는 것으로 민원을 처리한 셈이다. 금감원의 ‘이해할 수 없는 조치’를 통해 제보자가 신한은행으로부터 받은 답변 역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고객님의 배우자, 자녀, 사위 등에 대한 가족정보조회는 해당 고객분들께서 과거 작성하신 개인(신용)정보 수집․이용․제공 동의서에 근거한 것이며, 해당 조회는 업무 목적(금융사고 조사) 조회로서 적법한 사항입니다.” (신한은행)

검찰도 법원의 영장을 받아서야 조사할 수 있는 개인의 금융거래정보를 불법으로 조회한 후 이것을 은행 계좌 개설 시 누구나 작성하는 ‘동의서’를 근거로 적법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제1금융권에 속하는 은행이 이래도 되는 것일까?

금융감독원과 신한은행의 답변

금융거래 비밀보장 ‘금융실명법’ 역행하는 신한은행

신한은행과 금융감독원의 행태는 국회가 2014년 5월에 개정한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의 취지에도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다.

당시 국회는 금융기관의 실명제 위반에 대해 행정처분 등 감독상의 제재를 신설하고, 금융거래의 비밀보장을 위반할 경우 부과되는 벌금을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인상하는 등 금융실명제 정착을 위해 관련 제도를 정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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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중

제4조(금융거래의 비밀보장) ① 금융회사등에 종사하는 자는 명의인(신탁의 경우에는 위탁자 또는 수익자를 말한다)의 서면상의 요구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는 그 금융거래의 내용에 대한 정보 또는 자료(이하 “거래정보등”이라 한다)를 타인에게 제공하거나 누설하여서는 아니 되며, 누구든지 금융회사등에 종사하는 자에게 거래정보등의 제공을 요구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6조(벌칙) ① 제3조제3항 또는 제4항, 제4조제1항 또는 제3항부터 제5항까지의 규정을 위반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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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불법 계좌조회의 역사

신한은행의 불법 계좌조회는 역사가 길다.

2010년 ‘신한 사태’ 당시에는 신한금융지주 회장이었던 라응찬 씨와 당시 신한은행장이었던 이백순 씨가 자신의 비판자들과 여러 고객의 계좌를 체계적으로 추적하고 조회했다. 당시 ‘비대위 활동 문건’에는 그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2013년 김기식 의원은 신한은행이 2010년 4월부터 9월 사이에 여러 계좌를 불법으로 조회했다고 폭로했다. 불법으로 조회한 계좌는 야당 정치인과 동명이인의 고객의 것이었다. 이 폭로는 참여연대가 공개한 이른바 ‘비대위 활동 문건’을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참여연대가 공개한 '비대위 활동 문건' 중에서
참여연대가 공개한 ‘비대위 활동 문건’ 중에서

당시 이 일로 신한은행은 최소한 2013년까지 이러한 불법 계좌조회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한 사태는 곧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신한의 불법 계좌조회, 특단의 조치 필요하다

이번 제보자의 제보로 신한은행은 2014년 초반까지도 고객의 계좌를 마음대로 들여다본 것이 확인되었다. 신한은행의 불법 계좌조회에 대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참여연대는 금융감독당국이 신한은행의 광범위한 불법 계좌조회 의혹 전체에 대해 철저한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한편, 검찰 역시 시민단체가 이미 고발한 신한은행 불법 계좌조회 사건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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