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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름이 [7번 읽기 공부법]이라니… 제목만 봐도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것 같다. 자기계발서에 공부의 테마를 입힌 책이랄까. 하지만 가장 효과가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반복 암기라는 점에서 쉽게 부인할 수만은 없다. 누구는 몰라서 못하나… 싶은 생각이 들 뿐이지.

공부의 신 실사판?

최강입시전설 꼴찌, 동경대 가다!국내에 [최강입시전설 꼴찌, 동경대 가다!](이하 “동경대 가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드래곤 사쿠라]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미타 노리후사가 집필했고, 총 21권으로 완결된 만화다. 이 만화의 높은 인기는 일본에서의 드라마 제작으로 이어졌고 국내에서도 [공부의 신]이라는 드라마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동경대 가다]는 재정이 파탄 난 사립 고등학교를 바로 세우기 위해 폭주족 출신의 변호사 사쿠라기 켄지가 분투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각종 수험 생활 요령과 공부 방법을 소개하면서 입시생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었다.

[7번 읽기 공부법]의 저자 야마구치 마유는 언뜻 보면 이 드라마 후기가 있다면 거기 어딘가에 존재할 법한 존재다. 도쿄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대학 재학 중에 사법시험과 1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후 변호사가 됐으니까.

원제는 [동경대 수석 졸업 변호사의 7번 읽기 공부법]
원제는 [동경대 수석 졸업 변호사의 7번 읽기 공부법]

동경대 수석 졸업 변호사의 공부법

야마구치 마유는 어렸을 때 특별히 머리가 좋지도 않았고 어떤 특별한 면도 없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어떤 과외나 학원의 도움 없이 독학으로 모든 시험을 패스하고 변호사가 됐는데, 그 비결이 이름도 무시무시한 “7번 읽기 공부법”이라는 방법이라는 거다. 이 책의 프롤로그 제목을 보면 저자가 얼마나 이 방법을 신뢰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누구나 읽기만으로도 ‘공부의 신’이 된다.

과연 이 말이 맞을까? 주야장천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읽는 것만으로도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 흥미롭게도 슬로우뉴스와 인터뷰를 했던, 미국에서 활동 중인 변호사 T.K.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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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식 외우기 공부법이 통한 건가.

외우는 건 자신이 있었고, 공부의 기초체력이랄까. 그런 게 있었다. 그때 생각으로는 이런 게 효과가 있지 않았나 싶다.

– 한국 교육의 특징인 ‘주입식 암기’ 공부법은 여기저기서 비판대상인데.

한국 교육법은 분명히 효과가 있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대개는 강하게 반론한다. 이런 식이다.

‘한국교육이 효과가 있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사람이 하는 일에는 이유가 있다는 거다. 한국 교육이 이렇게 학생 조지고, 잡는 건, 그게 효과적이고 이유가 있어서 그런 측면이 분명히 있다.

왜 남의 눈으로 자신을 보는가 – T.K.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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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누구나 단순 암기를 열심히 하고, ‘조지는 방식’을 통해 공부를 잘하게 된다면 이 세상에 공부를 못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즉, 7번을 읽든 77번을 읽든 자신에게 맞고 효율이 높은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무엇을, 어떤 자세로 7번 읽을 것인가

제목이 전부일 것 같았던 이 책이 전해주는 정보는 엄청나게 대단하다기보다는 소박하고 실용적이다. 예를 들면 “7번 공부법을 위한 완벽한 교재”라는 챕터에서는 어떤 책을 가지고 “7번 읽기”를 해야 할지 알려준다. 저자가 강조하는 건 두 가지이다.

첫째, 단 한 권을 여러 번 읽어야 하므로 해당 책이 포괄성을 가져야 한다는 거다. 불충분한 정보를 담고 있다면 머릿속에 누락이 되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서 “되도록 배워야 할 내용을 빠짐없이 포함하는 책”을 골라야 한다는 것.

둘째, 글씨가 크거나 그림이 많은, 이른바 친절한 책들을 오히려 피하라고 한다. 삽화가 많거나 글자가 크다 보면 아무래도 정보의 양이 줄어들고 그러다 보면 정보의 포괄성이 줄어든다는 거다. 또한, 그림으로 내용을 파악하다 보면 나중에 그걸 자신의 언어로 풀어내는 데에는 오히려 힘들다는 것.

진득하게 공부해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그 밖에도 이 책은 의도치 않은(?) 자기 자랑과 함께 여러 번 읽기 위해 도움이 되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좋은 머리보다는 공부 전략이 중요하다거나 자신의 발전을 위해 공부가 필요하다는 식의 현실적인 접근으로.

이 책의 내용은 읽다 보면 “당연하네.”, “누가 이걸 모르나?” 하는 말이 튀어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학창시절 때부터 이런 식으로 여러 번 읽어가며 공부를 한 사람은 뜻밖에 드물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학교를 졸업하고 난 후에도 계속해서 공부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학창시절에 배운 것만 기억에 남고 그 이후에 공부한 것들은 잘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도 주인공 서봄과 한인상에게 사시 공부를 시키는 과외 강사도 책의 내용 전체를 머릿속에 넣으라고 주문한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통암기법이 학습 효과가 좋다고 말하지만 대부분 시작도 하기 전에 겁을 먹는다. 엄두가 안 나기 때문이다.

[7번 읽기 공부법]은 그런 선상에 있다. 무조건 다 외우는 건 시작도 하기 전부터 질리고 무시무시한 방법이라면 일단 몇 번이라도 읽어보는 걸로 시작해보자는 거다. 그런데 너무 적게는 말고 한 일곱 번 정도만.

저자는 단지 경험을 통해 그 공부법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방법을 책 전체에서 예시를 들어줄 뿐이다. 물론 저자의 자기 자랑이 좀 지나친 게 단점이긴 하다. 동경대 수석 합격에 대학 재학 시절 사시를 패스한 사람이니 그냥 자기 경험을 써도 자기 자랑으로 보일 수밖에 없으니 그냥 넘어가는 수밖에. 공부의 효율을 높여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리고 이런 식으로 공부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도전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7번 읽기 공부법
[7번 읽기 공부법] | 알라딘 | 예스24 |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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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1. 저는 주입식 암기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주입식 암기가 전부라고 가르치는 교육방식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사실 지금도 많은 교직원분들이 공감하고 바꿔나갈려고 노력 중에 있습니다.) 공부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생각을 넓혀가는 방법이 있고, 호기심을 자극해 깊게 들어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주입식 암기가 필요한 부분이 있을텐데, 과거에 대한 반발로 그러한 외우는 방법이 배척당하는 것은 부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2. 글쎄요,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라는 심리학적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에는 반복읽기는 효과적인 공부방법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데요

  3. 동의합니다. 아마 반복읽기가 의미하는게 단순암기가 아니라 intensive reading이겠죠. 어떤 방식으로 읽느냐에 따라 효과가 천차만별이니까.

  4. 제일 현실적인 게시글인듯 하네요. 이 책을 보고 얼마전에 시작했습니다. 7번째 돌려보고 있는데 이제야 좀 감이 잡힐듯 말듯 합니다. 7번은 더 돌려봐야 좀 암기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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