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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info”]망중립성이 통신 영역 최대 화두입니다. 최근 카톡 보이스톡 출시와 LG유플러스의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전면허용 선언,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KT의 삼성스마트TV 차단 사건까지도 결국은 망중립성 문제와 연결됩니다. 슬로우뉴스는 망중립성 강좌 ‘혁신의 망, 자유의 망, 평등의 망’의 강사 네 명이 이야기하는 망중립성 칼럼을 총 4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두 번째로 다음커뮤니케이션 정혜승 대외협력실장이 기술 혁신과 망중립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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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서비스가 망을 과도하게 점유해 다른 서비스 품질까지 떨어뜨린다.”
“고객 보호를 위해서 일정한 인프라를 갖추도록 규제해야 한다.”
“망 이용대가를 부과하고 상호접속료를 정산해야 한다.”

최근 카카오 보이스톡으로 인한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mobile Voice over Internet Protocol) 논쟁에서 들어본 듯한 주장인가? 실제로는 2000년 무렵 기록이다. 세계 최초로 인터넷전화 ‘다이얼패드’를 선보였던 새롬기술을 비롯한 ‘인터넷전화’(VoIP, Voice over Internet Protocol) 업체들이 속속 등장했을 때다. 통신사들은 망에 부담된다고 펄쩍 뛰었고, 망 이용대가를 요구했다. 다이얼패드는 발신만 되고, 착신은 안 되는 반쪽 짜리 전화가 됐다. 규제 압박도 거셌다.

결국 골리앗에 쓰러진 다윗들

기업의 흥망성쇠를 몇 가지 이유만으로 단순하게 설명하기는 어렵겠지만, 기술 혁신의 총아로 떠올랐던 새롬기술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5년 다이얼패드는 야후에 310만 달러에 팔렸다. 그 해 다이얼패드의 CEO였던 크레이그 워커와 빈센트 파켓은 그랜드 센트럴이라는 새 회사를 창업했고, 2년 뒤 이 회사를 구글에 9500만 달러에 매각했다. 2011년에 등장한 구글보이스는 이들의 작품이다. VoIP 서비스의 비즈니스 가치를 실제 따져보는 건 간단하지 않지만, 스카이프는 MS에 85억 달러에 매각됐다.

그러나 국내에서 VoIP에 도전했던 ‘다윗’ 중소 사업자들은 거의 사라졌다. 망 품질이나 망 이용대가, 규제 방안 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동안, ‘골리앗’ 망 사업자들도 070 번호를 앞세워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VoIP 시장에는 망 사업자나 일부 대기업만 살아남았다. 애초 인터넷전화는 망을 기반으로 하는 무료 서비스 모델로 등장했지만, 이제는 묶음 요금제에 따라 끼워 파는 대상일 뿐이다.

mVoIP 혁신도 VoIP 시장처럼 좌절할 것인가

유선 인터넷전화(VoIP) 시장 잔혹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면, 앞서 제기한 논란들은 무선 인터넷전화(mVoIP)시장에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최근 카카오 보이스톡 덕분에 온 국민 관심사가 됐지만, mVoIP 논란은 작년에 본격화됐다. 2011년 2월 등장한 다음 마이피플 mVoIP는 4만 원대 이하 요금제 3G에서는 차단됐다. VoIP 때와 마찬가지로 망에 부담된다고들 했다. 하지만 mVoIP은 트래픽 부담이 미미하다. 실상 통신사에도 음원 서비스나 IPTV를 비롯해 mVoIP보다 망 부담이 훨씬 더 큰 서비스가 적지 않다.

시스코(CISCO)는 2016년 mVoIP 트래픽이 전체 모바일 트래픽의 0.3%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설혹 트래픽 부담이 크다고 해도, 망 사업자가 함부로 서비스를 차단해서는 안 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011년 12월에 발표한 ‘망중립성과 인터넷 트래픽에 관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1) 망의 안전성과 보안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경우, 2) 일시적 과부하 등에 따른 망 혼잡으로부터 다수 이용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3) 국가기관의 법령에 따른 요청이 있거나 타법의 집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등 세 가지 경우에만 망 사업자의 ‘합리적 트래픽 관리’가 예외적으로 인정된다. 이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망 사업자가 합법적 서비스를 차단하거나 불합리하게 차별해서는 안된다. mVoIP는 세 가지 경우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카카오 보이스톡이 본격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면서 저항도 거세다. 일각에서는 mVoIP 확산이 산업 발전, 이용자 편익, 국익 등을 저해한다고 펄쩍 뛴다. 그러나 인터넷 기업들의 기술과 서비스 혁신이 왜 산업 발전에 도움이 안된다고하는가. 다이얼패드 기술이 처음에는 불완전했다고 하더라도, 도전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IT 생태계에는 훨씬 더 낫지 않았을까.

mVoIP를 위한 변론

mVoIP를 전면 허용하면, 망 사업자 수익이 감소해 결국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까. 세계적으로 통신사들의 음성 수익 감소세만큼이나 데이터 수익 증가세도 뚜렷하다. 미국에서는 2013년 망 사업자의 음성 수익과 데이터 수익이 역전될 것으로 조사됐다. KT의 경우, 무선 데이터 매출이 2010년 전년 대비 24.4% 증가한 1조 4000억 원을 기록한데 이어 모바일 트래픽이 급증한 2011년에는 전년 대비 49.1%의 성장세를 나타내며 2조 원대로 늘어났다.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는 것은 망 사업자에게 해가 되는 일이 아니다. 카카오 보이스톡, 마이피플, 라인 등을 비롯해 동영상 서비스까지, 좋은 서비스와 컨텐츠가 있어야 더 많은 데이터를 사용하고, 요금제를 상향조정하게 된다. 쓸만한 서비스가 없다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 현재 우리 요금제는 GDP 대비 요금 수준을 따져볼 때, 세계적으로도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mVoIP 탓에 음성통화 수익 감소로 통신사가 휘청거릴 상황인지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수조 원대 마케팅 비용과 배당금을 지불하는 망 사업자의 수익 구조부터 투명하게 따져보는 것이 먼저다.

망 투자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할 것이라는 우려도 망 사업자의 기술 혁신을 무시한 주장이다. 기술 혁신을 통해 망 투자비용은 계속 줄어든다. 아이폰이 도입된 2009년 11월 이후 스마트폰 활성화에 맞춰 급증한 망 투자비용은 이미 상승세가 꺾였다는 분석도 있다.

망 투자비용은 계속 눈덩이처럼 불어날까? 연세대 모정훈 교수는 기술 혁신에 따라 무선망 투자비용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더구나 통신사들도 4G 시대에는 mVoLTE(mobile Voice over Long Term Evolution)서비스를 시작하고 있다. mVoLTE는 기존 음성통화와 달리, 본질에서 패킷망, 즉 데이터 망을 이용하는 인터넷서비스다. 망을 가진 사업자들이 망이 없는 사업자들과 같이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자사 서비스와 경쟁하는 서비스라고 해서 차단하거나 차별하는 것이 공정한가.

mVoIP는 기술적으로 과거 메신저 서비스의 음성 채팅과 다를 바 없는 데이터 서비스다. 그런데 월 500MB 데이터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이용자가 특정 데이터 서비스만 쓸 수 없다면,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글로벌 무한경쟁 속 무모한 딴지

애플 무료 영상통화인 페이스타임은 이제 3G에서도 가능해진다. 국경 없는 인터넷 시장 답게 mVoIP 역시 국내 카카오 보이스톡, 마이피플, 라인은 해외 사업자인 스카이프, 바이버, 그리고 페이스타임과도 경쟁해야 한다. 페이스북 내 그룹대화나 구글행아웃 등 웹에서 쓰는 인터넷전화까지 서비스는 갈수록 다양해진다. 한국의 망 사업자나 정부가 뭐라 해도, 이들에게 추가 부담을 지우거나 규제 의무를 강화하기는 쉽지 않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인터넷 시장에서 종종 토종 기업만 불이익을 당하는 역차별이 mVoIP에서 또다시 반복될 것인가.

인터넷망 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혁신과 도전은 계속되어야 한다

mVoIP은 기존 음성통화망이 아니더라도 데이터 패킷에 음성을 태워 망을 통해 서비스하는 신기술이다. 아직까지 통화 품질이 완벽하지 않은, 이제 걸음마 단계인 서비스다. 영상 통화, 다자간 통화, 어떤 방식으로 진화할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기술 혁신이 계속될수록 이용자에게 좋은 일이라는 점이다. 심지어 망 사업자에게도 훨씬 더 유익할 수 있다. 음성통화 수익 감소세를 늦춰가면서 버티기보다, 치열한 혁신 경쟁에 바로 뛰어드는 편이 망 사업자의 미래이어야 하지 않을까. 망 사업자든, 망 없이 인터넷 신기술에 덤비는 사업자든, 도전은 계속되어야만 한다.

망이 중립적이지 않고, 서비스마다 차별적이라면, 이용자는 컨텐츠마다 별도 부가되는 요금제를 만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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