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LG유플러스(LG U+)가 카카오톡의 음성전화 서비스인 보이스톡을 포함한 모바일 인터넷전화 (이하 ‘mVoIP’)를 전면 허용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mVoIP에 대해 전면 금지를 해오던 LG유플러스가 2012년 6월 7일 광화문 세안프라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늘부로 모든 mVoIP를 허용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제까지 이통3사는 한목소리로 mVoIP가 수익성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거나 아예 금지해왔는데, LG유플러스가 이를 뒤집은 셈이다.

LG유플러스의 070 플레이어와 카카오톡의 보이스톡

사실 이날 LG유플러스 발표는 카카오톡의 보이스톡을 비롯한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전면 허용 선언을 위한 자리가 아닌, 스마트폰 인터넷 전화기 ‘070 플레이어’를 출시를 알리기 위한 자리였다. 070 플레이어는 전화 기능은 기본이고, 다양한 기능을 보유한 서비스로, 그 기능과 부가 혜택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그룹통화 기능 (최대 4명)
  • 채팅 기능 (최대 100명)
  • 채팅 중 사진, 동영상 공유 기능
  • U+HDTV 무료 이용
  • TV 채널의 실시간 방송 시청 기능 (30여 개)
  •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다시보기 기능
  • 라디오 방송 청취 기능 (전세계 5만여 개 채널)
  • 엠넷의 동영상 스트리밍 컨텐츠 무제한 무료 이용

서비스 요금은 월 기본요금 4,000원부터 시작해 시내외 구분 없이 3분당 38원, 휴대폰에 걸 때는 10초에 7.25원이며, 그 외 다양한 요금제를 지원한다. 기존 인터넷전화(VoIP) 서비스보다 기본요금이 올라가긴 했지만, 서비스 면면을 살펴보면 최근 스마트폰에서 인기가 있는 채팅, 그룹통화, 사진 공유 등 기존 인터넷전화에서 볼 수 없던 기능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기술 혁신과 공격적인 서비스로 반전을 노리는 LG유플러스

이날 발표에서 LG유플러스 SC본부 이석재 스마트홈사업부장은 “현재 인터넷 전화 서비스의 가입자당매출(ARPU)은 8000원 수준이다. 070플레이어를 통해 ARPU 상승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LG유플러스는 2006년 처음 국내 인터넷전화 시장이 열린 후로 줄곧 시장점유율 1위를 달렸다. 하지만 2011년 초고속 인터넷과의 결합상품 등을 통해 시장을 공략한 KT에게 1위를 빼앗겼다가 올해 초 기업용 시장에 적극 뛰어들면서 다시 1위를 되찾은 바 있다. (2012년 3월 기준. 인터넷전화 가입자 수는 11,019,850명)

따라서 이번 발표 역시 기술 발전이나 서비스 혁신 없이는 포화 상태로 평가되는 인터넷전화 시장에서 자사의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대폭 향상시켜 수익률을 개선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더불어 소비자 입장에선 기존 유선전화 서비스와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할 수 있다.

사실 LG유플러스가 자사의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위해 mVoIP를 전면허용한 것은 아니다. 070 플레이어는 실내 무선 전화기 컨셉이고, 카카오톡은 핸드폰의 서비스이기 때문에 서로 서비스가 완전히 겹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면에선 서로 경쟁 관계에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선도적으로 나가기로 했다’면서 자사의 LTE 가입자 유치전에서 먼저 치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러한 자신감은 LG유플러스가 이통사 세 업체 중에서 3등이기도 하지만 무선전화 서비스 가입자 1인당 매출 (이하 ARPU)면에서도 SKT와 KT에 비해 성장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일 것이다. 2012년 1분기 기준으로 SKT의 ARPU는 39,000원이고 KT는 32,000원인데 비해 LG유플러스는 31,000원 수준이다. 게다가 그동안 3G 서비스를 못한 LG유플러스는 기본요금을 포함한 각종 저렴한 요금제를 사용하는 2G 가입자 한 명을 월 62,000원짜리 LTE 가입자로 전환시켜서 얻어지는 효과가 다른 이통사와 비교할 수 없이 매우 크다.

즉, LG유플러스의 이날 행사는 인터넷 집전화 서비스 고급화를 통해 ARPU를 높이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mVoIP를 적극 허용하면서 더 높은 요금을 지불할 수 있는 무선 가입자 유치에도 힘을 쓰겠다는 투 트랙 전략으로 풀이할 수 있다.

기술 혁신을 통해 윈윈해야 할 시점

한국의 통신사들은 자유로운 영리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사기업이면서, 동시에, 한 국가의 보편적인 ‘기간 역무’를 수행해야 하는 사업자다. 김기창 고려대학교 법대 교수는 “혁신의 망, 자유의 망, 평등의 망” 강좌에서 “미국의 FCC는 인터넷 규제 가능여부에 대해 권한이 있는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규제 권한이 명확히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 통신은 보편적 역무이므로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무조건 연결해줘야 한다”면서 “인터넷 서비스의 혁신은 자유로운 인터넷의 유지에 달려있다. 몇몇 망사업자의 이해관계를 위해 모든 사용자들의 혜택을 늦출 뿐이다”고 발언한 바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수익률이 낮아지면 여러 조치를 취함으로써 수익률을 올리려는 시도는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 시도가 법규와 제도에 명시된 업무를 거부하면서 수익률에 집착하는 것이라면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규제받아 마땅하다. 수익률이 떨어지면 막대한 자본이 투여되는 네트워크에 투자할 여력이 없어진다는 것도 사실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 매년 천문학적인 매출과 순이익을 기록하는 통신사들이 한 해 마케팅에 쏟아붓는 비용은 무선부문 매출의 20%를 상회한다. 반면 기존에 비해 투자비용이 급격히 증가했던 2010년의 투자비 지출 규모는 매출의 10% 에 그치고 있다. 심지어 지금보다 상황이 좋던 2008년경에는 투자비가 마케팅비의 1/3 수준이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기술투자와 새로운 사업에 대한 시도는 소극적이면서 소모적인 마케팅비에 더 많은 비용을 들이고 있는 셈이다.

또한 이통사들은 그동안 순이익의 50% 정도를 꼬박꼬박 배당하고 있다. 물론 배당은 기업이 투자자들에게 해야 할 당연한 행위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술투자보다는 마케팅에 힘을 쏟으며 수익률이 떨어져 힘들다는 업체들의 말과는 사뭇 반대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게다가 국내 이통사들의 외국인 비율이 50% 정도라는 점을 보면 국내 무선통신 시장에서 발생한 25% 정도의 수익은 재투자 기회 없이 꼬박꼬박 외국자본에게 넘어간다는 뜻이다. 지난 몇 년간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혁신적인 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며 기록적인 수익률과 기록적인 주가 상승을 보여준 애플이 지난 17년 동안 주주들에게 배당하지 않았던 것과는 여러 모로 대조적인 부분이다. (애플 역시 17년 무배당 기록을 깨고 최근 주주들에게 배당을 약속했다.)

LG유플러스의 mVoIP 전면허용 선언에 대해 일부 매체는 카톡전화 공짜라 좋아했는데…전화 요금이 `헉`, 카카오 ‘보이스톡’ 무료통화?….자칫하면 요금폭탄과 같은 낚시성 제목을 달아 소식을 전하거나 “카카오톡 무료통화, 소비자에겐 되려 손해” 왜? 와 같은 기사를 통해 기존 이통사 논리를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 해당 기사에서 SK텔레콤이 “유선 인터넷전화는 망 이용대가, 사업자 간 정산체계 도입 등 제도화를 거쳐 도입됐지만, mVoIP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라고 지적은 문제의 핵심을 피하는 핑계로 들릴 수도 있다. 왜냐하면 스카이프나 Viber(바이버), 마이피플 등 국내외에서 mVoIP 서비스가 시작된 지 몇 년이나 지난 이 시점에서 아무런 기술적/제도적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8일 방송통신위원회는 보이스톡 출시로 불거진 ‘mVoIP과 망중립성’ 논란에 대해 기자간담회를 갖고, “mVoIP 허용 여부를 시장 자율에 맡긴다”면서 사실상 기존 통신사업자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방통위가 지난해 12월 마련한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에 비춰봐도 무책임한 모습으로 평가된다.

통신사들에게 mVoIP 허용을 포함한 망중립성 원칙을 이행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는 통신사들 수익률을 낮추려는데 있지 않다. 망중립성 원칙은 여러 사업자들이 기술혁신과 다양한 서비스를 사용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수익률을 올리고, 사용자들은 혁신적인 인터넷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대적인 흐름에 LG유플러스가 첫발을 뗀 셈이다. 이제 다른 이통사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