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마지막 날, 한겨레는 ‘특종’을 냈다.
세월호와 더불어 2014년 최대 이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땅콩 회항’ 사건의 장본인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에게 동생 조현민이 “복수하겠어”라는 문자를 보냈다는 사실을 전한 것.
그 기사 전문은 아래와 같다.
나는 조현민 ‘복수 문자’는 상당히 심각한 사건이라고 판단한다. 조 씨 자매의 후안무치와 개념 없음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당연히 문제지만, 압수물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처리는 더 심각한 문제다.
조 씨 자매보다 더 큰 문제… 법원과 검찰의 사생활 침해
위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법원과 검찰은 해당 문자 내용을 기자에게 공개하고 설명했다. (“30일 법원과 검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것이 왜 문제인가?
- 압수물은 수사를 위한 자료로써 이용하기 위해 국가가 수거 보관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이지 해당 내용을 수사 종결하기도 전에 공개할 권한까지 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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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민은 이번에 구속된 조현아의 위법 사실에 관한 당사자가 아니다. 항공법 위반이나 그에 부수하는 증거인멸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라는 얘기다. 설사 조현아의 행위에 가담하여 해당 수사의 피의자가 되었다 하더라도 해당 문자 내용(“반드시 복수하겠어”)은 위법 사실과는 무관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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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수사와 무관한 사적인 내용은 압수물을 관리하는 검찰과 법원에 의해 공개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오히려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국가기관에 의한 명백한 프라이버시 침해다.
‘복수 다짐’ 문자 사건과 카카오톡 감청 논란
다시 말하지만, 조현민이 조현아에게 보낸 문자는 수사와는 관련이 없는 국가기관이 공개해서는 안 되는(=보호해야 하는) 사적 정보다. 그런데 보안을 지키기는커녕 수사가 종결되지도 않은 사건에 대해, 더욱이 사건과는 직접 관련도 없는 사적인 정보를 언론에 흘린다?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혹자는 전무가 전 부사장에 보내는 문자이니 공개해도 괜찮다는 의견도 접했다. 문자 정보의 법적인 성질은 수사를 통해 밝힐 일이다. 언론에 미리 유출해서 ‘마녀사냥’을 벌일 내용은 전혀 아니다. 그런데, 조현민의 ‘문자’는 어떤 정보일까?
- 조현아 사건과는 직접 관련 없는 자매간의 (왜곡된 애정을 담은) 사적인 대화. (상식적으로 해석하면)
- 백 보 양보해 사건과 관련성이 있더라도 아직 수사 중이기 때문에 공개해선 안 되는 정보.
- 그 내용을 특정할 수조차 없는 정보. (한겨레 기사도 썼듯, “누구를 복수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지는 불확실”)
위 1. 2. 3. 어느 경우라도 해당 정보를 당사자의 의지에 반해 공개할 권한을 가진 사람은 없다. 그런데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듯, 사생활 침해의 주체가 바로 검찰이고, 법원이다.
본 건은 피의사실공표와도 무관하다. 조현민이 피의자도 아닐뿐더러 (피의자는 조현아다) 조현민의 문자는 피의사실의 내용과도 무관하기 때문이다. 이 건은 그대로 공무상비밀누설죄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간단히 질문해보자.
공개해선 안 되는 압수물에 관한 보안도 지키지 못하는 검찰과 법원이 아무런 저항 없이 사회적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면 어떤 일이 생길까? 조현아와 같은 ‘악당’을 조롱하고, 뻔뻔해 부끄러움을 모르는 조 씨 자매를 비판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제공했으니 좋은 걸까? 이런 사적인 정보 혹은 아직 수사상 확정되지도 않은 정보도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는 공개해도 좋은 걸까?
2014년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카카오톡 감청 이슈를 많은 독자들이 아직 기억할 거다. 당신이 만약 감청이나 휴대폰 압수에 의해 그 개인 대화 정보가 수집된 피의자의 카카오톡 지인이라면, 그래서 사건과 전혀 무관하게 피의자와 카톡을 통해 대화를 나눴다는 이유만으로 당신의 사적인 문자 대화가 검찰이나 법원에 의해 공개된다면? 역지사지하면 바로 답 나온다.
이렇게 신뢰할 수 없는 검찰(국가기관)이 다음카카오를 상대로 감청자료를 주지 않는다 하여 격분하고, 그에 대해 직간접적인 압력을 행사한다. 그야말로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강조하지만, 나는 조현아나 조현민을 두둔하려고 이런 글을 쓰는 게 아니다. 땅콩 회항 사건은 엄정한 수사를 통해 책임 있는 당사자들을 일벌백계해야 한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검찰과 법원을 통한 사생활 유출 역시 그 책임자를 처벌해야 마땅하다. 해당 문자의 유출 경위를 명백히 밝히고, 그 과정에서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검찰 또는 법원 담당자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지않고 공권력이 자행하는 사생활 침해를 아무렇지 않게 묵인한다면 조 씨 자매가 우리 사회에 끼친 해악보다 훨씬 더 큰 해악을 우리 자신에게 가져올 것으로 나는 확신한다.
조현민의 ‘복수 다짐’ 문자는 국민의 알 권리일까
또 다른 논점으로 ‘복수 문자’를 보도한 한겨레 기자는 옳은 일을 한 것일까. 해당 기사를 찬찬히 다시 읽어보자.
- 조현민은 조현아에게 “반드시 복수하겠어”라는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 기자에게 이 정보를 확인해 준 정보원은 “30일 법원과 검찰의 설명”이라는 문구를 보건대 법원과 검찰(관계자)이다.
- 그런데 “확인됐다”고 말한 이 정보는 그 물적 증거를 기자가 직접 확인한 정보는 아니고 전해 들은 정보다. 기자는 “영장실질심사 때 제출된 수사 자료에 포함된 것이라고 전했다“고 썼다. 직접 기자가 눈으로 확인한 것이 아니라, 법원과 검찰(관계자)의 “설명”을 통해 들은 정보다.
즉, 기자는 검찰/법원 관계자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기사로 썼다. 땅콩 회항 사건에 관한 국민적인 관심(비판 여론)이 팽배해 있는 와중에 이런 ‘건수'(특종)를 보도하지 않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한겨레 기자를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직접 확인하지도 않은 한 개인의 사적인 정보(문자 대화)를 그저 국민적인 관심이 있는 사건 피의자의 가족/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보도하는 것은 찬성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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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보도와 관련해 한겨레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미디어오늘 기사
- 미디어오늘 – 조현민 ‘복수 문자’ 한겨레 보도는 사생활 침해인가 (강성원)
- 업데이트 시각: 2015년 1월 1일 오후 10:35
국민들은 정황상, 그리고 감정적으로 대한항공측이 증거인멸교사의 혐의 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증거인멸교사 혐의도 수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조현민과의 카톡 내용은 수사의 대상입니다.
피의사실공표금지 조항은 실상 거의 사문화되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국민들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된 대부분의 사건에서 피의사실은 항상 공표되어 왔습니다. 아울러, 피의사실공표금지를 철썩같이 지켜서 유죄판결을 받지 않은 이상 모든 정보를 차단한다면 국민은 어디서 정보를 얻습니까.
ㅇㄱㄹㅇ
저것이 국민들이 반드시 얻어야 하는 정보입니까?
조현아 조현민 자매의 애정표현이라고 치부할 수만도 없는게 이번 사건입니다. 사실상 혈연관계로 이루어진 재벌 기업의 운영진. 그리고 그 사람들의 횡포가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충분히 보여졌다고 생각하는 가운데 바로 그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의 복수 발언이 과연 그렇게 사소한 발언일까요?
글쎄 알 권리보다는 흥미를 끌기 위한 사생활 털기라는 생각이 드는데.. 별다른 기준도 없이 수사와 무관한 가족간의 감정적인 문자까지 검찰이 노출시킨다면 추후에도 문제 발생의 소지가 다분할 것 같네요.
대체적으로 공감은 하지만 피의자 이외에 ‘피해자도 존재하는 사건’인만큼 또는 그 주변인들인 대한항공 직원들에게 있어서 꼭 알아야하는 정보인 측면도 있지 않나 싶네요.
그렇게 따지면, 스포츠기사, 연예기사는 죄다 없애버려야겠네요?
……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면서까지) 대중이 원하는 정보인가, 가 중요할 것 같군요. 유명인의 가십을 대상으로 한다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는 스포츠기사나 연예기사도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곤 하니까요.
사생활침해인지를 누가 모를까요. 단지 조사건이 끝나기도 전에 이런 전환글은… 이 글의 작성자가 무슨 관계인지가 궁금하네요.
조사건 완결되고 나서 논한다면 받아들이겠음.
당신 딸을 포함한 다른사람들의 귀가시간이 핸폰 메모에 기록되어있었는데, 안알려줘서 당신딸이 죽었다면?
이 기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
222……
관심법인가요.
그런 급박성을 요구하는 정보로 보이지 않는데요.
그 기준을 한번 다른 사례들에도 죽 적용해보고 그 각각의 사례들에서 부작용이 없을지 한번 생각해 보아요.
저는 괜찮은거같은데…정치나 법률같은 무거운 주제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이렇게라도 이슈를 만들어야 사람들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않을까 싶어요..국민들 머리에서 잊혀지는순간 다 끝나잖아요..ㅎㅎ다분히 주관적인 생각이고 그렇다고 이 글이 틀렸다는건 아니구요!
근데 전 만약에 제 카톡내용이 범인 잡는데 도움이 된다면야 얼마든지 공개할건데 굳이 숨기거나 캥겨할 필요가 있을까요..모든 사생활이 노출되는건 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대화내용정도는 상관없을거같은데…
그렇게 하나하나 사생활 보호해야한다고 걸고 넘어지면 CCTV도 못달죠 ㅜㅜ
대한항공이 정부에 잘못 보인게 있나보다. 이런 일이 그냥 우연히 생길 수는 없지요.
기자 새끼 돈 받아처먹었네 ㅋㅋㅋ 맛있디?
스포츠기사 연에기사에 연예인들 문자내용이나 그사람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기사는 나오면 안되는거죠, 선이라는게 잇죠 여기서 저위에 “얻어야할정보인가요?” 라는 말의뜻은 조현아 동생 문자가 쓸모없는 내용이라는게아니라 조현민은 이번 항공사건에 대한 피의자도 피해자도 아니며 구체적으로 누구에게복수하겟다란 내용도 없엇으며(만약 잇엇다면 복수대상에게는 중요한 사실이기에 알려야하는게 마땅하지만,복수하겟어 란 이문자가 과연 어떤사람에게 어떤방식으로라도 도움이되거나 위험을 피해갈수잇는 정보인가요?) 게다가 직접확인된것도 아니기에 그런기사를쓴 기자도 잘못이지만 수사가끝나기도잔에랑상관없이 이번수사와관련이없는 사람을 그렇게 개인정보를 유출시키면 안됫다는거죠^^ 저땅콩먹어보고싶네요
여동생이나 언니 사이가 그럴수도 있어요…위로의 말이죠…그건 일반인들도 똑같아요…그리고 이게 위협이 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이걸 공개한것은 그냥 가십에 불과해요..솔직히 땅콩사건은 싫지만 자매간에 애정을 갖고 그러는거는 여동생의 언니로써 정말 좀 아닌 것 같아요
동의합니다
음.. 연예인기사는 보면서 저런내용은 사생활침해라는분들이 계신데 연예인이 공인이라며 사생활을 보도하는것은 옳은..행동인가요? 국민들의 알권리라며 개인의 사생활보도를 정당화하는것은 그 개인에게는 인권의 침해일 수가 있는거에요 아무리 공인이라고해도요
이 문자에대해서는 사실 옳고그름이 어느선인지 지식이짧아서 잘 모르겠지만 없지만 연예인 사생활침해를 당연시하지는 않는게..^^
아이구님이 검찰 조사를 받는 중에, 아직 죄의 유무가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정보들이 새어나가는 경우랑 비슷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사실 권력형 범죄든 뭐든 간에, 검찰은 ‘아직 조사중이라 말할 것이 없습니다’라는 입장을 견지하는 게 가장 모범적인 것이라고 봅니다. 그게 무죄추정의 원칙하고도 맞기도 하고… 권력을 견제하는 건 언론의 일이니 언론이 권력형 범죄 수사의 과정을 계속해서 파헤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법원이나 검찰이 직접 나서서 이런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건 왠지 마뜩치 않아요.
한겨레는 점점 보수의 길을 걷는건가… 홍세화 돌아와쥬세요 ㅠㅠ..
추가적으로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도 있는데, 이 사실을 공개한 주체가 어디인가에 대한 것입니다(만약 이것이 기자의 탐문조사로 밝혀진 것이라면 좀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물론 그 경우에도 프라이버시를 고려하긴 해야 합니다만). 그리고 그 주체가 해야 하는 일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것도 말입니다.
투명한 조사를 위해 유명인의 조사과정을 수시로 공개한다고 해도, 사안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팩트의 중립적 공개가 아니고서야 억측을 불러일으킬 만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정석일진대(물론 지금까지 이거 졸라 안지켰죠),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범죄에 대한 관심법을 남발하는 게 용인된다면(그것도 엄정해야 할 국가기관이), 다른 사안에도 이를 적용했을 때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지요.
벌레 한 마리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결과가 되지는 않을지 경계하는 태도도 필요하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