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 슬로우뉴스는 슬로우뉴스와 보리출판사와 슬로우뉴스가 함께하는 독자 이벤트 기획 일부로 서평 기사를 제안했습니다. 보도용으로 받은 책 두 권 이외에 어떤 대가도 없었음은 물론입니다. 이 글은 오롯이 필자 ‘설렌’의 독립 리뷰입니다. (편집자)[/box]
김훈은 ‘밥벌이의 지겨움’ 말미 인터뷰에서 노동은 인간을 파괴하는 요소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한 인간을 봤을 때 뭘 해먹고 사는지 감이 안 와야 그 인간이 온전한 거라고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는 평생 노동을 하고’, ‘이 사회는 노동에 의해 구성돼 있다’고도 했다. 인간과 노동의 관계는 서로 떼어낼 수 없는 것. 그렇기에 우리는 오늘도 무거운 몸을 억지로 깨워 출근하고, 그렇게 번 돈으로 진짜 밥을 해 먹으며, 가족을 챙기고 휴일에는 나들이도 한다. 그 밥벌이로 희망을 직조하고, 오늘보다 나은 미래를 기대해 보기도 한다. 삼포 세대에게는 밥벌이(취업)가, 그 자체로 존재에 대한 증명이다. 하지만 만약, 그 노동이 우리의 삶을 위협한다면? 나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파괴하고, 가족을 단합시키는 게 아니라 해체한다면?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황유미 씨와 황민웅 씨에게 노동은 죽음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들의 일터가 그들을 죽음으로 이끌었다. 그 둘은 청정산업으로 불리는 반도체 제조공정 핵심 파트에서 일하면서 역설적으로 인체에 해로운 화학물질에는 일상적으로 노출되었다. 그럼에도 화학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는 교육받지 못했다. 결국 황유미 씨는 입사 1년 반 만에, 황민웅 씨는 입사 7년 만에 백혈병에 걸려 결국 유명을 달리한다.
[사람냄새](김수박), ‘죽음의 공장’을 정당화하는 사회
황유미 씨는 고3 시절, 가난한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삼성 취업을 택했다. 책에는 독서에 재미를 붙이고 외모에 신경 쓰기 시작한 20대 초반 유미 씨의 일상이 세밀하게 묘사돼 있다. 작가는 그녀가 바로 우리 주위의 딸, 친구들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고, 그 일상성과 대비해 그녀의 죽음이 얼마나 부당한지를 일깨워 준다. 책의 다른 한 축은 삼성이 우리 사회에서의 지위와 영향력을 어떻게 확장해 왔는지, 그 권력이 어떻게 우리 사회에 해악을 미치며 그 결과, 노동자를 절벽으로 내모는 ‘죽음의 공장’까지 정당화했는지를 묘사한다.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가 딸의 죽음이 작업 환경에 따른 산업재해임을 알게 되어 이를 보상받고자 할 때 가장 많이 들어야 했던 말은 “그 큰 회사를 이길 수 있어요?”였다. 근로복지공단조차 삼성 관련 산업재해라면 기각해버리는 현실 속에서 그는 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힘겹게 투쟁했다. 삼성은 사회단체에 알리지 말라는 조건을 걸며 돈으로 황상기 씨를 회유했지만, 유미 씨와 같은 죽음이 이미 54명 발생하고 137명이 넘는 피해신고가 들어오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희생자는 만들 수 없다는 것이 그의 뜻이다. 하지만 이 사건을 만화화한 [사람 냄새]조차도 삼성에 눈치 보는 언론사들 때문에 광고조차 실을 수 없었다.
[먼지 없는 방](김성희), 동료조차 “삼성에 그러면 안 된다”
삼성이 단지 경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신세계를 장악하고 있음은 [먼지 없는 방]까지 읽으면 더 확실해진다. 삼성반도체 공장의 사내커플로 만나 결혼한 황민웅 씨와 정애정 씨. 애정 씨는 남편의 죽음이 산업재해임을 확신하고 이를 알리기 위한 투쟁에 나서지만, 애정 씨를 벼랑 끝에 몰아세우는 건 삼성뿐 아니라, 삼성이 우리에겐 절대 없어서는 안 되는 기업이라 믿는 일반 대중이었다. 같은 공장에 다니는 사람들조차도 ‘삼성에 그러면 안 된다’며 애정 씨 가슴에 못박기를 수십 차례. ‘과연 정의란 존재하는 것일까’라며 세상을 타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애정 씨가 오늘날까지 버틴 것은 두 아이와 피해 노동자들 사이에 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민웅 씨가 산재로 생명을 잃은 후 황상기 씨, 루게릭병에 걸린 14년 차 엔지니어 이윤성 씨 등 유사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증언을 수집하면서 산업재해 인정을 받기 위해 뛰었다. 무엇보다도 애정 씨 자신이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11년간 일했기 때문에 어떤 작업이 이뤄지는지, 설비가 어떤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먼지 없는 방]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은 삼성반도체 공정에 대한 세밀한 묘사다. 이는 정애정 씨의 증언 덕에 가능했다고 보인다. 한 예로 유미씨가 근무했던 파트는 소위 ‘퐁당퐁당 설비’라고 하는데 유미 씨 때만 해도 사람이 직접 웨이퍼(반도체 재료)를 화학약품에 넣다 뺏다 하면서 세정했다. 이때 사용된 화학물질에는 인체에 치명적인 불산, 황산 등이 포함돼 있다. 이렇듯 작업환경 및 공정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는 왜 이들의 죽음이 산업재해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설득력을 더한다. 아직도 수천의 삼성노동자 중 일부만이 겪는 일 아니냐며, 그렇다면 개인적인 질병 아니냐고 무심히 되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먼지 없는 방]은 반도체 공정 자체가 인체에 미치는 위험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사람 냄새], [먼지 없는 방]. 이 책들은 글로벌 삼성, 한국 제1의 기업 삼성을 만들기 위해 제거돼야 했던 인간적인 면모를 정확히 짚고 있다. 그리고 삼성뿐 아니라 삼성을 둘러싼 우리도 삼성 공화국을 만드는데 일조하지는 않았나, 우리도 먼지 없는 방에서 사람 냄새 없이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되묻고 있다.
20~30대 젊은이들에게 삼성은 부도덕하며 사회이익을 독점하는 괴수로서 인식되지만 또 한편으로는 여전히 입사 순위 1위를 자랑하는 기업이다. 사회적 인식과 변화에 앞서서 개인의 욕망과 부귀가 우선시되는가. 개인의 열망이나 사회적 존재 확립이 결코 나쁘다거나 악한 것은 아니지만 뭐랄까 지나치게 한국 사회에 팽배한 개인이기주의와 경쟁구도 안에 일어난 비극이라고 믿는다. 여하튼 삼성 없으면 죽는다는 생각이 오류라고 봅니다. 삼성 살리면서 소수의 피해자는 감수해야한다는 논리는 자신에게만 피해가 오지 않으면 된다는 역겨운 믿음일 뿐.
먼지없는방은 읽어봤는데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삼성은 여태까지 각종 비리와 의혹들로 얼굴에 먹칠을 한 것도 모자라
자기가 싼 똥 위에서 브레이크댄스를 추고있네요.
역시 세계에서 손꼽히는 악덕회사가 되려면 능력이 없어도 욕심은 많아야 하는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