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가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것에 대한 사유는 무척 오래된 것인데, 최근에는 로봇기술과 알고리즘의 발달 덕분에 다시금 논의가 활발한 상태다. 특히 올해 초에는 뉴욕타임스에서 ‘기계가 할 수 없는 것들’이라는 칼럼이 화제가 된 바 있다. 기계가 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이란 과연 무엇일까.
기술은 발전해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칼럼의 내용은,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이 하던 일들 가운데 상당 부분이 기계가 대체할 수 있는 것이 되었는데 그중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로서 열정, 전략, 절차 설계, 유연한 협업, 근본 탐구 등의 가치가 주목받는다는 주장이다. 이런 식의 ‘기술은 발전하지만, 인간은 인간 고유의 기능이 있기에 그런 기회를 잘 활용하면 더 나은 세상이 온다’라는 식의 논지는,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개인의 자기계발에는 나쁘지 않겠으나 딱 거기까지다.
약간만 역사를 되돌아봐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산업혁명과 기계공학의 발달 속에서, 기술의 발전은 제조업에서 인간을 꽤 빠른 속도로 따라잡았다. 직능인들이 맡던 영역 가운데 상당수 또는 대부분은 기계로 대체 가능해졌고, 극소수 수공예 장인들의 영역 말고는 두 방향으로 흩어졌다.
- 하나는 동급 품질을 생산하는 기계보다 싼 저임금 노동력의 집약, 즉 스웻샵(sweat shop; 노동착취 공장)이다.
- 다른 하나는, 당대에는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보였던 관리업으로 업종전환을 이루는 것이다. ‘경영/관리'(management)는 인간의 사고가 필요하니까.
그다음은, 더 세련된 기술, 특히 미디어 기술과 전산 장비 등의 발달이 관리업에서 인간의 역할을 상당 부분 따라잡았다. 다시금 인간은 소수의 고급 분석가가 아니면 두 방향으로 흩어진다.
- 하나는 더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최대한 보전하는 좀 더 복잡하게 얽힌 악성 관료주의로,
- 다른 하나는 당대에는 인간 고유의 영역처럼 보이는 ‘사람이 사람을 대접하는’ 대민서비스업으로 업종전환을 이루는 것이다. ‘돌봄(care)’ 직종들, 특히 미국의 공공서비스 고용 비중이 좋은 예다.
기계는 계속해서 인간을 따라잡는다
그런데 그다음은, 기술이 대민서비스도 따라잡지 못할 이유가 없다. 결국, 그저 한층 더 복잡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일 따름이니까. 예를 들어 일본의 간호 로봇 발전 속도를 보면 된다. 외식이라는 서비스업에 대한 자동화 시도도 이미 현실이다. 다양한 부문의 자동화를 앞당기는 연구를 하는 소수 고급 인력은 잘 나가겠지만, 여타 직종과 격차는 벌어진다.
기술은 인간만 할 수 있다고 여겨진 것을 차례대로 앞으로도 계속 대체할 것이다. 관건은 예나 지금이나, 기술을 역행하는 러다이트 운동도, 인간의 고유성을 낙관하며 ‘새로운 기회를 잡아라.’ 하면서 자기계발을 부르짖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 훨씬 뻔하고 근본적인 이야기다.
바로, 기술로 얻어낸 혜택들을 인간들 사이에 공평하고 풍부하게 분배하는 것을 늘 발전에 관한 가치판단의 중심에 놓는 것이다.
가치판단을 인간 중심으로, 초점을 돌려야 한다
법정노동시간을 줄이고 일자리를 나누게 하는 것도 한 가지다. 생산성 향상의 열매를 더 열심히 세금으로 거두어 진취적인 보편적 공공서비스 확충에 쓰는 것도 한 가지다. 저개발지역 생활수준 향상을 위한 기술 개발에 수익의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투자하는 것도 한 가지다.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매우 바람직한 사례다. 개별 지역공동체는 그들 나름대로, 더욱 큰 차원의 국제적 공조가 필요한 부분은 또 그렇게 합의해가면서 말이다.
정말로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만의 것이라면, 인간에게 큰 가치를 부여하고 공평을 추구하는 것, 즉 인간에 대한 편애다.
…아니 그것도 언젠가는 기계가 대신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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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 캡콜닷넷에 실린 글을 슬로우뉴스 편집원칙에 따라 편집한 글입니다. (편집자)
흥미로운 글 감사합니다. ‘결론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노동은 없다. 그러니 대책을 세우자’인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