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미 요시나가의 만화 [어제 뭐 먹었어?]에서 가장 공감했던 장면이 있다.
주인공 시로가 하루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네 마트를 들러 사고 싶은 찬거리 가격을 비교하다가 가장 싸고 좋은 것을 샀을 때 그가 느끼는 희열, 또 그렇게 구입한 찬거리와 어울릴 만한 반찬이나 요리를 생각해 내는 모습이었다.
사실 ‘오늘은 이것만은 꼭 먹고 싶다!’ 싶은 반찬이나 요리가 자주 있는 편은 아니다. 그저 냉장고가 비어 장을 볼 일이 생겼을 때, 동네 마트에 들러 한 바퀴 죽 둘러보며 꼭 사야 할 몇 가지를 고른 후 그날 산 것들과 어울릴 만한 요리를 생각하곤 한다.
예를 들어 여름엔 부추가 제철이라 마트마다 부추가 풍년인데 게다가 할인이라도 한다면, 양이 많아도 일단 부추 한 단을 집어 든 다음, 부추와 어울릴 만한 다른 재료들을 생각해본다. 오이와 무쳐 겉절이를 담아도 좋고, 간장에 송송 썰어 넣어 부추장을 만들어도 좋고, 오징어를 사다가 전을 부쳐도 좋고, 이런 식으로 한 가지 재료에 꼬리를 물고 그날 다른 것들과 많이 겹치지 않는 양념이나 조리법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고심해 준비한 식탁을 마주하는 즐거움이란!
오늘 밥상은 마침 텅 빈 냉장고에 몇 가지 반찬을 채워넣어야 했기에 여러 가지를 준비해보았다. 장을 볼 때마다 빠지지 않는 두부와 버섯, 냉동실에 남아있던 한 마리 오징어를 떠올리며 미나리, 쌉쌀한 나물이 생각나 방풍나물 한 봉지, 추석을 맞아 싸게 나온 연근 한 봉지, 생각보다 간단한 어묵 뭇국을 위해 어묵과 무 한 개를 구입했다. 여러 가지를 만드느라 시간은 좀 걸렸지만, 몇 끼를 해결해 줄 반찬들을 통에 담아내자 뿌듯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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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9. 2. 오랜만에 한가로운 화요일, 저녁 식사
- 잡곡밥 (아현미,귀리,조)
- 어묵 뭇국
- 미나리 오징어 초고추장 무침
- 구운 가지와 두부, 부추장
- 연근 조림
- 느타리버섯 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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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묵 뭇국:
멸치와 대파의 흰 부분, 무를 크게 썰어 넣어 육수를 낸다. 끓기 시작하면서부터 시계를 확인하고 10분 이상 더 끓여내면, 진한 멸칫국물이 나온다. 멸치와 대파는 걷어내고, 어묵을 적당한 크기로 썰어넣고 간장과 소금으로 알맞게 간을 하고 다진 마늘을 한 큰술 넣고 푹 끓이다가 어묵이 다 끓어오르면 후추로 마무리한다.
미나리 오징어 초고추장 무침:
오징어는 먹기 좋게 썰고 끓는 물에 살짝 데쳐낸다. 초고추장은 만들어놓으면 어디든 쓸 수 있어 좋다. 오징어와 비슷한 크기로 미나리를 썰어 초고추장에 무쳐낸다.
부추장:
여름이면 늘 만들어놓고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먹는 양념장. 부추를 총총 썰어 종지에 넣고, 부추가 잠길 정도로 간장을 붓고, 고춧가루와 깨소금을 넣으면 완성. 참기름은 기호에 따라 넣는다. 여름 내내 입맛이 없을 때 감자밥이나 가지밥 등을 해서 쓱쓱 비벼 먹곤 했다.
연근조림:
연근 특유의 아삭한 식감을 살릴 수 있도록 삶아내지 않고, 곧장 포도씨유와 참기름을 두른 팬에 색이 연해질 때까지 볶다가 적당히 익으면 간장과 올리고당을 넣어 달콤 짭짤하게 조려준다. 마지막엔 깨소금으로 마무리.
느타리버섯 무침:
끓는 물에 버섯을 넣어 살짝 데쳐내고 참기름, 소금, 깨소금에 살짝 무쳐내면 완성!
아직 점심을 못 먹었는데 이걸 보러 들어오는게 아니였네요. 시금치 무침이랑 어묵뭇국은 정말 좋아하는데 그림의 떡이네요 정말.
사실 오늘 뭐 먹고싶지? 하고 생각하면 역시 매일 매일이 고기지만. . .
고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아무래도 많으시지 않을까 해요
다만 다른 것들도 맛있는 것들이 참 많답니다 입맛은 변하기도 하고, 스스로 찾아가다보면
좀 더 다른 맛들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 점심은 어떤 걸 드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