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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8월, 웹툰 [미생]으로 국민 만화가 반열에 오른 윤태호 작가와 [씨네21] 스타 기자였던 김봉석 평론가가 뭉쳐 만든 만화 전문 매체 [에이코믹스]. 슬로우뉴스는 에이코믹스 창간 직전 김봉석 편집장을 인터뷰하고 “만화 없는 만화 웹진”의 앞날을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2013년 12월 3일, 연말을 맞아 창간 후 그간의 성과와 아쉬운 점, 내년 전망과 계획을 듣기 위해 에이코믹스 사무실을 다시 찾았습니다. 그날, 마침 윤태호 작가는 [미생] 시즌2 준비를 위해 요르단에서 막 입국한 직후였습니다.

  • 인터뷰어: 뗏목지기, 민노씨
  • 인터뷰이: 김봉석, 윤태호

인터뷰는 2시간에 걸쳐서 진행했습니다. 미리 준비한 질문에 관한 답변 외에도 현장에서 생겨난 즉흥적인 대화들이 자연스럽게 섞여들었습니다. 같은 날 같은 공간에서 진행한 인터뷰지만, 1) [에이코믹스] 전반에 관한 김봉석 편집장의 고민과 구상이 담긴 인터뷰와 2) 윤태호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 힌트가 될만한 대담 부분을 중심으로 각각 재구성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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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코믹스] 편집장 김봉석
[에이코믹스] 편집장 김봉석
– 올해 8월 8일 창간 이후 에이코믹스는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김봉석(이하 ‘김’): 어느 정도 예상했던 틀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웹진’이라는, 용어는 있지만, 실체는 불분명한 것들을 만들기 위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진행하고 있다. 일단 괜찮은 것 같다. 그동안에 이런 만화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 등을 다루는 기사가 너무 없었다. 물론 부족한 점은 많지만 괜찮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 지난 인터뷰에서 약속한 윤태호 작가의 ‘스페셜 인터뷰’연재가 진행 안 됐다. 기대가 많았는데, 어떻게 된 건가?

윤태호(이하 ‘윤’): 원대한 꿈이다. 일단 좀 신변을 정리하고. 잡다한 일이 너무 많다. 신년 컨셉으로 준비해보겠다. (웃음)

김: 기대 많이 하라고 그러는 거다. (웃음)

– 소제목으로 ‘윤태호 신년부터 인터뷰 진행 약속’ 이렇게 써도 되나. (웃음)

윤: 그런 식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기도 한다. 기사가 먼저 나오고, 다음에 기획에 들어가고 진행하고. (웃음)

에이코믹스 대표선수 ‘데일리 베스트 10’

– 창간 이후 지금까지, 어떤 기사 혹은 기획이 가장 잘 굴러갔다고 자평하나? 또 어떤 부문이 기대와는 달리 잘 진행되지 못했다고 평가하는지 알고 싶다.

김: 여러 가지를 했지만 모두 안정된 형태로 진행하지는 못했다. 계획은 컸지만, 현재 시스템과 인력으로는 쉽지 않았다. 일단은 ‘데일리 베스트 웹툰’에 집중하면서 코믹 뉴스, 인터뷰 기사 등을 채우고 있다. 조금 더 가봐야 할 것 같다. 내부적으로 좌충우돌한 것도 있고, 비용의 한계도 있다. 예상과는 다른 차이도 생겼다. 보통 월간지들도 6개월~1년을 완성돼 가는 기간으로 본다. 그런데 우리로서는 아직 4개월이니 좀 더 실험하고 안정해갈 필요가 있다.

– 현재 에이코믹스의 킬러 콘텐츠는 뭐라고 판단하나? 지난 인터뷰에서는 데일리 베스트 웹툰, 스페셜 인터뷰 등을 언급했었다.

김: 역시 ‘데일리 베스트 웹툰’이다. 그다음에 역시 반응이 좋은 것들은 인터뷰 기사(The Look)다. 사실 그동안 이런저런 매체들에서 조금씩 만화가 인터뷰들을 하긴 했지만, 지속적인 것이 아니었다. 과거와 비교하면 만화에 관한 관심은 확실히 높아졌다.

에이코믹스 대표선수 '데일리 베스트 10'
‘데일리 베스트 10’

다음 ‘스토리볼’ ‘만화속세상’에 기사 공급

– 에이코믹스 컨텐츠를 다음 스토리볼다음 만화속세상 게시판에 연재하고 있다.

김: 윤태호 작가와의 인연이 크게 작용했다. ‘만화속세상’ 같은 곳에는 우리 컨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제안했다. 돈도 좀 되고. (웃음)

– 스토리볼과 만화속세상에 컨텐츠 성격이 조금씩 다른데 어떤 기준으로 송고하나? 독자들 반응도 궁금하다.

다음 스토리볼 / 만화속세상 기사 공급

김: 스토리볼은 전적으로 그쪽이 원하는 글을 가져가지만, 이런저런 내용의 글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요청하기도 한다. 만화속세상은 우리가 직접 보여주고 싶은 기사들들을 선정해서 올린다.

만화속세상의 경우 처음에 일반 게시판에만 올렸다. 처음에 좀 글을 많이 올려달라길래 여러 개를 올렸더니 왜 도배하느냐는 항의도 댓글로 받았다. 오히려 다음 (담당자) 쪽은 원래 게시판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담담하더라. 지금은 일반게시판에도 글이 올라가고, 그걸 모아서 별도 탭으로도 보여주는 식이다. 장기적으로 만화속세상 내에서도 별도 공간을 만들고 싶은 희망은 있다.

윤: 심지어 내 페이스북에까지 와서 “작가님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이런 글도 올리시고. (웃음)

– 외부 필자 비중은 늘었나? 원고료는 어느 정도인지도 궁금하다.

김: 외부 필자는 아주 조금 늘었다. 원고료가 사실 많지 않다. 박인하 교수처럼 본인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그냥 주시는 분도 있고, 그런 식으로 서로가 윈윈하는 방향에서 글을 싣는 경우도 있다.

윤: 욕망은 있으나 다 돈이기 때문에.

– 사이트에 광고도 조금씩 있던데, 광고 유치도 적극적으로 할 계획인가.

김: 광고는 조금씩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사실 종이 매체들도 처음 1년은 광고 수익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심지어 6개월 정도는 돈을 못 받고, 광고하기도 한다. 광고주 입장에서도 매체가 망하면 손해를 보니까. 1년 이상은 매체가 지속해야 광고가 들어온다. 사이트를 지속하면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

지난 4개월 ‘100점 만점에 30~40점’

– 지난 4개월, 어떻게 평가하나?

윤: 잘 버틴 것 같다. 아주 처음에는 다른 그림을 각자 그렸을 거다. 같은 자리에서 네 명이 회의하면서도 네 명의 그림이 다 따로 있었을 텐데, 구체화하고 목격하게 될 때까지 테스트 기간이 확실히 필요한 거다. 그런 면에서 이런저런 많은 메뉴 속에서 그런 지점들을 고민하고 있다. 내년쯤이 되면 조금씩 더 달라질 거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우연이 아니라 각 코너의 방문자 뷰라든지 수치 분석을 통해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확신을 많이 가지게 된 과정이었다.

– 각자 바랐던 기대치를 100이라고 했을 때 지금은 어느 정도로 평가할 수 있겠나?

윤: 40 정도? 왜냐하면, 지금은 ‘할 수 있는 일’만 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지금은 힘을 비축할 때라서 모든 것,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하기에는 조심스럽다.

김: 30~40 정도? 절반에 못 미치는 것은 분명하지만,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 우리나라에도 만화 마니아가 많은 것 같다. 독자 타케팅은 어떻게 하나?

김: 마니아라는 게 참 애매한 개념이다. 오덕이라는 개념도 있지만, 그 안에도 일본 만화에 치우쳐져 있는 집단도 있고 소위 구세대와 신세대(모에를 좋아하느냐 아니냐 같은)가 나뉘기도 한다. 웹툰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는 일본 만화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도 많다. 복잡하다. 웹툰 독자가 620만 명 정도 된다고 한다. 전체는 많지만 세분화되서 명확히 타겟으로 삼기가 쉽지 않다. (윤: 시장으로까지 끌어올만한…) 하지만 만화가 산업으로서 정착되어 가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만화작가 윤태호가 영화평론가 김봉석을 꼬신 이유

– 지난 인터뷰에서 윤태호 작가가 왜 하필 김 편집장을 끌어들였다고 생각하는지 (김 편집장에게) 물었었다. 이 기회에 윤 작가에게 직접 묻고 싶다. 왜 김 편집장을 끌어들였나? 

윤: 시사인에서 김봉석 편집장과 [이끼] 영화 관련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일면식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는 사이였는데, 김봉석 편집장이 영화계 내부를 향해 목소리 내는 강한 모습이 좋아 보였다. 그런 사람과 일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영화 외에 만화 심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만난 적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리고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매체를 만들고, 폐간되고(웃음) 등의 과정, 운영을 경험했다는 점이다. 편집장의 비전이 매체의 비전이라고 생각했다. 편집장이라는 자리는 쓰고 싶은 글도 써야 하지만, 필요한 글도 써야 하고, 글을 쓰는 사람에게 동기 부여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문화예술계 평론가들은 낭만적으로 빠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매체 운영 경험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굉장히 많은 생각 끝에 임지희 기자를 통해 “편집장님 바쁘시냐” 했는데 핵심적으로 “안 바쁘시다”는 말을 듣고 연락을 했다. (웃음) 이런 질문은 굉장히 많이 받았다, ‘왜 만화계에 있는 사람이 아니냐’는 질문. 나는 만화평론가는 저자여야 하지만, 편집장은 운영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경험을 빌려 온다는 입장이었다.

말만 많고 아무도 하지 않는다

– 에이코믹스, 과연 먹고 살면서 지속 가능하겠나?

김: 처음 에이코믹스 시작할 때 ‘과연 되겠어?’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들었다. 사실 그런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실 잘 될 거라는 걸 알면 누가 그걸 안 하겠나. 예전에 다른 곳에서 일할 때 새 매체를 만들어서 시장 분석해서 기획을 가져가면, 사실 우리나라 회사들 같은 관료적인 조직에서는 반대부터 한다. 왜냐하면, 그거 괜찮은데 해서 시작했다가 망하면 책임을 져야 하니까 그게 싫은 거다. 그래서 다들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고, 이런 식이다. 너무 짜증 나서 이런 얘기도 했다.

‘아니, 누가 봐도 될 거 같으면 다 들어갔지!’

아직은 시장이 형성이 안 되어 있거나 복잡한 시장이더라도 그 안에서 우리가 어떤 식으로 도전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상황만 보면 안 되는 게 당연하다. 사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새로운 매체가 거의 안 나온다. 라이선스 잡지 아니면, 모 기업에 후원을 받아 만드는 거 아니면 새로운 매체가 안 나온다. 그래서 그 나이에 왜 이런 걸 시작하느냐는 얘기도 많이 듣는다. 특히 이런 비전도 없어 보이는 일을…

윤: (끌어들여서) 미안하다. (웃음)

– 시도하지도 않고 반대부터 한다는 풍토가 씁쓸하다.

김: (웃음) 뭐 사실 지금 나이니까 하는 거다. 그동안 쌓아온 인맥과 경험이 있으니까. 그리고 어떻게 리스크를 줄일 것인가에 대해 그동안 경험으로 알고 있는 것도 있고. 한국에서 잡지는 안 된다는 인식이 크지만, 사실 장기적인 실험을 해 본 매체가 없다. 된다 안 된다 말만 너무 많다. 아무도 뛰어들지 않는다.

“된다 안 된다 말만 많고, 아무도 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 비용을 줄이고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면 된다. 사실 학계 교수 정도 하면 비평지 정도는 비용 줄이면서 월간이든 계간이든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어딘가에서 돈 끌어와서 할 생각만 하고 안 움직이면서, ‘에이코믹스 그거 왜 하니?’, 이런 얘기만 한다.

윤: 이런 류의 일을 하겠다고 했을 때 대체적인 시장 반응이지.

– 우리는 슬로우뉴스를 하고 있기 때문에 남 얘기 같지가 않다. 그래도 슬로우뉴스보다는 상황이 좋아 보인다.

윤: (놀라며) 정말이냐?

– 정말이다. (…) 돈 얘기가 나왔으니, 윤 작가 재산은 어느 정도인가? 돈 많이 벌었을 것 같다. 

윤: 무슨 소리냐. 만화로 돈 벌어본 게 [미생]이 처음이다. [미생] 하면서 10년간 쌓아놓은 빚 갚았다.

돈 문제 없으면 맘껏 펼치고 싶은 기획들

– 만약 필자 섭외와 취재에 (비용 등) 제약이 사라진다면, 어떤 기획을 실현하고 싶은가?

김: 무수하게 많다. ‘데일리 베스트 웹툰’도 세 명 이상의 필자를 써서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고 싶다. 상업적인 거 외의 것도 있다. 만화와 세계와 사회와 다른 장르의 연결이라든지. [PEN] 같은 잡지를 보면 세계의 뮤직비디오 특집 같은 걸 하면서 전 세계 뮤직비디오 감독을 직접 찾아간다. 우리는, 예를 들면, 프랑스 만화 작가들을 찾아가면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든다. 앙굴렘과 앙시엠은 어떤 위치에 있는가.

윤: 그런 부분은 정부 기관이나 관련 단체들도 관심이 많다.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지 궁금해하지만, 아무도 말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 그 밖에는 또 뭘 하고 싶은가?

김: 미국 만화계의 시장 상황이나 행사는 어떤지, 가령 할리우드 자본이 들어오면서 대중화되고 규모가 커지는 부분이 있는데 지금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그리고 옛날 만화를 부활시키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김수정 화백은 [둘리] 작가로 알려졌지만, [신혼부부], [날자 고도리] 같은 걸작 성인만화 작가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작품에 관한 평가는 거의 없다. 하고 싶은 것은 정말 많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니까 할 수 있는 부분만 하는 거다. 그런 기획이 실현되길 원한다면 후원을 해주시라!

– 기승전’후원’인가? (웃음) 내년 계획을 듣고 싶다. 

그 놈의 돈이 문제다
그놈의 돈이 문제다

김: 역시나 지속하는 게 가장 중요한 계획이다. 한국에서는 제공자와 수용자가 컨텐츠를 가지고 계속 싸운다. 한쪽에선 돈을 주면 좋은 컨텐츠를 만들겠다고 하고, 다른 쪽에선 좋은 콘텐츠를 보여주면 돈을 주겠다고 한다. 결국은 신뢰의 문제다. 지속해서 좋은 걸 보여주고 싶다. 6개월, 1년으론 부족하다. ‘계속 꾸준하게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하려면 더 버텨야 한다.

윤: 역시 돈이 문제다. (웃음)

– 슬로우뉴스도 마찬가지다. (웃음)

김: 일본 무크지를 보면 그런 게 있다. 나가이 고와 미우라 켄타로를 같이 이야기한다. 나가이 고의 [데빌맨]이 미우라 켄타로의 [베르세르크]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논하고, 비슷한 계보의 작품들을 좍 펼친다. 그리고 이런 비평들이 묶여서 책으로 나온다. 이런 게 필요하다. 하지만 엄청난 시간과 인력과 데이터가 필요하니 쉽지는 않다.

윤: (에이코믹스를) 버리기 아까운 지점이 와야 한다.

일본 만화 시장을 부러워만 하지 말고 누군가는 시도해야 한다
일본 만화 시장을 부러워만 말고 누군가는 시도해야 한다

[box type=”note”]에이코믹스의 과거, 현재와 미래 뿐 아니라 윤태호 작가의 작품세계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고 간 인터뷰였다. 만화 작품 외에 만화와 작가에 대한 정보, 감상, 비평 등을 다루는 매체가 사실상 전혀 없는 환경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에이코믹스가 자신들의 계획처럼 오랫동안 지속하면서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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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1. 이런 웹진이 있었군요. 눈에 익은 분들과 작품들의 이름이 나오니 즐겁습니다. 이제 웹툰도 어엿한 문화의 한 분야가 되어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경지에 다다랐습니다. 이런 웹진이 창궐하지 아니할 이유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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