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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에서 온 편지: 천 명의 구경꾼

널리 알려진 사람과 사건, 그 유명세에 가려 우리가 놓쳤던 그림자,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이상헌 박사‘제네바에서 온 편지’에 담아 봅니다.

경제학자들이 사랑해마지 않은 ‘파레토 효율’을 창안한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 1848~1923)가 그랬다. 천 명이 한 명을 이길 수 없다. 파레토 법칙은 ‘분배의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수다. 파레토는 이탈리아 인구 20%가 이탈리아 부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걸 발견해냈다.

파레토 (CC BY SA)

파레토 (CC BY SA)

천 명이 한 명을 못 이기는 이유

어떤 정책으로, 천 명이 1원씩 잃게 되고, 오직 한 명이 1,000원을 얻게 된다고 하면 누가 이길까.

천 명이 이기질 못한다. 천 원을 얻고자 한 명은 죽자고 힘을 다할 것이고, 천 명이나 되는 이들은 이 정책에 그저 소극적으로 반대할 것이다. 결국, 잃어도 1원일 뿐, 그리고 모래알일 뿐이다. 그래서 혼자 사활을 걸고 싸운 이는 정책을 바꾸고, 마침내 천 원을 차지한다.

천 명의 구경꾼

돌이켜 보니, 세상 여기저기서 정책 변화가 딱 이랬다. 때론 이런 일방적 싸움이 어려워지면, 이런 방법도 있었다. 1,000원을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 싸우는 경우를 생각해 보라. 자기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다가 지쳐 나가떨어질까?

꼭 그렇지 않다. 이 둘 간의 싸움에, 우리들 대부분은 천 명의 구경꾼이 된다. 더러는, 그렇게 천 명이 양쪽 중 하나를 편들기도 한다. 훈수도 하고, 더러는 자기가 1원을 ‘잃는’ 싸움에 힘도 보태준다.

세월호와 선박 선령

가령, 2009년 이명박 정부는 선박 선령(船齡; 새 배를 처음 물에 띄운 때로부터 지난 햇수) 기준을 원칙 20년(엄격한 조건에서 최대 25년)에서 최대 30년까지 완화한다. 쉽게 말해 운항할 수 있는 배의 수명과 관련한 규제(제한)를 완화해줬다. ‘개정 이유와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해상여객운송사업자와 해상여객운송사업 면허를 받으려는 자의 여객선 교체비용 또는 여객선 구입비용의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하여 국토해양부장관이 고시하는 선박검사기준 및 선박관리평가기준에 따라 평가한 결과 안전운행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판정된 선박에 대하여는 현행 최대 25년이던 여객선의 선령기준을 최대 30년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함.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국토해양부 공고 제2008- 785 호’ 참고, 편집자)

세월호는 2012년 일본에서 18년간 운행한 후 퇴역한 여객선이다. 위 규제 완화가 없었다면 청해진해운은 세월호를 수입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 규제 완화에 관해 소수는 ‘천 원을 얻는 한 명이 되고자 죽기로 싸웠을 것’이고 우리 대부분은 ‘천 명의 구경꾼’이었으리라.

세월호 침몰 원인 중 하나를 이명박 정부의 규제 완화라고 단정하려는 건 아니다. 오한아의 지적처럼, “이 정도 규모의 문제는 한 개인의 탐욕만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소수의 피 튀는 전장이 되어버린 정치/경제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너무 구경꾼으로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가.

싸우는 법, 세상을 움직이는 법

그리하여, 생각해 보니, 조금 더 가진 사람이 이래저래 더 영리하고 철저해서 더 가져간다. 우리도 싸우는 법을, 세상을 움직이는 법을 알아야겠다.

세월호 침몰 원인은, 현재까지 밝혀지고, 경험칙으로 넉넉히 인정할 수 있는바, ‘복합적’입니다. 본문은 이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일부 독자들께서 혹여 ‘선령 규제 완화 = 침몰원인’이라고 단정해 해석하는 것을 경계합니다. 본문은 “단정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음을 상기해주십시오.

이 글은 “내항여객선의 안전 및 선박 노후화 방지를 위한 선령(船齡)제한제도가 지나치게 엄격하여 선사에게 불합리한 부담을 주고 있으므로”라는 개정 이유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는 정책 변경이 (이해관계자, 특히) 사기업의 이익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을 명징하게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파레토의 발언은 당연히 이러한 ‘규제 완화’에 대한 비판적 교훈으로 언급한 것입니다. (편집자, 2014년 4월 22일. 오후 4시 56분 추가)

 

2009년 개정 이전의 해운법 시행규칙

(해양수산부령 제413호 전면개정 2008. 02. 27)

제5조 (여객선의 보유량등)

② 법 제5조제1항제5호에 따른 해상여객운송사업의 여객선 선령(船齡)기준은 20년 이하로 한다. 다만, 국토해양부장관이 정하는 선박검사 결과 안전운항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판정된 여객선은 5년의 범위에서 1년 단위로 연장할 수 있다. [개정 2008.3.14 제4호(정부조직법의 개정에 따른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 등)]

③ 제2항에도 불구하고 「해상에 있어서 인명의 안전을 위한 국제협약 등에 의한 증서에 관한 규칙」 제3조제1항제1호따른 여객선안전증서를 받은 여객선은 선령기준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2009년 개정된 해운법 시행규칙

(국토해양부령 제91호 일부개정 2009. 01. 13.)

제5조 (여객선의 보유량 등)

②법 제5조제1항제5호에 따른 해상여객운송사업의 여객선 선령(船齡)기준은 20년 이하로 한다. [개정 2008.3.14 제4호(정부조직법의 개정에 따른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 등), 2009.1.13]

③제2항에도 불구하고 선령이 20년을 초과한 여객선으로서 해양수산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선박검사기준에 따라 선박을 검사한 결과 안전운항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판정된 여객선은 5년의 범위에서 1년 단위로 선령을 연장할 수 있고, 선령이 25년을 초과한 여객선[강화플라스틱(FRP) 재질의 선박은 제외한다]으로서 해양수산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선박검사기준에 따라 선박을 검사한 결과 및 해양수산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선박관리평가기준에 따라 선박을 평가한 결과 안전운항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판정된 여객선은 5년의 범위에서 1년 단위로 선령을 연장할 수 있다. [신설 2009.1.13, 2013.3.24 제1호(해양수산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④제2항 및 제3항에도 불구하고 「선박안전법 시행규칙」 제23조제1항제1호에 따른 여객선안전증서를 받은 여객선은 선령기준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개정 2009.1.13]

국토해양부 공고 제2008- 785  호

해운법 시행규칙을 일부 개정함에 있어 그 취지와 주요내용을 국민에게 미리 알려 이에 대한 의견을 듣고자 행정절차법 제41조의 규정에 따라 다음과 같이 공고합니다.

2008년 12월 10일
국토해양부장관

해운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법률(안) 입법예고

1. 개정이유

내항여객선의 안전 및 선박 노후화 방지를 위한 선령(船齡)제한제도가 지나치게 엄격하여 선사에게 불합리한 부담을 주고 있으므로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선박검사에 합격하고 잘 관리된 선박의 선령을 연장하여 운항할 수 있도록 현행 법령을 개정하고자 함

2. 주요내용

현행 최대 25년인 내항여객선의 선령을 선박검사 및 선박관리평가 기준에 적합한 경우 5년의 범위 내에서 1년 단위로 추가 연장(최대 선령 30년)할 수 있도록 함(안 제5조제3항).

 3. 의견제출

이 개정안에 대하여 의견이 있는 기관, 단체 또는 개인은 2008년 12월 30일까지 다음 사항을 기재한 의견서를 국토해양부장관(참조 : 연안해운과, 전화번호 02)2110-8566, FAX 02)504-2677)에게 제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가. 예고사항에 대한 항목별 의견 (찬반여부와 그 사유)
나. 성명(법인, 단체인 경우에는 단체명과 그 대표자 성명), 전화번호 및 주소
※ 개정안의 전문내용은 국토해양부 홈페이지(http://www.mltm.go.kr) 법령정보(입법예고)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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