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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옥(국민의힘 원내대표)이 이런 말을 했다. “마치 미국산 쇠고기 먹으면 당장 광우병 걸리고 다 죽는다는 광우병 사태와 똑같은 모습이다.

고현곤(중앙일보 편집인)은 “후쿠시마 오염수에서 광우병 사태가 오버랩된다”고 지적했고 조선일보는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 속했던 시민 단체 952개 중 195개 단체가 ‘일본 방사성 오염수 방류 저지 공동행동’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광우병 촛불집회’를 진보의 비과학성을 공격하는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는 사람들이 있다. 보수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촛불 좀비’라는 비난도 떠돈다. 물론 소고기 먹고 죽은 사람 없고 “뇌 송송 구멍 탁”도 없었다. 하지만 2008년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투쟁을 ‘선동’이란 한 마디로 쉽게 규정할 수 있나. 나는 아니라고 본다.

15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미국산 소고기와 인간 광우병 사이의 상관관계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하지만 그건 15년 동안의 데이터가 축적되었기 때문에 내릴 수 있는 결론이다. 일종의 사후 확증편향이다.

모르는 것에 대한 본연적인 공포

당시 상황을 살펴보자.

첫째, 광우병에 걸린 소고기를 먹은 사람에게 이른바 변종 인간광우병,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이 발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둘째,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은 잠복기가 길고 치사율이 100%에 이르는 무서운 병이다. 이를 예방하는 방법은 광우병 위험이 있는 소고기의 유통을 전면 차단하는 방법 뿐이었다.

셋째, 미국에서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 환자가 발생했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인간 광우병’ 사태는 당시로서는 완전히 새로운 미지의 영역에 있었다. 우리가 ‘모르는’ 것에 대해 본연적인 공포를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한국만 그랬던 게 아니다. 2008년 무렵 미국과 영국의 광우병 사태는 세계적으로 패닉을 불러 일으켰다.

15년이 지난 지금 기준으로 봐도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은 무서운 병이다. 다만 막연한 공포가 상당 부분 희석됐고, 유병률 또한 매우 낮은 것으로 확인돼 관심에서 멀어졌을 뿐이다. 각국 정부가 광우병 사태를 계기로 축산물 검역에 더 높은 스탠다드를 적용한 것도 주효했다.

그래서 ‘지금’ 상황에서 보니 그때 그 공포가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의 눈’으로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치사율 100%의 신종 감염병이 등장했고, 사람들은 공포에 빠져들었고 데이터는 턱없이 부족했다. 누구도 확신을 갖지 못했고 두려운 게 당연했다. 무엇보다도 소고기 수입을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

물론 당시에도 불안을 선동하는 인포데믹(정보 전염병)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불안을 키운 건 인포데믹이 아니라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위기 의식이었다. 세계 각국이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수입 제한 조치를 여전히 강력하게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갑자기 우리나라만 문짝을 활짝 열어 젖혔으니 반발이 거세게 일었던 건 당연한 결과였다.

정권 따라 바뀌는 그들의 내로남불

‘광우병 선동’ 운운하는 보수 언론의 내로남불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인포데믹과 불안 선동에 가장 앞장 섰던 게 바로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무렵 독감 백신 음모론을 누구보다 앞장서서 밀었던 게 누구였나. 코로나 백신 부작용을 침소봉대한 건 또 누구였나. 그때나 지금이나 ‘광우병 선동’ 운운하면서 국민들을 겁박하는 보수 언론이었다.

논란이 됐던 기사를 몇 가지 살펴보자. TV조선은 “효능이 검증 안 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아야 하는 고령층의 불만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헤럴드경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효능이 떨어지는 ‘물백신’이라는 지적에 더해 고령자에 대한 예방효과 검증부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충분한 백신 확보에 실패한 정부가 국민을 대상으로 ‘러시안룰렛’을 하는 것과 같다”면서 공포를 부추겼다. 조선일보는 심지어 “1시간 만에 폐 다 녹아”…화이자 백신 맞고 숨진 네 아이 아빠”라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광우병과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은 최소한 발병 기전이나 상관 관계가 과학적으로 어느 정도 밝혀진 이슈였다. 굳이 어느쪽이 비이성적인지를 따진다면, 당연히 광우병에 대한 불안 쪽이 더 이성적이고 백신 불안이 비이성적이다. 사실 백신은 대규모의 임상 실험을 거쳤고, 원리상 매우 안전하다. 광우병이 알려지지 않은 위험이라면 백신은 관리된 위험이다.

백신 공포를 부추겼던 이들의 논리는 지금은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도 미래에 어떤 문제가 드러날지 모르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잠복기가 지난 뒤 부작용이 드러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우려도 있었다. 바로 이런 논리로 광우병 사태가 패닉을 불러일으켰고 많은 사람들이 지금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우려하는 것이다.

우리가 반대했던 그 소고기가 아니다

우리가 15년 전 광우병 촛불 집회를 이야기할 때 간과해서는 안 될 사실이 있다.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청와대 뒷산에서 ‘아침 이슬’을 듣고 놀란 이명박이 뒤늦게 재협상에 나서서 소고기 수입 기준을 30개월 이하로 낮췄다. (아래 그래프에서 점선이 2008년 1월 소고기 협상 결과고 검은색 실선이 6월 재협상 결과다.)

지금 사람들이 분노하는 건 윤석열이 일본의 일방적인 통보를 덥썩 받아들이고서는 국민들의 우려를 괴담 취급하면서 찍어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단은 견학만 하고 왔고 전문가를 상주하게 해달라는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방류를 중단하겠다고 했지만 일본 정부의 주장을 믿는 수밖에 달리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국민들의 우려에 대해 최대한 과학적인 입장에서 계속 검증하고, 여러 경로로 우려를 불식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윤석열은 1+1을 100이라 우기는 사람들이 있다며 국민들을 싸워야 할 세력으로 규정했다. 과학이니 믿으라고 외치는 보수 언론은 몇 년 전 백신 음모론을 부추기면서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그런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했었던 것 아닌가?

15년 전 광우병 논란을 돌아보면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모르는 것에 대한 공포를 해소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있는 태도다. 미국산 소고기나 후쿠시마 오염수나 문제의 핵심은 정부의 굴욕적인 외교가 불러온 관리되지 않는 위험이다. 15년 전에는 국민들의 분노가 소고기 수입 조건을 바꿨다. 이명박은 그나마 눈치를 보고 재협상을 했지만 윤석열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게 결정적인 차이다. 15년 뒤에 우리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어떻게 평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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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1. 결국 결론은

    1. 우리만 징징댄 게 아니라 보수언론도 동참했는데 왜 우리한테만 난리인건데?
    2. 야콥병이니 뇌에 구멍이 뚫린다느니 다 거짓말이긴 했지만 어쨌든 불안했던 건 맞잖아
    3. 아무튼 위험함. 광우병도 결국 문제 없었지만 따지는 게 맞음. 오염수도 따져야함

    …..

    확증편향은 이 글을 쓴 사람이 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

  2. 미국산 소고기 먹고 광우병 걸린 사람의 숫자는 미국 내에서 0명입니다.

    미국내 환자가 3명 발생했구요 , 두명은 사우디 한명은 영국에서 왔습니다.

    사우디는 영국산 소고기 수입국입니다.

    영국산이 위험한 이유는 품종이 아니라 사료에 문제가 있어서입니다.

    미국산 소고기가 30개월이상이고 이하고가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산 소고기가 위험하다는건 이미 선동을 위한 거짓말로 판명났습니다.

    30개월 미만만 수입한다?

    과연 30개월 이상은 섞이지 않았을까요? 시스템을 믿나요? 국내 환자가 발생한적 있나요?

    결국 … 정치적 편견으로 사실을 바라보지 못하면 진실과 동떨어진 삶을 살게 됩니다.

    스스로 머리속에 살기 힘든 세상을 구축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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