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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9월4일이 서이초 교사의 49재입니다. 교사들은 공교육 멈춤의 날을 선언했고 교육부는 연가와 병가를 허가하지 않고 중징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일부 학교에서는 재량 휴업을 결정하기도 했지만 상당수 학교는 수업을 강행할 계획입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체험 학습을 신청해 학생들 등교를 시키지 않겠다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9월2일 여의도에서 열린 집회에서는 30만 명 이상의 교사들이 참석해서 진상 규명과 대책 마련을 요구했습니다. 집회 현장에 참석한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 교사 천경호님이 기고를 보내왔습니다.

소수의 민원에 휘둘리는 학교와 사회

학교폭력 대책과 관련해 민주당 이탄희 의원실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 고등학교의 학교폭력 사안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고 이탄희 의원이 학교폭력 신고가 있으면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을 즉시분리하는 방안의 법안을 내놓았습니다.

학교 현장은 반발했습니다. 신고 즉시 분리조치 한다면 가해 추정 학생에 대한 무죄 추정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고 허위 신고나 쌍방이 신고할 경우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한 문제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즉시 분리할 장소도 마땅치 않고 분리한 학생들 지도할 인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별도의 예산이나 인력을 채용할 제도적 뒷받침도 없었죠. 학교는 더 깊은 혼란에 빠질 게 분명했습니다.

언론에서 다루는 학교폭력 사안은 대부분 극단적이고 소수의 학생이 일으키는 일들입니다. 다수의 평범한 학생들이 일으키는 학교 안에서 학생들끼리의 갈등 사안은 교사의 중재나 학생들의 자체적인 화해와 조정을 통해 해결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매뉴얼에 따라 학교폭력 사안을 처리하지 않아 악성 민원과 소송에 시달리는 동료 교사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교사들은 교육이 아니라 학교폭력위라는 매뉴얼에 따라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자신을 보호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갈등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가르치느라 해야 할 것을 가르치지 못하는 현실이 학교를 무너뜨리고 있음을 사회는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교육적 효과가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 달라는 정치기본권이 없는 50만 교원의 목소리보다 소수 민원인에 의한 법률 개정이 이뤄지는 현실이 지금의 학교를 만들어왔습니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정당 출신 정치인들이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을 해오면서 정치 권력을 가진 집단의 이해충돌에 따라 교육정책이 정해져 왔습니다.

이처럼 정치적 이해충돌 중심으로 학교에 가해지는 사회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 각종 법률은 학급이 6개 뿐이거나 60개 이상이거나 학교마다 똑같이 수십 개의 각종 위원회를 만들어 동일한 양의 업무를 하도록 강제해 왔습니다. 해가 갈수록 능동적인 연구나 학습보다 법이 강제하는 각종 의무 연수를 이수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쏟아야 합니다. 교사들을 수동적 학습자로 만들고 국가교육과정이 정한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초과하는 범교과 수업을 강제하여 학교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도록 만들었습니다.

학습권 침해,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까요

학생의 학습권 침해를 이유로 9.4 집회 참여를 위해 연가, 병가, 조퇴 쓰는 교원을 파면 또는 해임하겠다는 교육부 장관의 지시가 공문으로 하달되고 집회 전날 저녁 급히 각 교육청과 학교로 재차 처벌을 강조하는 공문과 더불어 직접 학교 관리자들에게 전화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바로 어제 9.2 추모집회는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교원 30만이 여의도에 한 점의 자격으로 모여서 거대한 파도를 만들었습니다.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교실 밖으로 내보냈다 학습권 침해라고 고소를 당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교육부는 지난해 말 국회에서 통과된 초중등 교육법 개정안에 따라 마련해야 할 학생 생활지도 고시안을 서이초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몇 차례 집회가 계속된 뒤에야 겨우 마련하였습니다. 과연 학습권 침해는 누가 방치해 왔던 것일까요.

학습권 침해의 판단은 누가 해왔을까요? 학생과 학부모입니다. 이들 주장의 교육적 타당성을 누가 판단 했을까요? 바로 현장 교사들이었습니다. 이 세 집단이 바로 교육의 3주체니까요. 불합리하고 과도한 학교 업무가 각기 다른 발달의 과정을 거치는 학생 간 이해의 차이를 줄이기 위한 별도의 지도 시간이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하기 위한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절대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아무리 이야기해도 여전히 학교 시스템은 변화하지 않고 있습니다.

40~50분이란 정해진 수업 시간 안에 주어진 학습 내용을 미처 이해하지 못한 경계선 지능을 가진 아이나 주의력이 산만한 아이들이 방과 후에 교사에게 물어보고 싶어도 업무로 바쁜 교사들을 보며 돌아서게 만든 건 교사의 책임일까요? 사회와 교육부의 책임일까요? 도대체 학습권 침해는 수업일 중 단 하루 재량휴업일 지정때문에 심각해 지는 것일까요? 그 판단을 학생, 학부모, 교사가 아닌 교육부라는 조직에 앉아 있는 장관과 차관이 판단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일까요? 도대체 누가 학습권 침해를 방치해 온 것인지 저는 되묻고 싶습니다.

교육을지키려는사람들 제공

추모집회 참석하면 징계하겠다는 교육부

좋은교사운동에서 교육부 징계 예고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 일반 시민들 32만4004명 가운데 96.1%인 31만1590명이 “교육부의 징계가 부적절하다”고 답변했습니다.

좋은교사운동은 왜 이와 같은 설문을 했을까요? 교사들의 집회가 사회적 여론에 반하는 것인지 확인을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한 나라의 장관이 50만 교원을 대상으로 해임과 파면을 논하며 징계하겠다고 금요일 저녁에 급히 공문을 하달하고 전화를 하는 이유가 학생의 학습권 침해에 있다면 다수의 여론도 교육부와 입장을 같이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을테니까요.

9월2일 집회에 참여한 30만여 교사들은 자신들을 지지하는 수많은 시민들이 있다는 것을 이 설문 결과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법이 정한 권한을 넘어서 학교장의 재량휴업권마저 형사고발하겠다는 교육부의 잘못을 함께 지적해 줄 분들이 있음을 깨닫게 됐습니다. 서로의 마음이 통했다는 걸 알게 되어서 일까요? 어제 집회에는 눈물을 보이는 분들이 참 많이 계셨습니다.

여의도 집회가 아니어도, 교사가 아니어도 우리나라 교육이 무너져가는 일을 막기 위해 각자 무엇을 해야하는지 고민하고 참여하는 일이 중요하지 않나 저는 생각합니다. 저를 비롯한 모든 교사들은 단 한 명의 동료 교사도 잃고 싶지 않습니다. 9.4집회에 참여하는 분들도, 학교의 상황이나 지역적 차이 혹은 개인적 사정에 따라 참여하지 못하는 분들도 서로에게 우산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징계를 받는 교원이 있다면 탄원서를 쓰고 교원단체들은 법적인 지원을 해주어야 합니다.

교육을지키려는사람들 제공

서로에게 우산이 되어 주어야 합니다

야간에 모여도 되고, 온라인으로 해도 됩니다. 페이스북 교육부 페이지도 있고, 교육부 네이버 블로그와 밴드도 있습니다. 수십 수백만의 국민들이 교육부 페이지와 블로그 그리고 밴드에 교육부가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요구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눈에 보이는 글로 다수의 시민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각자의 소셜 미디어에 사진과 그림 그리고 글로 의사를 표명한다면 그마저도 충분히 의미있는 집회가 되지 않을까요?

각자의 자리에서 교육부나 국회 혹은 시도교육청 그리고 서이초와 호원초에 가서 사진을 찍고 소셜 미디어에 올리거나 붙임 종이에 글을 써서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기사를 보면서 추모의 마음을 모으는 많은 분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저는 침묵하지 않는 다수의 목소리가 사회를 바꾸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걸 문장이 아니라 삶으로 체험하는 탄핵 이후의 또다른 사회 변화가 교육에서 시작될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요. 집회에 참여하신 수많은 선생님들과 이들을 응원해 주신 많은 국민들이 교육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는 힘이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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