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대통령)이 “조국 비리를 수사해서 교육 전문가”라는 박대출(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의 말만큼이나 생뚱맞다.
고정애(중앙일보 에디터)는 “대통령의 공개적 개입이 더한 혼선을 부른다”고 지적했다. “최종적(final say)이어야 할 대통령 발언이 다수, 그것도 직접 인용 형태로 나오는 건 대단히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대통령 비위를 맞추려 한 말로 밖에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여론의 ‘화살받이’를 자처하며 인사권자에게 고개를 숙이려는 의도 아니냐”는 이야기다. “그게 아니라면 입시 정책의 전문성도, 대통령 지시의 실행능력도 없다는 이 부총리의 실토일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2023년 06월23일.
일베 게시판인줄, 윤석열의 막말.
어제 자유총연맹 창립 기념식에서 한 말이 논란이다. 24년만의 참석이다. 김대중(당시 대통령)은 보수의 본진을 찾아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윤석열은 말 잘 들어주는 ‘우리 편’을 찾아간 성격이다.
“왜곡된 역사의식과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들이 종전 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는 등 직설적으로 문재인 정부를 비난했다.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가짜 뉴스와 괴담을 퍼뜨린다”고도 했다.
권칠승(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일베와 하등 다를 바 없는 대통령의 인식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극우 유튜브 시청을 끊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선을 넘었다”고 평가했다. “위험하고 경솔한 발언”이고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에 반한다”는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경향신문은 “야당을 겨냥한 협치 불가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내년 총선까지 대결 구도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2023년 06월29일.
“죽은 문재인과 싸우지 마라”, 조선일보의 조언.
지난 정권 탓하기에는 이미 유효기간이 지났다는 말이다. 엉망진창 잼버리가 문재인 정부 탓이라는 비판에도 해당하는 말이다.
LH 철근 누락을 “문재인 정부에 이뤄졌다”고 떠넘겼고 보복 수사 논란에는 “민주당 정부 때는 안 했냐”고 반박했다. 북한 무인기가 침투했을 때는 “문재인 정부에서 훈련이 부족했다”고 했다.
박정훈(조선일보 논설실장)은 “정권이 교체된 지 이미 1년 3개월”이라며 “국정 왜곡을 바로잡는 정책 문제를 정치적 공방의 대상으로 내모는 전략적 미스”라고 지적했다.
성한용(한겨레 선임기자)이 윤석열이 정말 무서운 사람이라고 한다. 대통령이 된 뒤 이념형 인간으로 바뀌었고 공공연하게 증오와 적대감을 드러낸다.
이명박은 관저 뒷산에서 ‘아침이슬’을 들었고 민심과 싸우기를 두려워했다. 박근혜는 오락가락했지만 적어도 국익을 위해 노력했다. 조세 저항을 무릅쓰고 증세를 밀어붙이기도 했다.
그런데 윤석열은 다르다는 게 성한용의 진단이다. 전쟁도 불사할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의 폭주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 앞이 캄캄하다. 이른바 보수가 책임져야 한다. 보수 세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을 징발해서 자기들의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에 가장 가혹한 방식으로 복수하는 데 성공했다. 그래서 지금 행복한가? 대한민국의 미래, 보수의 미래는 밝아졌나? 입이 있으면 대답해 보기 바란다.”
2023년 08월31일.
“그건 아닙니다” 말 못 하는 대통령실.
김순덕(동아일보 대기자)이 “이번 사태로 우리는 알고 싶지 않은 것을 너무 많이 알게 됐다”고 지적했다. 해병대 사망 사건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사단장까지 업무상 과실치사로 단죄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시각도 있지만 문제는 사병들의 안전과 생명보다 윗분과 홍보에 신경 쓰는 지휘관들과 확신도 없이 결재하는 국방부 장관의 무능함, 무엇보다 정무기능, 법무기능이 마비된 가운데 대통령 앞에서 “그건 아닙니다” 말 못 하는 대통령실이다.
“방향은 맞을지 몰라도 다른 의견을 말할 수 없다면, 이 나라는 자유로운 게 아닌 것이다.”
버락 오바마(전 미국 대통령)는 “최고위직의 본질은 때론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가운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한 적 있다. 핵무기 발사처럼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만한 판단과 결정도 필요하지만 눈에 띄지 않지만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위기에 대응하는 일도 포함된다는 이야기다.
“국민이 정치 지도자를 불신하고 직무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원대한 비전이나 올바른 이념을 제시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아무 일도 없게 하는 일’을 하지 못해 평범한 삶이 방해받으면 국민은 정부를 믿지 못하게 된다.”
2023년 09월05일.
30% 지지율이 정말 괜찮은가.
박찬수(한겨레 대기자)의 걱정은 진심인 것 같다. 윤석열이 지지율 30%대를 맴돌고 있는데 벗어나려 애쓰지 않는 이유를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편은 지켜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 30%만 보고 간다는 이야기다.
박찬수는 “적법한 선거로 뽑힌 대통령을 두고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라는 구호가 번지는 건 아픈 일이지만 더 안타까운 건 대통령이 다수의 국민을 배제한 채 국정을 끌고 가는 걸 지켜봐야 하는 국민의 마음”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비탄력적인 지지율 추이를 보이는 대통령은 아마 처음이 아닐까 싶다. 김영삼 대통령은 임기 초반 하나회 해체와 금융실명제 실시로 지지율이 83%까지 올랐다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엔 6%로 떨어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 들어설 때 지지율이 12%였고,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100일 만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21%로 지지율이 급락했다. 최고 60% 지지율을 기록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당하기 직전의 마지막 지지율은 5%였다.”
2023년 09월14일.
뉴스타파와 JTBC 압수수색.
검찰이 뉴스타파 사무실과 취재 기자들 집을 압수수색했다. 윤석열(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다. 검찰은 뉴스타파가 지난 대선 직전에 내보낸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의 인터뷰가 허위인 데다 조작됐다고 단정하고 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1면 기사로 다뤘는데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12면에 실었다.
11월과 12월에도 영국과 네덜란드를 방문한다. 취임 1년 반 동안 14차례, 거의 달마다 해외 방문을 했다. NATO와 G20, 유엔총회 등 굵직굵직한 이슈도 많았지만 국내도 대통령이 자리를 비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승민(전 국민의힘 의원)이 “해외 너무 다니신다. 꼭 필요한 거 아니면 총리나 외교부 장관 내보내고 본인은 국내 정치, 특히 경제·민생을 살피는 데 주력해 주셨으면 좋겠다. 외치가 너무 재미있으신지 내치는 너무 소홀한 거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2023년 10월11일.
청와대 사진뉴스 ‘출국’ 검색 화면 첫 번째 페이지 캡처.
“국민들에게 ‘왜’라는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참모들 회의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윤석열(대통령)의 불통 이미지가 더 강화됐다는 게 참모들의 진단이다. 그만큼 대통령 주변에서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여전히 설명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는 건 대통령이 문제의 중심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물가 안정을 위해서라고? 거짓말이다. 세수가 너무 적어, 그보다 지출을 늘리면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4%를 넘기 때문에 그러고 있는 것 아닌가. 경기가 좋지 않은 때 그렇게 긴축정책을 펴면, 성장잠재력이 떨어지고 많은 국민이 물가고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경기침체와 세수 기반 약화의 악순환도 우려스럽다.”
2023년 11월06일.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시민들에게 말하는 윤석열(대통령). 2023년 11월 1일. 대통령실 제공.
위안부 문제 해결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소통·협의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성현(조지HW부시 미중관계기금회 선임연구위원)이 “한국 정부가 한일 관계를 서둘러 개선한 것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미국이 원하는 것은 정책의 지속성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2023년 11월07일.
30% 대통령의 ‘무난한’ 레임덕.
강희철(한겨레 논설위원)은 윤석열의 30% 지지율은 실패한 인사 때문이라고 본다.
이준석을 몰아내고 ‘체급’ 미달인 김기현을 국민의힘 대표로 앉힌 것도, ‘보궐선거 유발자’ 김태우를 초고속 사면해 같은 자리에 공천하도록 한 것도, 10·11 보선에 참패한 김기현을 굳이 유임시킨 것도 모두 윤석열의 판단이다.
이재명(민주당 대표)이 선거법 위반과 위증 교사 혐의로 재판을 받는 것과 비교된다. 이재명은 지난 대선 직전 방송 인터뷰에서 김문기(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차장)을 모른다고 말한 게 허위 사실 공표라는 혐의를 받고 있다.
2023년 11월17일.
이렇게 투명한 정부가 있나.
이용욱(경향신문 정치에디터)는 “윤석열 정부는 인사 문제에 관해선 비밀이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민(KBS 사장)도 이동관(방통위원장)도 찌라시에 나온 그대로 임명했다. 유인촌(문화체육부 장관) 내정설이 돌았을 때도 설마 했는데 사실이었다. “얼마나 사람이 없으면 단수 후보를 내정하고, 평판 조회도 없이 임명하는 일이 반복되겠느냐”는 이야기다.
‘대통령은 늘 화가 나 있다’거나 ‘1시간 중 59분을 이야기한다’는 등의 검증되지 않은 소문도 많다. 대통령 관저 이전을 앞두고 천공이 답사했다는 소문은 천공이 아니라 백재현인 것으로 확인됐다. ‘뉴라이트 인사들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거나 ‘총선에 검찰 출신 대통령실 비서관들이 영남에 출마할 것’이라는 등의 소문도 사실로 확인될까.
2023년 11월17일.
한 달에 한 번, 대통령 순방 비용 561억 원.
금요일에 미국에서 도착해 이틀 쉬고 다시 영국과 프랑스로 떠난다. 올해 들어서만 12번째다.
도종환(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박근혜(전 대통령)는 731억 원을 썼고 문재인(전 대통령)은 817억 원을 썼다. 윤석열(대통령)은 1년 반 동안 561억 원을 썼다.
문정인(연세대 교수)은 지난 10월 중동 순방 이후 “순방 수주 잭팟”이나 “제2의 중동 붐” 등의 기사가 쏟아진 걸 두고 “양해각서는 협력의 물꼬를 터주는 효과는 있지만 실제로 이행된다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사우디 정부는 같은 과제에 대해 다른 나라 업체들과도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있어 이들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에 따른 반사적 이익의 시효는 이미 끝났는데 윤석열 정부는 자신들의 어젠다를 국민에게 전파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제3지대를 내걸고 창당을 선언한 정치인들도 자신들만의 ‘제3의 길’ 철학을 제시하기보다는 반윤이니 반명이니 하면서 상대방을 비난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러다간 내년 총선에선 유권자들이 대거 기권할 가능성이 있으니 이 또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김건희 리스크도 크다. 계속 언론에 김건희가 노출될 텐데 지지율에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다.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는 “강서구청장 때보다 더 싸늘하다”는 이야기가 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답변이 51%로 과반을 넘겼다. “대구경북을 제외한 전국이 험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윤석열 순방, 왜 더 많아 보일까.
경향신문이 분석했다. 1년 7개월 동안 윤석열은 16회 60박90일이고 문재인(전 대통령)은 15회 54박80일이다. 박근혜가 10회 밖에 안 됐을 뿐 이명박도 16회였다.
장거리 순방이 늘어 전체 순방기간이 가장 길었고 국정 지지도가 낮은 상태에서 뚜렷한 외교 성과를 만들지 못해 순방 피로도를 높였다는 분석이다. (’순방’은 여러 나라를 방문한다는 말이라 네덜란드는 방문이라고 쓰는 게 맞다.)
중국 리스크도 부담이다. 윤석열은 취임 1년 7개월이 되도록 중국을 방문하지 않았다.
게다가 네덜란드 방문 직전 총리가 정계 은퇴를 한 것도 공교롭다.
홍익표(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런 말을 했다.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서 578억 원을 썼다는 게 논란이 되자, 7조 원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고 반박했다. 그런데 미국과 영국이 한국 기업 투자 유치를 한 성과가 105조 원이다. 비즈니스 외교라면 해외로부터 자본을 유치해야 하는데 자본을 유출했다.”
2023년 12월13일.
전두광을 보면서 윤석열을 떠올리는 이유.
조선일보에 실린 윤석민(서울대 교수)의 칼럼이다. 민주적 선거를 통해 선출된 윤석열과 전두환은 애초에 비교 대상이 아니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반민주적이라고 느끼는 국민들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디어 정책 수장을 포함한 국정의 핵심 요직에 윤석열 사단이라고 불리는 검찰 인맥을 전면 배치한 인사, 무슨 일만 생기면 기업 총수들을 병풍 세우는 행태, 방송 실무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법조기자 출신 언론사 간부를 공영방송 사장에 임명한 일, 가짜 뉴스 긴급 심의 운운하며 언론을 위축시키려는 시도, 국정 농단의 그림자가 스멀거리는 부인 김건희 씨의 명품 백 수수 사건 등을 지켜보며 국민은 의아해하고 있다. 오랜 세월, 피와 땀으로 지켜온 이 사회의 민주주의에 무슨 일이 발생하고 있는가. 2023년의 대명천지에, 세계 최상위권의 산업 강국이자 문화 강국으로 도약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 어처구니없고 시대착오적인 일들이 무엇인가.”
윤석민은 세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 단절된 소통을 재개해야 한다.
둘째, 검찰을 제 자리에 돌려놔야 한다. “12·12의 최대 피해자 중 하나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군이었듯, 검찰 독재 이미지의 최대 피해자는 본연의 역할에 헌신하는 검찰”이라는 지적이다.
셋째, 김건희 의혹과 관련해서는 가혹하다 싶을 만큼 의혹을 밝혀야 한다.
2023년 12월20일.
제왕적 대통령제 아니고, ‘대통령 놀이’.
‘윤심’이란 말이 부쩍 늘었다. 빅카인즈에서 기사 검색을 해보면 (중앙 일간지 10개 기준으로) ‘윤심’이란 말이 들어간 기사가 1년 7개월 동안 3095건인데 문재인 집권 5년 동안 ‘문심’ 기사는 215건이었다. ‘박심’도 839건 밖에 안 됐다.
조선일보는 한 여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김선태(충주시 주무관)가 대통령실 뉴미디어비서관실에 스카우트되더라도 충주시에서만큼 활약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혁신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기획자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 리더십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김선태는 조길형(충주시장)을 앞에 두고 ‘충주시에서 가장 필요 없는 과는?’이란 질문에 시장이 추진한 미래비전과를 고르기도 했다. 윤석열에게 이렇게 들이댈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2024년 01월10일.
왜 사과를 안 할까.
노무현(전 대통령)은 형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나오자 사과했다. 이명박(전 대통령)도 형이 구속되자 사과했다. 박근혜(전 대통령)도 최순실 사건으로 여러 차례 사과했다.
역시 맥락이 전혀 안 맞는 말이다. 비싼 차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드는 것도 아니고 세금이 무겁다고 팔릴 차가 덜 팔리는 것도 아니다. 벤틀리모터스와 현대자동차를 비교하면 벤틀리가 5배쯤 비싸지만 직원 수는 현대차가 48배나 많다. 1인당 매출액도 현대차가 13억 원, 벤틀리는 12억 원으로 현대차가 더 많다.
당초 대통령실에서는 적당한 시점에 대국민 입장문을 내고 단독 인터뷰도 하고 적당히 유감 표명과 함께 함정 몰카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명품 가방 논란을 털고 갈 계획이었다고 한다. (기자회견은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데 한동훈이 “국민들이 걱정하실 부분이 있다”고 말하면서 모든 게 틀어졌다는 이야기다. 특별히 강도 높은 발언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윤석열과 김건희의 배신감이 컸다는 관측이 나온다.
2024년 1월22일.
1월 19일 윤석열(대통령)이 강원도 강릉시 경찰·소방·사회복지 공무원들을 만났다.
윤석열 거부권 남용, 탄핵 사유 될까.
국회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건 위헌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한겨레와 인터뷰한 김종철(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탄핵 소추를 할 여지가 없지는 않다”면서도 “형식적으로 볼 때 입법권의 완전한 침해라고 보기 어렵고 탄핵 심판에서 받아들여지기가 매우 힘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부당한 거부권 행사는 정치적 여론을 통해 통제하고 결국 선거 과정을 통해 심판하는 게 가장 올바른 길”이라는 이야기다.
2024년 1월24일.
대통령의 밤 생활.
김대중(전 대통령)은 보고서를 읽었고 문재인(전 대통령)은 책을 봤다. 노무현(전 대통령)은 인터넷을 했고 박근혜(전 대통령)는 드라마를 봤다. 일찍 일어나는 이명박(전 대통령)은 밤에 뭐하는지 별 이야기가 없다.
누구를 만나는가도 중요하다. 노태우(전 대통령)는 박철언(당시 비서실 보좌관)을 만났고 김영삼(전 대통령)은 김현철(김영삼 아들)을 만났다. 김대중은 박지원(당시 비서실장)을 만났고 노무현은 유시민(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을 만났다. 이명박은 이재오(당시 국민권익위원장)를, 박근혜는 최순실을, 문재인은 김경수(당시 민주당 의원)를 만났다.
윤석열은? 술 이야기가 많다. 저녁 보고 이후 자정까지 폭탄주를 마시는 경우가 많다. 술 먹다 전화를 걸어 “◯◯야” 또는 “석열이에요” 한다고 한다.
요즘도 그렇게 지낼까. 이기수는 “잠이 안 올 것”이라고 했지만 “검사가 제일 못하는 게 사과·경청”이고 “사과와 특검 없이는 출구가 없는 상황”이다.
2024년 1월24일.
입을 막지는 맙시다.
버락 오바마(전 미국 대통령)가 연설하는데 한 청년이 “이민자 추방을 막으라”고 소리를 질렀다. 오바마는 “그게 바로 오늘의 주제다, 내가 말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청년이 계속해서 구호를 외쳤지만 오바마는 경호원들을 제지하고 청년을 설득하면서 연설을 계속했다.
도널드 트럼프(전 미국 대통령)는 며칠 전 뉴햄프셔주 유세 현장에서 “독재자(dictator)”라고 외치며 연설을 방해하는 시위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밖으로 던져 버려(throw him out)”라고 했다. 역시 경호원들이 팔짱을 끼고 끌어냈지만 입을 막지는 않았다.
이상언(중앙일보 논설위원)은 “국정 기조를 바꾸라”고 말했다가 끌려 나간 강성희(진보당 의원)의 사례를 들면서 “돌출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가로막거나 행사장 밖으로 내보낼 수는 있지만 입을 막을 이유는 없다”고 지적했다. “막으면 100리 갈 말이 1000리 간다”는 이야기다.
보수 성향 언론에서 연일 강도 높은 불만이 쏟아지는 것도 윤석열의 레임덕이 빠르게 다가올 수 있다는 징후로 읽을 수 있다. 지지자들을 부끄럽게 만들 때 정권이 무너진다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천공이 대통령 관저 후보지를 보고 갔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대통령실은 사실무근이라며 뉴스토마토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그런데 CCTV를 뒤져보니 백재권이 다녀간 사실이 확인됐다. 제보자가 백재권을 천공으로 오해했을 수도 있고 둘 다 방문했을 가능성도 있다. 뉴스토마토는 의혹을 보도했고 천공은 아니지만 다른 무속인의 도움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과연 이 보도가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나?
2024년 1월26일.
‘윤석열 천공’으로 구글에서 이미지 검색한 모습. 2024. 1. 26.
트루먼 팻말의 뒷면.
윤석열 집무실에는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이 선물한 팻말이 있다. “내가 다 책임진다(The buck stops here)”는 해리 트루먼(전 미국 대통령)의 말이 적혀 있다.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트루먼의 팻말 뒷면에 “나는 미주리 출신이다(I’m from MISSOURI)”란 말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양상훈(조선일보 주필)은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의도였을 거라고 해석했다.
트루먼은 프랭크린 루즈벨트(전 미국 대통령)가 갑자기 죽으면서 부통령에서 대통령으로 승진했다. “대통령이 됐다는 얘기를 듣고 마치 달과 별과, 아무튼 모든 행성이 저를 덮치는 것 같았다”고 했다고 한다.
“달과 별과, 다른 모든 행성들이 한꺼번에 덮쳐오고 때로는 그 압력이 너무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래도 대통령은 결정을 내리는 용기를 가져야 하고, 용기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그 결정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 법과 원칙 그리고 공정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지금 윤석열 앞에 여러 중요한 결정들이 놓여 있다. 내가 누군지, 어디에서 와서, 왜 여기에 있는지를 생각했으면 한다.”
2024년 2월01일.
김건희 디올 백, 사과는 한 마디도 없었다.
기자회견을 건너뛰고 KBS와 단독 대담을 했다. 지난 일요일에 만났다는데 사흘 동안 편집을 거쳐 어제저녁 10시에 방송했다.
핵심은 김건희(대통령 부인)의 명품 가방 논란. 윤석열(대통령)은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고 좀 아쉽지 않았나 생각이 되는데 나 역시도 그럴 때가 많다”고 말했다. “오해하거나 불안해하시거나 걱정 끼치는 일이 없도록 분명히 해야 할 것 같다”는 게 전부였다.
박장범(KBS 앵커)은 직설적으로 묻지 않았다. “최근에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 그 조그마한 백”이라고 어렵게 말을 꺼냈다. “여당에서는 이 사안을 정치공작이라고 부르면서 김건희 여사가 정치공작의 희생자가 됐다라고 이야기하는데 동의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제2 부속실 설치에 대해서는 “이런 일을 예방하는 데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고만 했다.
2024년 2월08일.
‘김건희 디올 백’에 관한 사과는 없었다. 서울의소리 캡처.
‘명품’이라고 말을 왜 못하나.
해외 언론도 모두 ‘디올 백’이라고 쓰는데 박장범은 “파우치”라고 했다. 방송이라 브랜드를 꺼내지 못할 수는 있지만 가장 민감하고 궁금한 현안을 한참을 돌려 말했다.
“받았다”도 아니고 ”만나서 그 앞에 놓고 갔다”는 표현을 썼다.
박장범은 온 국민이 궁금해하는 이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 개식용 금지법 이야기를 먼저 꺼냈고 김건희와 대화를 많이 하느냐고 묻고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논의를 하느냐고 물으면서 이 이야기는 하셨을 것 같다면서 어렵게 화제를 전환했다.
윤석열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2024년 2월08일.
뭉툭한 질문, 일방적인 홍보였다.
18개월 동안 기자들을 안 만난 끝에 치를 단독 대담치고는 내용이 부실했다. 질문을 받으랬더니 다큐멘터리를 찍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은밀하게 군사작전 하듯 진행했다”고 한다. KBS 내부에서도 이용당한다는 인식이 많아 외주 PD에게 제작을 맡겼다.
한상희(건국대 교수)는 “질서 유지라는 측면에서 제지할 수는 있으나, 그 경우에도 분명히 제지를 위한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주 금요일 사건이었는데 신문 지면에서는 한겨레와 경향신문 말고 다룬 곳이 없다.
2024년 2월19일.
오바마는 달랐다.
2013년 일이다. 청년이 “이민자 추방을 막아달라”고 요구하자 버락 오바마(전 미국 대통령)는 “그런 권한은 나에게 없다”면서도 “그래서 우리가 여기에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에 제가 의회의 입법 절차 없이 모든 사안을 해결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미국은 법치 국가입니다. 제가 가려는 건 더 어려운 길입니다. 민주적인 절차를 따르는 거예요. 당신이 원하는 것과 똑같은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 길은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쉽지 않을 거예요.”
2024년 2월19일.
청중석에서 나온 청년들의 돌발 발언을 제지하지 않고 모두 경청한 뒤에 토론하고 설득한 오바마(당시 미 대통령). 2013년 11월 25일 이민 개혁안 관련 연설 중에서. CNN 방송 캡처 발췌. 번역 및 자막은 프로젝트 스노우볼.
대통령 오는 날 대파 가격이 내려갔다.
윤석열(대통령)이 양재동 하나로마트를 방문해서 이런 말을 했다.
“나도 시장을 많이 가봐서 그래도 대파가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런데 알고 보니 농림수산식품부 할인 지원이 반영된 가격이었다. 1주일 전에는 2760원이었는데 1000원으로 낮아졌다가 다시 875원이 됐다. 대형 마트 판매가는 4250원이다.
신현영(민주당 대변인)은 “대파 한 단에 9000원, 배추 한 포기에 5000원이 넘는다”며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비판했다.
“수사와 소추는 행정부 권한과 기능이다. 중대한 예외인 특검은 행정부 수반이 소속된 여당과 야당이 합의할 때만 가능하다.”
그동안 14차례 특검 가운데 여야 합의 없이 통과된 특검이 3차례나 있었기 때문에 대통령실의 반박은 군색하다.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수사가 진행 중인데 특검을 도입하는 건 민주당의 자기모순이자 자기부정이라거나 특검이 브리핑할 수 있어 피의 사실이 공개된다는 등의 반박도 설득력이 약하다. 공수처 수사를 믿을 수 없으니 특검을 하겠다는 것이고 수사 브리핑을 문제 삼는 건 본질과 거리가 멀다.
2024년 05월22일.
2024.05.21. 국회 본청 앞 계단. 민주당 제공.
책을 함부로 버리면 벌어지는 일.
윤석열 부부가 관저로 이사하기 전에 살았던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주민이 제보를 했다.
그 동네 주민이 대한변협 부회장을 지낸 권성희(변호사)다.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는 길에 기자들을 만나 이런 말을 했다.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버려진 책 15권을 주워 왔는데 뉴스를 보니 최재영이 김건희에게 책을 선물했다고 하더라. 집에 와서 찾아보니 최재영 책 4권이 있었다.”
권성희가 들고 나온 책에는 최재영 사인이 들어있었다.
15권 가운데는 김영삼(전 대통령) 회고록과 전두환(전 대통령) 회고록도 있었다고 한다.
검찰이 책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권성희는 “(최근 검찰에서) 부당한 인사이동이 있었는데 그게 이 수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면서 “제출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원석(검찰총장)에게는 제출할 수 있다고 했다.
2024년 05월22일.
책은 버리고 디올 백만 보관했다고?
이 사건이 간단하지 않은 건 윤석열이 거짓말을 했다는 정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부부에게 접수되는 선물은 대통령 개인이 수취하는 게 아니라 관련 규정에 따라 국가에 귀속돼 관리·보관된다”고 했다.
대통령기록물법과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대통령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받은 선물이나 외국으로 받은 선물 가운데 국가적 보존 가치가 있는 것만 대통령기록물로 간주한다. 디올 백이 국가적 보존 가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어제 만찬 행사가 기자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연출된 쇼통이라는 것이다. 정작 중요한 현안에 대한 문답도 없었다. 검찰 수사를 아랑곳하지 않고 뻔뻔하게 공개 일정을 소화하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 거부에 대한국민 분노를 비웃듯 보여주기식 쇼통을 하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민은 모욕감을 느낀다.”
2022년 12월 윤석열을 만난 자리에서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이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는 게 맞다”고 조언했더니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태원 참사에 관해 강하게 의심이 가는 게 있어 아무래도 결정을 못 하겠다. 이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진표는 “극우 유튜버 방송에서 나오고 있는 음모론적 말이 대통령의 입에서 술술 나온다는 것을 믿기 힘들었다”면서 “’그런 방송은 보지 마십시오’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꾹 참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