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규(노무현 서거 당시 대검 중수부장)가 뒤늦게 책을 내고 화제의 중심에 섰다. 노무현은 유죄라는 이야기다.
책 내용은 많이 알려졌지만 조선일보가 다시 끌어냈다.
몇 가지 포인트는
권양숙(노무현 부인)이 모두 뒤집어 써서는 안 된다는 것, 노무현도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논두렁에 시계를 버리지 않았다”는 건 “시계를 받지 않았다”는 게 아니다. 노무현이 “밖에 내다 버렸다”고 말한 건 사실이다. 논두렁+시계라는 선정적인 워딩을 흘린 건 국가정보원이란 게 이인규의 주장이다.
이인규는 문재인과 좌파 언론에도 책임을 묻고 있다. 변호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궁지에 몰린 노무현을 방치했다. 진보 성향 언론도 앞장 서서 노무현을 비판했던 건 사실이다.
애초에 박연차가 준 시계가 뇌물이었는지 여부를 따지기 전에 프레임을 진실 공방으로 바꾸고 전직 대통령의 명예를 깎아내렸던 게 핵심이지만 그 프레임이 뒤집히지 않는다.
이인규는 자신의 명예회복을 위해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죽고 없는 사람을 몰아붙이는 게 부당해 보이지만 상당 부분은 사실 관계에서 다툴 수 있는 내용이다. 제대로 반박하지 않으면 이인규의 주장이 이 사건의 역사적 맥락을 규정하게 될 수도 있다.
2023년 04월10일.
설득할 수 없는 걸 설득하려 하지 마라
싸움꾼 강준만(전북대 명예교수)이 정치 이야기를 금기화하자고 제안했다. 설득은 없고 선동만 넘쳐나는 세상, 좋아하는 사람들을 경멸하지 않기 위해 논쟁을 피하고 화제를 돌리는 게 불가피했다는 이야기다.
“열에 아홉은 생각이 같고 다른 하나는 정치적 실천의 방법에 관한 것인데 이 때문에 아홉이 같은 사람들끼리 싸워야 하는가. 서로 모르는 척하는 방식으로 존중해주면 안 되는가.”
“그가 속았다는 사실을 납득시키는 것보다 그를 속이는 일이 더 쉽다.”(마크 트웨인)
“신념이 확고한 사람을 설득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당신이 동의하지 않으면 그는 마음을 닫아버리고, 사실과 증거를 들이대면 출처를 의심하며, 논리로 호소하면 논점을 오해한다.”(리언 페스팅거)
“사람을 죽이거나 생포할 수 있는 능력은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 있는 능력에 비하면 하찮기 그지없다.”(리처드 코언)
강준만의 변화는 조국 사태에서 폭발한 팬덤 정치에 대한 깊은 고민의 결과일 것이다. 강준만 본인도 변절자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고 논쟁이나 설득으로 좁힐 수 없는 문제라는 걸 깨달은 듯.
2023년 04월10일.
PC(정치적 올바름) 과잉의 시대
논쟁적인 칼럼이다. 어수웅(조선일보 여론독자부 부장)은 “난센스가 반복될 수록 PC는 조롱과 야유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파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남의 떡을 빼앗는 PC에는 미래가 없다”고 주장한다.
첫번째 사례, 캐나다에서 역도대회에서 남성이 여성 부문에 출전해서 우승한 사건이 있었다. 자신의 성 정체성이 여성이라고 주장한 이 남성은 트랜스젠더도 출전하는 데 뭐가 문제냐고 반박했다.
두번째 사례, 수업 시간에 미켈란젤로 다비드상을 보여줬다가 항의를 받은 고등학교 교장이 사표를 낸 사건도 있었다. 다비드상이 문제가 아니라 성정체성 등 논쟁적인 주제를 가르칠 때 부모 동의를 받도록 한 교육권리법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PC 묻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지만 PC에 대한 과도한 비난과 경계는 우려스럽다. 이런 칼럼이 대표적인데 일부의 사례를 들어 PC를 조롱거리로 삼는다.
2023년 04월11일.
복수극이 유행하는 시대
스위치를 누르면 전기 충격이 멈추도록 훈련 받은 개들은 낮은 울타리가 있는 우리로 옮겼더니 금방 탈출을 했다. 스위치를 눌러도 반응이 없는 우리에 갖혀 있던 개들은 탈출할 가능성이 생겼는데도 웅크리고 앉아 짖기만 했다.
권태호(한겨레 논설위원실장)는 “길복순의 세계를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는 계속 두 번째 개로 살아가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한국 사회가 학습된 무기력을 넘어서야 한다는 이야기다.
2023년 04월11일.
강준만이 꼽은 중도가 실패하는 이유 7가지
첫째, 중도는 현금이 아니라 어음이다. 이겨 봐야 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둘째, 중도는 1진에서 탈락한 사람 들 같다는 느낌을 준다.
셋째, 양비론 비판을 위해 비전을 희생한다.
넷째, 기회주의로 오해 받기 쉽다.
다섯째, 기계적 중립으로 오해 받기 쉽다.
여섯째, 뜨거운 열정이 없다.
일곱째, 인프라 투자 없이 바람만 타려고 한다.
실제로 한국 정치 역사에서 중도를 표방했다가 성공한 정치인은 많지 않다.
강준만은 최근 들어 진영 논리와 정치 팬덤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칼럼도 이런 문제 의식의 연장에서 건강한 중도가 한국 정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바람을 담은 것이다. 생뚱맞지만 강준만이 중도를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징후다.
“중도를 생활 양식으로 체화시킬 때 비로서 정치 운동으로서 중도도 끊임없는 실패의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중도운동은 정치운동인 동시에 생활운동이 돼야 한다.”
2023년 04월12일.
공정한 시험은 가능하지만 시험이 공정한 건 아니다
박노자(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 한겨레 칼럼.
“시험 공화국은 공정한 적이 없으며 공정할 수도 없다. 시험 합격 여부는 응시자의 노력 뿐 아니라 그 가정이 갖는 재력이나 문화 자본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재 선발 방법으로 보이는 시험에 대한 맹신은 한국 사회의 신자유주의 이념적 헤게모니를 크게 강화하고 있다.”
박권일이 ‘한국의 능력주의’에 담은문제 의식의 연장선에 있는 칼럼인데 “시험 본위의 한국의 능력주의란 차별과 착취를 합리화하는 논리에 불과하다는 게 사회적 통념이 돼야 명실상부한 진보가 가능해 질 것”이란 비판이 통렬하다.
2023년 04월12일.
싱가포르 판타지.
박권일(’한국의 능력주의’ 저자)이 싱가포르 판타지가 부활했다고 평가했다. 조정훈(시대전환 의원) 등이 최저임금 미만 외국인 가사 도우미를 쓰자고 제안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최고의 국민소득, 청결하고 범죄율도 낮지만 민주주의를 희생할 수도 있다는 발상. 박권일은 이를 “극단적 물질주의와 강력한 권위주의의 결합”이라고 본다.
“박근혜는 떠났지만 박근혜적인 것은 더욱 강성해져 귀환했다. 그것은 박근혜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독재자 리콴유가 좇았던 것, 바로 박정희적인 것이다.”
2023년 04월14일.
김건희가 선을 넘는다.
한겨레 사설. 김건희(대통령 부인)이 납북자 가족들을 만나 ““이런 납치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에 강하게 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대통령 배우자는 민간인이지만 공적인 역할을 한다.
이런 정치적인 발언을 임의로 던져서는 안 되고 그래서 2부속실 등 시스템에 의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게 한겨레 주장이다. 김건희 발언을 미리 검증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핵심은 3년 전 총선 패배와 1년 전 대선 승리를 돌아보라는 것이다. 2030을 잡아 가까스로 이겼는데 어느새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이준석과 천하람이 있던 자리를 검찰 출신이 꿰어찼다.
민주당이 부러워했던 게 민주당에 없는 30대 정치인들이었는데 국민의힘도 이제 청년들을 무서워한다.
“미래 세대를 위한다는 노동개혁이 미래 세대에게 호응을 얻지 못하는 건 가짜 뉴스 때문은 아니다.”
2023년 04월15일.
박근혜의 증세, 노무현의 FTA, 윤석열은?
어쨌거나 박근혜는 증세를 했다. 소득 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꿨고 담뱃세도 올렸다. 정권 후반부에 곳간애 채워졌고 코로나 때 문재인 정부가 쓸 재원이 됐다.
노무현 정부도 반대를 무릅쓰고 FTA를 밀어붙였다. 항만노조 상용화와 울산 저준위 방폐장 건설도 노무현의 작품이다. 이걸 잘 했다는 게 아니라 필요하다면 지지자들의 반대와 맞서야 할 때도 있다는 의미다.
박병률(경향신문 경제부장)은 “집토끼를 위한 정책 만으로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윤석열은 무엇과 싸우고 있는지 묻는 질문이다.
언제까지 ‘욕하는 재미’로 구경만 할 건가.
선거 제도 개편을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 회의, 한심한 발언이 많았고 정치 냉소가 끓어오르지만 방향은 오히려 선명하다. 내년까지 국회 일정을 생각하면 골든 타임이 지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김부겸 정도 되면 대구에 출마해서 당선되고 유승민 정도 되면 공천을 안 주려야 안 줄 수 없는 선거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정치 양극화가 해소되고 반사이익 구조가 깨지고 혐오 전쟁이 멈춘다.” 김희원(한국일보 논설위원) 칼럼. “더 나은 정치를 열망하며 가슴 뛴 적 있다면, 거기서 거기인 후보들 사이에서 표 줄 곳 몰라 고민했다면, 선거제가 해법의 전부는 아니라도 일부는 될 수 있다는 제안”이다.
“쟁점은 한 명 뽑는 선거냐, 여러 명 뽑는 선거냐다. 한 명을 뽑으면 양당이 단독 과반수 정치를, 여러 명 뽑으면 연합 과반수 정치를 하게 된다.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정치를 하려면 여러 명 뽑는 선거로 가야 한다. 여러 명 뽑는 유럽 국가들과 한 명 뽑는 미국·영국·한국·프랑스의 민주주의지수를 비교해 보면 여러 명 뽑는 나라들이 앞선 게 우연이 아니다.” 김종민(민주당 의원)의 발언이다.
“국민 요구는 사표 줄여라, 직접 선택권 넓혀라, 정수 늘리지 말라는 것이다.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는) 낯설다. 낯설다 하더라도 국민 요구를 잘 수용할 안이라면 가야 하지 않나. 그게 정치인 역할 아닌가. 애매하게 말고 확실히 국민 요구에 부합하는 제도여야 한다.” 박주민(민주당 의원)의 발언이다.
2023년 04월18일.
문재인 “5년 동안 이룬 성취 순식간에 무너져 허망하다.”
다큐멘터리 영화 ‘문재인입니다’에 나오는 말이다.
“잊혀지고 싶다는 뜻을 밝혔는데” “끊임없이 현실정치 속으로 소환하게 되면 결국은 그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겸손 자중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면서 “그렇게 성취가 크다면 왜 5년 만에 정권을 잃었겠느냐”고 지적했다.
02023년 04월19일..
4.19 기념사도 막 던졌다.
4.19혁명 기념식에 대통령이 참석한 게 16년 만이다. 이 자리에서 “자유와 민주주의가 사기꾼에 농락당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했다.
윤석열이 말한 민주주의의 위기란 민주당을 겨냥한 것이다. “독재와 폭력, 돈에 의한 매수로 도전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거짓 선동과 날조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들이 민주주의 운동가와 인권 운동가 행세를 한다”는 표현도 썼다. 4.19 기념식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다.
민주당은 “야당과 언론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반발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밤 늦게까지 직접 고쳐 쓴 연설문이라고 한다. 한겨레에 따르면 원래 원고에는 없던 발언이다. 이재명의 굳은 얼굴을 클로즈업한 사진이 여러 신문에 실렸다.
2023년 04월20일.
“문재인 실패, 윤석열 책임 된다”, 조선일보의 경고.
주요 신문 가운데 조선일보가 전기요금 올리자는 데 가장 열심이다. 오늘은 1면 기사로 “포퓰리즘이 아닌 미래를 위한 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값싼 전기에 통상 마찰까지 터졌는데 물쓰듯 쓴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미국 정부가 한국의 값싼 전기 요금이 사실상 보조금이라며 한국 철강 제품에 추가 관세를 예고한 상황이다. 한국의 산업용 전기 요금은 영국과 독일 등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한국의 가정용 전기 요금은 147개 나라 가운데 96위다. 프랑스는 실내 온도를 19도 이하로 제안했다. EU 나라들은 지난해 1~10월까지 전력 소비를 11% 줄였는데 한국은 4% 늘었다. 확실히 전기 요금은 올리는 게 맞다. 물론 그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2023년 04월20일.
조하리의 창으로 본 윤석열.
조하리의 창(Johari’s Window)은 미국 심리학자 조셉 루프트와 해리 잉햄이 1955년에 개발한 대인관계 의식에 관한 이론이다. 두 학자의 이름을 합쳐 명명했다.
윤석열도 알고 국민들도 아는 개방 영역의 모습. 하지만 정보가 많지는 않다.
둘째, 맹목 영역의 모습. 도리도리처럼 윤석열 자신은 모르지만 국민은 아는 정보다. 스스로 강직한 검사 이미지라고 생각하겠지만, 국민에게는 상명하복의 문화와 자신들끼리 똘똘뭉친 폐쇄성, 고압적 말투 같은 게 보인다.
셋째, 국민은 모르는 은폐 영역의 모습. 김건희의 과거나 천공을 둘러싼 논란 같은 것들. 불가피한 소음일 수도 있고 가짜 뉴스일 수도 있다.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 부분이다.
넷째, 미지의 모습. 윤석열도 국민들도 모르는 기대와 불안이 섞인 영역이다. 윤석민(서울대 교수)는 “후자(불안감)쪽으로 기우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칼럼.
2023년 04월24일.
검사가 가장 못하는 건? 경청.
쪽지 보고만 익숙한 26년 DNA가 대통령의 몸에 뱄을 거란 이야기다.
이기수(경향신문 편집인) 칼럼. 박근혜 정부 때 국무회의는 열심히 받아 적는 ‘적자생존’이었고 윤석열 정부에서는 1시간 회의에 대통령 혼자 59분을 떠드는 ‘듣자생존’이란 말이 돈다고.
“내우(內憂)가 깊을지, 외환(外患)이 클지 막상막하일 정부다.”
2023년 04월26일.
윤석열의 확신에 찬 시대 착오.
이재성(한겨레 논설위원)은 미국의 변화를 주목한다. 중국과 디커플링과 리쇼어링 정책을 통해 산업 시설을 불러 들이는 것은 공급망 안정 뿐만 아니라 제조업과 노동(고용)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런데 윤석열은? 철지난 이데올로기 타령이다. 미국 의회에 가서도 자유민주주의 타령을 했다. 혼자만 비장하다.
“그는 현재의 국제 정세를 자유 세계와 공산 독재 세력의 투쟁으로 이해하고 있다. 오랜 검사 생활로 몸에 밴 대결적 신념으로 세상을 편 가르고 중국과 러시아와 다툼을 자처한다. 이들과 대결을 글로벌 수준의 계급 투쟁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한국의 대통령은 홀로 20세기와 싸우고 있다.”
2023년 04월28일.
왜 외신만 인터뷰하나, 동아일보의 불만.
“대통령 생각을 외신을 통해 아는 게 정상이냐”고 묻고 있다.
원하는 방향으로 메시지를 내기가 쉬울 거라는 기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승헌(동아일보 부국장)이 세 가지 문제를 짚었다. 첫째, 국민들이 모국어로 대통령의 생각을 읽을 수 없다. 둘째, 깊이 있는 답변을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 셋째, 여론과 대통령 사이에 디커플링이 발생한다.
동아일보는 69시간 논란이 국민들과 소통이 부족해서 발생한 오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버락 오바마(전 미국 대통령)가 퇴임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언론인 여러분이 쓴 기사가 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게 우리(권력과 언론) 관계의 본질이다. 여러분은 아첨꾼(sycophant)이 아니라 회의론자(skeptics)여야 한다. 나에게 거친 질문(tough questions)을 던져야 한다. 언론이 비판적 시각을 던져야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은 우리도 책임감을 갖고 일하게 된다. (중략)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차기 정부에서도 집요하게 진실을 끄집어내서 미국을 최고의 상태로 만들어 달라.”
2023년 05월03일.
지난 정부 탓은 1년만 합시다.
윤석열은 지난 1년 동안 문재인 탓을 했다.
전기 요금과 가스 요금을 제때 올렸어야 했고 임대차 3법을 손봤어야 했고 저출산 예산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런 걸 비판하려면 윤석열은 달라야 한다는 게 이영태(한국일보 논설위원)의 지적이다. “1년이면 충분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정작 전기요금은 눈치만 보고 있고 전세 사기도 손을 놓고 있었다. 국민연금 개혁도 핑퐁만 하고 있다. 블랙리스트는 박근혜 때도 문재인 때도 윤석열 때도 이어지고 있다.
2023년 05월04일.
팬덤은 무죄라고? 증오와 혐오가 그들의 동력이다.
“팬덤은 무죄다. 이재명 팬덤이 부러우면 이재명처럼 실력을 연마하고 지지받을 생각을 해야 한다.” 이게 정청래(민주당 의원)의 말이다.
강준만(전북대 교수)은 “연예인 팬덤은 연예인을 사랑하며 그게 바로 팬덤의 목적이자 수단이지만, 정치인 팬덤에게 정치인에 대한 사랑은 수단일 뿐 목적은 아니다. 정치인 팬덤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사랑이라기보다는 증오·혐오이며, 그 실현을 위한 매개체로서 정치인을 사랑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강준만이 보기에는 “0.2~0.4%를 차지하는 팬덤 당원들이 한국의 정당 민주주의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실세로 군림하고 있다”.
박상훈(거버넌스그룹 연구위원)은 “여야가 개방형 경선을 도입한 뒤 10만~20만명 상당의 팬덤 당원만 있으면 당권은 물론 대선 후보가 될 수 있게 됐다”며 “포퓰리스트만 승자가 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윤왕희(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은 “기성 정당이 중앙당만 있고 당원 기반은 취약해 외부 팬덤 세력의 포획(hijacking)이 쉬웠다”고 지적했다.
강준만은 이렇게 지적한다: “당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선 반드시 누군가를 권력의 자리에서 밀어내야만 한다. 그런 일을 하는 데에 필요한 동력이 바로 증오·혐오다. 당신은 스스로 선하고 정의롭다고 확신하지만, 당신들의 선과 정의에 공감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해선 선하지도 않고 정의롭지도 않은 언행을 보인다.”
대통령 말씀을 뒷받침한다는 명분으로 알아서 긴다. 강철원은 “정권이 4년 뒤 교체된다면 검찰 조직은 해체 수순을 밟을 게 자명하다”면서 “’우리 대통령’을 외치던 조직을 정치권이 이성적으로 대할 리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조직의 명운이 걸려 있다 보니, 검찰이 기를 쓰고 야당에 공세적으로 나올 것이란 얘기가 헛소리로 들리지 않는다”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2023년 06월12일.
원희룡은 왜 맨날 화를 내는가.
이창민(한양대 교수)이 앵그리 버드 정치인의 태도를 분석했다.
첫째, 전략적 분노다. 화를 내야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벼랑 끝 전술’을 편다.
둘째, 원래 성질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정치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이야기다.
셋째, 똑똑하고 잘 나가는 사람들이 분노 조절에 취약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창민은 세 번째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극성 팬들은 열광하겠지만 사회적으로 해악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보수를 넘어 중도와 이탈한 진보까지 아울러야 한다고 했던 윤석열이 윤핵관이라는 낡은 보수 세력과 손잡고 뉴라이트라는 강경 보수 세력과 만났다. 검사 생활에서 익힌 유무죄의 이분법적 사고와 겹치면서 극우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수의 재편은커녕 “내가 날아가는 방향이 무조건 옳다”는 독선에 빠져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2023년 09월12일.
윤석열의 ‘늦바람’ 이념전쟁은 “불안하기 때문”.
유인태(전 민주당 의원)의 분석이다. “잘하려고 하는데 지지도가 안 오르는 것에 대한 원망이 좀 섞여 있는 게 아닌가. 그 원망이 날 지지하지 않는 놈들은 반국가 세력 아니야? 이런 거 아닌가.”
이준석(전 국민의힘 대표)도 비슷한 진단을 했다. “경제에 자신감이 떨어진 것이다. 북한도 1990년대에 ‘쌀밥에 고깃국’이 최우선 과제였는데 그것을 못 하니 강성대국이나 핵보유국 등 다른 수단으로 갔다.”
한국에 시위가 많은 것은 그만큼 정부에 대한 신뢰가 높기 때문이라는 흥미로운 분석이 있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공공 서비스가 있을 때 많은 사람이 불만을 제기하면 개선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OECD 평균은 40%인데 한국은 58%로 1위였다. 프랑스는 38%, 영국은 34%, 일본은 26%였다.
“모두가 중앙정부와 정치권을 바라보면서 정작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정치권과 중앙정부를 통해 한 번에 예산을 따오고 제도를 변화시켜 조직과 인력을 배정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데 굳이 스스로 힘과 노력을 들여 무엇인가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2023년 09월18일.
책 한 권만 읽은 사람이 가장 무섭다.
윤석열이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 (1980)를 ‘인생의 책’이라고 밝힌 적 있다.
“‘특수이익집단’(카르텔)이 자기들의 뱃속을 채우려고 시도하면서 각종 ‘보조금’이 증가하고, 관료기구의 규모와 권력이 커져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대목이 있는데 요즘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다. 프리드먼이 내놓은 해법은 “정부지출을 제한하고, 그 원천이 되는 세금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윤석열 정부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정남구(한겨레 논설위원)는 “윤석열 정부의 재정정책은 청야 전술을 생각나게 한다”고 지적했다. 세입 기반을 무너뜨려, 복지의 재원을 없애버리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청야(淸野)는 ‘들녘을 깨끗이 한다’는 말이다. 후퇴하는 군대가 들판의 곡식과 물자를 태워 없애버리는 방어 전술을 말한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에 따른 반사적 이익의 시효는 이미 끝났는데 윤석열 정부는 자신들의 어젠다를 국민에게 전파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제3지대를 내걸고 창당을 선언한 정치인들도 자신들만의 ‘제3의 길’ 철학을 제시하기보다는 반윤이니 반명이니 하면서 상대방을 비난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러다간 내년 총선에선 유권자들이 대거 기권할 가능성이 있으니 이 또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2023년 11월27일.
벌거벗은 임금님이 돼 가는 신호.
“권력을 더 많이 갖게 될수록 누가 자기에게 거짓말을 하고 참말을 하는지 알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말이다.
이충재(’이충재의 인사이트’ 운영자)은 엑스포 실패 이후 윤석열의 사과 담화를 보고 “한두 표도 아니고 무려 90표 차가 난 투표 결과를 대통령이 몰랐다는 사실을 스스로 실토한 셈”이라며 “충격이었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이 이럴진대 아무런 정보도 없는 국민은 앞날이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충재는 “안보와 외교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이 군과 관련부처의 정보를 오염시키거나 왜곡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남북 긴장이 높아지는 국면에서 대통령의 그릇된 판단은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다.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는 “인재를 널리 쓰랬더니 뉴라이트와 관료에 포섭돼 둘러싸였다”면서 “외로움에서 빨리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을 엄석대와 돈키호테, 벌거벗은 임금님에 비유했다.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무리를 데리고 엉뚱한 짓을 할 때 엄석대, 공산전체주의랑 싸울 때 돈키호테, 잘못된 정치 할 땐 벌거벗은 임금님. 각각 다른 의미였는데, 요즘은 결합체가 됐다. 하나씩 풀어나가는 게 중요하다.”
민주당에도 깨알 조언을 했다. “연동형 비례제로 가면 한동훈의 비례대표 출마가 봉쇄되고, 선거대책위가 영남 중심이 되면서 수도권 중심 선거를 치르지 못한다”는 지적에 이재명이 솔깃해 할 수도 있다. 연동형이 이준석 신당에 가장 유리하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2023년 12월04일.
엑스포 실패, 불길하다.
“소프트 강국, 한국은 어디로 갔나 싶다.” 엑스포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김희원(한국일보 논설위원)의 평가다. 단순히 엑스포 유치 실패가 문제가 아니라 퇴행의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에서 의결한 노란봉투법에 거부권을 행사했고 일회용품 규제는 기약 없이 미뤘다.
“선진국이 된 한국은 권위주의와 가부장적 노사관계로 성장할 수 없다. 옳지도 않지만 가능하지 않다.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는 건 더 이상 미덕이 아니고, 외국인을 배제한 한민족 노동력으로는 멈춰 설 업종이 한둘이 아니다. 성평등을 되돌리려는 시도는 최저 출생률을 경신할 뿐이다. 인류 보편의 가치와 동떨어진 국익을 주장했다간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거나 비난받기 십상이다. 노조와의 동반 관계, 일-가정 양립, 성평등, 다양성 강화, 기후행동은 우리가 선진국으로 존속하기 위한 최소한의 가치다.”
하승수(공익법률센터 농본 변호사)는 “나라를 위해서 토론할 주제가 얼마나 많으냐”고 묻는다. “주가조작과 비선 의혹, 그리고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에 명품백 수수 의혹까지 있는 대통령 배우자를 둘러싼 논란으로 정치권이 시간을 보낸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낭비적인 일”이라는 지적이다.
“심각한 불평등과 부채, 낮은 출산율, 외교와 남북관계, 수도권 초집중과 비수도권 지역의 어려움, 날로 심각해져가는 기후위기 등의 원인을 어떻게 진단하고, 어떤 해법을 모색할 것인지에 대해서 토론하기에도 시간이 너무나 부족한 상황이다.”
특별히 한국을 찍어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민주주의가 회복하는 사례로 소개했던 한국이 박근혜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고 지적한 것도 눈길을 끈다. “우익 보수 성향 윤석열이 집권한 뒤 전임 정권의 노력을 무력화했다”고 평가했다.
“인권 운동가 출신 문재인이 한국을 박근혜 이전으로 되돌려 놓았지만 한국의 대통령은 5년 단임제다. 윤석열 취임 이후 전임 문재인 정부 인사들에 대한 강압적인 처벌과 성평등에 대한 공격 등으로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지수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국은 여전히 자유민주주의 국가지만, 문재인의 노력은 무력화됐다.”
2024년 3월11일.
4년 중임제 개헌, 생각해 볼 때다.
4년 중임 대통령제로 개헌을 한다면 지금이 기회다. 윤석열이 대통령 임기를 1년 단축하는 걸 전제로 2026년 5월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를 동시에 치르면 2년 주기로 대선과 총선을 번갈아 가면서 치를 수 있다.
‘빠리의 택시 운전사’, 장발장은행장, 한국에 똘레랑스(관용)라는 개념을 소개했던 홍세화가 떠났다.
홍세화가 남긴 마지막 칼럼은 지난해 1월, “마지막 당부: 소유에서 관계로, 성장에서 성숙으로”였다. 이 칼럼에서 홍세화는 “진보나 좌파를 말하는 것과 진보나 좌파로 사는 것은 다르다”면서 “말할 수 있는 것도 특권에 속하는데, 적잖은 입이 말로는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기도 하지만 삶은 신자유주의를 산다”고 비판했다.
한겨레21과 한 마지막 인터뷰에서는 이런 말을 했다. “민주시민이라고 하면 세 가지 성격이 같이 묶여져 있어야 해요. 주체성과 비판성, 연대성. 주체성은 자기가 이 사회의 주체, 이 사회를 움직여가는 본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비판성은 비판력을 갖게 되는 것이고, 연대성도. 그게 공화국에서 품어야 하는 민주시민의 성격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기존의 반민주 세력과 싸워나가는 과정에서 주체성, 비판성, 연대성이 지쳐가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펨코는 디씨인사이드에 이어 페이지뷰 2위의 초대형 커뮤니티다. 이범은 “펨코는 일베와 확실히 차별화되어 있으며, 대규모의 학습과 토론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곳”이라고 분석했다.
이를테면 일베는 ‘전땅크(전두환)’를 찬양하지만 펨코는 ‘전땅크’를 비난한다. 일베에서는 ‘여자는 삼일에 한 번씩 패야 한다’ 같은 혐오 발언이 넘쳐나지만 펨코는 아니다. 최근에는 동성애 혐오 비율도 낮아지고 있다.
이범은 이대남 보수화의 계기가 젠더 갈등과 ‘유죄 추정’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본다. 우석훈(경제학자)이 “여혐은 중학교 때부터 몇 년에 걸쳐 다듬어진 ‘문화적 취향’이기 때문에 한순간에 바뀌기 어렵다”고 전망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범은 “이대남의 심리는 PC(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반감과 시장주의가 결합했다는 점에서 트럼프 지지자들과 유사하다”면서도 학습과 토론이 가능하다면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2024년 07월02일.
넘버3와 넘버4의 ‘아귀다툼’.
윤석열 사단의 계보는 대략 다음과 같다. 한동훈이 ‘넘버2’, 이원석(검찰총장)은 ‘넘버3’, 그리고 이창수(서울중앙지검장)가 ‘넘버4’쯤 된다.
‘넘버2’가 당 대표가 되면서 ‘넘버1’의 권력에 도전하고 ‘넘버1’의 부인 관련 수사로 ‘넘버4’가 ‘넘버3’를 건너뛰면서 논란이 폭발한 게 최근 상황이다.
황대진(조선일보 사회부장)은 “근본 원인은 윤석열에게 있다”면서 “검찰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이 이원석이 아니라 윤석열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동훈 배신자 논란도 결국 여당의 주도권이 줄곧 윤석열에게 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는 이야기다.
2024년 07월26일.
이게 우연인가.
이종호(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의 단체 대화방 멤버였던 김규현(변호사)이 녹취록을 공수처에 내고 조사를 받았는데 하필이면 공수처 담당 검사가 이종호의 변호인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종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핵심 공범이다. 김건희 계좌를 관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임성근(전 해병대 사단장)의 구명 로비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녹취록에 이런 말이 있다. “내가 VIP한테 얘기할 테니까 사표 내지 마라. 왜 그러냐면 이번에 아마 내년쯤에 발표할 거거든. 해병대 별 4개 만들 거거든.”
“아내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한 저글링용 공을 ‘한동훈-이원석’에서 ‘박성재(법무부 장관)-이창수(서울중앙지검장)’로 교체했을 뿐이다. 그렇다고 ‘한동훈-이원석’의 잘못이 사라지진 않는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그동안 대체 뭘 하다가 임기가 다 끝나가는 이제 와서 ‘패싱’당했다며 화를 내는 것인가. 대통령에게 맞설 강단은 없었지만, 나는 정의로웠노라고 역사에 남으려는 알리바이 아닌가.”
이재성은 무겁고도 불편한 질문을 남겼다.
“만약 이 사건의 주인공이 김건희가 아니라 정경심이었다면 어땠을까? 검찰은 수십 군데를 압수수색하고 언론은 없는 의혹까지 부풀려가며 사건을 키웠을 것이다. 이른바 ‘조국 사태’ 당시, 사모펀드 가입 자체가 범죄인 것처럼 떠들던 이른바 ‘좌파’ 지식인들은 지금 어디에 있나.”
2024년 07월26일.
박근혜 학습 효과.
사과했다가 탄핵까지 간다는 게 김건희의 주장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혜정(한겨레 논설위원)은 문제는 사과가 아니라 경고를 무시한 데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이 ‘학습’해야 할 대목은 총선 패배의 경고등을 무시하고 폭주했다가 탄핵당한 전직 대통령의 회한이다. 윤석열에게 남은 선택지는 민심·당심을 윤심으로 받아들일지 여부뿐이다. 윤석열의 정치적 운명이 여기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