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핑턴포스트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뉴스 미디어로, 뉴스 전파력은 뉴욕타임스의 열 배로 평가됩니다 pic.twitter.com/0xcBnIDNr7
— 허프포스트코리아 (@HuffPostKorea) February 20, 2014
“인생은 뉴스로 가득하다.”라는 카피를 내세운 허핑턴포스트코리아의 공식 출범을 앞두고 말이 많다. 특히 원고료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원칙에 대한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원고료를 지급하지 않는 대안 미디어가 흥해서 원고료를 주는 원래 미디어가 밀려나면 전업필자인 난 뭐 먹고 사나?
– 사탕발림Sugarspray=박사+이명석 페이스북 중에서친한 동료 M은 ‘참담하다’고 까지 표현했지만, 나는 그곳에 블로그를 만들 예정이다. 그리고 그곳에 ‘글’은 쓰지 않을 것이다.
– 박사(park sa) 페이스북 중에서블로그란 공간이 있으니 좋습니다. 누구도 제게 의뢰하지 않았고 원고료도 없지만, 제 생각을 이렇게 자세히 전할 수 있으니까요. 누군가에게 이 글은 뉴스일까요? 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 카피라이터 김하나 블로그 중에서(이상 트위터 이용자 @toonism_world 의 트윗을 통해)
하지만 나는 원고료 지급보다 AOL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내 언론은 허핑턴포스트라는 브랜드에 초점을 맞추어 한겨레의 새 도전을 알렸지만, 3억 1,500만 달러에 허핑턴포스트를 인수한 AOL은 충분한 조명을 받지 못했다. 구글과 마찬가지로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운 회사이기 때문에 허핑턴포스트와 한겨레의 합작을 새로운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허핑턴포스트의 모기업 AOL
2011년 2월, 구글에서 이직한 AOL의 CEO 팀 암스트롱의 비전을 반영한 THE AOL WAY라는 문서가 비즈니스 인사이더를 통해 유출되었다. 같은 해 3월 말까지 AOL의 브랜드가 매달 내보내는 기사의 수를 33,000에서 55,000으로, 기사 하나의 페이지뷰를 1,500에서 7,000으로 늘리라는 요구를 포함한 체계적인 지침이었다.
문서를 보면 브랜드 사이트의 한 웹페이지를 세분화하여 광고배치부터 수익률까지 구체적인 요구를 했다. AOL의 리더십은 각 브랜드의 편집팀이 기본적으로 행사해야 할 독립과 자유를 무시한 것이다.
회사 내부 교육을 위해 작성된 THE AOL WAY가 유출된 후 AOL의 방향을 반대한 IT 뉴스 사이트 엔가젯의 핵심 기자들은 회사를 떠나는 등 미국 온라인 미디어 산업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의 방침을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팀 암스트롱은 여전히 CEO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난 지금 하는 일을 영원히 하고 싶지만, AOL이 엔가젯을 인수했고 AOL은 엔가젯의 진화에 기여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 퍼블리싱 업계에 잔뼈가 굵은 사람이 아닐지라도 AOL이 콘텐츠와 관련해서 방향을 잘못 짚고 있다는걸 쉽게 알 수 있다. “AOL WAY”라는 문서에 잘 나와 있듯, 또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봐도, AOL은 콘텐츠를, 광고를 팔 수 있는 상품으로 밖에 보지 않는다. 이는 비즈니스 관점에선 좋을지 몰라도 (나는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좋은 저널리즘을 지지하지도 않고 심지어 좋은 엔터테인먼트 거리가 되지도 못한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멀리 내다볼 줄 알는 엔가젯의 그 팀이 발전할 수 있게 도와주지도 못한다.
I’d love to be able to keep doing this forever, but unfortunately Engadget is owned by AOL, and AOL has proved an unwilling partner in this site’s evolution. It doesn’t take a veteran of the publishing world to realize that AOL has its heart in the wrong place with content. As detailed in the “AOL Way,” and borne out in personal experience, AOL sees content as a commodity it can sell ads against. That might make good business sense (though I doubt it), but it doesn’t promote good journalism or even good entertainment, and it doesn’t allow an ambitious team like the one I know and love at Engadget to thrive.
– 폴 밀러(Paul Miller) 전 엔가젯 에디터, 현 버지 에디터
당시 콘텐츠의 질 향상보다 SEO, 트래픽 증가를 우선 사항으로 삼은 AOL은 CBS Interactive 계열의 거대 IT 사이트 씨넷을 연상시킨다. 씨넷은 수많은 기사와 동영상 리뷰를 찍어내듯 내보내는 사이트로 유명하며, 트래픽은 엔가젯(Engadget)과 버지(The Verge)를 큰 차이로 압도한다.
“미디어 회사가 트래픽을 중요시 여기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라고 반론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 하지만 다양한 독자를 고려하고 정성과 노력을 기울인 기사를 쓰는 것이 우선순위인 회사와 클릭수, 광고, 트래픽에 몰두하는 편집팀을 갖춘 회사는 서로 매우 다른 성격, 수준의 기사를 제공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허핑턴포스트코리아를 기다리는 국내 콘텐츠 소비자의 기대치는 매우 높을 것이다.
여전히 SEO를 강조하는 허핑턴포스트
2014년 2월 중순에 허핑턴포스트의 에디터 멕스웰 스트라챈(Maxwell Strachan)이 한국에 방문해 허핑턴포스트코리아의 에디터들에게 CMS교육을 했다. 스트라챈이 직접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CMS 교육 문서를 보면, 이런 문구가 나온다.
“첫번째 Search Phrase와 Basename은 항상 똑같아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구글에서 순위에서 사라지게 된다”
https://twitter.com/maxwellstrachan/status/436322292281663488
온라인 매체의 에디터에게 SEO(Search Engine Optimization: 검색엔진 최적화) 교육을 시키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2월 20일 진행된 교육자료의 첫 페이지에 이 내용이 담겨 있다는 건 에디터 교육과정에 SEO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는 2011년 유출된 THE AOL WAY와 큰 차이를 보여주지 않는다.
더욱이 한국은 네이버의 점유율이 구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데, (네이버: 73.44%, 구글: 4.55%, 2013년 10월 코리안클릭 기준) 구글 검색 알고리즘에 맞춰 작성된 교육문서가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게 어떤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의 행보를 지켜보자
물론 공식오픈 전부터 허핑턴포스트코리아의 방향성에 대한 편견을 갖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나 한겨레와의 합작이라고 한다면 어쨌든 반은 AOL의 DNA로 구성된 결과가 아닌가. 서버와 CMS를 AOL에서 제공한다는 소식은 중요하다. CMS가 온라인 매체의 기술적 능력의 중심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역량 부족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뉴욕타임스와 제휴한 중앙일보의 결정은 현실적이었고 대체로 좋게 평가한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의 시작이 한국의 다른 온라인 매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거나 다른 매체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면 의미가 있는 모험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허핑턴포스트와 한겨레의 제휴는 충분한 검토와 의견 수렴을 하지 않은 성급한 시도로 끝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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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 장현후는 AOL의 방침에 반대하여 엔가젯을 나온 사람들이 만든 버지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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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마지막 필자의 소속 공개가 이글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네요. 허핑턴포스트가 존경받을만한 언론인지는 저도 확실치 않지만, 낚시 선정 기사나 정치 편향에 찌든 국내 일간지에 비하면 훨 나은 매체일 겁니다.
네 맞아요^^ 마지막 부분은 글 쓴 현후님이 꼭 넣어달라고 초고에 포함시켜 저희쪽에 보내줬습니다. 외국 매체의 Disclaimer느낌?
저는 지난 수년간 AOL / Huffington Post 등 에서 근무하였습니다.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하지만 조금 부연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 댓글을 남김니다. 허핑턴포스트는 AOL에 2012년 인수되기 전부터 SEO 와 Viral content 양산에 중점을 두었고,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회사입니다. 2011년 유출된 AOL문서와 2012년 AOL 에 인수된 사실 어느 것도 허핑턴포스트의 방향성을 바꾸어 놓지 않았습니다. 일례를 들자면, 본문에 예시된 AOL CMS (= Blogsmith) 는 허핑턴포스트가 지금까지도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허핑턴포스트는 Movable Type 에 기반을 둔 독자적인 커스톰 CMS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편집방향역시 초기부터 지향해온 진보성을 유지하고 있지요.
네, 맞습니다. 2011년 인수 전부터 AOL과 Huffington Post는 서로 흡사한 콘텐츠 전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허핑턴포스트가 쓰는 CMS가 엔가젯과 달라도 허핑턴포스트코리아의 진출 시 AOL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첫번째 Search Phrase와 Basename은 항상 똑같아야한다.” 원문번역자체를 잘못한게 아닐까 합니다. 아마 이대로라면 이해하기가 어려웠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