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미디어몽구 김정환입니다.

설마 여기까지 낙하산이 투하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신임 이사장에 박상증 목사가 임명되었습니다. 이분이 누구냐,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지지운동을 했던 분입니다. 그리고 이분 아버지께서는 친일인명사전 명단에 올라 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절차상 불법으로 임명된 분이라고 합니다. 다른 곳도 아닌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설립된 공공기관에 이런 분을 이사장으로 임명하다니 어떤 표현을 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민주화 원로들은 모욕감을 줬다며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직원들 역시도 항의 차원에서 집단 휴가를 냈습니다. 임명 철회할 때까지 출근을 저지하겠다는 방침도 세웠습니다. 어제 오후 동료 목사들과 함께 온 박상증 목사는 첫 출근을 저지당했습니다. 이사장실로 향하는 모든 문을 들어오지 못하도록 잠갔기 때문입니다.

문 열어주길 기다리겠다며 커피숍에서 대기하던 박상증 목사 앞에 주진우 기자가 나타났습니다. 주진우 기자의 계속되는 질문에 박상증 목사와 동료 목사들은 유도신문하지 말라며 그만하자 불편해했습니다. 어쨌든 박상증 목사의 이사장 임명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의식 있는 분들의 관심과 여론 형성이 절실할 때입니다.

  • 일시: 2014년 2월 17일
  • 장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중구 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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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지지 운동을 했던 박상증 목사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에 임명되었습니다.

양기철 / 서울대 민주동문회 사무처장

이사장 임명 자체가 불법적이에요.

(왜 불법적이에요?) 우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자체 정관도 있고, 내규가 있습니다. 거기에 따라서 이사회에서 이사장을 추천해서 추천된 사름을 행안부 장관이 임명하는 걸로 되어있어요. 그런데 앞의 이사회 추천이라는 과정을 완전히 생략하고, 행안부 장관이 지명해서 이번에 임명했어요. 그러니까 추천 과정을 다 생략했기 때문에 잘못됐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임명된 사람이 문제예요. 박상증 목사라는 사람은 자기 아버지가 박형명이라는 사람인데 2008년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사람이에요. 한마디로 말해서 골수 친일분자입니다. 그 전에만 해도 박상증 목사는 참여연대 이사장도 하고, 아름다운재단에서 시민운동도 하던 사람인데 2008년 친일인명사전에 자기 아버지 이름이 나오자마자 얼굴색을 싹 바꿔가지고…

김용필 회장 / 5.18 민중항쟁 서울 기념회

민주화의 가치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을 낙하산식으로 보내고선 논공행상 차원으로 임명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인 거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만들어지기까지는 해방 이후 이승만 독재 이후부터 세대를 바꿔가면서 근 60년간 투쟁해서 만들어 놓은 거예요. 세대를 바꿔가면서 우리 대선배들부터… 그런 정신적 가치를 아는 사람이 이사장으로 와야죠.

박상증 목사를 임명한 그 순간부터 과거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모든 사람들에게 모독감, 모욕감을 느끼게 만들어 버린 거예요. 우리들에 대한 정면도전이고, 모독을 시킨 거죠. 한마디로 말해서.

신임 박상증 이사장의 출근을 저지하고 피켓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직원들
신임 박상증 이사장의 출근을 저지하고 피켓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직원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대선 전리품이 아니다. 국민 모두의 공익법인이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법과 정관, 규정을 존중하라!”
“모든 민주세력,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투쟁할 것이다!”

결국 박상증 신임 이사장의 첫 출근은 무산
결국 박상증 신임 이사장의 첫 출근은 무산

주진우 기자의 박상증 목사 인터뷰

– 시사인 주진우 기잡니다. 몇 가지 질문해도 되죠?

박상증: 내가 뭘 알아야 답변을 하지. (주진우: 일단 좀 앉으시고, 몇 가지만)

* * *

– 박근혜 대통령 선거운동을 하시거나, 지지는 하셨죠?

박상증: 지지했지. 그리고 찍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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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찍고, 지지한다고 얘기하셨잖습니까?

박: 얘기했지.

– 그것 때문에 이사장 임명까지 이어졌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박: 자기네들(날 반대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주장하잖아.

* * *

– 목사님, 그런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 저쪽(안행부)가 임명했죠? (박: 응) 안행부가 주관부서고, 임명하는 것까지는 그렇죠. 장관이 임명하게 돼 있고. 그래서 왔는데, 직원들이 지금 임명에 반대하고 있지 않습니까.

박: 반대하고 있지.

– 좀 난감하네요?

박: 난감하지.

– 어떻게 상황을 돌파하실 건가요?

박: 시간이 흘러가면 대화할 기회도 생기겠지.

* * *

– 내일도 문을 안 열어 주면요?

박: 기다리지. 허허허허허.

– 앞으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어떻게 이끌고 싶으신지…

박: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되죠. (주진우: 이런 식이라는 건?) 거부권 행사하는 거 아냐? 민주사회는 거부권이 없는 사회야. (주진우: 아니 왜 민주사회에 거부권이 없어요?) 거부권을 가진 사람은 없어. 민주사회엔…

민주사회에는 '거부권'이 없다고 말하는 박상증 목사
민주사회에는 ‘거부권’이 없다고 말하는 박상증 목사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이 되리라곤 생각은 안 하셨죠?

박: 글쎄. 내가 이사장 하려고 마음만 먹었으면 옛날에 했겠지.

* * *

박: 그러면 임명권자(안행부 장관)가 마음을 바꾸게 해야 되겠지.

– 임명권자가 마음을 바꾸지 않으면 임명 철회할 마음은 없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는 1년 동안 별 목소리가 없었던 것 같은데.

박: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난 잘 모르니까… 소위 한국의 민주세력이라고 하는 사람들이거든. 그 얘기지…

민주화기념사업회에 대해선 '모른다'고 솔직하게(?) 답하는 박상증 신임 이사장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대해선 ‘모른다’고 솔직하게(?) 답하는 박상증 신임 이사장

– 3공때 박정희 정권이 민주화 세력을 억압하고 탄압한 것은 맞지 않습니까?

박: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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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박정권의 탄압)에 대해서 반대하셨죠?

박: 반대했지.

–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서 박근혜 정권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풀어나가실 겁니까?

박: 그걸 왜 나한테 물어?

– 기념사회업회 이사장님으로 임명되셨잖아요. 그러니까 여쭤봐야죠.

박: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나보고?

"그걸 왜 나한테 물어?"
“그걸 왜 나한테 물어?”

– 그러니까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건지.

박: 어떻게 하긴? 지금 (박근혜가) 대통령이 됐잖아. 그랬으면 대통령으로 모시면 되는 거지.

– 아니 민주화운동하고, 그 전에 탄압하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목소리를 가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대통령 됐으니까 이제 얘기하면 안 됩니까?

박: 나한테 심문하는 식으로 자꾸 얘기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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