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언론의 품격’ 시간입니다. 사람이 사람으로서의 최소한을 지키듯, 언론이라면 언론으로서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격이란 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상엔 온통 ‘충격, 경악, 헉, 아찔, 뒤태’뿐입니다. 이렇게 너도나도 ‘내가 더 저질이야!’, ‘아니야 내가 더 저질이라니까!’라며 몸부림칩니다.

살신성인이라고 했던가요? 평범한 저질 미끼 제목에 익숙해진 독자의 나태한 의식을 산산이 부숴버리는 창조적인 움직임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을 포착하고, 꾸준히 기록하며, 상주려 합니다. 도저히 상식적으론 나올 수 없는 제목과 문구들을 그들은 기어코 창조하고야 말았습니다. 창조가 딴 게 아닙니다. 이게 바로 창조입니다. 독자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른 이유는 찾을 길 없었습니다. 상 주지 않을 도리가 없겠죠?

이제 ‘충격, 경악, 헉, 아찔, 뒤태’ 따위의 수줍고, 게으른 미끼 제목은 잊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런 제목들은 이제 지겹기만 합니다. 여기에 정말 창조적인 제목과 표현들이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편집자)

[divide style=”2″]

제2회 수상자: 매경닷컴

축하합니다!

언론의 품격 제2회 수상작 - 매경닷컴

사실 제1회 수상작을 발표할 때만 해도 올 한 해 동안 언론의 품격을 더 높일 수 있는 제목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대단히 창조적이고 높은 수준의 제목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편집팀의 이러한 예상은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매경닷컴의 속보부 여러분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축하 배경 음악: 금영노래방 팡파르 메들리)

수상작: “썩은 내가…”

매경닷컴 - 섹시 아이돌 걸그룹 다가가면 썩은 내가… 스크린샷
임산부나 노약자, 수험생 그리고 걸그룹 팬들은 앞으로 매경닷컴 링크를 유의해서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이미지 출처: 매경닷컴이 남긴 캐시를 갈무리)

심사평

매경닷컴의 낚시 제목은 충격 고로케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2014년 2월 5일 기준 지난 30일간 366건의 낚시 제목을 작성했군요. 사실 제목을 클릭하고 들어가면 전혀 놀랍거나 새롭지 않은 기사에 헉!, 이럴 수가, 화들짝, 입이 쩍, 알고 보니, 충격 등의 제목을 쓰는 건 매경닷컴의 전매특허가 아닙니다. 낚시질은 한국 언론사의 기본 자질이죠. 제1회 수상작도 아이돌을 이용했기 때문에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매경닷컴은 이 기사로 기본 자질만으로는 절대로 도달할 수 없는 신기원을 이뤘습니다.

첫째, 누군지를 특정하지 않습니다. ‘섹시 아이돌 걸그룹’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정작 기사 제목에도 내용에도 그게 누군지 밝히지 않습니다. 즉, 평범한 걸그룹 이름 낚시를 넘어 이제 걸그룹 누구나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보편성을 확보한 것입니다.

둘째, 캡처 화면을 보시면 기사 카테고리가 ‘IT/과학’입니다. 경제전문지닷컴이 기사를 통해 주선한 걸그룹과 IT/과학의 만남. 이처럼 놀라운 시도는 쉽게 나올 수 있는 게 아니죠.

셋째, 홍보자료를 바탕으로 쓴 것 같은데, 어떤 병원을, 어떤 의사를 홍보하는지는 명시하지 않습니다. 독자들의 상상력을 마구 자극하는 거죠. 매경닷컴에 전화를 하면 친절하게 저 전문의를 알려주려는 걸까요?

넷째, 마지막 바이라인을 보면 매경닷컴의 “속보부”가 작성한 기사입니다. 박근혜 대통령께서 나라를 태평성대로 이끌어 국민들이 아무런 걱정 없이 잘살고 있기 때문에 속보부가 할 일이 별로 없다고 느낀 것이 분명합니다. 그럼요, 질병은 빨리 치료를 해야죠.

다섯째, 온갖 혁신의 와중에서도 선정적 기사의 기본기인 닥치고 성적 이미지 조장하기조차 등한시하지 않았습니다. 역시 한국의 경제지 하면 섹시&가십 기사 아니겠습니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현재 이 기사는 내려져 매경닷컴 홈페이지에서는 볼 수 없습니다. 물론 인터넷에 올린 자료는 어떻게든 남기 마련이지만요. 매경닷컴이 어떤 이유로 옐로 저널리즘의 본보기로 남을만한 기사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독자들이 더욱 눈을 부릅뜨고 언론의 이상한 행동들을 꼼꼼히 비판하고 감시해서 언론의 품격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전달한 게 아닐까요? 그 밖에는 다른 이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슬로우뉴스는 기쁜 마음으로 매경닷컴에 제2회 언론의 품격상을 수여하는 바입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한차례 대한민국 언론의 수준을 높여준 매경닷컴, 다시 한 번 축하합니다!

부상

참, 해당 수상작을 작성한 매경닷컴 속보부는 editor@slownews.kr 혹은 댓글로 연락처를 남겨주세요. 슬로우카페가 개장하는 즉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기프티콘을 보내드립니다. 언론의 품격을 높이시느라 노고 많으셨습니다. 앞으로 더 창조적인 창작 활동을 기대합니다!

관련 글

2 댓글

  1. 저번에 충격 고로케 통계 기사를 재미있게 봤는데, 이런 요소들을 종합해서 타블로이드 신문 월간 랭킹 같은 걸 정기적으로 산정해보는 코너를 만들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2. 그런데 상을 연락해야만 준다는 건 좀 이상합니다.

    슬로우뉴스쪽에서 먼저 해당 수상자 혹은 수상단체에 연락해서 ‘이번에 슬로우뉴스에서 상을 타게 되셨는데, 이 상을 수상하시겠어요? 상품은 어디로 보내드릴까요?’라고 묻는 것이 순리일 것 같네요.

    상의 권위(…)를 유지하려면 어느 정도의 기본적인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봅니다.

댓글이 닫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