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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뉴스가 상 하나를 마련했습니다. ‘언론의 품격’ 상입니다. 사람이 사람으로서의 최소한을 지키듯, 언론이라면 언론으로서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격이란 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상엔 온통 ‘충격, 경악, 헉, 아찔, 뒤태’뿐입니다. 이렇게 너도나도 ‘내가 더 저질이야!’, ‘아니야 내가 더 저질이라니까!!’라며 몸부림칩니다.

살신성인이라고 했던가요? 평범한 저질 미끼 제목에 익숙해진 독자의 나태한 의식을 산산이 부숴버리는 창조적인 움직임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을 포착하고, 꾸준히 기록하며, 상주려 합니다. 도저히 상식적으론 나올 수 없는 제목과 문구들을 그들은 기어코 창조하고야 말았습니다. 창조가 딴 게 아닙니다. 이게 바로 창조입니다. 독자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른 이유는 찾을 길 없었습니다. 상 주지 않을 도리가 없겠죠?

이제 ‘충격, 경악, 헉, 아찔, 뒤태’ 따위의 수줍고, 게으른 미끼 제목은 잊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런 제목들은 이제 지겹기만 합니다. 여기에 정말 창조적인 제목과 표현들이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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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수상자: 조선닷컴 

축하합니다!

'상장' 기획/디자인: 써머즈
기획/디자인: 써머즈

걸스데이의 뮤직비디오를 보며 “걸스데이 ‘something’ 치마올리기+쩍벌춤…거기빼고 다 보여줬다”는 창조적인 제목을 생산해낸 조선닷컴.  제1회 수상자는 명불허전 조선닷컴입니다. 조선닷컴의 이름없는 편집팀 여러분들 정말 노고 많으셨습니다. (축하 배경 음악 ‘선구자’)

수상작: “거기빼고 다 보여줬다”

임산부나 노약자, 그리고 수험생은 링크를 클릭하지 마시길 권합니다.  (출처: 조선닷컴)
임산부나 노약자, 그리고 수험생은 앞으로 조선닷컴 링크를 유의해서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이미지 출처: 조선닷컴에서 갈무리)

심사평

조선닷컴의 창조적인 창작행위는 이미 게시판과 블로그, 그리고 매체전문지에서도 자세히 평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특히 미디어오늘에서 걸스데이 컴백을 축하하는 조선닷컴 기사들을 정리한 기사가 있군요. 조선닷컴에서 생산한 제목을 추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참고 기사: 미디어오늘, ‘1등 신문’ 조선일보가 걸스데이를 활용하는 법, 2014년 1월 5일)

  • 걸스데이 쇼케이스, 방황하는 혜리 손…“앗 그곳은?”
  • 걸스데이 ‘something’ 치마올리기+쩍벌춤…거기 빼고 다 보여줬다
  • 걸스데이 ‘something’ 치마올리기+쩍벌춤…“색기” 보여줬다 “너무 야해”
  • 걸스데이 ‘something’ 치마올리기+무릎꿇고 쩍벌춤도 “19禁 훨씬 넘는다”
  • 걸스데이 something, ‘멜빵춤’보다 섹시한 ‘쩍벌춤’ “다 보여준다”
  • 걸스데이 ‘something’ 치마 걷어올리기…무릎꿇고 쩍벌춤까지 “섹시종결”

자, 어떻습니까? 기사 제목에 사용된 표현이 자못 화려하지만 역시 화룡점정은 “거기 빼고 다 보여줬다”인 것 같습니다. 이런 걸 사람들은 ‘신기원’이라고 부릅니다. 신기원, 새로운 기원이라는 뜻이죠. 즉,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는 뜻입니다. 이제 미끼 제목의 세계는 조선닷컴의 ‘거기 빼고’ 이전과 ‘거기 빼고’ 이후로 나뉘어야 마땅합니다. 이 표현은 그저 독자를 우롱하고, 독자의 성적 수치심을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가장 억울한 피해자는 ‘걸스데이’와 그 팬들

그렇다면 가장 억울한 피해자는 누구일까요? 네, 무엇보다 바로 걸스데이입니다. 의상 노출을 동반한 대중문화 종사자의 퍼포먼스에 관해선 시각 차이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보통의 평범한 할머니 할아버지라면 ‘에이 젊은 처자들이 왜 저렇게 홀딱 벗고 나왔어’ 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 문화적 편견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 개인의 취향으로 인정되는 범위에서 그저 ‘다른 생각’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걸스데이 뮤직비디오는 하나의 대중문화 상품 혹은 대중 예술작품입니다. 걸스데이 팬이건 그렇지 않건, 걸스데이의 노래와 안무를 “쩍벌”이나 “거기 빼고”나 “앗 그곳은?” 따위의 언어로 난도질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혼잣말도 아니고, 무슨 대중문화에 관한 비평도 아니며, 그저 언어적 희롱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언어폭력을 언론이라는 곳에서 행사했다? 이것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혼잣말과는 차원이 다른 것입니다. 이것은 아주 공식적이고, 그래서 더 야만적인 폭력인 것입니다. 또한, 걸스데이와 걸스데이의 뮤직비디오까지 도매금으로 ‘뭔가 잘못된 건가’하는 편견과 착각을 독자에게 유도할 수 있습니다.

일등신문 조선일보의 인터넷신문인 조선닷컴에서 이런 야만적인 언어 폭력을 자행한 이유는 분명해 보입니다. 독자의 의식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 걸스데이 팬들에게 좀 더 적극적인 대중문화 향유와 비평을 촉구하는 것. 그 밖에는 다른 이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슬로우뉴스는 기쁜 마음으로 조선닷컴에 제1회 언론의 품격상을 수여하는 바입니다.

거기까지 포함해서 보여줄 건 다 보여준 조선닷컴, 다시 한 번 축하합니다!

부상

참, 해당 수상작을 작성한 기자 혹은 편집자는 editor@slownews.kr 혹은 댓글로 연락처를 남겨주세요. 슬로우카페가 개장하는 즉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기프티콘을 보내드립니다. 언론의 품격을 높이시느라 노고 많으셨습니다. 앞으로 더 창조적인 창작 활동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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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1. 슬로우뉴스는 조선닷컴의 “거기빼고 다 보여줬다”라는 기사를 비판하며 – 가장 억울한 피해자는 걸스데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라면 ‘왜 저렇게 홀딱 벗고 나오냐’라고 할 수도 있지만 걸스데이 뮤직비디오는 하나의 대중문화 혹은 예술상품이다. ‘쩍벌’이나 ‘거기 빼고’와 같은 자극적인 단어로 난도질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것은 언어적 희롱이다 – 라고 말했다.

    근데 내가 보기엔 걸스데이 멤버들이 얼마나 무명시절부터 피나는 노력을 해서 지금 이 자리에 왔건 간에, 이번 뮤직비디오는 어쨌건 심하게 ‘천박하다’. 정해진 선정성 규제의 틀 안에서 어떻게든 더 야해보이려고 치마를 걷고 다리 사이에 손가락을 돌리고 다리를 벌리는 등의 안무를 어떻게 “예술상품”으로 포장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간다. 아무런 예술적 함의도 느껴지지 않고 직설적으로 성적인 이미지를 노출시키는데 그친다.. 내가 보기에 의 기사는 확실히 저질이었지만, Something 뮤직비디오에 딱 걸맞는 수준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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