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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역사교육연구소에서 교학사 역사 교과서 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위한 탄원서를 모은다고 합니다. 역사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스스로 체험한 것이든 부모와 형제로부터 보고 들은 것이든, 학교에서 읽고 배운 것이든 역사는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한 탄원서를 소개합니다. 역사에 참여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저 이렇게 자신의 체험과 생각을 솔직하게 들려주는 것, 또 자신의 뿌리를 되돌아 보는 것, 그렇게 대화하는 것, 그것이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편집자) [/box]

 

탄 원 서

 

저는 인천시에 거주하고 있는 진00입니다.

제 고향은 제주도입니다. 제주도는 근현대사에서 매우 아픈 경험을 겪었습니다. 4·3 사건에 의해 희생된 사람은 제주도의 공식 조사 기록으로만 따져도 14,032명이고 이 가운데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군경과 극우조직에 의해 학살당하여 목숨을 잃었습니다. 당시 제주도의 주민은 약 28만 명으로 그 가운데 1만4천 명은 전체 인구의 5%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다시 말하면 제주도민들은 일가친척 가운데 한 분 이상은 이 때 돌아가신 셈이 됩니다. 이는 세계사적으로 살펴보아도 유래가 드문 참혹한 학살입니다.

제주 4.3을 다룬 영화 [지슬](2013)의 한 장면
제주 4.3을 다룬 영화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 2](오멸, 2013)
이러한 학살을 경험한 제주도 사람들의 마음 한편엔 언제나 역사에 대한 무거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제 경험을 말씀드리면 우리 집에서는 외할머니의 친가가 이 일로 많은 피해를 겪었다는 것을 나이 서른이 넘어서야 잠시 들었을 뿐 자라면서 일절 가족 안에서 4·3을 말하는 경우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입에 올리기조차 어려운 이야기였으니까요.

냉전이 지속되는 동안 제주도 사람들은 자신들의 억울함을 말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군사정권의 국정교과서는 4·3 사건을 공산폭동이라고 가르쳤고, 저도 그런 교과서를 보며 배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뻔히 억울한 희생을 아는데 학교에서는 오히려 그 분들을 폭도라고 가르치니 오히려 학교에서 가르치는 역사 전체에 대한 의구심만 가득하게 되었습니다.

4·3 특별법이 제정되고 희생자들이 신원될 때까지 해마다 제주도에서는 4월만 되면 진상 규명을 요청하는 시위대와 이를 해산하기 위해 최루탄을 쏘는 경찰의 충돌이 있었습니다. 4월 3일은 마침 제주도의 벚꽃 만개일입니다. 꽃구경 하며 상춘지절을 보내야 할 사람들이 흩날리는 꽃잎과 함께 최루탄을 뒤집어써야 했던 일은 참으로 씁쓸하기 그지없는 기억입니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발전으로 1999년 12월 제주4ㆍ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어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분들의 신원을 회복하고 진상규명과 희생자 추모를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그 날 이후 제주도에서는 4월 3일이 되면 시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희생자를 추모하는 추모식을 거행하게 되었습니다. 제 짧은 소견엔 이것이야말로 사필귀정이요 역사적 화해의 기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교학사의 역사 교과서를 보면 4·3 사건을 다시 공산폭동으로 치부하고 오히려 제주 사람들이 군경에게 폭력을 행사한 폭도인 양 사실을 왜곡하여 몹시 화가 났습니다. 지난 역사에서 국가가 잘못한 일은 그것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여 후세에게 교훈을 남겨야지 오히려 사실을 덮고 거짓을 꾸며 반세기를 넘어 희생자를 욕보이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2013년 6월 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4.3 폭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양민들이 좀 학살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명희 교수는 2013년 6월 5일 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4.3 폭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양민들이 좀 학살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러한 역사 왜곡으로 제주가 고향인 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비참한 심정을 느꼈습니다. 만약 이러한 교과서로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친다면, 그것을 배운 사람들에게 제주도는 다시 반역의 땅이 되고 저는 반역자의 후손이 될 뿐입니다. 내 고향에서 있었던 현대사의 비극이 아직도 제대로 치유되고 있지 못한 지금, 수많은 희생자와 그 유족들에게 막대한 심적 피해를 주는 교학사의 역사 교과서는 절대로 배포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름 : 진OO
주민번호: OOOOOO-OOOOOOO
주소: 인천시 부평구 OO동 OOO번지

[box type=”info” head=”탄원서 안내”]
교학사 배포 중지를 신청한 소송단 쪽에서 탄원서를 많이 보내면 재판부에서 더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라며 탄원서 제출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혹시 탄원서를 보내실 분들은 자기소개를 포함한 교학사 역사교과서에 관한 생각을 A4용지 한 장 정도로 자연스럽게 써서 아래의 이메일/팩스로 보내시면 됩니다. 자필 글씨도 좋다고 합니다.

  • 기간: 2014년 1월 10일(금) 오전 11시까지
  • 보내실 곳 (이메일): cheese5017@hanmail.net
  • 보내실 곳 (팩스): 070-8255-4240

소송단에서 탄원서를 취합해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합니다. (역사교육연구소 게시물 참조)[/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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