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폴리시] 골든 타임을 지켜라, 119가 이송 병원 강제 지정… “취약한 응급실 더 빨리 문닫게 될 것” 우려.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이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석 의원 219명 가운데 찬성 172명, 반대 13명, 기권 34명으로 가결됐다.
표결에 앞서 소아응급실 의사 출신 이주영(개혁신당 의원)은 반대 토론에 나섰다.
이주영은 “현장 의료진 이탈이 가속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게 왜 중요한가.
- 현장과 괴리된 입법은 부작용을 낳는다. 이 법도 예외일 순 없다.
-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응급실 미수용을 막기 위해 응급환자 수용 의무를 대폭 강화했지만, 의료계는 “의료기관과 소통하고 의료진 판단을 바탕으로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 법안 통과에 앞장선 김윤(민주당 의원)은 “구급대원에게 무조건 환자를 이송하라는 법도 아니고, 응급의료진에게 무조건 환자를 받으라는 법도 아니다. 국가가 이송부터 최종 치료까지 책임지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법”이라고 밝혔다.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이란.
-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을 말한다.
-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이만희(국민의힘 의원)가 김윤, 이주영, 김선민, 한지아, 허영, 윤준병이 낸 법안 8건을 하나로 합친 대안이다.
- 이에 따르면, 중앙응급의료상황실과 119 구급상황센터는 응급환자가 이송될 병원을 강제 지정할 수 있다.
- 기존 법에는 119가 이송하고자 하는 병원의 응급환자 수용 능력을 확인하고 환자 상태와 이송 중 응급처치 내용 등을 미리 통보해야 했지만 개정안은 이 조항을 삭제했다.
- 이주영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대단히 부정적 신호를 전달한 것”이라며 “이번 법안 발의만으로도 현장 의료진은 크게 동요했다”고 전했다.
‘수용 상황 고지 의무’ 가능한가.
- 개정안은 병원이 응급환자를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인 경우 중앙응급의료상황실에 관련 내용을 지체없이 고지하도록 했다. 이에 관해서도 현장 반발이 작지 않다.
- 이주영은 “중환자 병상이나 수술실 일정, 응급실 상황은 분 단위, 때로는 초 단위로도 변한다. 당직 의사의 모든 동선이나 일정을 시스템에 다 넣을 수는 없다”면서 “이 법안으로 현장 의료진이 정말 보호받으려면 급박하게 돌아가는 응급실의 1분 1초를 모두 기록하고 증명해야 한다. 이런 내용이 법으로 강제되지 않던 때도 내가 일하던 지역의 소아 응급실은 이런 부담이 누적돼 모두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주영 “현장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망가져 있다.”
- 이주영은 소아 응급 현장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 “지역과 소아 응급 현장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망가져 있다. 이상적 구성을 강제한다고 해서 작동할 수 있는 인프라가 아니다. 이런 조항이 통과되면 지역에 있는 취약한 응급실일수록 더 지탱할 수 없게 된다. 더 빨리 문을 닫게 될 거다. 이 개정안은 환자를 받지 않는 병원이 아니라 환자를 받으려는 의료진을 먼저 공격하게 될 것이다.”
- “배후 진료가 없는 작은 규모의 응급실, 전원(轉院·환자가 치료받던 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일) 보낼 큰 병원이 가까이에 있지 않은 작은 지역의 응급실, 모든 준비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치료를 해보려던 센터들, 누구보다 마지막까지 버티려고 했던 의료진이 가장 먼저 유탄을 맞게 될 것이다.”
김윤 “국민의 골든타임 지키기 위한 법.”
- 의료 정책 전문가로 알려진 김윤은 임신 24주 조기 분만 위험에 처했던 임산부의 일화를 꺼냈다.
- 평택에 사는 임산부가 2시간 42분 동안 157번의 통화 끝에 겨우 받아줄 병원을 찾은 사례다. 평택에서 300km 떨어진 경남 창원 소재 병원이었다.
- 김윤은 “‘응급실 뺑뺑이’는 언론에 나오지 않지만 매일, 매주, 매달 반복되고 있다. 응급환자가 치료받을 병원을 찾기 위해 수십 곳에 전화를 돌려야 하는 현실, 이것이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유”라고 했다.
- 김윤은 “구급대원 개인에게 맡겼던 병원 선정 부담을 국가 시스템이 책임지도록 했다”면서 “구급대원이 병원마다 전화해서 수용 능력을 확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중증 응급환자 이송이 지연될 경우 중앙응급의료 상황실과 119 구급상황센터가 협력해 적절한 병원을 정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 “응급실 뺑뺑이의 근본적 원인은 중증 응급환자를 수술하고 최종 치료할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응급의료 인력에 대한 국가 재정 지원과 응급의료진의 형사 책임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법은 현장에서 시작해 국회와 정부, 여야가 함께 해법을 다듬어 왔다. 이제는 국민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의협 “의료현장 우려가 크다.”
- 김성근(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1일 “응급의료법 개정안에 의료현장 우려가 크다”고 했다.
- 중증 응급환자의 수용 여부는 수술·시술 가능 여부와 전문 인력, 배후 진료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기관과 직접 소통하고 의료진 판단을 바탕으로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중요하다. 개정안엔 이 과정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 김성근은 “법안을 먼저 통과시키고 정작 시행에 필요한 세부 기준과 인력, 재정 등 후속 조치가 따라가지 못해 현장이 혼선을 감당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최근 국민 건강과 관련한 법안에서 이런 모습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점에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