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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가 개원했습니다.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읍소하며 당선된 300명의 국회의원이 과연 유권자를 위해 제대로 일하는지 지켜보고 감시해야 할 때입니다. 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안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지니까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칼럼을 통해 유권자의 시각에서 22대 국회와 정치를 비평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이니까요.

선거 시기 특히 대선은 유권자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비전을 제시할 후보를 선택하는 시기입니다. 선거의 주인공은 후보나 정당이 아니라 유권자이며, 유권자의 선택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선거가 거듭될수록 유권자의 알 권리와 목소리가 위축되고 있습니다. 유권자의 시각에서 22대 국회와 정치를 비평하는 중.꺾.정.이 대선을 앞두고 더 자주 시민을 만납니다.

한국 민주주의 회복력: 계엄 소용돌이… 선거로 마침표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시작된 위헌적 정치의 소용돌이는 결국 2025년 6월 3일 조기 대선을 통해 일단락되었다. 불시에 터진 계엄 선포는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많은 국민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겼으며, 그 자체로 한국 민주주의의 존립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건이었다.

이는 1987년 민주화 이후 40여 년간 축적되어 온 민주주의의 성과를 한순간에 되돌릴 수 있었던 중대한 도전이었고, 우리 사회의 시계를 과거로 되감는 듯한 퇴행의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현직 대통령에 의한 계엄 선포와 국회에 대한 군 병력 진입, 서부지법 난입 사태, 그리고 최근의 부정선거론 제기까지—이 일련의 사태들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쉽게 헌정질서의 위기로 내몰릴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비상계엄을 발표하는 윤석열. 윤석열은 ‘돌연변이’라기보다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튕겨진 필연적인 파편에 가깝다.

그러나 그 위기 속에서 우리는 다시금 시민들의 저항과 헌법 질서를 회복하는 놀라운 한국 민주주의의 복원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상과 생계를 뒤로한 채 민주주의의 위기에 맞서 거리로 나선 시민들을 통해 우리는 수직적 견제 권력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아가 국회의 계엄 해제안 통과와 대통령 탄핵,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이라는 일련의 과정은 정치권력에 대한 수평적 견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입증한 역사적 장면이었다.

심판…그러나 복잡한 민심: 반복된 탄핵과 보수 유권자의 이탈

이번 대선은 애초에 계엄 사태와 집권 세력의 민주주의 훼손 시도에 대한 ‘심판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2022년 대선 이후 불과 3년 만에 현직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탄핵되면서 조기 대선이 실시되었고, 이러한 배경 자체가 선거에 현직 대통령과 집권 세력에 대한 심판적 성격을 자연스럽게 부여하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제1야당인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가 절반 가까운 국민의 선택을 받아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선거 결과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지역별 투표율과 세대별 지지 성향을 보면, 여전히 뿌리 깊은 지역 균열과 세대 균열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계엄이라는 충격적인 사태에도 불구하고 전체 유권자의 절반 가까이는 여전히 집권당에 대한 책임 추궁의 대열에 동참하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정당 지지의 문제를 넘어, 한국 사회 전반에 만연한 정치적·정서적 양극화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 선거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번 대선에서 다시금 확인된 양극화된 민심은, 이번 선거를 단지 헌정 위기의 마침표로만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까지, 두 명의 보수 정권 지도자가 연이어 탄핵되고 정해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는 불행한 정치사를 반복적으로 경험하였다.

이러한 반복된 정치적 악순환은 보수 진영 내부에 깊은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위기감이 많은 보수 유권자들로 하여금 윤석열 정권의 계엄 사태와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충분한 비판적 거리를 두지 못하게 하고, 결국 심판 대열에서 이탈하게 만든 주요 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일부 보수 유권자들은 계엄과 탄핵 국면을 정치적 음모로 인식했고, 또 다른 일부는 반복되는 정권 붕괴와 조기 대선 상황에 피로감을 느끼며 정치 전반에 대한 불신 속에 소극적으로 반응하였다.

이재명 대통령의 과제: 사회통합과 정치개혁을 위한 리더십

따라서 이재명 당선자 앞에 놓인 과제는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깊게 갈라진 국민을 다시 하나로 모으는 국민 통합의 리더십을 실현하는 일이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유권자들을 배제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사회 전반의 갈등을 조정하며 정치적 다양성과 반대 의견을 존중하는 포용적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물론 권력은 언제나 통치 세력을 유혹하기 마련이고, 지금의 이재명 대통령은 행정부와 입법부를 동시에 장악하며 비교적 강한 권력을 무리 없이 행사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내외 언론을 비롯한 여러 분석에서는 이러한 정치 지형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막강한 권한을 휘두를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민심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바로 ‘권력의 절제’다.

시민들은 권력을 오남용한 전임 대통령에게 단호한 심판을 내렸고, 민심이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 다시금 각인시켰다. 따라서 이재명 대통령은 전임자와 달리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고자 한다면, 주어진 권력을 자신의 정당이나 진영의 이익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정치개혁과 민주주의의 복원을 위한 밑거름으로 사용하는 슬기와 절제를 갖춰야 한다. 절제와 책임의 리더십이야 말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역사에 길이 남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하는 길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금, 가장 시급한 국정 과제 중 하나가 바로 ‘정치개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2017년)과 윤석열 전 대통령(2025년)이 연이어 탄핵된 불행한 정치사는 단지 두 대통령 개인의 일탈로만 볼 수 없다. 그것은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에서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되고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결과이며, 정당 내부의 민주주의 부족,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 그리고 승자독식의 선거제도 등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들이 누적된 결과이기도 하다.

박정희 前 대통령 44주기 추도식에서 만난 윤석열과 박근혜. 2023.10.26.

이처럼 구조적 결함이 반복적인 국정 불안정과 정치 보복, 시민들의 정치 불신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해 왔음에도, 정치권은 여전히 그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정부의 정치개혁은 단지 계엄 사태의 주동자들에 대한 수사와 처벌에 그쳐서는 안 된다. 보다 근본적으로, 왜 한국 정치가 극단적 갈등과 반복적인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해 성찰해야 하며, 정치적 양극화가 초래하는 사회적 갈등 비용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

세 가지 정치개혁 과제

물론, 많은 전문가가 제안하였듯이, 한국 정치개혁의 방향은 이미 분명하다. 다만 그것이 선언적 구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구체적 실행 방안과 제도 설계가 수반되어야 한다. 정치개혁은 크게 권력구조 개편, 선거제도 개혁, 그리고 정당 민주주의 강화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첫째, 선거제도 개혁을 통한 대표성·비례성 강화가 시급하다. 현재의 소선거구제와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거대 양당의 득표를 과대표하고 소수 정당과 다양한 정치적 입장을 구조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전면 도입, 비례 의석 확대, 선거구 획정 기준의 정비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유권자의 다양한 정치적 의사가 국회 구성에 보다 정확히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의 틀을 바꾸는 일이 핵심이다.

둘째, 정당 내부 민주주의의 실질적 강화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정당 운영은 소수 지도부나 특정 인물 중심의 폐쇄적 구조에 머물러 왔고, 공천 과정의 불투명성이나 책임성 결여가 국민의 신뢰를 훼손해 왔다. 당내 공천의 투명성과 경쟁성 보장, 당원 참여 확대, 정치자금의 투명한 운용, 상향식 의사결정 구조의 확립 등을 통해 정당이 진정한 대의제 민주주의의 핵심 기구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해소하기 위한 권력구조 개편과 지방분권 확대가 필수적이다. 현행 승자독식 체제에서는 대통령 1인의 판단이 정치 전반을 좌우할 정도로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어, 구조적 취약성이 반복되어 왔다. 이제는 분권형 대통령제 등 대통령 권한의 제도적 분산 방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며,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권력구조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아울러 지방정부에 보다 많은 자율성과 재정권을 부여하여, 중앙 집권형 구조에서 벗어난 실질적 지방분권을 구현하는 것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의회주의 복원과 민주주의 재설계자로 남기를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지금, 한국 민주주의를 다시 설계할 수 있는 역사적 기회와 사명이 주어져 있다. 그가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고자 한다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강한 대통령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의회를 존중하고 의회주의를 복원하여 정치개혁의 과업을 완수하는 대통령이 되어야 할 것이다. 헌정 질서가 위협받았던 이 암울한 시기를 딛고, 한국 민주주의가 더 강건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그러한 과업 수행은 통합과 절제, 개혁의 리더십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 중꺾정 필자의 견해는 참여연대 공식입장이 아니며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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