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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 보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여론조사는 선거 국면에서 유권자들의 민심을 파악하고, 후보자 간 경쟁구도를 드러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나아가 유권자들에게 투표 참여를 유도하거나 전략적 선택을 유인하는 기능도 합니다.

여론조사는 조사업체마다 방식에 차이가 있고 조사대상과 질문구성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여론조사 특성을 악용해 ‘명태균게이트’처럼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을 인위적으로 조성하려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제21대 대선에서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5월 12일부터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기 전날인 5월 27일까지 판세를 달군 여론조사 보도 문제를 살펴봤습니다.

이재명(민주당 대선후보)이 5월12일 저녁 대전 중구 은행동 으능정이 거리에서 유세하는 모습. 민주당대전시당.

‘들쭉날쭉’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 혼란 가중

5월 12일부터 5월 27일까지 대선후보자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가 인용된 보도는 총 191건으로 신문에서는 한국일보(22건)와 동아일보(20건), 방송에서는 채널A(17건)가 상대적으로 많은 여론조사 보도를 했습니다.

구분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한국일보매일경제한국경제
보도건수7건20건13건17건18건22건14건14건
구분KBSMBCSBSJTBCTV조선채널AMBN
보도건수4건7건2건14건7건17건15건191건

△ 대선후보 지지율 여론조사 인용 보도건수(5/12~27) ©민주언론시민연합

채널A는 5월 13일 ‘이재명 49.5% 김문수 38.2%’ (김호영 기자)를 보도한지 하루 만에 ‘이재명 51% 김문수 31% 이준석 8%’ (5월 14일 홍지은 기자)를 보도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경우 큰 차이가 없었지만,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자의 지지율은 하루 만에 7.2%가 빠졌는데요. 두 후보 간 격차도 11.3%→20%로 크게 벌어졌습니다.

MBN도 이날 ‘‘좁혀진 격차’ 이재명 49.5% 김문수 38.2%’ (김지영 기자)와 다음날 ‘‘과반’ 이재명…TK서도 30%지지율’ (5월 14일 이교욱 기자)에서 채널A와 동일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했습니다. MBN 역시 여론조사 내용을 나열했을 뿐 하루 만에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가 크게 차이 나는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는데요. 두 방송사가 전한 들쭉날쭉한 여론조사 결과로 김문수 후보 지지율이나 이재명-김문수 후보 간 격차에 대한 유권자의 혼란은 가중됐습니다.

여론추이 분석 나선 경향·한겨레·MBC·JTBC

따라서 개별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전체 민심을 단정하기보다 다양한 여론조사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추세를 살펴보는 것이 더 신중한 접근방식입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5개 언론사가 여론조사 종합분석에 나섰습니다.

△ 언론사별 여론조사 추이 분석 페이지 (시계방향으로 한겨레,경향, JTBC, MBC)

경향신문은 여론조사 ‘경향’에서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팀과 함께 통합 지지율 데이터를 공개하고, 한겨레는 ‘예측! 6.3대선’에서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STI)와 함께 메타분석에 나섰습니다. 방송사에서는 MBC가 서울대 국제정치데이터센터 박종희 교수가 함께 여론조사 종합포털 ‘여론M’을, JTBC는 강현철 호서대 빅데이터AI학부 교수·이성건 성신여대 수리통계데이터사이언스학부 교수와 메타분석 시스템 ‘메타J’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개별 여론조사를 전하던 채널A는 5월 26일부터 ‘Poll-A’를 공개해 여론조사 추이 분석에 나섰습니다.

한국일보의 이상한 질문들: ‘이재명 정치보복 할 것 같냐’

한국일보는 경마식 여론조사의 한계를 지적하며 6·3대선 민심을 면밀히 살피기 위한 취지로 일간지에서는 처음 유권자 3천명 규모의 대선인식 ‘웹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총 107개 질문을 통해 심층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률은 31.5%,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는 ±1.8%라고 밝혔는데요.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전한 보도 ‘유동층 61% “이, 정치보복할 것” 불신 깊은 통합리더십’ (5월 22일 우태경 기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정치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고, “이 후보 지지층 가운데 ‘유동 지지층’에서도 이 후보의 정치보복 가능성을 높게 봤다”며 “이 후보가 강조하는 통합의 리더십에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 한국일보 2025 대선 심층 기획조사 문항

한국일보가 웹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정치보복’을 할 것이라 생각하냐”는 질문을 한 것인데요. 같은 조사에는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행정부를 이끌고, 입법부인 국회의 다수당이자 사법부 개혁을 주도하는 등으로 인해 삼권분립을 위협하게 되어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고 염려하는 입장이 있다며 공감하냐”라거나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데는 더불어민주당의 책임이 있냐”는 질문도 등장했습니다.

전 국민을 대혼란에 빠뜨린 계엄령 선포의 책임을 내란 범죄자들이 아닌 다른 곳에 돌리고, 내란세력 척결을 ‘정치보복’이라 이름 붙인 부적절한 질문인데요. 이재명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는 가정 역시 편향성을 띤 질문입니다. 반면 김문수 후보 관련해서는 통합이 가능한 인물인지, 윤 전 대통령 지지가 도움이 되는지 물었습니다. 이준석 후보 관련해서는 보수진영 대표 정치인지를 질의했습니다.

[선거여론조사기준] 제6조는 ‘주관적 판단이나 편견이 개입된 어휘나 표현’,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에 대하여 긍정적 또는 부정적 이미지를 유발할 수 있는 내용’의 질문지는 작성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요. 한국일보는 대선 의미, 후보 역량과 자질, 공약 평가 등을 심도 있게 살피고자 웹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지만, ‘국민의 위대한 선택’이란 주장과 달리 편향적이며 부적절한 질문들이 다수 발견됐습니다.

모수 변경해 ‘이재명 압승’ 경고한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5월 20일 1면 머리기사로 ‘‘득표율 60%’ 절대권력 향해가는 李’ (김정환 기자)를 싣고 “이재명 후보가 2주 후 대선에서 득표율 60% 안팎을 기록할 가능성도 거론된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범민주당 진영 의석이 190석에 이르는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가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될 경우 행정 권력에 대해 견제 세력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우려했는데요.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 지표도 더불어민주당의 압도적 승리 분위기가 현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낳는다고 보도했습니다.

△ 이재명 후보의 압승을 우려한 조선일보(5/22)

조선일보는 특히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의 ‘절대권력’, ‘독재프레임’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이재명 후보자의 압도적 승리를 강조하기 위해 ‘유효응답자 기준’ 환산방식의 여론조사 결과도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실시한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 51%, 김문수 후보 29%, 이준석 후보 8%”였지만, “‘지지 후보 없음, 모름, 무응답’을 제외한 응답자를 모수(母數)로 해 후보 지지도를 백분율로 환산하면 이재명 57.3%, 김문수 32.58%, 이준석 8.99%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전체응답자’를 기준으로 하는 통상적인 여론조사 보도 방식이 아닌 ‘후보를 선택한 응답자’ 기준으로만 지지율을 환산한 것입니다. 여론조사에서는 ‘지지 후보 없음’, ‘모름’, ‘무응답’ 등도 민의의 일부로 간주하기에 전체응답자를 기준으로 하지만, 조선일보는 ‘유효응답자 기준’ 환산방식으로 이재명 후보자 지지도를 51%→57.3%까지 늘렸습니다.

조선일보는 입소스가 5월 16~17일 진행한 여론조사 역시 유효응답자 기준으로 환산했는데요. “이재명 51%, 김문수 32%, 이준석 7%”를 유효응답자 기준으로 환산하면 “이재명 56.67%, 김문수 35.56%, 이준석 7.78%로 이재명 후보와 다른 후보 간 지지도 격차가 더 벌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덧붙여 이재명 후보가 대선을 압승하게 되면 “쟁점 법안·면죄법 처리”가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라 주장했는데요. 여론조사 모수를 변경해 이재명 후보자의 압도적 승리 가능성을 부각하고, 그 승리가 가져올 위험성을 경고하는 방식으로 유권자 인식에 견제심리를 심어주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충청권 김문수 우세’ 표본 108명 불과

김문수 후보자의 선전을 강조하기 위해 전국단위 여론조사에서 일부 지역 결과만 강조한 보도도 등장했습니다. 매일경제 ‘이재명·김문수 격차, 일주일새 14%P→9%P…충청선 접전’ (5월 26일 채종원·진영화 기자)은 “충청권에서는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 간 접전 구도”라며 “1992년 14대 대선 이후 충청권에서 승리한 후보는 예외 없이 대권을 거머쥐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충청권에서 김문수 후보 지지율은 45.3%, 이재명 후보는 40.1%로 나왔다”며 “1·2차 조사 모두 오차범위 내에 있어 접전으로 봐야 하지만 순위는 뒤바뀐 셈”이라고 보도했는데요. 오차범위 내 변동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순위가 뒤바뀌었다”고 강조했습니다.

△ 매일경제와 MBN 의뢰로 넥스트리서치가 5월 23~25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표

오차범위 내 수치는 통계적으로 우열이 없다는 뜻으로 유의미한 변동이 없다고 해석하는 게 적절한데요. ‘순위가 바뀌었다’는 표현은 의미 없는 차이를 유미의한 것으로 왜곡한 보도입니다. 또한 대전/충청/세종의 사례 수는 108명으로 전체표본 1,003명의 10% 정도에 불과했으며, 전국단위 유권자를 대상으로 설계된 여론조사를 지역으로 쪼개 ‘접전’이라 보도하는 것은 과장된 해석일 뿐입니다. 언론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할 때 정치적 목적에 따라 아전인수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 전달로 유권자 판단을 돕는 역할에 충실해야 합니다.

모니터 대상

📺 방송 : 2025년 5월 12일~28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 뉴스7, 채널A 뉴스A, MBN 뉴스센터.
📰 신문 : 2025년 5월 12일~28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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