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코리아 칼럼] 6공화국의 종말···제7공화국의 과제는 무엇인가. ‘대통령 vs. 국회 대립’, ‘양당 적대정치’를 개헌과 선거개혁으로 극복해야 (정해구/성공회대 초빙교수) (⌚6분)

최근 12·3 내란 사태를 계기로 개헌론이 점차 부상하고 있다. 대통령에 의한 내란과 이로 인한 대통령 탄핵 추진이라는 극단적인 사태가 전개되면서 현재 우리의 정치체제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따라서 개헌을 통해 무언가 새로운 정치 질서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작용한 탓일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개헌론 제기를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를 반영코자 하는 정략적 발상도 없지는 않다.

아무튼 개헌론이 이처럼 부상하고 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개헌은 어떠한 방향에서 이뤄져야 할 것인지에 대해 보다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제기되는 개헌론에는 백가쟁명식의 다양한 내용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서 개헌의 원인과 방향에 대해서도 보다 분명한 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민주화 이후 제6공화국 정치가 왜 한계에 다다랐고, 따라서 왜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한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38년, 한 세대 넘은 6공화국 정치의 한계

1987년 민주화 이후 2025년의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언 38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1948년 정부수립 이후 1987년까지의 독재 통치 기간이 39년이었다는 점에서 본다면, 38년에 걸친 이 세월은 과거 독재 통치 기간과 거의 엇비슷하다. 민주화 이후 6공화국의 정치도 나름 한 세대 이상의 연륜이 쌓인 것이다.

1987년 6월 26일 서울역. 보도사진연감.

6공화국 정치는 과연 성공적이었나? 어렵사리 긴 세월을 헤쳐왔지만 그럼에도 6공화국 정치의 한계도 점차 분명해 보인다. 대표적인 예로 이 기간에 등장한 정부는 8개인데, 그중 여소야대 상황에 직면한 정부는 노태우, 김대중, 노무현, 윤석열 정부의 4개 정부였다.

여소야대 국회에 직면하여 그들은 어떻게 대처했나?

  1. 노태우 정부는 3당 합당으로
  2. 김대중 정부는 DJP 연대
  3. 노무현 정부는 국회의 탄핵소추에 맞서 총선 승리로써 이를 극복했다.
  4.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에 아예 친위쿠데타의 내란으로 대응했고, 그 결과는 탄핵 재판이다.

이러한 경험에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민주화 이후에, 특히 여소야대 상황에서 대통령과 국회의 정면충돌이 자주 발생했으며 그 대처가 잘 되었든 아니든 그때마다 우리 정치는 매우 불안정하고 격변적인 상황에 부닥쳤다는 점이다. 여기에 소선거구 다수대표제 중심의 선거제도는 양당제를 심화시켰다. 분단 사회의 뿌리 깊은 이념 갈등과 영호남 지역주의 등에 바탕을 둔 양당 정치는 적대적인 대치로 시종했다. 즉 양극화된 적대 정치와 함께 주기적인 대통령과 국회의 정면충돌은 6공화국 정치의 질곡이 되었다.

이 같은 현실에서 비롯된 6공화국 정치의 또 다른 특징은 그것이 민생이나 정책 경쟁을 중심으로 전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상대방의 비리를 감시하고 폭로하는 것이 일상사가 되었다. 그 결과 정치적 갈등을 사법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정치의 사법화’를 야기시켰고, 동시에 ‘정치의 사법화’는 이에 편승한 검찰의 정치 개입 등 ‘사법의 정치화’로도 이어졌다. 그런 점에서 6공화국 정치는 정당 간 정책 경쟁이었다기보다는 사실 정당에 의한 ‘사법 정치’에 가까웠다.

비상계엄을 발표하는 윤석열. 윤석열은 ‘돌연변이’라기보다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튕겨진 필연적인 파편에 가깝다.

1. 첫 번째 과제, 대통령 권한 축소 ‘개헌’

6공화국 정치의 이러한 한계에 비추어 볼 때, 나아가 대통령에 의한 친위쿠데타의 내란까지 발생한 최근의 현실을 감안해 볼 때, 6공화국 정치가 앞으로도 우리의 민주주의 발전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을까? 더구나 대전환기에 진입하면서 지금보다 더욱 심화한 국내외적 갈등이 전개될 것으로 보이는 미래에 이 같은 정치가 과연 우리 공동체의 안정된 삶을 제대로 보장해 줄 수 있을까? 6공화국 정치를 넘어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현실 때문이다.

6공화국 정치의 한계가 대통령과 국회의 빈번한 충돌과 양당 중심의 적대 정치라 한다면, 대통령과 국회의 정면충돌을 방지하고 조정할 수 있는 개헌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새로운 정당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에서 새로운 정치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우선 개헌과 관련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대통령의 과도한 권한을 축소함으로써 입법부와 행정부 그리고 사법부의 3권 간에 엄격한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소와 수사를 분리하고, 감사원을 국회로 이전하거나 중립 기관화해서 정치적 중립을 확립하고, 출석 국회의원 5분의 3 이상이 재의결할 경우 대통령 거부권을 제한하며, 대통령의 대법원장·대법관 임명권 및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삭제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대통령과 국회의 충돌은 대통령과 ‘국회가 선출하는 국무총리’ 간의 제도적 협조를 통해 그 방지책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국회의 다수 또는 다수 연합이 바뀔 때 국회는 내각 불신임권을 갖고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의 찬성으로 국무총리를 선출하도록 한다.

그리고 그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국무위원 임명에 대해 동의권을 갖도록 한다. 여기에서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이 아니라 동의권을 주장하는 것은 특히 야당 국무총리가 등장하는 경우에도 어느 정도는 대통령의 이니셔티브를 보장해 주기 위해서이다. 이상과 같은 방안을 실현한다면, 대통령과 국회의 충돌은 제도적으로 뒷받침된 대통령과 국무총리 간의 협력을 통해 그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개헌이 성공할 경우 국정운영은 어떻게 이뤄질까? 우선 여당 또는 여당 연합이 국회의 다수를 점할 때의 국정운영은 대통령과 여당 국무총리의 협력 아래 이뤄질 것이다. 이 경우 그것은 기존의 대통령제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반면 야당 또는 야당 연합이 국회의 다수를 차지할 때는 대통령과 야당 출신의 국무총리가 대연정 또는 거국내각을 꾸리는 방식으로 공동정부를 운영할 것이다. 이 경우는 대통령과 야당 국무총리가 권한을 공유하는 이원집정부제에 가깝다.

나아가 만약 이런 식으로 대통령과 국회의 충돌을 방지하고 조정할 수 있다면, 4년 임기의 대통령 중임제를 시행한다고 하더라도 국정운영의 불안정성은 상당 정도 줄어들 것이다.

물론 개헌과 관련해서는 이상과 같은 정부형태 이외에도 지방분권의 확대, 기본권의 강화, 헌법기관들의 지위와 역할 조정, 경제조항 등 많은 중요한 이슈들이 있다. 하지만 개헌을 통해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고 대통령과 국회의 정면충돌을 막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2024년 12월3일 밤 11시경 대통령 비상계엄으로 경찰이 통제 중인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담을 넘어 본청으로 향하는 모습. 우원식 의장 페이스북.

2. 두 번째 과제, 선거제도 개혁 ‘온건 다당제’

그러나 이상과 같은 개헌을 이룬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6공화국 정치의 한계를 부분적으로만 극복할 수 있을 뿐이다. 거대 양당의 적대 정치를 넘어 다수 정당이 경쟁하고 타협하는 정당정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온건 다당제 지향의 정당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사실 우리 정당정치가 양당제로 고착한 것은 소선거구 다수대표제로 선출되는 국회 지역구 의석이 300석의 전체 의석 중 거의 대부분(254석, 85%)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소선거구 다수대표제는 득표율과 의석률이 비례하지 않는 특성상 제1당 또는 제1, 2당에만 의석을 몰아준다. 이런 현실에서 온건 다당제 지향의 정당 체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 46석에 불과한 정당투표 비례대표 의석을 확대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 전체 의석을 확대하거나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당투표 비례대표 의석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회 전체 의석을 늘리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지역구 의석을 상당 정도 줄일 수밖에 없다. 이때 가능하면 다선 의원들이 비례 의석에 출마하도록 하고 그것도 여러 번에 걸쳐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다른 한편, 이상과 같이 온건 다당제 지향의 선거제도 개혁이 이뤄진다면, 여기에서 활성화할 연합정치를 위해 대통령 선거 역시 결선투표제를 채택할 필요가 있다.

개헌, 언제 어떻게 할까

대통령 탄핵 후 조기 대선을 실시할 경우 헌법의 일부 조항이라도 개정하자는 주장들이 있다. 그 경우 개헌을 2달 만에 해내야 하는데, 그러면 국민 참여는 제한된 채 정치인들만의 타협으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 따라서 개헌은 조기 대선 과정에서 충분히 공론화하고 차기 정부에서 차분히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고 2028년에 국회의원 총선과 차차기 대선을 같이 치르자는 주장도 있다. 총선과 대선을 같이 치름으로써 가능한 한 여소야대 상황을 피하자는 생각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주장에는 차기 대통령을 빨리 끌어내리고자 하는 정략적 의도도 없지 않다.

만일 차기 대통령의 임기가 3년에 그친다면 차기 대통령의 역할은 개헌에 집중될 것이고, 개헌 과정은 모든 문제를 빨아들이는 또 하나의 블랙홀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외적인 상황이 매우 불안정한 상황에서 차기 정부가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차기 대통령이 3년 동안 개헌에만 매달리는 것도 큰 문제다.

그런 점에서 개헌은 원칙대로 추진해야 한다. 즉 현행 헌법대로 차기 대통령에게는 5년의 임기를 보장해 주고, 개헌을 통해 바뀌는 대통령 임기 조항은 차차기 대선이 실시되는 2030년부터 적용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한편, 선거제도 개혁 역시 국회의원 총선이 치러질 2028년 이전까지는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요컨대, 상황이 어렵더라도 원칙을 지키며 제7공화국의 새로운 정치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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