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꺾정 칼럼] 안정된 민주주의를 위한 과제. 잠재적 독재자 걸러내기. (김형철 성공회대 교수) (⏳3분)

22대 국회가 개원했습니다.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읍소하며 당선된 300명의 국회의원이 과연 유권자를 위해 제대로 일하는지 지켜보고 감시해야 할 때입니다. 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안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지니까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칼럼을 통해 유권자의 시각에서 22대 국회와 정치를 비평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이니까요. 이 칼럼의 필자는 김형철(성공회대 교수)입니다.

📢 중꺾정 필자의 견해는 참여연대 공식입장이 아니며 다를 수 있습니다.

2024년 12월 3일의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과 계엄법에 규정된 비상계엄 요건과 절차를 무시하고 군을 동원하여 국회를 무력화하려 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파괴한 위헌적·위법적 조치였다. 이는 선출된 권력에 의해 민주주의 가치, 제도 그리고 규범이 약화하는 민주주의 퇴행과 다른, 민주주의 붕괴와 독재로의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결정적 위기(acute crisis)였다. 그러나 천만다행으로 민주시민의 강한 저항으로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다시금 회복하고 있다. 이와 같은 민주주의 위기와 회복의 과정은 국민의 평범한 일상을 희생시키고, 국민에게 정치적·사회경제적 비용을 부담하게 한다.

국민은 민주주의 회복 능력에 대한 찬사가 아니라 민주주의 위기를 다시금 경험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민주주의를 원한다. 안정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첫째, 국민이 국가에 의한 부당한 행위가 무엇인지를 공유하고 저항할 준비뿐만 아니라 저항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잠재적 독재자를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을 제도화하여야 한다.

우리는 첫 번째 조건이 성숙하였음을 두 차례의 민주주의 위기 회복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 번째 조건인 잠재적 독재자를 걸러내는 거름망은 제도화되지 않았다. 그 결과, 무능력하고 망상에 빠진 그리고 민주주의 가치와 규범을 지키지 않는 잠재적 독재자가 등장하여 민주주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따라서 잠재적 독재자를 걸러낼 수 있는 거름망을 촘촘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1. 정당

잠재적 독재자를 걸러내는 거름망은 정당,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국민이라는 중층적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야 한다. 우선 핵심적인 거름망 역할을 담당하는 정당은 선거 승리만을 위해 정치 양극화를 선동하고 민주적 규범을 무시하는 잠재적 독재자를 영입하거나 공천하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당이 정강 정책과 강한 규율에 기반하여 국민의 요구를 반영한 장기적이고 유익한 정책을 생산·실행하기 위해 경쟁해야 한다.

그리고 정당은 인지도 높은 인물이 아닌 당 활동을 통해 민주적 규범을 훈련받고 검증된 인물을 공천하고, 정치지도자가 아닌 정당조직과 민주적 규칙을 기반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당 내 다양한 의사가 표현되고 민주적 절차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정당은 잠재적 독재자에 의해 포획되지 않고 민주정당으로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국민을 향해 어퍼컷을 날린 윤석열. “국민이 키운 윤석열, 내일을 바꾸는 대통령” 2022년 2월 20일 대선 창원 유세. 국민의힘.

2. 시민사회단체

다음으로 시민사회단체를 통해 잠재적 독재자를 걸러내야 한다. 시민사회단체는 정당에서 공천한 후보의 정책, 공약, 민주적 자질과 신념을 검증하고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함으로써 잠재적 독재자를 걸러내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많은 시민사회단체는 낙천낙선운동, 정책평가 및 공약채택운동 등 후보 검증과 정보 제공을 위해 노력하였다.

하지만 규제 중심의 공직선거법에 막혀 거름망 역할이 제한되거나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고 있다.

  • 특히 공직선거법의 선거운동 관련된 제58조의 선거운동의 정의
  • 제90조와 제93조의 시설물 및 인쇄물에 의한 선거운동
  • 그리고 제108조의 여론조사의 결과 공표 금지 및 정책평가 서열화 금지

이상의 법적 규제는 시민사회단체의 거름망 역할을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공직선거법을 개정하여 시민사회단체의 거름망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2016 낙천낙선운동 탄압 규탄 기자회견. “유권자가 배후다”. 2016년 7월 13일. 참여연대 제공.

3. 국민

마지막으로 국민은 투표를 통해 잠재적 독재자를 걸러내는 최종적인 거름망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당 간 정강 정책과 강한 규율을 중심으로 경쟁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정당 간 경쟁이 지역, 혈연, 학연 등 연고주의나 후원주의 등에 의해 이루어진다면, 국민의 거름망 역할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후보 선택을 위한 풍부한 정보가 국민에게 제공되지 않거나 후보에 관한 정보 접근성이 낮을 때 국민의 투표는 잠재적 독재자를 걸러내는 거름망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당은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인기 높은 후보가 아닌 당의 정강 정책을 책임지고 실천하려는 후보를 국민에게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은 어느 정당의 후보가 국민의 요구를 반영하는 정책을 제시하고 실천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투표해야 할 것이다.

한국 민주주의의 과제는 잠재적 독재자의 등장에 의한 민주주의 위기를 다시금 반복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잠재적 독재자를 걸러낼 수 있는 거름망 시스템이 제도화되어야 한다. 즉 정당,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국민의 거름망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민주정당들이 선거 승리를 위해 선동정치에 능한 잠재적 독재자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승자독식의 정치제도를 권력공유의 정치제도로 개혁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당은 당내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안정된 민주주의를 위한 차기 정부와 민주정당의 역사적 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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