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인터뷰 30.] 필리핀 가사노동자는 긴 투쟁의 역사를 공유한 사람들이다. 우리가 시혜자라는 거대한 착각에서 깨어나야 한다. 이상헌(ILO 고용정책국장)이 말하는 노동과 인간. (9분)

“오전 9시부터 일하는 경우 혹시 늦을까 봐 1시간 전에 미리 가서 준비하고 하는 모습을 (가정에서) 예쁘게 잘 봐준다. 현장에 가면 거의 100점 만점에 100점에 가깝다고 평가받는다”

한 서울시 공무원, 서울시∙고용노동부 주최 ‘필리핀 이주관리사 긴급 간담회’, 2024.09.24. 재인용 출처는 매일노동뉴스.

마치 우리 집 순종적이고 성실한 ‘하인’을 남의 집 주인에게 자랑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2024년 9월 한 서울시 공무원이 간담회에서 한 발언이다.

이 사진은 연출된 것으로 본문과 직접적으로 관련은 없습니다. 게티이미지.

이상헌 박사는 이런 시대착오적이고 어떤 면에선 순진하며 동시에 오만한 ‘착각’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무슨 큰 시혜를 준다고 생각하는데, 거대한 착각이에요. (중략) 사람들이 하나 더 착각하는 게 못사는 나라에서 온 순종적인 어떤 스테레오 타입을 생각하는데, 필리핀 가사노동자는 싸워서 이긴 경험이 있는 노동자들이에요. 홍콩이나 싱가포르 광장에서 투쟁한 역사를 공유한 사람들이에요. 그걸 간과해선 안 돼요. 원래 필리핀 가사노동자들은 서비스할 때는 아주 잘하지만, 투쟁할 때는 단결을 잘해요. 서로 협력하고, 또 필요할 때 행동할 수 있는 그룹이에요. 지금까지의 이주노동자와는 좀 달라요. 그런 투쟁의 역사와 경험이 있는 분들이에요.”

이상헌(ILO 고용정책국장)

사업내용
  • 서비스 유형: 시간제(5∙6시간), 종일제(8시간)
  • 이용가능일: 월~금, 이용가능시간: 08:00~20:00
이용대상
  • 만 12세 이하 자녀를 두었거나 출산 예정인 가정
  • 한부모, 다자녀, 맞벌이, 임신부 가정 우선 선정
이용방법
  • 서비스 제공기관 홈페이지(혼스토리생활, 휴브리스)에서 신청(‘24.08월 예정)
운영기간
  • 2024.9월 초~2025년 2월 말, 6개월.
경과

겨우 한 달 남짓 동안에 벌어진 일이다. 준비 부족은 충분히 보여줬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앞으로는 100명 단위가 아니다. 천 명, 만 명 단위의 인력을 관리해야 한다. ‘필리핀 가사노동자(이하 ‘가사관리사’‘이주노동자’를 맥락에 따라 혼용)’를 출발점 삼아 이주노동, 돌봄노동, 노인문제(이 세 문제는 일종의 삼위일체로 생각하면 좋다)에 관해 이상헌 박사가 이야기했다.

이주노동-돌봄노동-노인문제에 관해선 앞서도 몇 번 이야기한 바 있지만, 기회가 닿을 때마다 다뤄야 할 만큼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새삼 언급한다.

안내 알림

이 글은 2024년 9월 27일(금) 인터뷰를 정리한 것입니다. 가독성을 위해 질문은 맥락화하거나 소제목으로 표시하고, 이상헌 박사의 답변을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편집자)

1. 거대한 착각


통제와 이탈: 2명 이탈의 의미

우리나라는 아직 이주노동자를 서비스 노동 분야에서 사용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일반적인 식당에서 일하는 단순 서비스를 말하는 게 아니다. 가사노동은 더 개인적이고, 폐쇄적인 공간에서 끊임없이 상호 교류해야 하는 특별한 노동이다. 필리핀 등 동남아 노동자는 중국 교포 노동자와는 다르게 언어적 접점이 없다는 것도 차이다.

기사를 보면, 서울시는 마치 80~90년대 대공장 기숙사 같은 걸 생각하는 것 같다. 언제 일어나고 언제 자고, 그런 통제적인 걸 생각하는 것 같은데, 가사노동자 컨셉과도 맞지 않고, 너무 전 근대적인 사고방식이다. 여기에 온 필리핀 노동자는 대부분 고학력자다. 그렇지 않더라도 성인에게 통금 시각을 정해 통제하려는 사고방식은 시대착오적이다. 그런 ‘계약’에 합의했다면, 뭔가 이상하고, 맞지 않다.

통금에는 근거도 없다. “안전 보호”라는 해명은 궁색하다. 외부에서 생활하는 이주노동자의 안전 대책도 아니고, 아예 바깥으로 못 나가게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헌법은 말할 것도 없고, 하위 법상으로도, 가령 근로기준법 98조를 보더라도 말이 안 된다. 그 규정은 무슨 우리에게 특별한 규정도 아니고, 글로벌 스탠더드다. 우리가 중국을 폭스콘 등으로 비판할 때를 상기해 보라. 우리가 지금 중국을 한심하게 생각하며 비판할 때와 똑같은 짓을 하는 거다. 마치 전태일의 시대로 돌아간 느낌이다. 그런 통제적인 프레임은,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올드하고 위험하다.

우리는 마음 좋은 시혜자? 거대한 착각이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1. 우리가 직면하는 이주노동의 현실, 그 수요.
  2. 서울시의 접근 방식
  3. 공급자와 수요자가 원하는 것

이 세 가지가 서로 엇나가는 모습을 우리는 확인했다. 우리가 무슨 큰 시혜를 준다고 생각하는데, 거대한 착각이다. 우리가 정말 필요해서 원하는 것이고, 여기에 온 사람들은 여기 오지 않아도 다른 선택이 있는 사람들이다. 대한민국에 목맨 사람들이 아니다.

사람들이 흔히 착각하는 게 못사는 나라에서 온 순종적인 어떤 스테레오 타입을 생각하는데, 필리핀 가사도우미는 싸워서 이긴 경험이 있는 노동자들이다. 홍콩이나 싱가포르 광장에서 몇 년씩 투쟁한 역사를 공유한 사람들이다. 그걸 간과해선 안 된다. 원래 필리핀 가사노동자들이 원래 그렇다. 서비스할 때는 아주 잘하지만, 투쟁할 때는 잘 단결한다. 서로 협력하고, 또 필요할 때 행동할 수 있는 그룹이다. 지금까지의 이주노동자와는 좀 다르다. 그런 투쟁의 역사와 경험이 있는 분들이다.

2. 돌봄노동과 노인문제


좀 더 들어가 보자.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1. 수요 측면: 육아 → 노인 돌봄

우선 수요자 측면에서는 지금은 육아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점차로 노인 돌봄 문제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노인 돌봄이 육아보다 훨씬 더 큰 문제가 될 거고, 이 문제는 필연적이다. 즉, 구조적인 문제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문제는 위 선결문제 중 두 번째 문제인 ‘가정 내 갈등’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노년층은 외국인 돌봄 노동을 접해보지 못했다. 당연히 사회문화적인 마찰 가능성은 크다. 돌봄노동은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다. 소통에 필연적으로 밀착한 관계적 노동이고, ‘감정노동’이다.

돌봄노동은 아주 특별한 형태와 성질 및 관계를 형성하는 노동이다. 그것은 주관적이고 관계적이며 대부분 공개되지 않은 공간에서 이뤄진다.
2. 공급 측면: 젊은 여성 이주노동자가 늙은 한국 돌봄노동자를 구축(驅逐)한다

두 번째는 공급의 측면이다. 중장년 이상이 돌봄노동 공급자다. 특히 여성에게는 그래도 돌볼노동이 괜찮은 일자리다. 그런데 외국인 이주노동자와 경쟁 관계가 되는 거다. 필리핀 도우미도 그렇지만, 주로 돌봄 노동에 종사하는 이주 노동자는 한국에서 돌봄 노동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보다는 젊은 여성이 대부분이다. 그러면 구축(驅逐; 쫓아냄) 효과, 대체 효과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서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문제다.

높은 결정 단위에서 고도의 정책적 섬세함이 필요하다

많은 이야기도 있고, 제안도 있고, 고민도 있을 거다. 하지만 높은 정책 결정 수준이랄까, 국가 전략 수준에서 이런 고민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주 노동은 늘 강조하지만, 고도의 조율과 조정을 요구하는 일이다. 이해 당사자가 많다. 다 얽혀 있다. 경제적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이고, 자칫 잘못 다루면 정치적인 문제로 불거질 가능성도 크다. 그래서 높은 정책 결정 단위에서 고도의 섬세함으로 다뤄야 하는 문제라는 거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이민’을 넣어야 한다

대통령이 위원장으로 있는 직속 기구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있긴 하다. 거기 ‘이민’을 넣어야 한다. 오늘 이야기한 이 문제는 얼마가 손해냐, 얼마가 이익이냐 같은, 가령 연금 문제처럼 눈에 확 들어오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연금 문제만큼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하는 수준으로 중요한 문제다. 노동 시장 문제이고, 사회∙문화적 문제면서, 정치적인 문제로 언제튼 점프할 수 있는 문제다. 계속 강조하지만, 통합적으로 다뤄야 한다.

출생률? 최소한 20년은 잔존하는 문제… 답답하다

답답한 게 출생률을 열 내면서 이야기하는데, 출생률을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현재 출생률 0.6~0.7을 끌어올리려면, 이건 장기 프로젝트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아무리 성공적으로 출생률을 끌어올려도 앞으로 20년 이내에는 문제가 잔존할 수밖에 없다. 즉, 20년 동안 계속 성공적으로 정책을 시행해야 출생률 문제를 해결할까 말까 하다

출생률을 이야기하는 건 좋다. 그런데 이미 출생율만으로는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 11월 한 포럼에서 이 주제로 발표하는데, 쉽게 말해서, 이미 한국은 한계점을 지났다. 출생률만 붙들어선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3. 세 가지 선결문제


1. 월급 문제

이주 가사노동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숙식비를 포함한 월급 문제다. 더 안정적으로 더 오래 일하고 싶은 건 기본이고, 그 월급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지급할지를 정하는 것도 교통 정리해야 한다. 개별 가정에 책임을 지게 할지 공적 기관과 관련한 에이전시가 담당하게 할지 합리적인 원칙과 기준으로 조율해야 한다. 일종의 서비스를 분배하는 방식으로 생각해야 할 것으로 본다.

2. 가정 안에서 생길 수 있는 갈등

가장 심각한 건 가정 안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에 관한 솔루션이나 가이드다. ‘우리가 기대했던 건 이런 건 아니야’ 하는 가정이 있을 수 있다. 그걸 구체적인 유형에 따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미리 시뮬레이션해 봐야 한다. 간담회에 나온 서울시 공무원의 발언을 보면, 그런 준비가 돼 있을 것 같진 않다.

이미 홍콩과 싱가포르는 이주 가사노동에 관해서는 30~40년의 경험이 있다. 무엇보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다민족국가다. 그런 역사와 경험이 축적된 상태에서 다문화의 토대가 깊다. 홍콩과 싱가포르도 잘하고 있으니까 우리도 잘 정착할 거라고 낙관해선 안 된다. 홍콩∙싱가포르와 대한민국은 아주 다르다.

3. 필리핀 도우미 100명의 반응

우리가 이런 사업을 하면 필리핀 가사관리사 지망자들은 무조건 환영하고 좋아할 것으로 착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이분들은 태국에서는 ‘탑 퀄리티’다. 한국에서 일하는 걸 매력으로 생각한다면, 이 퀄리티가 유지될 수도 있겠지만, 그 반대라면, 그러니까 앞으로 1200명으로 규모가 커진다고 하던데, 이런 ‘탑 퀄리티’를 유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4. 한국식 모델: 두 가지 방식 중 하나 결정해야


싱가포르의 경우

홍콩보다 싱가포르의 관리는 훨씬 엄격하다. 왜 그런가 하면 싱가포르는 홍콩 모델을 벤치마킹했고, 세심하게 참고해서 제도를 만들었다. 싱가포르의 기본 컨셉은 계약을 훨씬 엄격하게 통제하는 모델이다. 싱가포르라는 나라는 겉으로 보면 자유로워 보이지만, 작은 도시국가라서 개개인 단위로 보면 매우 엄격한 통제시스템을 구축한 나라다. 가령 가사노동자가 임신하면 계약 위반으로 추방한다. 그런 면에서 홍콩은 덜 엄격한 편이다.

우리는 두 가지 중 하나로 그 방향성을 결정해야 한다.

개개인 해결 방식: 쟁점은 주거비

하나는 개개인이 해결하는 방식이다. 논리 필연적으로 ‘가사도우미 입주 방식’이어야 할 거다. 그런 면에서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어려울 것 같은 게 ‘입주 모델’을 통상의 중산층 (주거 환경)이 감당할 수 있는가. 지급 능력이나 공간 제공 등 고려할 사항이 많다. 따져야 할 문제가 아주 많아서 쉽지 않은 모델이다.

특히 주거비는 큰 쟁점이 될 거다. 지금은 기숙사를 제공하기 때문에 약 200만 원을 번다고 했을 때 50만 원 정도 공제로 해결이 가능하지만, 각 가정에서 이 숙소비를 제공해야 한다면, 이 비용은 크게 늘 수밖에 없다. 이미 들어와 있는 이주노동자는 도심이 아닌 외곽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홍콩에서는 가사도우미 비용을 정하는 법이 따로 존재하고, 재택 도우미의 경우에는 숙식비를 어떻게 공제할지를 그 법에서 정해 놨다. 그래서 그 법령에 규정한 대로 제대로 된 방을 제공해야 하는데, 베란다에 숙소를 제공한다든지 하면 문제 되는 것이다. 홍콩과 싱가포르 가사노동자가 실수령하는 액수는 거주 비용 등을 뺀 액수라서 그 임금을 우리와 평면적으로 비교하면 안 된다는 건 이미 앞선 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다.

공적 컨트롤 방식: 에이전시? 공사? 이민청?

공공이든 돌봄서비스 제공하는 회사나 에이전시든 이주노동자에 관한 체계적인 인력풀을 만들어서 관리하고 집행하는 시스템이다. 여기서 기본 조건은 동일한 노동에 관한 동일한 급여다. 국내외 가사노동자 사이에 임금 차이가 있으면 안 된다. 공기업 같은 걸 만들 수도 있다. 공공으로 코디하고 규제하는 그런 시스템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이야 돌봄노동의 규모가 작아 보일 수 있지만, 향후 그 규모가 수십만, 백만, 아니 그 이상이 될 거다(현재 국내 돌봄노동자 규모는 140만 명으로 추산). 관리는 물론이고, 돌봄노동의 집행에서도 공적 컨트롤이 필요하다. ‘공사’라는 게 물리적 토대가 있는 것이라서 좀 어려울 수 있다면, 이민청을 만들어서 전체적인 컨트롤 타워나 조정자 역할을 맡기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주노동과 돌봄노동 그리고 노인 문제는 상호 결합된 이슈고, 이 문제들은 너무너무 중요해서 총론적 차원에서는 물론이고, 각론 차원에서도 개개 이슈 하나하나를 풀어서 이야기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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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필리핀 가사 도우미는 오세훈의 국가 안보의식 사회의식 결여됨을 의미 합니다 한국인 아주머니 할머니 가사도우미을 활용 했어야 합니다 상류층의 가사 도우미 요구 민원을 해결해준 것뿐 입니다 초연결 사회 라는 사회과학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외국 노동자에 의지 할 수록 한국인 신생아 출산율 하락 이라는 개념 도입 필요 중국(북한,종중좌파)은 한국인에 기본소득 안심소득 보편적복지 라는 달콤한 열매을 주어 근로의욕 약화을 유인해 중국인 노동자 중국인 조선족 노동자 대세로 국적 선거권으로 한국을 합법적으로 초장기적으로 점령하는 전쟁이 전혀 필요없는 비군사 인문학의 동북아 한반도 공산혁명 전략전술 극비정보 추정 입니다 개인적 견해을 올립니다 현재 중국인 노동자 대세 사회 입니다 모두 한국인과 똑같이 외모와 언어을 쓰고 있어 본질을 못보고 있을 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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