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수의 팩트체크] 적당히 살찌면 사망 위험 더 낮다? 어릴 적 살은 키로 간다? 작게 낳아서 크게 키워라? 하나씩 살펴봅니다.
1. 적당히 살찌면 사망 위험이 더 낮다? (사실이에요)
건강하게 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일 겁니다. 첫 번째 비만 팩트체크 주제는 ‘비만한 사람이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오래 산다’인데요. 절로 고개가 갸웃거리는 내용인데요. 어떻게 나온 말이죠?
- 최근 대한비만학회가 발간한 ‘비만병 팩트시트 2024’에 나온 내용입니다.
- 비만병 팩트시트에 따르면 정상 체중인 사람의 모든 사망 위험을 1이라 가정했을 때, 비만병 전(前) 단계는 0.74, 비만 1단계는 0.73배 낮은 걸로 나타났습니다. 비만 2단계는 0.92배 낮게 나타났고요.
- 저체중은 오히려 1.97배 높고, 비만 3단계는 1.61배 높은 걸로 나타났습니다.
2. 비만의 역설
그렇다면 비만 전(前) 단계, 1단계와 2단계 비만은 정상체중보다 오히려 사망 위험이 낮다는 이야기인데요. 좀 이상하네요. 이유는 뭘까요?
- 학계에서는 ‘비만의 역설(Obesity Paradox)’이라고 부르는데요. 비만이 만성질환 위험을 높이는 요인임에도 불구하고 특정 조건에서는 과체중이나 비만한 사람들의 사망 위험이 낮아지는 역설적인 현상을 뜻합니다.
- 실제로 비만은 고혈압, 고지혈증, 심장질환 등의 주요 위험 요인이지만 국내외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과체중이거나 낮은 단계의 비만인들은 정상 체중인들보다 더 오래 사는 경우가 있습니다. 비만한 사람이 암 수술 후 생존율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요.
- 이번에 비만학회가 2012~2022년 국민건강보험서비스 자료와 2013~202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기반으로 비만병 팩트시트 2024를 작성했는데요. 대규모 자료를 바탕으로 국내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죠.
3. 그럼 체중 관리 안 해도 되겠네? (필요해요)
이렇게 물어보실 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고도비만만 아니면 더 오래 살고 좋은 것 아니냐? 난 체중 관리 같은 거 안 하련다. 이런 분들이요.
- 만성질환 발생 위험을 살펴보면 저체중에서 낮고, 비만병 단계가 높아질수록 증가하는 걸로 나타납니다.
- 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은 2단계 비만병에서 5.1배, 3단계 비만병에서 9.5배 높은 걸로 나오고요. 남자는 여자보다 비만병 단계에 따른 2형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발생 위험 증가가 두드러지는 걸로 나타납니다.
- 모든 연령대에서 비만병 단계가 높아질수록 만성질환 발생 위험이 증가했고요. 특히, 20대와 30대에서 2단계 이상의 비만병에 따른 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급격히 증가하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 남자와 여자 모두에서 비만병 단계가 높아질수록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걸로 나타났고요.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은 정상체중에 비해 3단계 비만병에서 1.9배 높은 걸로 나타났습니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체중 관리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4. 다이어트가 오히려 폭식을 부른다? (사실입니다)
비만인 중에 상당수가 폭식과 연관이 있는데요. 이 폭식의 원인이 섭취량 부족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 폭식(binge eating)은 식이장애 증상의 하나입니다. 비만 환자의 약 30% 이상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흔히 과식과 폭식을 혼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파티나 뷔페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많이 먹거나, 배부르지만 맛있어서 더 먹는 경우는 폭식보다 과식이 정확한 표현이고요.
- 의학적인 의미의 폭식 에피소드는 일정 시간 (약 2시간) 동안 현저하게 많은 양의 음식을 먹는 현상이 조절 능력의 상실과 더불어 나타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조절 능력의 상실이란 원해도 먹는 것을 참거나 멈출 수 없다는 뜻인데요.
- 폭식이 동반되지 않은 비만 환자의 경우에는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치료의 우선순위가 됩니다.
- 그렇지만 폭식이 동반된 경우 섭취량을 줄이면 오히려 폭식이 심해져 체중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폭식의 가장 흔한 원인이 섭취량 부족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 중 또는 후에 첫 폭식을 경험하게 되는데요. 배고픔과 배부름의 감각은 둔해졌는데 신체적인 요구량은 극대화되니, 한 번 먹기 시작하면 배부른 것도 모르고 정신없이 먹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폭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식사부터 해야 하는 거죠.
5. 체중만 줄이면 건강해질까? (40대부터 근력운동 필요)
비만인 분들 상당수가 체중만 줄어들면 건강해질 거라고 믿고 계신데요. 이건 어떤가요?
- 우리 몸의 근육은 관절을 고정하고 자세를 유지하고 운동을 수행하는 역할을 합니다. 30세 무렵 정점을 찍었다가 점차 감소하고, 40대부터는 매년 약 1%씩 감소되며 70세가 넘어서는 그 속도가 빨라진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 노화 과정 중에는 근육의 양적인 감소뿐 아니라 근기능(근력이나 보행속도)의 감소가 동반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근감소증(sarcopenia)이라고 부릅니다.
- 근감소증은 신체활동능력의 저하, 낙상과 골절 증가, 당뇨병, 고혈압 등의 대사질환, 폐렴 등의 감염질환 위험 및 노인의 사망률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2016년 세계보건기구는 근감소증을 질병으로 정의하고 적극적인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 비만 환자에서 체중감량은 당뇨병, 관상동맥질환과 같은 동반 합병증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등 건강상의 이점이 분명히 있지만 체중감량과 관련된 제지방량(근육량)의 감소가 이 이득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 원푸드 다이어트 또는 무조건 굶는 식으로 체중감량을 하면서 신체활동을 하지 않으면 근육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체중감량 치료를 하는 비만 환자가 근육량 감소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고단백질 섭취와 규칙적인 신체활동(운동)이 가장 중요합니다. 운동 중에서는 근력운동이 특히 필요한데요. 중량을 이용해 근육에 저항을 주는 저항성 운동을 포함하는 게 근육량 감소 예방에 좋다고 합니다.
- 걷기, 줄넘기, 자전거 타기 등의 지구력 운동 또는 유산소운동은 체중감량에는 도움이 되지만 근육량 감소 예방 효과는 입증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체중감량을 시도하는 지구력 운동과 저항성 운동 두 가지를 병행하여 운동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6. 어릴 적 살은 키로 간다? (거짓이에요. 소아비만은 위험해요)
어린이 청소년과 그 부모님들도 굉장히 비만에 민감한데요. 이 어린이 비만과 관련해 잘못 알려진 정보가 있다면서요.
- 대부분 한 번 들어보셨을 것 같은데요. ‘어릴 적 살은 키로 간다’ 이런 말이 있어요. 저도 이런 말 들으면서 자라왔긴 한데요. 의학적으로는 전혀 의미 없는 오히려 위험한 말이라는 게 규명되고 있습니다.
- 아주대 의대 이해상 교수 논문에 따르면 현재 대부분의 나라에서 소아청소년의 비만 유병률은 증가하고 있고, 이러한 소아청소년 시기의 비만은 성인 비만과 연관돼 대사 및 심혈관 합병증의 발생이 증가하게 됩니다. 비만에서 나타나는 대사증후군 등의 질환 이외에도 비만은 성장에도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요.
- 비만 아이는 성장이 증가해 또래보다 큰 키를 가지게 되지만, 사춘기가 빨리 시작돼 결국은 최종 성인키는 정상 체중을 보이는 또래들과 비슷한 키를 나타내게 된다고 합니다.
- 또한 소아청소년 시기의 비만이 성장 및 사춘기 패턴의 변화, 최종 키의 잠재적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은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소아청소년 비만의 예방과 치료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 요약 정리하면 어렸을 때 비만인 경우 최종적으로 키가 더 커지거나 하지는 않고 성조숙증과 연계돼 성장 손실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요.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면서 각종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커지게 되는 것이죠. 아이들이 비만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습니다. ‘어릴 적 살은 키로 간다’는 말은 사실 아님으로 판정합니다.
7. 작게 낳아서 크게 키워라? (잘못된 속설이에요)
신생아와 관련해선 ‘작게 낳아서 크게 키워라‘는 말이 있는데요. 이것도 위험할 수 있다고요?
- 태어난 아이가 너무 작으면 건강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지는데요. 대한비만학회는 “작게 낳아서 크게 키운다는 이야기는 잘못된 상식”이라고 지적합니다.
- 아이가 적정체중보다 한참 미달되는 부당경량아로 태어난 경우 대사증후군 발생은 젊은 성인에서 2.3%로 정상체중으로 태어난 경우인 0.4% 보다 높다고 보고됐습니다. 대사증후군은 인슐린저항성, 비만, 고혈압, 지방대사이상, 2형 당뇨병 또는 당불내성을 말합니다.
- 간혹 작게 태어난 아이들을 고열량분유를 통한 과도한 영양공급을 통해 키우려는 노력하거나, 고열량의 식사나 간식을 통해 체중증가를 꾀하는 보호자들이 있는데요. 이는 소아 비만을 유발하고, 성인기 빠르게는 청소년기에 대사증후군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 균형 잡힌 식사와 운동을 통해 연령에 적합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소아나 성인 모두에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중요합니다. 보호자의 생활습관, 식이습관, 양육 행태가 자녀의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건강한 습관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8. 명절 음식 주의 사항 (채소부터 드세요)
비만이거나 비만이 걱정되시는 분들은 추석 명절 앞두고 음식 섭취에 주의를 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뭘 조심해야 할까요?
- 평소 비만으로 체중을 관리하는 환자는 음식의 총섭취량을 조절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주 식사 전에 간을 하지 않은 신선한 채소 등을 먼저 먹어서 튀긴 음식, 떡, 전 등 고열량 음식의 섭취량을 줄이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 송편, 한과, 과일, 식혜, 수정과 등은 당뇨병 환자들의 혈당을 높이는 음식입니다. 떡, 식혜 같은 음식을 많이 먹었다면 다른 식사량을 줄여야 하고요, 장거리 이동 시 또는 평소보다 활동이 많을 때는 저혈당에 빠지지 않도록 중간중간 음식 섭취를 조절하거나 응급 시 먹을 사탕 등을 준비해야 합니다.
- 심장질환이 있는 경우 혈압과 콜레스테롤의 상승을 유발할 수 있는 염분이 많이 든 음식, 고지방 식사, 과도한 음주는 피해야 합니다.
알림
이 팩트체크는 대한비만학회의 [비만 바로알기: 비만에 대한 오해 바로잡기]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이 내용은 KBS ‘오늘아침1라디오’를 통해 방송됐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