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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와 한겨레, KBS가 쟁점 선도… 검증 과정에서 미흡함은 없었을까.

편집자 주.

서울 강북을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사퇴한 조수진 변호사. 상당수 언론에서 조 변호사가 아동 성폭행범을 변호하면서 피해 아동이 아버지에게 성병에 감염됐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슬로우뉴스도 조 변호사를 비판하는 김정희원 애리조나주립대 교수의 글을 게재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여성위원회는 조 변호사의 후보 사퇴 이후 “가해자로 아버지를 언급하는 변론을 한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조 변호사도 “아버지가 가해자일 수 있다는 발언은 기소 전 수사 대응을 하던 다른 변호사가 한 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조 변호사는 2심 재판을 맡았고 문제의 발언은 조 변호사가 수임하기 전 일이라는 주장입니다.

다음 글은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속의 김춘효 연구위원이 조수진 변호사의 아동 성폭행 사건 변호 논란과 조 변호사의 사퇴, 이후 정정 보도 게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저널리즘 관점에서 분석한 글입니다.

2024년 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에서 ‘조수진 오보’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4월 초부터 조수진 변호사 관련 정정보도문이 몇몇 신문과 통신사에서 나오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조수진 논란 쟁점을 이끌었던 언론사들은 정정보도문을 내지 않고 있다. 만약 ‘조수진 오보’의 정정보도 내용이 진실이라면, 이번 총선에서 서울 강북을 유권자들과 후보직을 사퇴한 조수진 변호사는 파괴적이고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언론 보도로부터 당했다는 뜻이다.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일까? 언론학(journalism)의 기본 정의에 기초해 조수진 오보 사태를 분석해 보겠다.

언론학은 뉴스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뉴스는 허구(fiction)이 아닌 사실(fact)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비록 뉴스가 사실의 특정 부분만을 ‘두드러지게’ 다룬다는 비난을 받지만, 기자들은 사실을 수집하고, 검증(verification) 과정을 통해 뉴스를 만든다. 검증은 복수의 정보원들과 현장 확인을 통해 완결된다. 검증 절차는 언론사 내부에서도 진행된다. 언론사 내부의 취재·제작 관행을 통해 취재 내용을 재점검한다. 이런 언론사 내부의 검증 절차와 규율을 통과해 탄생한 것이 뉴스다. 즉, 뉴스는 사실에 기반한 사건을 언론 내부의 검증 절차를 통과한 정보라는 점에서 허구와 구별된다.

검증 절차를 통해 객관성을 확보한 뉴스는 현재 민주주의 자본주의 체제와 시민(소비자)을 연결하는 매개 역할을 한다. 시민들은 선거 보도를 통해 유권자로서 정치적 선택과 참여에 필요한 정보를 접하고, 경제 보도를 통해 소비자로서 경제의 흐름을 감지하고 주식 시장의 가격 동향을 파악 또는 예측한다. 즉, 사람들은 뉴스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정치와 경제 권력과 하나의 공동체를 구축한다. 뉴스에 대한 신뢰도에 기반해 공동체가 형성·유지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뉴스가 검증을 거치지 않은 허위 정보(오보)를 포함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 공동체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당한다는 점과 오보 피해자의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언론학계는 오보를 사실과 다른 잘못된 보도로, 진실하지 못하고 정정의 소지를 담고 있는 보도로 정의한다.

오보는 여러 경로(정보 수집·전달 과정, 정보의 확인 과정, 정보의 해석 및 기사 작성 과정 및 편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다. 발생 원인은 기자의 전문성 부족, 사실 확인 소홀, 사실의 과장과 확대 보도, 자의적 정보 선택과 해석 그리고 의도와 감정 개입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즉, 오보는 기자와 언론사 내부의 사실 확인과 검증 절차를 소홀히 할 경우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 발생한 조수진 변호사 오보 사태는 위에 언급한 내용 중 어디에 속할까? 기사 분석을 위해 언론재단이 운영하는 빅카인즈를 활용했다. 분석 시기는 3월9일부터 4월9일까지 30일 동안이며, 분석 키워드는 ‘조수진 가해자’를 사용했고, 분석 언론사는 방송 4사 (KBS, MBC, SBS, YTN)와 신문사 7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서울신문, 한겨레, 경향신문) 등 11개 언론사이며, 자료 수집 기간은 4월23일부터 28일까지다.

조수진 ‘성 폭력 2차 가해’ 담론의 생애주기


미디어 담론은 ‘탄생-성장-정점-사멸’이란 4단계의 생애주기를 갖는다. 조수진 변호사 관련 보도를 생애주기별로 나눠보면, 탄생 (3.17)-성장 (3.18~3.19)-정점 (3.20~3.22)-사멸 (3.23~4.4) 순으로 나눌 수 있다. 생애주기별 매체와 보도 내용을 살펴보면,

  • 조선일보, [단독] 강북을 경선 조수진, 성폭력·미성년자 추행 가해자 변호 이력
  • 한겨레, 민주 강북을 경선 조수진, 성범죄자 가해자 다수 변호 논란
  • KBS , [단독] 조수진, 초등학생 피해자 성병 감염에 “다른 성관계 가능성” 주장
  • 서울신문, 아동 성폭행범 변호 논란 조수진 “아버지 가해자 주장한 적 없다” 등이다.

조선일보는 조 변호사가 강북을 경선 후보로 결정된 당일(3월 17일) 저녁 기사를 출고했다. 판결문을 기준으로 작성된 이 기사는 조수진 후보의 성범죄자 변론 이력들을 보도했다. 한겨레는 3월 18일 ‘강간 통념’이란 개념을 덧붙이면서 ‘조 변호사의 성폭행 가해자 옹호 프레임’을 성장시켰다. 정점은 3월 20일 KBS 뉴스9 보도로, 조수진은 성 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패륜 변호사’가 됐다.

3월 22일 조수진 후보는 사퇴했지만, 관련 쟁점들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데일리가 정정보도문 및 반론보도를 내고, 4월 4일 서울신문과 4월 5일 MBC가 조 변호사의 반박을 보도하자 관련 쟁점들은 지면과 방송에서 사라졌다. 조수진 변호사 관련 담론은 정확하게 20일 동안 대한민국 언론계를 뒤흔들었다. 이 기간 동안 우익 보수지인 조선일보와 진보지를 표방한 한겨레, 그리고 공영방송인 KBS는 진영논리를 넘어 ‘조수진 성범죄자 옹호 비판 담론’을 이끌었다.

조수진 ‘성 범죄 옹호 변호사’ 프레이밍


조수진 변호사는 언론의 ‘성 범죄 옹호 변호사’ 보도 프레이밍을 통해 악마화됐다. ‘표 2’에서 보듯, ‘조수진 담론’은 언론의 박용진 찍어내기–성범죄자 옹호 변론–비명횡사·친명횡재–친부의 성 폭행 가능성–민주당 부실 공천–권력 사관학교 ‘민변’이란 보도 프레이밍을 통해 지속적으로 변화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그는 뉴스 보도로

  • 처음에는 ‘이재명의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민변 사무총장 출신 여성 정치 신인’으로,
  • 민주당의 비명횡사·친명횡재란 부실 공천 덕분에 ‘길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주운 행운의 인물’로 프레이밍 됐다.
  • 이후 아동 성범죄 가해자를 변호하면서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2차 가해까지 자행한 패륜적 변호사이며
  • ‘표리부동의 상징’으로 이미징화 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재명의 조카 변론’, ‘박원순 시즌2’, ‘김용민 막말’ 등 과거의 민주당 젠더 감수성 부족 사건들을 잇달아 소환했고, 조수진 담론은 ‘이재명 사당화를 위한 민주당 공천’이란 정치적 공격의 소재로 활용됐다. 결국 조수진은 당내 경선을 통과한지 3일 만에 후보직을 자진 사퇴했다.

조수진 보도가 ‘오보’라고?


조수진은 지난 4월 초 ‘친부 성폭행 가능성’과 ‘강간 통념’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중지를 요구했다. 그는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가해자일 수도 있다’는 의사 표현을 구두로도 서면으로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고, 또한 “블로그에 ‘강간 통념’ 활용하라고 조언한 적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서류들을 제시하며 보도에 무대응 한 것을 뼈아프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 변호사가 주장하는 두 가지 쟁점은 각각 ‘공영방송’ KBS와 ‘국민주 신문’ 한겨레가 처음 보도했다. KBS 보도 이후 언론은 관련 기사와 함께 ‘피해자의 성병이 제3자나 가족한테 옮았을 가능성’까지도 보도했다. 한겨레가 주도한 “조 변호사가 ‘강간 통념’을 홍보에 활용했다”는 보도는 특히 시민사회에서 논란이 됐다. 심지어 한겨레와 한국일보, 경향신문은 조수진 변호사의 ‘2차 가해 변론’을 문제삼으며 부도덕성을 지적하는 사설을 작성했다. 반면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한국일보는 민주당의 부실 공천과 ‘민변’ 출신 민주당 후보자들의 부도덕성을 부각했다.

조수진.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페이스북. 2024.03.04.

오보 주장의 핵심인 KBS와 한겨레 취재원 분석


기자들은 취재를 시작할 때 사실을 수집한다. 취합한 사실들을 통해 쟁점을 파악하고, 쟁점들에 대한 검증 절차를 진행한다. 검증은 복수의 정보원 교차 확인과 현장 확인 절차도 포함한다. 정보의 수집과 확인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을 경우 오보가 발생한다. 언론의 오보는 필연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다.

두 가지 보도의 정보원들을 분석해보자. KBS의 ‘친부의 성폭행 가능성 보도’의 취재원들은

  • 신진희 대한법률구조공단 피해자 국선 전담 변호사(당시 피해 아동 법률 대리인 발언) “제3자에 의한 성폭행 가능성을 주장한 거예요. 제3자 안에는 심지어 가족들도 언급돼 있어요”
  • 여성단체 사퇴 논평
  • 유튜브 ‘박시영TV’에 출연한 조수진 변호사 / “(중략) 민변 사무총장까지 했고요. 지금 변호사 19년 차인데 인권 변호사와 시민운동 했고…”
  • 조수진 변호사 블로그 등이다.

뉴스에서 제시된 화면은

  • 자료화면
  • 조수진 관련 화면 3개
  • 법정 화면
  • 신진희 변호사 코멘트 등이다.

즉, 친부의 성폭행 가능성 관련 발언은 신 변호사 한 명에게서만 나왔다. 이 기사 어디에도 보도 과정에서 조수진 변호사의 관련 발언 또는 변론 사실 확인 과정이 없다. 사건 진행 과정에 대한 검증 절차가 없었던 것으로 추론된다. 한겨레의 ‘강간 통념’ 보도는 [민주 ‘강북을 경선’ 조수진, 성범죄 가해자 다수 변호 논란] 제목의 기사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조 변호사의 ‘성 범죄 변호 이력’을 비판하는 기사를 지원하기 위해 부제로 활용한 개념이다.

이 기사의 취재원은

  • 조 변호사 변론 관련 판결문
  • 조수진 블로그
  • 권수현 경상 국립대 사회학과 교수
  • 박지아 녹색정의당 선대위 대변인
  • 조 변호사 접촉했으나 무응답 등이다.

강간통념과 관련된 취재원은 조수진의 블로그이다. 하지만 기사에는 블로그 전체 원문 내용이나 캡처 이미지가 공개돼 있지 않고, 블로그 내용 중 일부를 인용하면서 ‘강간 통념’을 홍보에 활용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가 어떻게 강간 통념에 대한 사실을 검증했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조 변호사는 강간 통념에 대해 기자가 원문을 오독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사 원문의 취재원 분석만으로 판단해 본다면, 조 변호사의 주장이 타당해 보인다.

‘조수진 오보’의 단초를 제공한 KBS와 한겨레의 첫 보도를 분석한 결과 ‘친부 성폭행 가능성’과 ‘강간 통념’ 관련 보도는 ‘검증 과정’ 부실에 따른 ‘오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또한 조수진 변호사의 허위 사실 유포 (또는 오보)에 대한 정정보도 요청은 ‘언론 피해자’로서 최소한의 권리라고 판단된다.

오보의 발생 원인은 기자들의 검증 소홀과 사실의 확대 해석에 따른 것이다. KBS와 한겨레의 보도를 근거로 후속 보도를 한 언론사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보도의 주제를 지지할 수 있는 사실들이 명백하게 제시돼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보도들이 공개될 수 있다는 것은 언론사 내부의 검증 절차에도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로 진단할 수 있다.

사건(fact)과 그에 대한 검증(verification) 없는 보도는 뉴스가 아니라 소설이다. 관련 언론사들은 오보를 인정하고 정정보도와 함께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구제 방안’을 신속히 마련할 것을 주문한다. 동시에 언론사 내부의 검증 절차도 점검해 보길 바란다.

※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는 ‘조수진 오보’ 사태를 계기로 ‘언론 피해자 구제’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되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언론의 오보와 피해를 증폭하는 이유, 미디어 수용자의 자세, 정정보도의 형식과 내용, 언론 피해자 구제 방안도 후속 시리즈로 다룰 예정입니다.

참고문헌.

  • Nerone, J. (2012). The historical roots of the normative model of journalism. Journalism, 14(4), 446-458.
  • 이준웅(2022). 한국언론의 도그마: 사실 충분성의 원칙. 언론과 사회, 30(4), 5~43.
  • 김영욱·임유진(2008). 오보와 오해: 언론, 정부, 기업 간 관계 갈등 연구. 한국언론학보, 52(6), 394~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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