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레터 2024년 3월 19일 (화).
윤석열-한동훈의 2차 충돌.
- 김건희(대통령 부인) 디올 백 논란으로 맞붙었던 1차는 ‘약속 대련’처럼 끝났다. 한동훈(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달려가 폴더 인사를 했고 윤석열(대통령)이 어깨를 툭 치면서 화해했다.
- ‘런종섭’ 사태와 황상무(대통령실 수석) 막말 파문으로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대통령실이 이종섭(호주 대사)의 조기 귀국과 황상무 경질을 둘 다 거부했다.
- 가뜩이나 국민의힘 비례 공천을 두고 내부 불만도 거센 상황이다.
- 동아일보가 만난 한 국민의힘 후보는 “당이 싸워서 관철시켜야 한다”면서 “최소한 정부가 잘못했지, 당이 잘못한 것은 아님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약속 대련이 안 통하는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 한겨레가 만난 영남권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실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면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 정도면 선거하지 말자는 소리”라는 말도 나왔다.
- 조선일보는 당-윤 갈등이라고 분석했다. 수도권 친윤 의원들까지 한동훈과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8년 전 ‘옥새 파동’의 기시감.
- 한국일보의 분석이다. 2016년에도 총선을 20일 앞두고 김무성(당시 새누리당 대표)이 공천장 날인을 거부하고 부산으로 내려간 사건이 있었다.
- 새누리당이 여론조사에서 앞서 있었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122석에 그쳤다.
- 2016년 당정 갈등이 계파 갈등과 보수 분열 성격이라면 2차 윤-한 갈등은 대통령이 저지른 일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충돌이다.
- 이준한(인천대 교수)은 “한동훈 입장에서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할 수밖에 없는 요구”지만 “윤석열 입장에서는 여기서 밀리면 완전히 미래 권력에 자리를 내준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통령이 이상하다”, 조선일보의 불만.
- 사설 제목은 “대통령도 이상하고 공수처도 이상하다”인데 공수처에 대한 불만이야 오래된 것이고 작정하고 윤석열의 결단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 “국민의힘 요청이 어려운 문제도 아닌 데다,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선거에 해가 될 것이 분명한데 총선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윤 대통령이 왜 거부하는지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무슨 일이든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국정 책임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도 국민 여론을 악화시켜 국정 수행에 장애가 될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 그게 민심을 반영하는 길이다.”
- 윤석열이 조선일보의 조언을 들을까.
박력만큼 넘치지 않는 정교함.
- 의료 대란이 장기화하면서 보수 언론도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 김승현(중앙일보 사회디렉터)은 “의대 증원 정책은 전형적인 윤석열 스타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에 둔 과감한 박력이 선택지일 수 있지만, 박력만큼 넘치지 않는 정교함 탓에 국익을 제대로 형량했는지에 대한 의심을 멈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정교한 박력’은 한동훈이 취임 연설에서 쓴 표현이다. “정교하고 박력 있는 리더십이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만날 때, 나라가 발전하고 국민의 삶이 좋아진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 김승현은 “박력은 주관이고 정교함은 객관”이라면서 “둘 다 취하려면, ‘숫자만으로는 의료 붕괴를 막지 못한다’는 항의를 끝까지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윤석열이 중앙일보의 조언을 들을까.
이러고도 선거 이기겠나.
- 이제 와서 사과한다고 달라질 건 없지만 여론의 관심이 용산에 집중되고 있다.
- 경향신문은 윤석열이 “언론의 자유와 언론기관의 책임을 철저하게 존중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국정철학”이라고 한 걸 두고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던 이명박 정부의 궤변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 “시간은 더 이상 윤석열 편이 아니다. 이제라도 조속히 두 사람을 경질하고 독선적 국정운영을 바로잡는 것이 그나마 파장을 줄이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 국민일보는 사설에서 “대다수 국민들 생각과 한참 동떨어진 것”이라며 “ 이런 불통과 당정 간 엇박자로 어떻게 선거를 이기겠다는 건지 의아스러울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 세계일보도 사설에서 “이대로면 수도권 참패라는 국민의힘 출마자들의 아우성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동훈도 지쳤나.
-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지 않던 한동훈이 도어 스태핑을 중단했다.
- “선대위 발언과 출근길 발언이 겹치기 때문에 논의 끝에 매일 백브리핑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지만 동아일보는 “여권발 악재가 잇따른 상황에서 1인 스피커로 활동해 온 데 대한 피로감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선대위 관계자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한 위원장이 ‘내가 대변인처럼 일일이 답변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 한동훈이 일단 용산으로 공을 넘겼는데 퇴짜를 맞은 상황이다. 대통령실 입장문에 “(이종섭 조기 귀국 요구는) 매우 부적절하다”는 표현이 담긴 걸 두고 여권 고위 관계자가 “윤석열이 직접 불러준 것 같은 표현들”이고 “윤석열의 노기가 그대로 담긴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쟁점과 현안.
‘마사중’으로 가는 이준석.
- 중앙일보가 “수도권 판세가 출렁거리고 있다”고 분석했지만 민주당 강세가 두드러진다.
- 서울 종로에서는 곽상언(민주당, 노무현 사위)과 최재형(국민의힘, 전 감사원장)이 각각 43%와 32%로 격차가 크다. 마포을에서도 정청래(민주당 의원)가 46%로 함운경(국민의힘, 33%)을 크게 앞서고 있다. 경기 성남분당갑은 안철수(국민의힘 의원)가 46%, 이광재(전 민주당 의원)가 40%로 오차 범위 안에서 맞붙고 있다.
- 한국경제신문 여론조사는 조금 달랐다. 한강 벨트에서 국민의힘이 36%, 민주당이 29%로 집계됐다. 13개 의석 가운데 민주당은 마포구에서만 앞섰다.
- 반도체 벨트와 낙동강 벨트에서는 민주당이 앞섰다. 경기 수원과 용인, 화성에서 민주당의 강세가 고르게 나타났다. 부산시 북구와 사하구, 강서구, 사상구는 국민의힘이 높고 경남 진해와 양산은 민주당이 높았다.
- 인천일보 여론조사에서 경기화성을은 공영운(민주당 후보)이 47.2%로 이준석(개혁신당 후보, 23.1%)과 한창민(국민의힘 후보, 20.1%)을 크게 앞질렀다. 이준석의 별명은 ‘마삼중(마이너스 3선 중진)’이었다. 이변이 없다면 ‘마사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조국혁신당 박은정이 1번.
- 비례 순번이 확정됐다. 박은정(전 검사), 조국(조국혁신당 대표), 이해민(전 구글 매니저), 신장식(변호사) 순이다.
-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3년 형을 선고받은 황운하(의원)도 비례 8번으로 안정권이다.
조국혁신당 인기 이유는.
- “윤석열이 싫은데 민주당을 찍기 싫어서”라고 조국이
직접 말했다. - 첫째, 민주당이 국민의 분노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고,
- 둘째, 조국혁신당이 중도를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 (바로 잡습니다. 조국은 “민주당도 찍기 싫어서’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실제 워딩은 다음과 같습니다. “윤석열이 너무 싫다는 거죠. TK 계신 분들의 입장은 윤석열이 싫어도 민주당으로는 안 가는 겁니다. 그러면서 조국혁신당으로 오시는 거라는 말씀을 많이 하더라고요.” 3월22일.)
국민의미래 비례 두고 부글부글.
- 국민의힘 위성 정당에 한동훈 영입 인사들이 앞번호를 받았다. 친윤계 의원들의 불만이 크다.
- 한동훈의 ‘조용한 공천’이 막바지에 뒤집히는 분위기다.
- 이철규(국민의힘 의원)가 “당을 위해 헌신해 온 분들에 대한 배려를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후보 등록일 전까지 바로 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 윤석열이 밀고 있는 주기환(전 검찰 수사관)이 당선권 밖 번호를 받은 걸 두고 황당해했다는 이야기도 돈다.
더 깊게 읽기.
윤석열은 요즘.
- 16일에는 어린이 야구 교실에 가서 박찬호를 만났고 13일에는 삼천포 용궁수산시장에 가서 상인들을 만났다. 18일에는 마트를 찾아 과일 가격을 점검했다.
- 대통령실 제공 사진은 어디를 가나 군중의 환호 한 가운데 윤석열이 있다.
- 김건희는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방문 이후 언론에 나서지 않고 있다.
2000명 증원 변함없다.
- 박민수(보건복지부 차관)가 “의료계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면 논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2000명 증원에 대한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의대 교수들은 25일에 사직서를 낸다는 계획이다. 방재승(의대교수 대책위원장)은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면서도 “인생의 모든 것을 걸어온 교수직을 던지는 것인데 오죽하면 그러겠냐”고 단호한 입장을 강조했다.
푸틴 87% 득표로 5선.
- 24년째 집권 중이다. 임기는 2030년까지인데 한 번 더 출마할 수도 있다.
- 예브게니 프리고진(바그너그룹 수장)과 알렉세이 니발니(야권 지도자)가 의문의 죽음을 맞으면서 푸틴을 견제할 세력이 없는 상태다.
- 반정부 성향 후보들은 후보 등록부터 가로막혔고 투명 투표함을 설치하는 등 비밀 투표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 취임 기자회견에서 “강한 러시아”를 강조했고 나토와 충돌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본격적인 3차 세계대전에서 불과 한걸음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다르게 읽기.
통계 조작, 검찰은 못 본 걸 감사원은 봤나.
- 서경호(중앙일보 논설위원)는 ‘태산명동서일필’이라고 했다. 떠들썩했는데 별거 없더란 이야기다.
- 감사원이 지난해 장하성(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통계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 요청을 했는데 검찰 수사 결과 상당 부분 혐의없음으로 결론 난 걸 두고 하는 말이다.
- 통계청장 출신의 류근관(서울대 교수)은 대학신문 기고에서 “어느새 많은 국민은 통계청에 의한 통계 조작이 있었다는 주장을 부동의 사실로 인지하게 됐다”면서 “통계는 숫자로 적는 삶의 기록으로 또 하나의 역사”고 “아무리 아쉽다고 해서 통계청이 기록한 역사를 함부로 조작된 역사라 단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 서경호도 “정책 비판의 대상은 될지언정 법의 잣대로 판단할 일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오늘의 TMI.
김값이 금값.
- 지난해와 비교하면 41% 올랐다. 마른 김 1속(100장) 가격이 9300원이다.
- 첫째, 수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조 원을 넘어섰다. 한국 김이 글로벌 시장 70%를 차지한다.
- 둘째, 기후 변화로 생산량이 줄고 있다. 전남과 충남, 부산에서 각각 11%와 8%, 31%가 줄었다.
TBS는 어디로.
- 정태익(TBS 사장) 사표가 수리됐다.
- 투자자 발굴을 위한 용역을 발주했는데 응찰자가 없었다.
- 서울시가 300억 원 규모의 출연금 지원을 끊은 데다 상업 광고가 허용되지 않는 구조라 방송 중단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주파수 외에 물적 자산도 없다. 사옥은 서울시에서 임차해서 쓰고 있다.
해법과 대안.
누가 거짓말을 하는가.
- 국민연금 개혁이 의제숙의단으로 넘어갔다. 500명의 국민 대표들이 모여 두 가지 방안 가운데 선택을 하게 된다. 1안은 13%(보험료율)를 내고 50%(소득대체율)를 받는 방안이고 2안은 12%를 내고 40%를 받는 방안이다.
- 주은선(경기대 교수)은 “숙의단 논의 결과를 폄훼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국민연금이 거대한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다는 거짓말, 그리고 노인 세대는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젊은 세대는 희생을 치를 것이라는 왜곡된 통념을 아무렇지도 않게 확산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언론의 호들갑을 거짓말이라고 보는 이유는 첫째,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큰 기금을 쌓아놓고 있고, 둘째, 점진적인 제도 조정과 다양한 재원 확보, 노동·사회개혁으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여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열 샐 틈 없는 아파트.
- 서울 노원구의 이지하우스는 패시브 건축의 이정표 같은 아파트다. 이명주(명지대 교수)가 공동 주택 실증 단지 R&D 사업으로 시공했다.
- 벽 바깥에 단열재를 붙이는 외단열을 채택했고 블라인드도 창 바깥에 붙였다. 삼중 유리 창문을 달고 현관문은 냉장고 문 만큼 두껍게 설계했다. 발코니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용접한 차단재를 썼다. 열 샐 틈 없는 시공으로 에너지 소비를 74% 가까이 줄였다는 평가다.
- 건물 옥상과 외벽에 1274개의 태양광 패널을 달고 지하 160m 깊이에 파이프를 박아 히트 펌프를 설치해서 1년 내내 15°C를 유지할 수 있다. 28개월 동안 발전량은 97만kWh, 히트 펌프와 전력 사용량은 77만kWh로 에너지 효율이 126%에 이른다. 제로 에너지를 넘어 플러스 에너지 건물이다.
- 제로 에너지 5등급을 달성하려면 공동 주택의 경우 4~8% 정도 비용이 늘어난다. 서울시는 제로 에너지 인증을 받으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밑줄 쳐 가며 읽은 칼럼.
의사가 부족해서 응급실 뺑뺑이 하는 게 아니다.
- 권역·지역 응급의료센터 환자 가운데 경증·비응급 환자가 46.6%나 된다.
- 김현아(한림대 교수)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병상을 짓고 아무리 많은 의사를 만들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된다”고 지적했다.
- “경증 환자가 넘쳐나는 현실을 방치하고 응급실에 인력과 재원을 투입하겠다는 생각은 저비용 진료를 응급의료라는 고비용으로 전환시키는 것이어서 효율성이 매우 낮은 접근”이라는 설명이다.
조국이 한동훈에 꿀릴 게 뭔가.
- “조국의 귀환은 한국 정치 부재증명이요, 현실정치의 한 증상이다. 조국은 더 많은 조국으로, 더 성난 조국으로, 더 단단해진 조국으로 돌아와 우리 앞에 서 있다. 정치가 자기 숙제를 미루고 덮어둔 결과, 우리는 더 어려워진 숙제를 넘겨받은 것이다.”
- 이대근(경향신문 칼럼니스트)은 “조국이 한동훈에 비해 부족할 게 없다”면서 “한동훈이 뜬다면, 조국은 왜 안 되느냐”고 반문했다.
- “윤석열·한동훈도 조국처럼 불공정했다고 보는 것이 공정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조국의 불공정이 공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중략) 선거 이후, 시민의 삶과 행복을 위한 대화 정치가 아니라, 극한적 대결 정치가 펼쳐지리라 짐작된다. 대결 정치는 당연히 사회갈등을 해결하는 협치가 아닌, 신구 권력 엘리트들 간의 구원을 둘러싼 권력투쟁이 될 것이다.”
‘이채양명주’로 간다.
- 민주당의 선거 전략이다. 이·채·양·명·주는 이태원 참사와 채수근 상병 사건, 양평고속도로, 명품가방, 주가조작 등 윤석열 정부 5대 실정이다.
- 민주당이 새로운 메시지를 내놓지 않는 건 정부 심판론에 집중하기 위한 의도다. 민주당 관계자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새 메시지를 잘못 내놓았다가 여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우려가 있고, 또 새 메시지로 인해 ‘정부 심판론’이 희석될 수 있다.”
- 하윤해(국민일보 정치부장)는 “사회적 슬픔은 누적된다”면서 “다만 그것이 정치인들 눈에만 보이지 않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의 누적된 분노가 탄핵으로 끝을 맺은 박근혜 정부의 교훈을 깨달아야 한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