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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뉴스타파가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 위원장이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청부민원’을 넣고 ‘셀프심의’를 벌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공익신고서가 그 근거였다. 방송심의, 통신심의는 일반 시민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방통심의위 구성원이 주변을 동원해 심의를 신청하고 이를 처리하는 건 문제다. 비슷한 일로 2018년 방통심의위 팀장이 파면되기도 했다. 법원은 방통심의위가 다른 기관보다 높은 수준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요구받기 때문에 청부민원, 대리민원은 기관의 신뢰도를 악화시키는 심각한 비위라고 판시했다.

그런데 문제의 민원을 류희림 위원장 동생, 아들, 처제, 동서, 조카 등이 신청했다는 게 뉴스타파를 통해 드러났다. 뉴스타파 보도에 되레 류희림 위원장은 ‘민원인 정보 유출’이라며 내부 특별감사를 진행하고 공익신고자를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성과는 없이 상황만 심각해지네요.”

이를 보도한 뉴스타파 박종화 PD는 공익신고자를 걱정하면서도 방통심의위를 끝까지 감시하는 것이 공익신고에 대한 언론의 도리라고 했다. 뉴스타파 청부민원 추적의 끝은 어디일까. 2024년 1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상한 박종화 PD를 1월 30일 서울 종로구 민언련에서 만났다.

△ 뉴스타파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 청부민원 의혹 연속보도’의 박종화 PD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탄압 거세질수록 보도의지 강해져


– 권익위에 신고한 용감한 공익신고자가 있었다. 어떻게 제보를 알게 되었나?

박종화: 뉴스타파는 작년 10월부터 ‘윤석열 정권은 왜 방송을 죽이려 드는가’라는 제목의 시리즈 다큐를 제작하고 있었다. 1편에서 ‘방송장악 기술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을 다루면서 자연스럽게 방통위와 방통심의위를 둘러싼 문제가 심각하단 걸 인지했다.

방통심의위 회의 내용을 보며 이상하게 진행된다고 생각했다. 야권 추천 위원들이 ‘심의가 일사불란하게 이뤄진다’, ‘갑자기 이런 안건이 올라왔다’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이후엔 방통심의위 내부 게시판에 이해충돌 문제제기가 올라왔고, 국정감사에서 방통심의위 직원이 방통심의위원장 앞에서 심의에 대해 일갈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에서 공익신고자가 권익위에 류희림 위원장을 신고했다. 우리가 신고서를 가장 먼저 입수했고 이후 취재에 적극 나섰다.

– 방송장악에 대한 문제의식은 ‘뉴스타파’라는 조직 차원의 관심인가.

박종화: 그런 측면도 있다. 뉴스타파는 이명박 정부에서 해직된 기자, PD들이 모여 2012년 만들어진 매체다. 문제의식이 있기 때문에 지난해 이동관 씨의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설이 돌 때부터 ‘언론장악 설계자의 귀환’이라는 기획보도를 했다. 자연스럽게 방송장악 관련 시리즈 다큐 제작에 돌입했고 KBS, MBC, YTN, TBS 언론인들 입을 통해서 장악의 실체에 대한 증언을 모으고 있었다.

그런데 취재하는 와중에 KBS 사장이 바뀌고, KBS 메인뉴스의 톤이 완전히 바뀐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 탐사보도 잘 하던 프로그램이 갑자기 윤석열 정부의 외교성과를 홍보하기도 하고, 시사 프로그램이 결방되고 다른 프로그램 재방송으로 대체되는 등의 일이 연이어 터졌다. 또 이런 일들이 공포를 조장해서 내부에 균열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이게 KBS건 MBC건 YTN이건 모든 방송사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이걸 사람들에게 얼른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 취재 현장에서 쫓겨나거나 적격성 없는 심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 두렵진 않나.

박종화: 지난해 11월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직전에 방통위 측이 방청신청까지 한 저희를 쫓아냈다. 그 과정에서 문제의식이 더 커졌다. 쫓겨나는 경험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20여 명의 취재진 사이에 방통위 직원들이 오더니 ‘뉴스타파는 촬영을 불허한다’며 우리를 복도로 내몰았다.

이 정권에서 ‘가짜뉴스’라는 프레임이 씌워졌고 뉴스룸 압수수색이 진행된 상태였기 때문에 취재원 설득이 간단하지 않았다. 선배들이 가끔 ‘취재하고자 하는 언론의 의지를 누구도 꺾을 수 없다’고 말한다. 동의한다. 아무리 가짜뉴스 프레임을 씌우더라도 보도하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를 정권이 쉽게 꺾을 수는 없을 것이다.

△ 뉴스타파 인용 보도 관련 민원 중 류희림 위원장 관련 인물이 넣은 민원의 관계도 출처는 뉴스타파.

청부민원 관계도의 중심, 류희림


– 공익신고와 별개로 뉴스타파가 취재한 부분을 설명해 달라.

박종화 : ‘관계도’다. 심의 민원인 대부분이 류희림 위원장과 관계된 사람이라는 건 취재를 한 달 동안 하면서 알게 된 거다. 단순히 민원이 대량 들어왔다는 사실을 보도하는 게 중요하지 않았다. 청구된 민원이 이해충돌 문제가 상당하다는 의혹을 검증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가장 먼저 민원인들이 어떠한 사람들인지 찾았다.

그 중심에 류희림 위원장이 있었다. 완전히 다른 지역에 살고, 직업 또한 다른 사람들이 하나같이 비슷한 민원을 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예를 들어 제 조카, 제 전 직장 동료, 그리고 제 동생의 직장 동료가 같은 내용으로 심의를 신청했다면 연관성이 저밖에 없지 않나. 저희가 류희림 위원장과의 연관성을 찾지 못한 민원인도 있다. 그런데 민원 내용을 보면 거의 유사하다. 그렇다면 이들이 동원된 건 아닌지 생각할 수밖에 없다.

△ 류희림 위원장의 가족과 친인척도 조직적 민원을 제기했다고 뉴스타파가 보도했다. 출처는 뉴스타파.

– 민원 작성용 자료가 있었다는 진술이 보도에 나온다.

박종화 : 민원 내용이 비슷하기 때문에 기초 자료가 있었을 거라곤 생각했다. 전체 270여 건 민원 중 단체 민원과 무효 민원을 제외하고 개인이 넣은 민원이 204건 있다. 이들을 분류하면 매우 유사한 민원끼리 그룹화 가능하다. 그러니 기본 텍스트가 있을 수밖에 없다 생각했고 류희림 위원장 동생 류 모 씨를 인터뷰하면서 비교적 상세하게 관련 사실을 들을 수 있었다. 동생 분이 ‘위원장 후배가 문구를 줬다’는 식의 얘기를 했다. 기초 자료를 주체적으로 퍼뜨린 사람도 있다는 얘기다.

– 민원을 제기한 시간이나 전후 상황도 자세히 보도했다.

박종화 : 방통심의위 주요 회의가 열리기 전에 어떤 민원이 들어왔는지 살폈다. 처음엔 방송사 뉴스 프로그램을 상대로 민원이 들어오다가, 추가 긴급 심의 안건 15건이 추가되는데 그때는 PD수첩과 라디오프로그램이 우수수 들어온다. 하나만 민원을 넣어도 심의대상이 되는데 이렇게까지 민원을 넣는다는 건 다수가 동시에 청부민원에 동원됐다는 의미다.

청부민원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사례로 JTBC 대상의 민원도 있다. 뉴스타파가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 무마 의혹을 제기하며 김만배 녹취록을 보도한 것은 2022년 3월이다. JTBC는 그보다 앞선 2022년 2월 21일, 28일 대장동 사건 수사 과정에서 나온 정영학 녹취록을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 무마 의혹을 보도했다. 그런데 이 JTBC 보도들을 상대로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했다’며 심의가 신청됐고 무려 50건이나 비슷한 민원이 들어온다. 어떻게 미래의 보도가 인용보도가 되나. 부산저축은행 관련 보도를 너무나 심의하고 싶었던 흔적이 보였다.

공익신고자 고발·취재 회피, 모든 게 코미디


– 공익신고자 인적 사항 유출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았나.

박종화 : 황당하게도 류희림 위원장이 방통심의위 이름으로 공익신고자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아직 보도 이후 변화도 딱히 없이 상황만 심각해진 상태여서 답답한 일이다. 방통심의위 직원들은 스스로를 무색무취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전문성을 가지고 자신이 맡은 일을 규정대로 처리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상식의 선을 완전히 무너뜨린 사건이 발생한 것 아닌가. 그래서 방통심의위 직원분들이 내부에서 강하게 문제제기하고 있고, 지금까지 온 것이라 생각한다. 저희의 역할은 취재하고, 보도하는 과정에서 그분들이 피해받지 않도록 하는 것, 그리고 내부 고발을 용기내서 해준 만큼 이 문제를 계속해서 감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라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할 공익신고자를 경찰이 찾겠다며 압수수색한 게 놀랍긴 하다.

박종화 : 한편으로 우습기도 했다. 압수수색 온 날 경찰들이 카메라를 엄청 피해 다녔다. 방통심의위 회의장 구조가 왼쪽, 오른쪽 양옆을 모두 출구로 쓸 수 있게 돼 있다. 그래서 언론사 카메라들이 모두 대기하면서 ‘왼쪽으로 나올 것 같습니다’, ‘오른쪽인 것 같습니다’라며 몇 시간째 주시하고 있는 게 너무 코미디 같았다. 그렇게 피해 다니다 갑자기 눈에 띄는 파란 박스 하나를 들고 나타난 것도, 그걸 든 사람은 중앙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 기자들을 싹 모이게 한 것도 우스웠다. 그런데 또 다른 경찰 관계자들은 화물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려는 게 아닌가. 그런데 화물 엘리베이터는 안 오고 취재진이 몰리니까 16층에서 지하 2층까지 계단으로 내려가기도 한다. 아무튼 코미디였다.

– 류희림 위원장과도 코미디 같은 장면이 있다.

박종화 : 류희림 위원장이 입장을 안 내고 언론을 피해 다닌 기간이 있다. 그때 저희가 서초동까지 가서 직원들과 점심 약속 중인 류희림 위원장을 만나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류희림 위원장이 ‘내가 원치 않는 취재이기 때문에 이건 비윤리적인 취재’라고 얘기한다. 저는 그 말이 되게 특이했다. 권력이 원치 않는 취재는 비윤리적인 취재인 건가? 류희림 위원장의 권위적인 단면을 정확하게 보여준 한 문장이었다고 생각한다.

△ 방통심의위 전체회의에 불참한 날 서초동 모 음식점에서 취재진에 포착된 류희림 위원장 출처는 뉴스타파.

– 청부 민원이 벌어진 근본적인 문제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박종화 : 처음엔 ‘류희림 위원장이 사라지면 제2의 류희림 위원장이 오는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방통심의위 직원분 말로는 ‘류희림 위원장이 특이한 사람’이라고 하더라. 아직 잘 모르겠지만 방통심의위 자체가 정치적으로 쉽게 흔들릴 수 있는 조직은 맞는 것 같다. 방통심의위가 민간 독립기구임에도 불구하고 방통위와 정부가 마음먹으면 쉽게 휘두를 수 있다. 기본적으로 대통령 추천 3인, 국회의장 추천 3인, 국회 상임위 추천 3인으로 구성되는데 추천 주체가 전문성 없는 정치꾼들을 추천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방통심의위에 와서 망가진다기보다는 정치꾼들을 보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심의하고자 하는 정치권이 가장 큰 문제 아닐까.

시민 용기 모아 ‘류희림 윗선’까지


– 기사에서 ‘류희림의 윗선’ 같은 표현을 몇 번 봤다. 혹시 취재 중인가.

박종화 : 류희림 위원장이 상상 이상의 행동들을 보이고 있지 않나. 왜 저렇게 이 악물고 막 나가는 걸까, 또 왜 저렇게 버틸까 이런 생각을 해봤을 때 대통령실의 의지가 강력한 게 아닐까 의심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방통심의위원을 대통령실이 위촉해서 노골적으로 6대1 구조를 만들어놓지 않았나.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없었을까.

– 취재도 보도도 어려운 사안인데 이렇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박종화 : 특집 다큐 ‘윤석열 정권은 왜 방송을 죽이려 드는가’를 제작하면서 장악 당한 언론이 용산을 향해 고개 숙이고 머리 조아리는 모습들을 직접 봤다. 그때 참 충격적이었다.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 박민 KBS 사장이 공정언론국민연대라는 단체가 법인사업자로 있는 매체 ‘미디어X’ 창간 기념행사에 화환을 보냈다. 공언련 핵심 멤버들 중에는 청부민원을 조직적으로 낸 사람들이 있다. 그런 단체 행사에 화환이 줄 서 있는 걸 보니 참으로 기막힌 세상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세상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느낄 때 허무감을 느낀다. 그러나 표면은 파도가 칠지언정 바다는 진보한다는 말처럼, 바다의 흐름에 기여하기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공익신고자를 포함 지난해 내부에서 문제제기하며 연대 서명부에 이름을 올린 150명의 방통심의위 직원 같은 분들이 아직 있다. 그런 분들을 우연히 맞닥뜨리게 됐을 때 언론인으로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최선을 다해 전달하려는 마음, 그런 것이 원동력이 아닐까.

– 좋은 보도란 무엇일까.

박종화 :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보도가 좋은 보도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아직 변화는커녕 너무 보도 이후 안 좋은 상황들이 펼쳐지고 있어서 안타깝다. 변화가 꼭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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