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레터 2024년 2월 9일(금).
김건희 이슈, 조중동의 불만이 심상치 않다.
- 윤석열(대통령)의 신년 대담이 설 연휴 이후 지지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설 연휴 직전 마지막 갤럽 여론조사는 긍정 평가가 29%에 그쳤다. 이번 주는 조사가 없다.
- 동아일보가 만난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김건희 이슈를 더 이상 다룰 방법이 없다”며 “이대로 묻고 가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대담이 기자회견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질문도 날카로움은 없고 나긋하기만 해서 대담이라기보다는 환담에 가까웠다”는 이야기다.
- 중앙일보는 “여당조차 침묵하고 동요케 한 대통령의 ‘명품 백’ 인식”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국민의 눈높이와 대통령의 인식 사이에 한참 거리가 있다”면서 “국가적 논란을 필부가 남의 일 이야기하듯 했다”고 지적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측근을 사장으로 앉힌 KBS를 통해 전달한 셈이 됐다”는 지적도 신랄하다.
- 조선일보는 특별히 사설이나 의견이 없지만 침묵이 더 많은 걸 말해준다.
의문의 1패는 KBS.
- 대담을 진행한 박장범(KBS 앵커)이 이렇게 말을 꺼냈다.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 그 쪼만한 백이죠.”
- 한겨레는 “대통령 앞에서 KBS가 조그마해졌다”고 평가했다.
- 조종엽(동아일보 논설위원)이 조목조목 비판했다.
- 첫째, 그 자리에서 굳이 가방이 작다는 사실을 강조할 필요가 있나.
- 둘째, 온 국민이 다 아는데 ‘디올’이라는 브랜드를 감출 필요가 있나. 해외 언론도 모두 ‘디올 백 스캔들’이라 썼고 ‘디올’은 값싼 물건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빠뜨리면 안 되는 팩트다.
- 셋째, “앞에 놓고 갔다”고 말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가방을 받았다는 건가 안 받았다는 건가. 아직도 거기 놓여있나.
클린스만이 고마워할 일.
- 아시안컵에서 졸전을 치른 위르겐 클린스만(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에게 갈 비난을 윤석열이 뒤집어쓸 판이다.
- 경향신문이 만난 익명의 국민의힘 의원은 “안 했으면 설 연휴 때 클린스만이 욕먹는 건데,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 설날 인사라며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를 부르면서 율동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해와 달리 김건희는 등장하지 않았다. “노래 가사처럼 따뜻한 손을 내미는 것이 국가의 본질적인 역할”이라고 했다.
- 위근우(문화평론가)가 이렇게 평가했다.
- “문제는 노랫말과 전혀 반대되는 행보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모순을 앞에 두고서 딱히 아름답지도 않을 대통령과 직원들의 합창 무대를 참고 보는 일에야말로 ‘우리의 사랑이 필요’하지 않을까.”
“참모들 도움을 왜 안 받나.”
- 명품 가방 사건은 모든 국민이 안다. 함정 몰카라는 것도 안다. 다만 국민들은 두 가지가 궁금했다. 첫째, 윤석열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 둘째,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다. 첫째는 해결됐는데 둘째는 풀리지 않은 상태다.
- 윤태곤(더모아 정책실장)이 보기에 더 큰 문제는 윤석열이 “참모들이 준비해 준 답이 아닌 내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것”이라고 한 대목에 있다. 윤태곤은 “대통령 없이 참모들끼리 준비했다는 것도, 대통령이 그 내용을 참고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도 상식 밖”이라고 지적했다.
- 내용을 보면 확실히 참모들 의견을 듣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윤태곤이 지적한 것처럼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아쉬운 점은 있다’거나 ‘문제라면 문제다’ 같은 말이 나왔겠나.”
한동훈과 김경률의 반응이 달랐다.
- 한동훈(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진솔한 자기 생각을 말했다고 본다”면서 (명품 가방 논란은) “정치 공작이 맞다”고 했다.
- 김경률(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다섯 글자만 드리겠다, 대통령께서 ‘아쉽습니다’ 했는데 저도 똑같다, ‘아쉽습니다”라고 했다.
중대재해 처벌해도 사고 늘었다는 거짓말.
- 디테일도 문제가 많았다. 중대재해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사고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는데 한겨레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가 처음으로 600명 밑으로 줄었을 가능성이 크다. 2021년은 683명, 2022년은 644명이었다.
- 윤석열의 정확한 워딩은 “현재까지는 시행된 이후 실증적인 어떤 긍정적인 결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 보수 언론에서 중대재해 처벌법 이후 오히려 사망자가 늘었다고 주장한 걸 두고 하는 말이겠지만 사실과 다르다. 노동부 잠정 통계가 잘못된 것이고 확정 통계에서는 줄어든 게 맞다. 50인 이상 사업장만 놓고 보면 2021년 248명에서 2022년 247명으로 줄었다. 1명 차이지만 늘어난 건 아니다.
쟁점과 현안.
조국 항소심도 징역 2년.
-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는 유죄, 청탁금지법도 유죄, 사모펀드와 증거 은닉은 무죄다. 1심과 같다.
- 도주 우려가 없다며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다만 죄질이 불량하고 진지한 반성이 없다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 조국(전 법무부 장관)은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겠다”며 사실상 출마 선언을 했다. 민주당이 아닌 신당으로 출마할 거라는 관측이 많다. 민주당도 “당과 무관한 혐의”라며 논평을 내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진심으로 사과하고 자숙하기 바란다”고 했다.
의원 꿔주고 지역구 나눠 먹고.
- 비례 정당이 난립하면서 투표용지 길이가 1미터가 넘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위성정당 창당에 돌입했다.
- 국민의힘은 15일에 국민의미래라는 이름으로 위성정당을 창당한다. 장제원(국민의힘 의원) 등 이번에 출마하지 않는 현역 의원들을 보내 구색을 갖춘다는 전략이다.
- 민주당은 정의당과 진보당 등에 지역구 단일화를 제안했다. 심상정(녹색정의당 의원)과 강성희(진보당 의원)의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는 조건이다.
더 깊게 읽기.
차이메리카의 종말, 미국의 최대 수입국은 멕시코.
- 차이메리카는 중국과 미국의 공생 관계를 일컫는 말이다. 중국이 값싼 노동력으로 만든 물건을 미국에 수출하고 미국은 국채를 팔아 적자를 메우는 방식으로 상호 의존해 왔다.
- 미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한 상품이 4272억 달러로 20% 급감했다. 멕시코에서 수입액이 4756억 달러로 더 많다. 5% 늘어난 규모다.
- 중국이 캐나다를 제치고 최대 수입국이 된 게 2009년이다. 도널드 트럼프(전 미국 대통령) 시절부터 무역 전쟁이 시작돼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시절 보호주의가 강화되면서 중국과 교역이 급격히 줄었다.
- 다만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상품에 중국산이 상당 부분 섞여 있어 통계적 착시라는 지적도 있다.
다르게 읽기.
“북한이 전쟁할 결심? 호들갑 떨 것 없다.”
- 로버트 칼린(미들베리국제연구소 연구원)의 포린어페어 기고가 화제가 됐다. 북한이 전쟁을 결심한 것 같다는 분석이다.
- 마이클 그린(시드니대 미국학센터 소장)은 중앙일보 기고에서 “새로울 것 없는 주장”이고 “미국 대선을 앞두고 언론의 조명을 받는 게 목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분명한 것은 있다. “북한이 얼마나 위험한 국가인지 깨달았다”는 사실이다. 트럼프는 북한 문제를 부풀리려 하고 바이든은 외면하려 한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주한 미군 철수를 다시 거론할 가능성이 크다.
위험한 인터뷰.
- 터커 칼슨(전 폭스뉴스 앵커)이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을 인터뷰했다. 트럼프의 재선에 힘을 실어주려는 전략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터커 칼슨은 트럼프의 비선(shadow)으로 불리고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푸틴은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막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 야니스 클루게(독일국제안보연구원 위원)은 “(푸틴과 칼슨의) 공동 작품은 지금까지 만들어진 (트럼프를 위한) 선전 영상물 가운데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유해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법과 대안.
역사상 가장 따뜻한 1월.
- 지난달 지구 평균 기온이 13.14도. 30년 동안 가장 따뜻한 1월이었다.
- 산업화 이전 1850~1900년의 추정치보다 1.66도 높다.
- 북유럽은 북극 한파가 몰아쳐 영하 40도를 기록했고, 남부 유럽은 겨울인데도 영상 30도에 가까운 이상고온이 나타났다.
올해의 야생 사진은 ‘얼음 침대’.
- 런던자연사박물관이 선정한 사진이다.
- 니마 사리카니(사진작가)는 “기후변화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지만, 이 사진이 희망을 불러오길 기대한다”면서 “우리가 초래한 이 혼란을 바로잡을 시간이 아직 남아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의대 가려면 지방으로?
- 의대 정원이 늘면 지역 인재 전형 비중도 늘어날 거라는 관측 때문이다. 중학생 때부터 유학을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 지금은 전체 3018명 정원 가운데 27개 지역 대학 정원이 2023명, 이 가운데 1068명을 지역 인재로 선발한다. 만약 의대 정원이 2000명 늘어나면 지역 인재 비율 60% 기준으로 950명 늘어난 2018명이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 지역 의료 인프라를 개선하는 목적이지만 실제로 지역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수도권에 올라오는 학생 비율이 36~38% 수준이다.
- 한겨레는 효과가 제한적일 거라고 분석했다. “지역인재전형 확대가 서울의 N수생을 포함해 수도권 수험생들의 비수도권 의대 진학 의지를 다소 꺾을 수는 있지만 완전히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이야기다.
- 우연철(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지역인재 전형으로 선발된 학생들은 지역에 의무적으로 복무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까지 나와야 의대 정원 확대의 충격이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의 TMI.
백령도에 산부인과 의사가 왔다.
- 서울에서 개인 병원을 하다 옮겨온 73세 오혜숙(백령병원 진료과장)
- 인구 6500명, 백령도에는 산부인과가 없었다. 임신부는 27명, 검진 한 번 받으려면 뱃길로 왕복 10시간을 다녀와야 했다. 출산도 육지에서 했다.
- 연봉을 2억5000만 원까지 올렸지만 그동안 지원자가 없었다고 한다.
비아그라, 뜻밖의 치매 예방 효과.
- 27만 명 기록을 추적했더니 알츠하이머에 걸릴 확률이 18% 낮았다.
- 다만 몇 가지 변수가 있다. 아무래도 신체적으로 활발한 남성이 발기부전 치료제를 찾기 때문에 애초에 모집단이 다르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비교도 필요하다.
클린스만 해임도 어렵다.
- 아시안컵에서 졸전을 치른 위르겐 클린스만(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데 임기가 2026년 7월 월드컵 때까지다.
- 연봉이 26억 원 정도라 위약금이 60억 원, 함께 데려온 코치진 위약금까지 물어주면 100억 원이 넘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 용병술에도 문제가 있고 전술도 취약했다는 평가가 많다. 해외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 축구에 원격 근무가 가능하냐는 비판도 나온다.
밑줄 쳐 가며 읽은 칼럼.
심판론이라는 환상, 두 가지를 조심하자.
- 성한용(한겨레 선임기자)은 “선거는 잘해서가 이기는 게 아니라 못해서 지는 것”이라고 본다.
- 첫째, 정권 심판론은 가설일 뿐이다. 여당이 이긴 경우가 훨씬 많다.
- 둘째, 운동권 심판론은 허구다. 한동훈의 주장은 일반 국민들의 인식과 거리가 있다. 극우 성향 유튜버들이나 하는 이야기다. 게다가 이재명도 문재인도 운동권은 아니다. 민주당이 정권을 뺏긴 것도 운동권 정당이어서가 아니라 도덕성과 무능 때문이다.
- 민주당은 이 와중에 대선 패배 책임론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성한용이 보기에는 “불길한 조짐”이다. 통합형 비례정당도 아슬아슬하다. 성한용은 “작은 정당들을 거지 취급하면 판이 깨진다”고 조언했다.
- 국민의힘도 어수선하다. 일단 현재 권력(윤석열)과 미래 권력(한동훈)의 이해가 일치하지 않는다. 윤석열의 관심은 윤석열과 김건희의 안전이다. 한동훈은 “이기든 지든 총선 이후 인생이 꼬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이야기다. 윤석열과 한동훈은 언제 다시 충돌해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다.
아직 3년이 남았다.
- 윤석열 대담은 여러 가지로 놀라운 대목이 많았지만 지지율을 묻는 질문에 “다른 나라들도 들쭉날쭉하다”고 답변한 윤석열의 정신승리는 아연실색할 정도였다. “실망을 좀 덜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저는 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오죽하면 박장범이 “다른 나라 대통령 지지율 떨어진 거 보고 위안이 되는군요” 했을 정도다.
- 다음은 김진우(경향신문 정치에디터)의 평가다. “마키아벨리는 군주에게 최악의 상황은 미움에 더해 경멸받는 것이라고 했다. 임기가 3년 넘게 남은 대통령을 두고 그런 마음을 품는 국민들이 늘어난다면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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