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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이재명(민주당 대표)이 21대 총선에 이어, 21대 총선 후 대선 과정에서 위성정당 금지 방지 약속에도 불구하고, 이번 22대 총선에서 현 준연동제 선거제도를 무력화하는 총선용 위성정당 창당(“민주개혁선거대연합” 구축)을 공언했습니다(아래 기자회견문 참고). 이에 최병천(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기고를 받아 그 의미와 파장을 살펴봅니다. (편집자)

존경하는 광주시민 여러분,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여러분. 오월 영령 앞에서 국민과 국가를, 그리고 민주주의를 생각합니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단 한 번도 저절로 온 적이 없습니다. 국민의 피와 생명을 바쳐서 만들고 지켜온 것입니다. 우리에겐 믿음이 있습니다. ‘국민은 언제나 옳았고, 더디지만 역사는 진보한다’. 바로 그 믿음입니다. 국민과 역사에 대한 이 신념은 어떠한 난관도 헤쳐 나온 민주당 정신의 정수입니다.

이번 총선의 과제는 분명합니다. 무능하고 무도하고 무책임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는 것입니다. 민주주의와 평화, 민생과 경제를 살려야 합니다. 국가의 품격과 따스함을, 그리고 희망과 미래를 되살려야 합니다.

국정을 감시하고 국가법질서를 창조, 변화시키는 국회는 민주공화정의 최후보루입니다. 2년도 안 돼 나라를 이렇게 망친 정권이 국회까지 장악하면 국가시스템까지 망가뜨릴까 걱정됩니다. 

이번 총선에 적용할 비례선출제도가 논란입니다. 지난 총선부터 병립형을 준연동형으로 바꾸었지만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창당하고, 민주당이 맞대응함으로써 결국 그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위성정당을 금지시키라는 국민적 요구에 따라, 민주당은 위성정당 금지 입법에 노력했지만 여당의 반대로 실패했습니다. 거대양당 한쪽이 위성정당을 만들면, 패배를 각오하지 않는 한 맞은편 역시 대응책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칼을 들고 덤비는데, 맨주먹으로 상대할 수는 없습니다. 

선거 때마다 반복될 위성정당 논란을 없애고, 준연동제는 사실상 껍데기만 남는 이 악순환을 피하려면 위성정당을 반드시 금지시켜야 하지만, 여당이 반대합니다. 그렇다고 병립형 회귀를 민주당이 수용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민주당은 제 3의 길을 추진했습니다.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병립형 비례를 채택하되, 민주당의 오랜 당론인 권역별 비례에 이중등록을 허용하고, 여기서 생길 수 있는 소수정당 배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소수정당을 위한 의석 30% 할당 또는 권역별 최소득표율 3%에 1석을 우선배정하는 방안이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3권역에 3%씩 고루 득표하는 소수정당은 3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소수정당 배제 문제는 상당히 완화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여당은 소수정당 보호, 그리고 민주당이 요구한 이중등록을 끝까지 반대했습니다. 이제 민주당은 권역별 병립형으로 회귀하거나, 준연동제 하에서 여당의 반칙에 대응책을 마련하거나, 양자택일을 해야 할 상황이 됐습니다. 

권역별 병립형은 지역주의 완화, 그리고 민주당에 유리한 점이 있지만 소수정당이 피해를 입습니다. 여당의 위성정당 창당에 맞대응해서 민주당의 위성정당을 창당하는 것은 반칙에 반칙으로 대응하는 것이어서 정당방위지만 결론은 준연동제가 껍데기만 남습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 다시 한번 되새겨봅니다.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아도 결국 국민이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준연동제는 비록 ‘불완전하지만 한 걸음 진척된 소중한 성취’입니다.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습니다. 깨어 행동하는 국민들께서 ‘멋지게 이기는 길’을 제시해줄 것으로 믿습니다. 

위성정당금지법을 거부한 여당은 이미 아시는 것처럼 위성정당을 창당하고 총선승리를 탈취하려고 합니다. 안타깝지만 여당의 위성정당을 막을 방법은 전혀 없습니다.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으로, 이상을 추구하되 현실을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정권심판과 역사의 전진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면서 연동제의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비례정당을 준비하겠습니다.

‘민주개혁선거대연합’을 구축하여 민주당의 승리, 국민의 승리를 이끌어내겠습니다. 민주개혁세력의 맏형으로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적으로 그 책임을 이행하겠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반칙이 가능하도록 불완전한 입법을 한 것에 대해서 사과드립니다. 국민께 약속드렸던 위성정당 금지 입법을 하지 못한 점을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결국 위성정당에 준하는 준위성정당을 창당하게 된 점을 깊이 사과드립니다.

같이 칼을 들 수는 없지만 방패라도 들어야 하는 이 불가피함을 조금이나마 이해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저와 생각이 다른 분도 많으실 것입니다. 어떤 결정도 모두 저에게 모든 책임이 있습니다.

대의를 따라, 국민만을 믿고 가겠습니다. 죽기를 각오하고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 민주개혁세력의 총단결로 대한민국의 퇴행을 막고, 총선승리로 새로운 희망의 길을 열어가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2024년 2월 5일

이재명(민주당대표) 선거제 관련 기자회견문

일시: 2024년 2월 5일(월) 오전 9시 30분, 장소: 5.18민주묘지 민주의 문


가장 욕먹지 않는 선택… 군소 정당 다당제 본격화할 듯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연동형 선거제를 유지하고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큰 틀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제안을 수용한 셈이다. 용혜인 의원은 ‘연합비례당’이라고 표현했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연합 위성정당’을 만들기로 했다.

모양새만 보면, 2020년 총선 시기에는 위성정당을 만들면 비난을 받았는데, 2024년 총선에서는 위성정당을 만들면서도 박수받는 상황이 됐다.

연합 위성정당을 만들 경우, 각 정치세력의 득실은 어떻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장 크게 손해보는 곳은 녹색정의당이 될 것이다.

녹색정의당은 선거제 논란을 둘러싼 유불리 계산을 엉터리로 하고 있는 것 같다. 본인들에게 뭐가 유리하고 불리한지를 지금도 잘 모르는 모양이다.

가장 크게 이익을 보는 세력은 군소정당 연합에 해당하는 새진보연합이다. 기본소득당과 사회민주당, 열린민주당(잔류파들)이다. 각 정치세력의 득실을 살펴보자.

민주당의 양보는 많이 봐야 5석뿐.


첫째, 민주당이다. 연합 위성정당을 만들 경우 민주당은 얼마나 손해를 보게 될까? 대략 2~5석을 손해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은 처음에는 1~10번을 비 민주당 후보들에게 양보했는데 총선이 끝나고 대부분 민주당에 합류했다. 실제로 민주당과 다른 길을 선택한 의원은 용혜인, 조정훈 두 명이었다.

즉, 민주당 입장에서 병립형 비례제로 가는 것과 비교해서 실제로 손해본 의석은 2석뿐이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규모로 대략 2~5석을 양보하지 않을까 예상된다.

어차피 국민의힘은 손해볼 것 없다.


둘째, 국민의힘이다. 국민의힘은 손해보는 것도 없고, 이득을 얻는 것도 없다. 다만, 위성정당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을 할 수 있으나, 의석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용혜인이 최대 수혜자다.


셋째, 기본소득당을 비롯한 새진보연합이다. 연합 위성정당의 최초 제안자는 기본소득당의 용혜인 의원인데 최근 기본소득당과 사회민주당, 열린민주당(잔류파)는 공동으로 새진보연합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새진보연합은 사실상 연합위성정당에 관한 민주당 협상 파트너가 될 확률이 높다. 민주당과 새진보연합이 연합 위성정당을 추진할 경우 최대(?) 수혜 세력은 새진보연합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실제로 용혜인이 비례대표 순번을 받게 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정의당의 비판적 지지자들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넷째, 녹색정의당이다. 녹색정의당은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총선에서 처음 도입된 것은 2004년이다. 이후 진보정당 계열은 대략 8~13%를 받았다.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 정의당이 그간 10% 내외를 받았던 것은 다양한 진보 세력들의 표가 응집된 결과물이었다.

연합 위성정당은 결과적으로 군소정당 다당제화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봉쇄조항 3%로 인해 원내진입이 어려웠던 군소정당 세력들이 과거에는 어쩔 수 없이 정의당을 찍었지만 이제는 비판적 지지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연합 위성정당에 합류하면 손쉽게 1~2석 내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앞으로는 정의당을 찍지 않고, 연합 위성정당에 투표하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연합 위성정당은 진보정당 카테고리에서 정의당 헤게모니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이는 논리적으로 간명한 문제인데, 민주당이 기본소득당 등의 요구를 수용해서 연합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정의당의 약화와 군소정당 다당제가 될 것이다.

녹색정의당이 가장 크게 손해보는 세력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이준석도 물을 먹었다.


다섯째, 이준석 개혁신당이다. 이준석 대표는 ‘우리도 위성정당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장담하건대 개혁신당이 위성정당을 만드는 일은 없을 것이다.

왜? 아무런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국힘과 민주당이 모두 위성정당을 만들 경우, 사실상 병립형 제도와 유사해진다. 다만, 연합 위성정당의 경우, 반발하는 진보세력 일부를 포섭하는 형태로 병립형에 가까운 연동형의 성격을 갖게 된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위성정당 꼼수를 써서 이익을 본 건 거대 양당(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라는 게 표를 통해 잘 드러난다. 시각화는 슬로우뉴스(이정환).

이재명은 왜 그랬을까.


이재명 대표는 왜 연합 위성정당을 선택했을까? 그게 가장 비난을 덜 받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탄희 의원 등 민주당 80여 명은 한때 위성정당 방지법 제정을 주장했는데 최근 입장이 바뀌었다. 며칠 전 기자회견에서 민주개혁-진보대연합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만 말을 바꾼 게 아니라, 연동형을 주장하며 위성정당 방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사람들도 말을 바꾼 셈이다.

이 논란의 본질이 애초부터 의석 나눠 먹기였기 때문이다. 진보 계열 단체들은 독자적으로는 3% 득표가 어렵기에 민주당에 읍소하는 방식을 사용한 것이다.

명분으로 보면 어떨까? 형식적 외양은 연동형을 주장하다, 연합 위성정당을 요구한 세력의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그래서 명분도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 2~5석을 손해보고, 명분 있게(?) 위성정당을 만들 수 있게 됐고, 비난도 덜 받게 됐다.

그럼, 뭐가 문제일까? 유일한(?) 희생자는 오히려 비례대표제의 명분이다. 비례대표제에 대한 국민적 명분이 침식된다. 비례대표제는 기형적인 연동형과 위성정당의 재탕-삼탕을 통해 ’진보끼리 의석 나눠 먹는‘ 제도로 전락하게 됐다.

비례대표제의 존재 이유를 두고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할 때다. 기형적인 연동형 선거제도를 정상화하는 것이 ‘책임 진보’가 취해야 할 선택이었다. 이재명 대표와 이탄희 의원 등은 결국 합심해서 비례대표제의 국민적 명분을 침식시키는 선택을 했다.

17대 국회에서 비례대표제는 56석이었다. 지금은 47석이다. 9석이 줄었다. 한국 진보 세력의 ‘소탐대실’로 인해 비례대표 의석은 앞으로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민주당 대표). 2024. 2. 1. 국회 의원회관. 더불어민주당 콘서트 사람과 미래 출정식.

멋지지 않지만 패배하지 않는 선택?


논의를 종합해 보자. 민주당이 손해보는 크기는 진보 계열 정당 및 시민사회 세력에게 몇 석을 할애할 것인지와 연동된다. 2020년의 사례를 보면, 2~5석 정도가 되지 않을까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손해도, 이익도 없다. 기본소득당이 포함된 새진보연합은 각자 1~2석의 혜택을 볼 가능성이 있다. 구체적인 의석 규모는 물밑 협상이 이뤄질 것이다.

전국 정당 지지율 3%를 얻기 힘들었던 기본소득당을 비롯한 군소정당들도 원내 진입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반대급부로 녹색정의당은 구심력이 약화하고, 원심력이 강화할 것이다. 정의당보다 더 작았던 군소 진보 세력들이 정의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연합 위성정당은 좋게 보면, 민주당과 (정의당보다 더 작은) 군소 진보정당의 연합 정치다. 가장 큰 변화는 군소 정당 다당제화가 될 것이며, 정의당은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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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

  1. 도대체 비례대표가 왜 필요한건가? 도입 취지에 맞지도 않고, 찌질한 놈들 배지 달아주기 위한 제도인가? 없애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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