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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콜드케이스] 2023년 미디어 이슈 결산 국내 편 ‘가짜뉴스’. ‘캡콜드’ 김낙호 교수와 함께 2023년을 돌아봅니다.


캡콜드에게 2023년을 돌아볼 수 있는 키워드를 뽑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챗GPT로 상징되는 생성형 AI와 정권 유지를 위한 억압적인 담론 전략으로서 ‘가짜뉴스’를 각각 가장 중요한 세계 이슈와 국내 이슈로 뽑았다. 그 두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했다. 이 글은 그 두 번째다. 참고로 캡콜드가 선정한 2023년 미디어 부문 주요 이슈는 다음과 같다.

세계

  • 생성형 AI의 ‘위협’.
  • 온라인 언론 매체의 쇠락.
  • 머스크 산하 트위터 일베화.
  • 가자지구 저널리스트 다수 사망.

국내

  • 가짜뉴스, 한국에서도 정권의 무기화.
  • 만시지탄 공영방송 거버넌스 개혁 추진.
  • 제 머리 못 깎는 중들: 김만배발 언론 윤리 폭탄들(신학림 책값과 뉴스타파…)
  • 반페미니즘, 반다양성 청년문화의 세력 과시.

캡:콜드케이스 04.
2023년 미디어 이슈 결산 국내 편: 가짜뉴스



안내 및 알림.

독자의 가독성을 고려해 주제를 좀 더 작은 단위로 세분했습니다. 아래 ‘목차’ 항목 중 궁금한 주제를 클릭하면 해당 항목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 인터뷰는 2023년 12월 15일에 진행한 화상 대화를 정리한 것입니다. (편집자)


트럼프(정권) 최악의 수출품은 아마도 가짜뉴스! Gage Skidmore, Donald Trump, CC BY SA_compressed

가짜뉴스는 양극화 사회에서 무럭무럭 자란다


민노: 미디어 분야 국내 이슈 중 첫손으로 뽑은 가짜뉴스에 관해 이야기해보죠.

캡콜드: 페이크 뉴스, 즉 가짜뉴스라는 말의 어감과 프레이밍이 정치적으로 악용하기에는 너무 좋습니다. 그래서 미국 트럼프 정권이 잘 써먹었고,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각국이 수입한 셈이죠.

민노: 그렇죠. 입에 쫙쫙 붙죠. 가짜뉴스!

캡콜드: 기본적인 도식은 이거죠. 정부는 뭔가를 잘하고, 잘하려고 하고 있는데, 가짜뉴스 때문에 일이 잘 안되고, 안 되는 것처럼 사람들이 속고 있다.

민노: 정말 단순한 도식이네요.

캡콜드: 이 도식이 잘 먹히려면 조건이 하나 있어요. 양극화죠. 양극화된 사회일수록 잘 먹혀요.

민노: 양극화된 사회에서 가짜뉴스는 더 판을 친다?

양극화는 불안과 공포를 가져오고, 증오와 혐오를 불러온다. 가짜뉴스의 비옥한 토양.

팩트와 중립성 후려치기


캡콜드: 가짜뉴스라는 말이 판을 치는 거죠. 즉 용어의 인기를 짚어야 합니다. “가짜” 뉴스라는 말이 먹힌다는 건 가짜뉴스 아닌 뉴스, 그러니까 “진짜” 뉴스를 가정한 거잖아요. 그렇다면 진짜뉴스라는 건 뭘까요?

민노: 정론? 당파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성과 중립성을 위해 노력하고 팩트에 기반하기 위해 사실확인과 취재도 열심히하는 뉴스? 그런 뉴스를 떠올리지 않을까요?

캡콜드: 팩트와 중립을 말씀하셨는데. 우선 팩트만 해도 ‘과연 이게 팩트인가'(사실 판단의 주관성) 혹은 ‘이 뉴스에는 어떤 사실이 제시되어 있는가'(사실 선별의 정략성) 등 팩트 자체에 관해 사람들이 그 가치를 ‘후려치기’ 시작했어요. 그게 한 10년은 족히 넘었죠.

민노: 팩트의 가치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죠.

캡콜드: 이제 자신이 인정할 수 있는 정보만 팩트로 여기고, 그 외 정보는 조작된 정보거나, 맥락에 따라 달리 해석될 여지가 있는 정보로 여기죠. 사람들은 팩트라고 외치고 있긴 하지만, 그렇게 팩트조차도 진영화된 개념에 가까워졌단 말이예요. 한편, 중립이라는 건 또 뭘까요?

민노: 당파적 이해를 떠나 자신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이해관계에 긴장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저널리즘의 방법론?

캡콜드: 중립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늘상 나오는 이야기가 있죠. 단테의 [신곡]을 인용한 존 F. 케네디의 말. “지옥의 가장 뜨거운 곳은 도덕적 위기의 순간에 중립을 지킨 자를 위해 준비돼 있다.” 물론 이런 말은 신곡에는 나오지도 않고, ‘신곡’에서 지옥의 중심은 가장 차가운 곳이긴 하지만요. 그렇게 도덕적 위기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중립을 지키는 건 오히려 상대편, 악의 편에 서는 것이라고 후려치죠.

존 F. 케네디는 1959년 9월 16일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옥의 가장 뜨거운 곳은 도덕적 위기의 시대에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예약되어 있다.” ‘신곡’에 대한 창조적(?) 오독. 혹은 잘못된 기억. 일종의 허위정보다(농담, 농담유골).

민노: 그런 경우가 많죠.

캡콜드: 이제 사실이라는 것도 중립성이라는 것도 단단한 개념이나 요건이 아니라, 흐물흐물하고 불분명한 게 되어버린 거예요. 그런 조건이라면 결국 사람들에게 진짜뉴스, 참뉴스는 무엇일까요?

민노: 그러게요, 뭘까요?

캡콜드: 그건 사이다~!스러운 뉴스인 거죠. 내가 생각하기에 통쾌한 뉴스. 숨겨진 진실을 밝혀서 정의를 구현한 것 같은 뉴스. 뉴스공장 같은 뉴스죠. 많은 우익 유튜브들도 그렇고요.

아, 사이다!

참뉴스 vs. 가짜뉴스 이분법으로 제 살 불리는 정치


민노: 그럼 질문 하나 드릴게요. 뉴스타파의 지난 대선 직전 ‘김만배 인터뷰’ 보도는 이 진짜뉴스, 참뉴스의 범주에 속하는 뉴스인가요? 아니면 가짜뉴스인가요? 아니면 그저 취재가 좀 부족한 미흡한 뉴스인가요? 이 토픽은 올해 국내 미디어 이슈로 선정하시기도 했고요.

캡콜드: 사실 연결되는 이야기죠. 우선, 참뉴스라는 건 간단해요. ‘내가 보기에’ 숨겨진 음모를 파헤쳐서 진실을 밝혀가지고 정의를 구현한 ‘것 같은’ 그런 뉴스가 참뉴스, 나머지는 가짜뉴스.

민노: 세상에는 참뉴스 v. 가짜뉴스 딱 두 개예요?

캡콜드: 그런 식으로 사람들이 생각하기 쉽게 프레이밍된 게, 바로 가짜뉴스라는 용어죠. 참뉴스가 아니면 가짜뉴스이어야 하는 거고, 반대로 가짜뉴스가 아니면 참뉴스인 거죠. 그 이분법을 전제한 프레이밍이고, 그 이분법이라야말로 핵심인 거죠.

민노: 그 품질은 별론으로 그냥 뉴스가 한 80%, 말씀하신 참뉴스가 10%, 가짜뉴스가 10% 이 정도에 가깝지 않을까요?

캡콜드: 그렇게 생각하면 사람들이 좀 더 합리적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겠지만, 보통은 그렇게 가기가 어렵죠. 가짜뉴스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면, 그냥 가짜뉴스 아니면 참뉴스, 그런 거예요. 그냥 흑 아니면 백인 거죠. 내 편 아니면 네 편. 가짜뉴스란 말이 그런 식의 이분법적 사고를 촉진하는 용어라는 거예요.

민노: 인식을 그렇게 유도한다는 말씀이시죠?

캡콜드: 그렇죠. 가짜뉴스 프레임이 무서운 건, 오정보이기 때문에 가짜뉴스 딱지를 붙일 수도 있겠지만, 그냥 내가 보기에 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가짜뉴스 딱지 붙여도 아무런 문제가 없게 만들어진 굉장히 절묘한 정치적 수사법이라는 말이죠.

민노: 동의합니다.

세상 편한 정치적 수사법, 그냥 맘에 들지 않으면 가짜뉴스 딱지를 찍어버리면 되니까!! 윤석열 정부에서 지금 아주 잘하는 것!

가짜뉴스 마스터 트럼프… 전 세계, 한국도 가짜뉴스를 수입하다


캡콜드: 그 수사법을 가장 잘 써먹은 사람이 트럼프고, 그렇게 사람들을 선동했고, 그게 잘 먹히는 걸 확인한 전 세계에서, 그리고 한국에서도 직수입했죠.

민노: 윤석열 정권에서 트럼프의 가짜뉴스를 직수입했다?

캡콜드: 사실 윤석열 정권에서 처음 수입한 것도 아니죠. 사실은 문재인 정권 때 수입했었죠. 그때도 가짜뉴스와 싸워야 한다고 민주당 중진들이 한참 지금 윤석열 정권과 유사한 방식으로 써먹었잖아요. 그래도 문재인 때엔 상대적으로 자제하고, 정말 정치적 수사법의 차원에서 썼다고 보지만, 지금 윤석열 정권에서는 그걸 아예 제도화하고, 밀어붙이려고 하고 있으니까요. 정도 차이는 있어 보입니다. 다만 방향에서는 유사하죠. 왜 안하겠어요? 정치적으로 이렇게 활용하기 좋은데.

전임자의 행위, 아니 문재인 정부 아래 KBS를 가짜뉴스화하는 후임자, 아니 윤석열의 정치적 담론 전술. 물론 너무 속보이는 짓. KBS뉴스. 2023년 11월 15일(온라인 기준). 방송 캡처 갈무리.

뉴스타파의 ‘김만배 음성파일’ 보도에 관하여


민노: 아까 하려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보죠. 뉴스타파가 대선 직전인 2022년 3월 6일, 그러니까 대선 3일 전에 터뜨린 [김만배 음성파일] “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 보도는 어떻게 평가하세요?

캡콜드: 보도 내용 자체로 판단해야죠. 제기된 여러 가지 의문점이 있고, 그 의문에 대해 좀 더 취재하거나 답을 들거나 해야겠죠. 그런데 그 보도를 터뜨린 시점이라든지 상식을 벗어난 책값이라든지 이런 점들은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아요. 그 취재원(신학림)과 뉴스타파가 굉장히 독립적이고 서로 관련이 없는 것처럼 연출한 건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죠.

민노: 부끄럽다?

캡콜드: 진영적으로 생각하면 뉴스타파의 해당 보도를 가짜뉴스다, 참뉴스다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겠죠. 그래서 저는 그런 범주를 쓰지 않으려고 해요. 앞서 그 이유는 충분히 설명했죠.

민노: 그렇다면 뉴스타파 보도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캡콜드 님의 언어로 풀면.

캡콜드: 취재 과정이나 보도 윤리 측면에서 의문스럽고, 미흡한 부분이 있으니까 이걸 엉터리 가짜뉴스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 반대로 있겠죠. 이걸 딱 잘라서 이게 오보다라고 하기에는… 그 내용에서 합리적인 의혹 제기에 관한 대답을 구하려 한 부분에서는 오보가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편성 차원, 보도된 과정과 특히 보도 타이밍에서는 100% 잘못된 보도라고 봅니다. 잘못 기획된 거죠. 더불어 이해상충 관계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측면도 있고요. 이런 디테일이, 가짜뉴스냐 아니냐 딱지를 붙이려는 순간에 날아갑니다.

뉴스타파, [김만배 음성파일] “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 2022년 3월 6일. 현재(2023년 12월 21일 기준) 동영상 조회 수 368만 회.

검찰공화국의 ‘압수수색’… 그건 양아치스러운 거죠


민노: 그런데 한편에선 이 보도와 관련한 취재 기자 압수수색이나 뉴스타파 대표 압수수색 등과 같은 검찰공화국스러운 접근이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캡콜드: 그건 정말 또 너무 무리수죠. 뉴스타파 보도에 부족함이 있고, 잘못이 있다고 해도 그걸로 압수수색과 같은 언론탄압을 정당화할 수 있는 건 전혀 아니죠.

민노: 이 건에서 누군가 피해를 봤다면, 혹은 누군가 제재가 필요하다면, 어떤 식으로 처리라면 합리적일까요?

캡콜드: 우선 언론중재위원회부터 가야죠. 거기에 정정보도, 반론보도 그런 절차들이 이미 다 있잖아요. 이미 그런 제도적인 비형사적인 방법이 존재하는데 무조건 압수수색부터 하자는 거잖아요. 형사범죄로 접근하자는 거고…

민노: 누가 봐도 과도하죠.

캡콜드: 그건 으름장이죠. 공포고요. 겁주는 거죠.

MBC뉴스. 2023.09.14.
MBC뉴스. 2023.12.06.

용어의 문제: 허위조작정보, 부실정보, 결과적 오보


민노: 가짜뉴스라고 부르지 말고, 허위조작정보라고 불러야 한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용어는 어떻게 보세요?

캡콜드: 용어로 치면 무난하겠네요. 하지만 기존 가짜뉴스는 1) 잘못된 정보 전달을 의식적 목표로 하는 악의적인 허위조작정보(disinformation) 2) 취재 등 기사 작성 과정이 충실하지 못해 생겨난 부실정보(부실보도) 3) 대체로 정상적인 취재 절차를 따랐지만 결과적으로 결과적 오보, 이렇게 세 가지 층위로 나눠서 봐야 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가짜뉴스는 퇴출해야 할 용어


민노: 가짜뉴스는 그 용어로서도 퇴출해야 한다고 보세요?

캡콜드: 그렇죠. 가짜뉴스라는 용어는, 앞서 이야기한 그 세 가지를 포괄하는 어떤 개념 혹은 그 중에서 무언가를 선택하는 그런 개념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인 수사거든요. 아까 말씀드린 참뉴스와 가짜뉴스의 이분법을 전제로 정치적 줄세우기, 진영론적 뉴스를 소비하게 하는 방식이란 말이죠.

순수한 가짜뉴스 퇴출 캠페인? 이제 그런 거 없어요


민노: 반론은 아닙니다만, 처음에 가짜뉴스는 정치적 목적이든 상업적 목적이든 악의적인 왜곡 정보를 극복하자는 취지로 이야기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런 순수한(?) 취지의 캠페인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시나요?

캡콜드: 사라졌죠. 예를 들면, 영어로 ‘페이크 뉴스’가 나왔을 때도 처음에는 정상적인 뉴스 미디어 뉴스와 비슷하게 보이지만 엉터리로 만든 가짜 미디어 뉴스를 칭하는 거였던 거죠. 하지만 이제 그런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뉴스 미디어와 비슷하게 보이기 위한 초기 가짜뉴스로 가짜뉴스를 칭하는 경우는 이제 거의 없다. 정치적 전략으로서의 가짜뉴스가 담론계 주류가 된 지 오래다.

정치 권력의 전략으로 ‘진화’한 가짜뉴스


민노: 지금은 그런 순수한 캠페인은 사라졌다?

캡콜드: 이제 그런 원전과는 상관 없이 가장 널리 쓰이는 방식은 제가 지금까지 말씀드린 가짜뉴스, 즉 참뉴스라는 가상의 반대항을 만들어서 정치적 줄세우기를 하는 방식으로 대유행을 한 거죠.

민노: 정치적인 권력의 전략으로 변질 혹은 진화했다? 변질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진화라고 볼 수 있겠네요.

캡콜드: 진화죠. 진화라고 하는 게 가장 적절하겠어요. 우리도 비슷한 용어가 있었잖아요.

민노: 유사 언론, 사이비 언론, 이런 표현이 있었죠.

캡콜드: 그렇죠. 그런데 이제 그것과 비교하면, 지금 가짜뉴스 딱지 붙이기는 완전히 의미가 바뀌었잖아요. 가짜뉴스에 관한 이미지가 아예 특정 매체, 특정 보도방식과 특정한 주제 및 소재에 완전히 굳어져서… 그런 게 이미 정치 진영화된 뉴스를 소비한다는 방증이죠.

이제 가짜뉴스는 정치적 줄세우기의 전략, 수단이 되었다.

가짜뉴스 그만 쓰고, 그 대신 이거 한번 써 봐! 대안은…?


민노: 가짜뉴스 퇴출이나 경각심 환기에 머물지 말고, 그거 대신 이거 한번 써 봐, 이런 게 있으면 좋잖아요?

캡콜드: 그럼요. 그런데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게, 윤 정권에서는 가짜뉴스를 정치적 수사를 넘어서 미디어 정책 핵심 의제로 삼고 무기화하려고 하고 있어요. 이게 올 한해의 큰 흐름이었단 말이죠. 그 적임자로 찾아낸 게 이명박 정부 시절 ‘언론 장악 기술자’ 이동관이었고요.

민노: 지금은 이동관은 ‘쓰다 버린 셈’이 됐고, 그 후임으로 검사를 앉히려고 하고 있는데요.

캡콜드: 언론 분야 전문가를 쓰기에도 인재풀이 협소하다는 거죠. 특화한 전문가가 너무 없으니까 그냥 다시 또 검사 쓰는 거죠.

민노: 다시 본래 질문으로 돌아가면요. 가짜뉴스를 극복할 수 있는 좀 더 구체적인 대안, 방법론은 없을까요. 그냥 가짜뉴스라는 용어 쓰지 마, 가짜뉴스는 이런 맥락에서 위험해, 이런 권고나 지적도 의미는 있겠지만… 좀 더 구체적인 대안이 있어야 말발이 먹힐 것 같기도 한데요. ‘가짜뉴스 쓰지 마’ 이러면 ‘뭐 어쩌라고요? 어휴 꼰대…진지충…선비충…’ 이럴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캡콜드: 우선 당장 아까 쓴 용어(허위조작정보, 부실보도, 오보)로 바꿔서, 상황에 맞게 나눠만 써도 정말 세상이 많이 바뀔 것 같아요.

이동관(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잠깐 왔다가 가고…. 2023년 10월 19일. 방송통신위원회 유튜브 캡처.
다시 검사가 온다? 윤석열(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선배” 김홍일을 차기 방통위원장으로 지명했다. 사진은 검찰 하나회”, “가짜뉴스 해결 법 전문가”..신임 방통위원장 김홍일 지명, MBC뉴스, 2023년 12월 6일.

심심한 조작정보 vs. 맛깔나는 가짜뉴스


민노: 그런데 조작정보, 허위정보, 오보… 역시나 가짜뉴스처럼 입에 쫙쫙 붙는 느낌이 없어요.

캡콜드: 그러니까 그렇게 가짜뉴스가 히트를 친 거죠. 입에 잘 붙죠. 그 이유는 이분법적 사고를 자연스럽게 끌어내기 때문이고요. 사람들은 복잡한 범주, 섬세한 분류를 거의 본능적으로 싫어할 수밖에 없어요. 선명한 걸 좋아하죠. 가장 선명한 건 흑백, 진짜 가짜, 우리 편 아니면 적인 거죠.

중간에 있는 사람들


민노: 민주당이 한편에 있고, 다른 한편에는 국민의 힘이 있습니다. 유튜브로 보면, 한쪽에는 진성호가 있고 한쪽에는 뉴스공장이 있고요. 저처럼 양쪽에 속하고 싶지 않은, 중간에 있는 사람은 어떡하나요… 둘다 별로 관심이 없고, 매력을 느끼지도 못하고요.

캡콜드: 사실 중간에 있는 사람이 볼 수 있는 것도 굉장히 많고, 중간에 있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말도 굉장히 많은데 그게 좀 덜 부각되는 측면이 있는 것뿐이죠.

민노: 요즘 하는 말로 제3세력, 제3권력, 제3지대, 중간지대… 그런 중간 영역을 상징하는 담론이나 오피니언 혹은 영향력을 갖춘 사람이 있다고 보세요?

캡콜드: 제3지대로 표현하면 하나의 새로운 극이 만들어져야 할 것 같아서 저는 차라리 중간지대라는 표현을 쓰겠습니다. 그 중간지대의 문제가 그거예요. 선명하지 않으면 돋보이지 않는 거. 그래서 그 중간지대에서 이른바 ‘스타’가 나온다는 게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해보면 굉장히 어려워졌어요.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간이라고 해서 중립도 아닌 거고, 중간에 있기 때문에 더 복잡다단하고 어려울 수 있는데, 그걸 대중에게 전달하기는 쉽지 않죠.

민노: 네, 그래서요. 그런 어려운 과제를 잘 수행하는 ‘브랜드’가 있을까요, 지금? 정치 영역이든 시민사회 영역이든.

캡콜드: (뭐, 음… ) 슬로우뉴스를 그런 브랜드로 만들죠, 이제. (웃음….)

미디어라는 말은 라틴어 중성 명사 ‘메디움'(medium)의 복수형 ‘메디아'(media)에서 왔는데, 이 두 단어의 어원은 라틴어 형용사 ‘메디우스'(medius)로, ‘가운데의, 사이의, 절반의’라는 의미와 함께 ‘중도의, 중용의’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다. (내용 참고: 순전한 작업실, 미디어의 어원과 의미 변화)

제3세력? 그냥 깍두기 대잔치


민노: 류호정, 금태섭, 조성주, 용혜인 등… 스스로 “제3″이라는 수식어 붙여서 총선을 준비하는 쪽 움직임은 어떻게 보세요?

캡콜드: 제가 말할 수 있는 영역의 범주에서만 간단히 말해보죠. 저는 인식이 구식인지라, 정치는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선명한 상을 제시하고, 그걸 위한 이념적 방법론을 지니고, 그걸 얻어낼 구체적 세력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제3세력, 제3지대 논의하는 쪽을 보면, 구체적인 상은 없고, 그냥 민주당에서 제 뜻을 펼치기 어렵다, 국민의힘에서 제 뜻을 펼치기 어렵다, 정의당에서 제 뜻 펼치기 어렵다… 그냥 ‘깍두기’ 같은 입지만 내밀고 있다는 말이죠. 제3의 세력 이야기하면서 무슨 양당 정치 타파, 구태 정치 혁신… 그런 안티만 있지, 만들고 싶은 사회가 어떤 모습이라는 비전이 없잖아요. 그런 비전를 제기하기도 전에 세력 규합부터 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건 정상이 아니죠. 그냥 깍두기 대잔치죠.

만시지탄 공영방송 거버넌스


민노: 가짜뉴스의 정치 도구화를 중심으로 이야기했는데요. 시간이 좀 부족하지만, 나머지 국내 미디어 이슈를 간단히 짚어주시죠.

캡콜드: 우선 만시지탄의 공영방송 거버넌스 개혁 추진이 있습니다. 공영방송을 정치권의 전리품으로 삼지 못하게 하고 공공 언론으로서 제 기능을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됐습니다. 특히 MB 정권을 거친 박근혜 정권에서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합의 가능성도 있었고요. 이에 관한 연구도 충분했죠.

하지만 권력을 잡고 나면 그런 꽃놀이 패가 또 없는지라, 계속 그대로 뭉개고 지나갔죠. 더 많은 사건이 이어진 올해에야 비로소 민주당 주도 국회가 추진했습니다, ‘방송3법’이라는 별칭으로. 물론 이미 타이밍을 놓친 상태라서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해버렸지만…

치욕스런 방송 역사, 부끄러운 기억. 1980년 8월 31일 방송된 TBC, ‘내가 본 전두환 대통령’ 갈무리. 화면 속 인물은 박종세 아나운서.

김만배 사건과 언론윤리


민노: 다른 주요 이슈로 김만배 사건에 얽힌 기자들을 꼽아주셨는데요.

캡콜드: 제가 “제 머리 못 깎는 중들”이라고 이름 붙였는데요. 신학림 책값과 뉴스타파 사건은 앞서 이미 이야기했고요, 그 외에도 한겨레, 중앙일보, 한국일보 쪽의 직급 높은 인사들이 엮여있었죠. 경제적 혜택은 혜택대로 받고, 그럼에도 자신들은 거기에 영향받지 않고 기사를 쓸 수 있다는 식인데요. 그런 턱없는 자기 확신이 놀랍고, 이해 충돌이라는 기초적인 저널리즘 윤리에 관한 무지가 드러난 참담한 사례들이죠.

김만배와 거래한 기자들을 취재한 시사IN 기사. 캡처 갈무리.

반다양성, 반페미니즘 성향 청년문화


민노: 반다양성, 반페미니즘은 ‘문화’라고 이름 붙이기 힘들지 않나요? 혐오에 가까운 것 같은데요…

캡콜드: 굳이 청년문화라고 칭한 이유는 대중문화와 스포츠 등 취향 문화를 중심으로 한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들을 구심점으로 활동하는 모습이 관찰되고, 그런 구심력으로 관련 업계를 상대로 조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거친 이름표죠.

민노: 양상은 어떤가요.

캡콜드: 소위 정치적 올바름(PC)에 대한 조롱이든, 이민자에 대한 막연한 반감이든, 집게손 모양만 나와도 남혐이라고 트집 잡는 것이든 그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습니다. 이들은 결집해 게시판 여론을 지배한다든지 아니면 한발 더 나아가서 업계에 압력을 넣는다든지 하는 유기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죠. 이런 활동이 올 한 해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보았듯 이런 문화적 우익화는 정치적 극우화의 지양분인 만큼, 진지하게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류호정(정의당 의원)의 숟가락 얹기 시도! 결과적으로는 헛발질. 1) 집게 손가락과 일베 손 모양 마크는 아주 다르다. 집게 손가락은 누구나 흔히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포즈고, 일베 손 모양 마크는 고도의 ‘병맛’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손동작이다. 2) 기본 사실에 관한 팩트체크가 되지 않은 발언. 3) GS 편의점 해프닝을 겪고도(알았다면, 당연히 알았을 위치인데) 저런 발언을 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정치적 욕망은 영혼을 잠식한다…

끝으로.


민노: 긴 시간 말씀 고맙습니다. 끝으로 간단히 2023년으로 돌아보는 개인적인 소회를 전해주신다면요.

캡콜드: 한국 미디어계의 희망, 슬로우뉴스가 다시 시동을 걸고, 저도 흔치 않은 방식으로 결합한 해였습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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