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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울 따름이다. 이동관은 정말 일을 ‘잘’ 했다. 이게 정부가 해서는 안되는 불법탈법 언론장악이란 것만 빼면 꼼꼼하고 치밀했다. 이걸 하나하나 밝혀낸 게 윤석열 지검장 시절의 수사팀이란 게 아이러니다.

18일 국회에서 이동관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통과되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사람이 방송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방통위원장 후보라니. 언론이 들고 일어나야 마땅한데 순한 언론들은 조용하다.

지금 우리가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 기억하기 위해 기록이나마 남겨둔다. 이건 지나간 사건이 아니라 현재 벌어지고 있고 앞으로 벌어질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이버 여론전 지시, 극우 유튜버 변호사비 지원, 총선 개입


MB 격려 언론인 명단, MBC 정상화 문건, 앵커 멘트 순화 지시


  • “VIP 전화 격려 필요 대상 언론인”이란 제목의 문건이 공개됐는데 보고자가 이동관이다. 박보균(문화체육부 장관, 당시 중앙일보 편집인)과 이동화(서울신문 사장), 배인준(동아일보 논설주간), 이병규(문화일보 사장) 등이 ‘격려 대상’이었고 대통령에게 칭찬을 들었던 모양이다. 박보균을 두고 “편집국장 시절, 친박 성향으로 분류되었으나 대기자를 거치며 VIP 국정운영에 동조·지지로 성향 변화”라고 평가했다.
  • 국정원에서 “MBC 정상화 문건”이란 걸 만들어서 이동관에게 보고했다. 누가 지시했는지 어디까지 개입했는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검찰 조사에서 국정원 직원들은 “표지만 나가도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마스터플랜급 문건”이었다며 “홍보수석실과 관련 부처가 협의되어야 가능한 사안”이라고 진술했다. MBC를 체계적으로 장악하기 위해 간부진을 교체하고 비판적인 시사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노동조합을 무력화했다. 비판적인 PD와 기자를 내보낼 외곽 조직을 만들고 MBC 2대 주주인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 MBC를 공격하기 위해조중동 등 신문 데스크에 협조를 요청하고 보수 단체들에 MBC 규탄 활동을 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대통령 보고서도 공개됐다. 실제로 문건 작성 다음날 공정언론시민연대 등이 성명을 발표했다.
  • 직접 기사에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다. YTN 보도 리스트 문건을 보면 YTN이 한중일 정상회담을 부정적으로 보도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14시 이후 비보도 조치했다”는 보고 내용이 담겨 있다. 앵커 멘트를 순화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MB 때는 넘어갔을지 몰라도, 명백한 방송법위반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KBS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비판적 보도를 중단해달라고 한 당시 홍보수석 이정현은 유죄를 받았다.)

돌발영상 삭제, 진보지 광고 사찰, 농지법 위반, 차익 20억 APT(하루도 안 삼)


  • YTN 돌발영상 삭제 사건도 있었다. 사소한 해프닝이었다. “미리 코멘트를 할 테니 4시까지 보도하지 않는 걸로 하자”고 했는데 YTN이 그 현장을 그대로 방송에 내보냈다. 몇 시간 뒤 방송이 통째로 사라졌고 홍상표(당시 YTN 보도국장)이 “청와대의 수정 요구가 있었지만 (삭제 여부는) 스스로 판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때 전화를 건 사람이 이동관이었다. 홍상표가 이동관의 후임이 됐다는 것도 꼼꼼하다.
  • 국정원 불법 사찰 진술 조서에 이런 대목도 있다. 청와대 행정관이 국정원 파견 직원에게 진보 성향 일간지의 광고 수주 동향을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국정원 직원이 이렇게 항의했다고 한다. “이런 일을 알아보는 게 가능하다고 보느냐. 광고부장 서랍을 열어야 하는 일이다. 이런 일이 우리(국정원)가 하는 일이 맞냐. 나중에 이 일이 발각되면 책임질 것이냐.” 그랬더니 이 행정관이 몇 시간 뒤에 찾아와 “아까 요청한 내용을 꼭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국정원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VIP에게 보고하겠다”고 강요했다고 한다. 이 행정관은 검찰 진술에서 “(언론) 비서관님이 시킨 것인데, 그 배경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짐작으로는 평소 경향신문이 정부에 비판적이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였던 것 같다”고 했다.
  • 큰일 할 수 있게 한번만 기회를 줘. 이 기사 나가면 진짜 곤란해져”. 농지법 위반 사실이 드러나자 편집국에게 전화를 걸어 기사를 막았다는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당시 국민일보에 다니다가 한겨레로 옮겨온 김원철이 뒤늦게 밝혔다. 변재운(당시 국민일보 편집국장, 현재 국민일보 사장)에게 “나중에 꼭 은혜를 갚겠다”고 했다고 한다.
  • 부인이 재건축 아파트 지분 1%를 받아 재건축조합 대의원을 맡았는데 새 아파트에 하루도 살지 않고 부인만 주민등록을 두 달 정도 옮겼다가 팔았다. 한겨레는 시세차익이 20억 원이 넘을 거라고 분석했다. 이를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누락해놓고 “고의가 아니라 실수”라고 했다.

아들 학폭 논란, 연소득 7천만인데 아들 건강보험 올라타기


  • 아들 학폭 논란도 청문회 쟁점이다. 피해 학생들은 1년 내내 이동관 아들에게 폭력에 시달렸고, 몇 차례 SOS 쳤는데 구체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학교폭력위원회는 끝내 열리지 않았고, 어떤 기록도 없이 전학 조치됐다. 피해 학생 가운데 당시 화해했던 학생은 없다. 이동관은 학생들 진술서가 서명과 날짜가 없다는 이유로 효력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시 담당 교사는 그때 그 진술서가 맞다고 증언했다. 학교 이사장이었던 김승유(당시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도 사실이다.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알아보려고 했다”고 해명했지만 김승유는 “이동관이 학기 말까지 전학을 늦춰달라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 2020년 기준 종합소득이 7067만 원인데 직장인 아들 건강보험에 올라타 보험료 내지 않았다. 종합소득이 3400만 원이 넘으면 피부양자 등록이 불가능하다. 이동관은 “관련 규정에 따라 자격취득과 상실이 이뤄졌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 이동관은 방통위원장 후보에 내정된 직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가짜 뉴스와 싸우겠다”고 했다. “공산당 신문·방송은 기관지이지 언론이 아니”라고도 했다. 그 신문과 방송이 어디냐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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