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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스마트폰 이외에도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기기가 참 많다. 시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각종 태블릿, 패블릿 (폰과 태블릿의 합성어) 뿐만 아니라 더욱 다양한 형태의 기기들이 개발 중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시계 형태의 기기를 위해 100여 명의 제품 디자이너로 구성된 팀을 꾸렸다는 기사를 냈고, 소니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워치라는 제품을 이미 공개했다. 구글 글래스는 올해 안에 출시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이런 다양한 디지털 기기의 출시가 예상되는 시점에 문득 애플이 예전에 주장하던 디지털 허브 전략과 그 이후 등장한 클라우드 서비스들이 떠올랐다. 과연 클라우드 서비스는 새로운 시대의 디지털 허브가 될 수 있을까.

디지털 허브

http://www.youtube.com/watch?v=9046oXrm7f8

스티브 잡스는 2001년 맥월드에서 ‘디지털 허브 (digital hub)’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퍼스널 컴퓨터의 시대가 선사시대, 생산성의 시대, 인터넷의 시대를 거쳐 2001년 부터는 디지털 라이프스타일의 시대에 들어섰다고 설명했다. 당시에도 이미 핸드폰, 씨디플레이어, 캠코더, DVD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가 많이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맥(데스크탑)이 이런 다양한 디지털 기기에 큰 가치를 줌으로써 디지털 라이프스타일의 “디지털 허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통한 경험들을 맥을 통해 묶겠다는 전략이었고, 애플의 제품들은 소프트웨어든 하드웨어든 오랫동안 이 전략 선상에서 출시되었다.

Mac can become the “digital hub” of our emerging digital lifestyle, adding tremendous value to our other digital devices.

맥월드에서의 발표 몇 달 후 애플은 아이팟을 발표하고 전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을 장악했다. 2003년엔 일반인 대상의 소프트웨어를 묶어 iLife를 발표했다. 2007년에는 아이폰을 발표했고 2010년에는 아이패드를 내놓았다. 이런 다양한 기기의 중심에는 퍼스널 컴퓨터 (맥 혹은 PC)가 있었고, 아이튠즈라는 소프트웨어가 있었다. (물론 데이터를 폴더와 파일 형태로 직접 확인/관리하고 싶어하는 이용자과 윈도우 이용자에게는 꾸준히 비판을 받는 소프트웨어이기도 하다)

즉, 많은 디지털 기기를 통해 얻는 다양한 경험을 하나로 모아줄 무언가가 필요했는데, 그 역할은 컴퓨팅 능력이 좋고 저장용량이 크며 안정적인 퍼스널 컴퓨터였던 것이다. 디지털 기기를 통해 얻는 모든 결과물들은 개인의 퍼스널 컴퓨터를 통해 저장되었다. 애플의 이 전략은 클라우드 서비스들이 인기를 얻기 전까지 유효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클라우드 컴퓨팅은 주로 기업들을 대상으로 발전하고 서비스되다가 2008년 정도가 되어서야 일반 대중을 위한 서비스들이 하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다양한 스마트 기기들의 활성화로 인해 대중을 위한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가 나왔고 대체로 스토리지 제공을 주로 하는  SaaS (Software As A Service)  형태의 서비스가 주를 이루고 있다.

대표적인 클라우드 서비스인 드롭박스
대표적인 클라우드 서비스인 드롭박스

각종 클라우드 서비스가 출시된 지금에도 클라우드는 아직도 컴퓨터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접근이 다소 어려운 게 사실이다. 심지어 클라우드 서비스를 가장 쉽게 구현했다는 이야기를 듣는 애플의 아이클라우드 (iCloud) 마저 그 사용법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클라우드 서비스 (혹은 클라우드 컴퓨팅)란 쉽게 말해 실제로는 네트워크 저 너머에 여러 대의 서버와 저장공간이 복잡하게 존재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마치 성능 좋은 서버 혹은 하나의 거대한 저장공간을 이용하는 것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디지털 기기가 점차 발전하면서 클라우드 서비스도 주목을 받게 되었다. 컴퓨팅 능력이 좋아지다 보니 굳이 퍼스널 컴퓨터와의 연결이 필요없게 되었지만 저장공간은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도 있고, 별도의 데이터 복사 과정 필요없이 다양한 디지털 기기에서 동일한 데이터를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래서 바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구글 문서도구, MS 오피스365, 한컴 싱크프리, 네이버 오피스 등 다양한 오피스 서비스가 존재하며 드롭박스, 에버노트, 다음 클라우드, 네이버 N드라이브, 아이클라우드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존재한다.

클라우드 시대에서 살아남기

클라우드라는 개념은 신뢰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아직 부족한 게 사실이다. 지금 내 컴퓨터의 데이터는 백업이나 보안 측면에서도 분명하고 대응하기가 쉽다. 하지만, 클라우드는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아마존 웹서비스가 중단되면 아마존을 이용하는 웹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는 건 물론이고 그 안의 데이터도 확인할 길이 없다. 인터넷에 항상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보안적인 측면에서도 취약한 게 사실이다. 데이터에 대한 주도권을 사용자가 가지지 못한다는 것 역시 문제다. 스티브 워즈니악은 5년 이내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구글 글래스
구글 글래스 (출처: Project Glass)

하지만, 점점 다양한 디지털 기기가 출시되는 한편 서비스는 기기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환경에서 지원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클라우드 서비스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사용자들은 더욱 의존하게 될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각종 스마트 시계나 구글 글래스가 출시되면 틀림없이 여러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어느덧 소중한 경험의 결과물과 각종 중요한 데이터를 인터넷의 어딘가에 저장하며 살고 있다. (실제로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더욱 많은 디지털 기기들을 접할 것이고, 데이터는 여기저기 분산되어 있을 것이다. 커다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많은 이용자들은 자신의 정보에 대한 접속권 조차 자기 자신이 아닌 서비스 업체에 넘어가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이쯤에서 궁금한 것. 클라우드 시대의 안정적인 디지털 허브는 과연 무엇일까. 아직은 각종 클라우드 서비스가 예전만큼의 안정적인 디지털 허브 역할을 해내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가 예전처럼 안심하며 데이터를 저장하고 사용할 수 있는 (백업은 계속 해야겠지만) 날은 언제쯤 다시 돌아올까.

마지막으로 클라우드 시대에 살아남는 몇 가지 팁을 공개한다.

  1. 백업 또 백업:
    중요한 데이터는 절대 클라우드에만 두지 말고 백업,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공간에 반드시 백업을 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클라우드 시대에 한순간 데이터를 날려먹고 한탄하는 자신의 모습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2. 공개 여부 체크:
    또한 중요한 데이터라면 공개 여부나 보안 설정 등을 다시 한번 체크해야 한다. 보안이 생명인 중요한 데이터가 클라우드에 올라간 순간 자신도 모르게 모든 사람에게 퍼져나갈 지도 모른다. 중요한 데이터일 수록 두번 세번 공개 가능여부를 체크해야 한다.
  3. 필요할 땐 미리 다운로드:
    결정적인 순간에 사용해야 하는 데이터라면 자신의 하드 드라이드나 USB 드라이브 등에 미리 다운을 받아놓는 게 좋다. 운명이 걸린 발표가 있거나 결정적인 미팅에 데이터가 필요하다면 무조건 다운로드를 받아놓는 게 좋다. 인터넷 상황이 좋지 않아 낭패를 보는 경우도 피할 수 있다.
  4. 디자인이 중요한 문서는 금지:
    문서의 디자인적인 요소가 중요하거나 디테일함이 반드시 필요한데, 문서가 수정 가능한 형태로 저장되는 경우에는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 각종 클라우드 기반 오피스 프로그램들은 미묘하게 (혹은 엄청나게) 그 세부사항을 무시하거나 엉뚱한 결과를 보여줄 수 있다. 우선 테스트를 해보자.
  5. 비밀번호는 모두 다르게 관리:
    여러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면 서비스마다 비밀번호를 다르게 관리하는 것은 필수이다. 하나가 털리면 나머지도 모두 털린다.
  6. 써드파티 앱은 신중히:
    새로 나온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를 현재 사용하고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연결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내 계정에 접속해서 각종 정보를 빼갈 수도 있고 데이터를 날려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잘 모르겠으면 연결하지 않는 게 좋다.
  7. 백업:
    첫 번째에서 이야기했다고? 그래도 다시 한번 이야기한다. 중요하다면 절대 클라우드에만 데이터를 두지 마라. 이중은 기본이고 삼중 백업은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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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1. 하드디스크가 알고 봤더니 생각보다 안정적인 매체가 아니더라고요. 사람들이 하드디스크 날려먹었다는 얘기를 해도 관리를 잘못 한 탓인줄 알았는데, 제 하드 모터가 나가 버리니…-_-; 아는 하드디스크 전문가한테 전화했더니 10년 넘은 하드디스크가 아직도 돌아갔다는 게 더 신기하다고 하더군요. 그럼 앞으로는 SSD를 써야하냐고 했더니 그건 수명이 더 짧다고.…-_-;

    그래서 오히려 클라우드야말로 아주 훌륭한 백업 수단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사진과 문서는 구글과 드롭박스를 쓰고, 대용량 파일은 아마존 유료 스토리지 서비스 씁니다. 아마존 것이 특히 대만족인데, 문제는 요금이… OTL

  2. 내 데이터가 어디에 저장되는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이해합니다만, 그렇다고 로컬 백업을 하라는 것은 조금 이상합니다. 아마존, MS, 드롭박스 등 현재 클라우드 벤더들이 데이터 보안과 안정성에 쏟는 돈과 노력을 생각해 볼 때, 어쩌면 막연한 불안이 아닌가 싶습니다. 실질적인 사례나 데이터들이 있다면 조금 더 주장에 무게감이 실리지 않았을까요?
    아, 물론 다음 클라우드의 안좋은 예가 있기는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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