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신세계의 스타필드 하남이 문을 열자 1개월 동안 방문객이 30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쇼핑몰이나 백화점이 아닌 ‘쇼핑 테마파크’라는 다소 생소한 타이틀로 다가왔지만, 쇼핑과 즐길 거리를 구분하지 않는 소비자 욕구와 라이프스타일을 공략했고 소비자의 향후 반응이 기대된다. 또한, 해외에서는 버버리나 아우디 등이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었던 미래 리테일 포맷도 매우 흥미롭다.
온라인 채널의 성장으로 인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는 소비재 유통뿐만 아니라 금융, 제조, 유통 등 다양한 산업에서 리테일의 역할 변화를 견인했고 디지털 기술의 비약적인 성장과 사물인터넷(IoT)의 등장은 리테일의 포맷 전략마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다수의 기업은 미래 리테일에 대한 전략 수립과 급격한 시장 환경의 변화에 따른 생존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최근 이렇게 다이내믹하게 변화하는 리테일의 트렌드를 살펴보자면 무점포 리테일(non-store retail)의 성장, 옴니채널(omnichannel) 연계를 통한 끊김 없는(seamless) 고객 관리,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 중심의 포맷 전략 변화, 사물인터넷 솔루션을 통한 혁신, 전자배달(eDelivery)을 통한 배송 혁신 등 5가지 방향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1. 무점포 리테일(non-store retail)의 성장
무점포 리테일은 TV홈쇼핑, 카탈로그쇼핑, 인터넷쇼핑, 모바일 쇼핑으로 구분된다. 실제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온라인 쇼핑이 강세를 보이는 무점포 쇼핑이 주 유통채널로 등극했고, 현재 PC 기반의 쇼핑에서 모바일 기반의 쇼핑으로 이동했다. 유통업 이외에도 무점포 리테일이 가장 성장하고 있는 분야는 금융업이며 부동산 비용 등 많은 인프라에 기반을 둔 오프라인 리테일 대비 무점포 리테일이 ROI 측면에서 절대적 비교우위에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국내의 인터넷전문은행을 들 수 있다. 무점포 뱅킹 시대가 도래하면서 최근 금융당국은 카카오 뱅크와 K 뱅크 등 2개 컨소시엄에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내주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말 그대로 IT 기술을 활용해 무점포로 비대면 채널을 통해서 금융영업을 하는 은행이다. 기존 은행들도 오프라인 리테일을 축소하는 대신 비대면 채널 무점포 리테일을 강화하고 있으며 인터넷전문은행과 경쟁 체제에 대비하고 있다.
아래 그림은 PwC가 발표한 칸타(Kantar) 리테일 분석 자료 중 일부로 2020년까지 미국 내 무점포 리테일 시장은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에 슈퍼마켓, 백화점 등 오프라인 리테일 스토어 시장은 점차 감소할 전망이다. 또한, PwC는 오프라인 리테일 스토어 방문율은 2009년 350억 회에서 2013년 170억 회로 급격히 감소했고 단위 면적(제곱 피트)당 판매율도 지속해서 감소하는 추세라고 발표했다.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2. 옴니채널 연계를 통한 끊김 없는 고객 관리
옴니채널 전략은 다변화된 각 소비 채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이용자에게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크로스오버 쇼핑(crossover shopping)이 소비자들의 보편적인 쇼핑 형태가 되고 있으며 온라인·모바일로 주문하고 오프라인 점포 픽업 데스크에서 상품을 수령하거나, 온라인 몰에서 주문하면 가까운 점포에서 당일 배송 해주는 방식 등으로 온·오프라인 채널을 융합하고 있다.
칸타 월드패널의 라이프스타일 조사에서 응답자(1,500명)의 67%가 지난 1년 사이에 쇼루밍(showrooming)[footnote]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본 뒤 실제 구매는 온라인 등 다른 유통 경로로 하는 것[/footnote]이나 웹루밍(webrooming)[footnote]상품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에서 습득한 후 저렴한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 실제 구매하는 소비 행태[/footnote] 중 적어도 하나 이상을 이용해 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오프라인-온라인-모바일 등 여러 유통채널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동일한 경험 및 혜택을 제공하는 미래 리테일의 운영전략이 필수적이며 국내기업은 롯데, 신세계, GS리테일 등이 유통업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옴니채널을 구축해 나가고 있으며 해외는 아마존 등이 선두주자이다.
3.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 중심의 포맷 전략
국내의 경우 동네마다 있는 자동차 매장에 하루 방문객이 5명도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며 이미 온라인에서 모든 정보를 습득하고 온 고객은 자동차 매장에 와서 더는 자동차 관련 정보에 대해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고객은 구매 의사 결정 단계에서 실제 자동차를 경험하고 확인하려고 매장을 방문하고 있다. 리테일은 이제 정보 제공과 세일즈의 장소에서 고객의 경험을 제공하는 장소로 변모하고 있으며 이러한 요소는 오프라인 리테일의 차별적인 부분으로 부각되고 있다.
아우디는 교외에 있는 대형 자동차 딜러샵을 디지털 디스플레이 기술을 이용해 고객의 동선에 있는 도심 내 작은 쇼룸으로 끌어들였으며 각종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며 고객에게 경험하고 싶어 하는 커스터마이징 된 차량 정보를 혁신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경우 현대자동차도 스타필드 하남과 코엑스에 현대자동차 모터스튜디오 디지털을 공격적으로 오픈하였으며 코엑스 매장의 경우 일 평균 200명 이상이 방문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DdPN6mVLPM
최근 대형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매장에 즐길 거리, 볼거리, 먹거리 등과 같은 콘텐츠를 담아 기존 매장과 차별적 서비스를 주는 리테일테인먼트(retailtainment[footnote]retail marketing as entertainment[/footnote]) 전략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리테일테인먼트 개념이 도입된 매장은 그렇지 않은 매장에 비해 재방문율이나 매출 신장률이 평균 30~40%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벤츠가 2014년 자동차를 구매하고 사용하는 일련의 과정을 서비스하기 위한 만든 메르세데스 미(Mercedes Me)라는 모바일 기반의 사용자 서비스 플랫폼의 목표도 다소 생소한 용어지만 고객 경험을 목표로 하는 ROE(return on experience)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객 경험 중심의 리테일의 변화는 오프라인 리테일만의 차별적 접근 방법이다. 고객 경험 제고를 통해 고객 만족도 향상과 동시에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고 세일즈 리드(sale lead)[footnote]흥미와 관심을 보인 잠재 고객[/footnote]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4. 사물인터넷(IoT) 솔루션을 통한 혁신
사물인터넷(IoT)은 리테일 혁신의 주요 동력으로 등장했다. IoT를 리테일 산업에 접목함으로써 리테일 운영 비용을 절감하고 이윤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고객의 쇼핑 행동 패턴들에 대한 정보를 얻음으로써 1) 개인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2) 새로운 구매자들을 포착 가능하며 3) 브랜드 로열티 확보 및 세일즈 증대 효과를 볼 수 있다.
IDC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리테일 산업 IoT 수익 기회는 2018년에는 32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지브라 테크놀로지스 리포트는 96% 이상의 리테일 결정권자들은 IoT의 도입에 대한 변화를 적극 수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IoT와 리테일 산업의 결합을 통해서 그려질 수 있는 미래 리테일에 관한 자료를 지속해서 공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미 GS리테일이 IoT 기반의 전자프라이스카드(ESL; Electronic Shelf Label) 시스템을 최근 도입했다. ESL 시스템은 상품명, 가격 바코드와 같은 매장의 상품정보를 실시간 디스플레이하는 방식이고, NFC 기능을 통해 향후 고객들이 상품 앞을 지날 때 할인 정보 등을 푸시 알람으로 제공한다. 이를 통해 상품의 가격표를 일일이 교체하지 않아도 됨으로써 업무 효율성이 향상될 것이다.
5. 전자 배달(eDelivery)을 통한 배송 혁신
최근 자율주행 자동차와 드론 기술의 발전으로 유통업에서는 고객의 집까지 ‘무인으로’ 물건을 배송해주는 서비스의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혁신적인 배송 방법의 현실화가 우리의 예측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으며, 고객들은 그 중 자신에게 맞는 배송 서비스를 선택 이용 가능한 미래가 올 것이다.
실제로 최근 아마존, DHL, 구글 등 대기업에서는 무인 배송 시스템을 개발 및 시범 운영하고 있다. 무인 배송 시스템을 이용하면 현재의 배송 시스템과는 달리 고객을 위한 개인화된 물류배송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DHL은 미래 배송의 선두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드론을 이용한 배송 서비스인 DHL 파셀콥터(Parcelcopter), 증강현실 기술 기반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물류창고 업무에 활용한 DHL 비전 피킹(Vision Picking), 그리고 고객들이 더욱 간편하게 소포를 받을 수 있는 인카 딜리버리(Incar Delivery) 솔루션을 준비 중이다.
스카이프 공동 창업자인 야누스 프리스와 아티 헤인라가 스타쉽 테크놀로지(Starship Technologies)를 창업해서 드론과는 달리 지상을 주행하며 자동으로 물건을 을해주는 ‘자동 운전 배달 로봇’을 개발 중이다. 이 배달 로봇이 지향하는 바는 비용 제로, 대기시간 제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 제로 3가지다.
쇼핑백 2개 정도의 짐을 운반할 수 있고, 지역 내 중계 지점과 아울렛 등에서 5-30분 거리를 대상으로 배달한다. 배달 도중 사용자는 앱을 이용해 로봇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도착하면 앱을 이용해 자신의 배달물을 꺼낼 수 있다.
미래 리테일의 발전 방향
앞서 살펴본 미래 리테일의 5가지 방향은 기본적으로 개인화 서비스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으나 변화의 방향성에 보다 초점을 맞추기 위해 개인화 서비스는 이 논의에서 제외했음을 밝혀 둔다.
향후 미래 리테일은 옴니채널을 기반으로 총체적인 고객 경험 관리에 주력하게 될 것으로 판단한다. 이렇게 정교하게 기획된 고객 경험이 끊김 없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고객 만족도와 고객의 구매 결정[footnote]CDJ; customer decision journey[/footnote]을 원활하게 지원하게 될 것이다.
또한, 사물인터넷은 제품의 선택과 구매 과정에서 혁신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핵심적인 도구로써 요소요소에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이 되며 전자 배달을 통한 배송 혁신은 미래 리테일의 완성된 모습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최근에는 8억 가입자를 가진 위챗이 O2O 상거래와 14억 가입자를 가진 페이스북의 상거래 중개 플랫폼과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등이 세계 속의 전자상거래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자상거래는 모든 기술과 비즈니스의 집합체이기에 생활 속의 전자상거래는 우리의 곁에서 숨 쉬는 순간마다 나에게 “이것 필요하지” 라고 묻게 될 것이다.
참고 자료
- PwC, 2016 Retail and Consumer Products Trends Report, 2016
- 액센츄어 스트래티지, The Internet of Things: Revolutionizing the Retail Industry, 2015
- NH농협, CEO Focus 제376호 최근 소비・유통 트렌드의 7대 핵심 키워드와 시사점,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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