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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기본소득 실험, 정반대 해석 가능한 이유

지난 2월 8일 나온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 결과를 해석하는 데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 유의점을 적어둔다.1

기본소득은 첨예한 사안이다. 핀란드의 경험이 ‘편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줄이고자 하는 마음으로 몇 마디 적어본다.

1.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

우선,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 그 취지와 목적은 무엇인가? 간단해 보이지만,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다. 기본소득은 그 종류와 접근법이 워낙 다양해서 주창자들이 좌·우파로 골고루 퍼져있다.

보통 기본소득이라고 하면, ‘조건 없이 모든 시민에게 일정액의 소득을 동일하게 지원해 주는 제도’를 가리킨다. 아동에게 조금 적은 액수를 주기도 한다. 이를 통상 ‘보편적 기본소득’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런저런 조건이나 제약이 달린 소득지원 제도도 ‘기본소득’이라고 한다.

물론 지향하는 목표도 조금씩 다르다. 핀란드는 실업자에게 제한되었고, 실업급여를 대체할 수단으로서의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했다. 통상의 실업급여와는 달리 지급에 조건을 전혀 달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즉 취업 시에도 계속 지급된다는 점에서 ‘기본소득’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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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핀란드 실험의 ‘목표’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은 실업자가 취업하는데 ‘조건 없는’ 소득 지원, 즉 기본소득이 도움되는지를 살펴본 것이다. 목표를 그리 잡았는데, 결과적으로 고용 상승 효과는 없었으니, 그 결과를 부정적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후생 증가와 자유 확대를 기본소득의 목표를 보는 접근에서라면, 이번 실험 결과를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아래 상술).

3. 핀란드 실험은 ‘제한적’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은 ‘제한적’이다. 실업자만을 대상으로 했고, 실업급여와 비교해서 본 기본소득의 효과를 실험했다.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구직 노력을 증명하거나 추가수입이 없어야 하는데, 이 제약 조건을 없앴을 때 효과가 무엇인지를 살펴본 실험이다.

참고: 실험에서 무작위로 선택된 실업자 2,000명은 다른 소득원이나 구직활동 여부와 관계없이 매월 560 유로(약 72만 원)의 기본소득을 받았다. 이 실험은 2017 년 1 월 1 일에 시작되어 2018 년 12 월 31 일에 끝났다. (출처: Kela, 편집자)

기본소득 실험은 2년에 걸쳐 진행되었지만, 이번 예비 결과 보고서는 2017년(첫째 연도) 자료만 살폈다. 사회보험 관련 자료는 통상 1년 이후에 나오기 때문에, 둘째 연도인 2018년 결과는 2020년에 나온다.

4. 두 가지 측면 측정

효과는 두 가지 측면으로 살폈다.

  1. 첫째, 고용 증가 여부
  2. 둘째, 후생 증가 여부 

4-1. 고용 효과 없음

결과는 단순하다. 기본소득을 받은 경우와 실업급여를 받은 경우를 비교하면, 고용 증감 여부는 비슷했다(유의미한 차이 확인되지 않음). 더 정확히 말하면, 실업급여 수급 요건을 완화하더라도 추가적인 고용 상승효과는 발견되지 않았다.

4-2. 후생 효과 있음

하지만 후생 효과는 긍정적이고 컸다. 기본소득을 받은 실업자는 더 건강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고, 미래에 대한 확신도 크고, 일자리를 찾겠다는 의욕과 그럴 것이라는 자신감도 컸다. 실업급여 관련한 관료행정의 불편함도 적어졌다.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 결과 (출처: Kela) https://www.kela.fi/web/en/-/preliminary-results-of-the-basic-income-experiment-self-perceived-wellbeing-improved-during-the-first-year-no-effects-on-employment?fbclid=IwAR0ZgjUn8v0kwQOp4zMAzOy08xCEQ57AUvn9X-2CUTfGQG-d6NP4M4qQugQ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 결과를 설명한 보도자료 속 그래프. 고용 효과에서는 실험집단(기본소득)과 통제집단(실업급여)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고,  후생과 관련해서는 실험집단(기본소득)의 삶의 질이 상승했다. (출처: Kela)

5. 총평: 고용 증가 없지만,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

그러면 결과를 총괄적으로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정치적인 관점이 불가피하게 동반된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고용 증가 효과는 관찰되지 않았다. 하지만 실업자의 후생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핀란드 실험은 긍정적이다. 금전적 도움을 줄 때 더 까다롭게 하지 않아도, 고용에는 큰 변화가 없고, 실업자들의 전반적 삶의 질이 좋아졌다. 행정 비용도 줄었다.

6. ‘고용 증진’ 위한 우파 정부의 실험

하지만 이 실험은 애초부터 실업자의 고용 진작을 위해 우파정부가 도입한 것이다. 기본소득을 통해 고용을 증진한다는, 어쩌면 기본소득의 취지에 ‘꼭 맞지는 않은 목적’을 내세웠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결과는 실망스럽다. 하지만 일반적 소득 이전(cash transfer)이 노동 의욕을 줄이지도 높이지도 않는다는 최근의 연구에 비추어 보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물론 실업자의 노동의욕은 높아졌으니 (아마도 실현되지 못했지만), 아주 나쁜 결과만은 아니라고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흥미롭게도 노동의욕 효과는 보고서에는 포함되어 있지만, 언론 보도에 빠져 있고, 해당 연구소가 낸 보도자료에도 빠져 있다.

7. 서로 정반대 해석 가능: 당신은 어디에 서 있는가

결국, 핀란드 실험 결과는 아마도 ‘당신이 어디에 서 있는가’에 따라 달리 해석될 여지가 크다. 내년에 2018년도 결과가 흥미롭겠지만, 논쟁의 지형을 크게 바꿀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1. 이 글은 필자가 실험 결과가 나온 2월 8일 당일에 쓴 글을 현재 시점으로 편집한 글입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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