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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코리아 칼럼] 언론이 놓친 김정은시진핑∙푸틴 ‘망루 사진’의 이면…신냉전 시대, ‘국회외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김영근/고려대 글로벌일본연구원 교수) (⌚8분)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 푸틴, 시진핑, 김정은.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시진핑·김정은·푸틴이 함께 천안문(톈안먼) 망루에 선 사진은 신냉전의 개막을 알리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국내외 언론이 생중계 화면과 사진을 통해 세 정상의 열병식 동시 참석을 전하고 주목한 이유는 굳이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시진핑·김정은·푸틴의 ‘망루 사진’

하지만 더 핵심적인 질문은 ‘그 장면 이후, 무엇을 설계할 것인가’이다. 즉, 장면 해석을 넘어 즉시 작동 가능한 상설 장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다. 사진은 단지 사건을 보여주는 상징에 불과하며, 실제로 지속 가능한 평화는 정교하게 설계된 제도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선명한 장면 뒤에서 설계, 제도적 장치, 실제 작동의 세 단계를 체계적으로 구축할 때, 기존의 대립은 점차 관리 가능한 접점으로 전환된다. 사진 해석에서 벗어나, 제도를 설립하고 실제로 운용하는 단계로 나아갈 때 비로소 (위험) 비용은 절감되고 선택의 폭은 넓어진다.

세 정상의 동시 등장은 단순한 결속의 과시가 아니라, 각자가 직면한 현실적 제약을 드러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러시아는 전쟁과 제재 압력, 북한은 경제제재와 체제·경제 병목, 중국은 대외 리스크 관리와 블록 고착 비용이라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들의 전략적 운신의 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세 나라가 처한 현실적 제약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군수·금융 분야에서 국제적 제재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어, 대체 시장 개척과 군수 협력 확대가 절실하다. 중국은 2차 제재, 즉 러시아에 군사적 또는 경제적으로 협력할 경우, 서방 국가로부터 추가적인 경제·금융 제재를 받을 수 있어, 러시아와 공개적으로 군사협력의 폭을 넓히기 어렵다.

중국의 경우, 전승절을 통해 영향력을 과시했지만,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자칫 ‘반미 블록’ 구축으로 비칠 경우 공급망 재편, 기술 통제 강화 등 역풍을 맞을 수 있어 ‘균형자’ 이미지 유지가 어려워진다.

북한은 국제사회와 주요 국가들이 북핵에 대응해 지속적으로 경제・외교 등 전방위적 압박을 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중국과의 경제·안보 협력을 늘려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외 의존 심화 등 구조적인 한계와 위험이 동시에 따른다.

‘망루 동행’은 이러한 현실적 제약들로 인해 상징적 차원의 결속에 그쳤다. 3자 공식 회담도 없었고 메시지 조율도 이루어지지 않아 공조의 제도화로 가지 못했다. 결국 세 정상의 공동 등장은 결속을 보여주는 사진이면서 ‘함께 서되, 각자 계산’의 현실을 반영한다. 이는 장기적 측면에서 안보·경제 약속을 동시에 추진하기 어렵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따라서 북·중·러는 대외적 이벤트는 보여줄 수 있어도, 공개적인 상호 방위 공약이나 광범위한 대러 제재 회피 시스템을 제도화하는 데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2025년 중국 전승절 열병식 모습. 제2차 세계대전과 중일전쟁(항일 전쟁) 승전 8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25년 9월 3일 베이징 창안제에서 개최된 군사 퍼레이드다. 위키미디어 공용.

함께 서지만 속내는 다른 동맹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 외교 공간을 유지해야 하므로, 러시아와의 관계를 관리하면서도 제3국의 시선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선택적 결속’ 노선인 셈이다.

💡 글로벌 사우스

개도국, 제3세계를 통칭하는 용어. 국제 사회에서 미국·유럽 등 서방 선진국과 구별되는 독자적 이해와 협력, 공동 전략을 추구하는 국가들을 의미. 중국은 자신을 글로벌 사우스의 일원으로 규정한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군사·경제 거래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식량과 자본재 부족, 내부 시장 불안정이라는 복합적 문제 탓에 단기간 내 체제 기반을 안정화하기는 어렵다.

러시아는 어떨까? 중국의 제약을 잘 알기에, 중국을 곤란하게 만들 수준의 공개 군사협력은 자제하면서도, 에너지·원자재·무기 부품 거래 등 상징과 실익을 동시에 확보하는 ‘저비용–가시성’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세 정상 모두 미국과의 직접 충돌 위험을 관리해야 하기에, 강력한 신호는 보내지만 ‘레드라인’은 넘지 않는 ‘조정된 억지’ 프레임을 유지하고 있다. 즉, 이번 공동 등장은 동맹과 연대 강화를 암시하면서도, 제재, 경제, 이미지, 확전 관리라는 네 겹의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상징적 결속에 비해 구체적인 제도화는 제한적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제약 구조로 인해 외부 행위자, 즉 미국과 국제사회도 긴장 관리에 활용할 ‘접점’을 갖게 된다. 예컨대 위기관리를 위한 사전 통지, 24시간 직통 연락, 상설 정례 협의, 소량 상응 조치와 같은 최소 장치들은 실제 충돌과 시장 변동의 위험을 줄이는 관리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다.

북·중·러 공동 등장은 결속의 ‘최소공배수’를 확인하면서도, 각국이 부담해야 할 비용과 국제 여론에 따른 ‘최대공약수’의 한계를 동시에 드러냈다. 사진은 강했지만, 제도는 신중했고, 바로 그 사이 틈새에서 위험 관리와 예방 외교가 개입할 여지가 생긴 셈이다.

한편, 우원식 국회의장이 보여준 ‘국회 외교’는 정부 차원의 공식 외교와는 별도로, 국회가 정권의 변화와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외교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적 안전판’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푸틴(러시아 대통령)과 이야기하는 우원식(국회의장).

위험관리와 예방외교를 위한 ‘안전장치’

이번 방중에서 다양한 채널 개설과 시진핑에 대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참석 재요청 등과 같이 정부가 직접 나서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회가 비공식 조정 통로 역할을 했다. 국회 외교가 ‘장면’을 넘어 ‘제도’로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향후 예측 가능한 교류와 상설 장치를 제도화해 내구성과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상징과 구호를 넘어 위험관리와 예방외교의 실질적 기반으로 작동할 수 있는 ‘안전장치’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첫째, 사전통지 약속이다. 미사일 시험, 대규모 군사훈련, 민감한 발표 등 충격 이벤트의 의제와 시기, 범위를 48~72시간 전에 공유해, 우발적 충돌과 오판의 가능성을 줄이고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는 위기관리에 있어서 즉각적이고 검증할 수 있는 신뢰의 최소 단위다.

둘째, 24시간 직통 연락 개설이다. 국방·해양 치안·보건 책임자 간 핫라인을 상시 유지해, 군사적 근접이나 충돌, 감염병 확산 위험을 신속하게 억제해야 한다. 이러한 회선은 각국의 억지력과 위기관리의 안전밸브로 작동한다.

셋째, 정부·민간 정례 회의다. 장관, 의회, 전직 안보 수장, 기업, 학계, 의료 전문가들이 모여 쟁점을 조율하고, 오해 해소와 일정 조정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합의문 작성보다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이 중요하다 서울–베이징–도쿄 순환 개최로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넷째, 소량 상응 조치(small-for-small) 연계다. 예컨대, 제한적 (북한의 미사일) 실험 유예 공지와 인도적 물자 통관 신속화 같은 소규모 상응 조치를 자동으로 연동시키는 방식이다. 비록 작고 단순한 교환이라도 즉시 검증 가능하기 때문에 신뢰를 높일 수 있다.

‘큰 평화’ 만들기 위한 ‘작은 안전장치들’

비(非)전통안보(단순 군사적 방어를 넘어, 국가와 시민의 생활·생존 전반을 보호하는 넓은 안전 체계)는 더 이상 추상적인 담론이 아니라, 시민이 일상에서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평화와 안전의 인프라를 구축하자는 의미다.

예컨대, 재난과 보건 영역에서 조기경보 시스템과 합동훈련을 정례화하면 피해가 줄고 복구 속도가 빨라진다. 공급망 역시 ‘디리스킹(De-risking)’ 원칙, 즉 위험 분산과 데이터 공유를 통해 산업의 급정지를 막고, 희소물자의 변동성으로 인한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외교·안보 체계는 강력한 억지력(위협 방지)을 유지하면서, 상대국의 과도한 공포나 불안이 오판이나 충돌로 이어지지 않도록 안심 장치를 병행해야 한다. 데이터 공개, 신속한 사실 확인의 제도화, 미디어 리터러시 강화는 집단 심리의 과열을 막고 루머 등 잘못된 정보 확산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억지와 관여(대화와 교류)는 함께 작동해야 위험이 효과적으로 관리된다는 점에서 현대 외교와 안보의 필수적 안전망인 셈이다.

국회의장은 국제회의 등 주요 이슈에서 일정과 의제 조정의 관례를 정착시킬 수 있다. 여야가 공동 결의해 이처럼 예방외교 프로토콜을 상설화하면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교류 회로가 지속될 수 있다. 국회가 스위치를 켜고, 정부·지자체·기업·학계가 공동 운전할 때 효과도 크며, 그 경험이 축적될수록 ‘장면의 정치’는 ‘제도의 정치’로 대체된다.

위기 국면에서 발생하는 리스크 프리미엄은, 정보가 충분히 공유되지 않고(정보 비대칭), 상황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울 때(시간 불확실성) 더 커진다. 사전통지, 직통 연락, 상설 협의, 소량 상응이라는 네 가지 장치는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위험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해, 시장, 안보, 여론에 드는 사회적 비용을 동시에 낮출 수 있다.

결국 시민이 체감하는 평화는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일상에서 작동하는 촘촘한 안전장치 위에서 실현된다. 재난 대응, 공급망 안정, 억지와 소통의 균형 등 다양한 분야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될 때, ‘작은 안전’이 축적되어 ‘큰 평화’를 만든다. 국민의 대표로서 국회의 외교적 역할이 주목받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전승절에서 북·중·러 정상들이 함께 등장한 장면은 세 나라의 공고한 연대를 보여주는 상징이지만, 구조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파급력은 제한적이다. 구조는 효과적인 안전장치와 제도의 축적에서 비롯되며, 이러한 장치들—사전 통지, 직통 연락, 상설 협의, 소량 상응이 뒷받침될 때, 효율적으로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

국회 외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왜 지금 ‘국회 외교’가 중요한가? 첫째, 지속성 때문이다. 국회는 선거 주기나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상설위원회와 의회 간 네트워크를 통해 안정적으로 교신 통로를 유지할 수 있다. 둘째, 유연성 때문이다. 정부 당국 간 공식 채널로 다루기 어려운 사안도, 의회・전직 고위급・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여러 트랙을 통해 흡수하고 조정할 수 있다. 셋째, 가시성 때문이다. 공개할 수 있는 범위에서 정례 브리핑과 데이터 공개를 제도화해, 여론의 과열을 진정시킬 수 있다.

‘작은 장치’는 어떻게 비용을 줄일 수 있을까? 위기 국면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는 주로 정보 비대칭과 시간의 불확실성에서 비롯된다. 사전통지와 직통 연락은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상설 협의는 일정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 소량 상응 장치는 신뢰가 점진적으로 순환하도록 돕는다. 네 가지 축이 결합하면 시장, 안보, 여론 측면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동시에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이번에 세 정상이 동시에 노출되면서 정치적 메시지가 강조되었지만, 동시에 역내 위기관리를 위한 실질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점도 확인됐다. 국회 외교는 이러한 안전장치를 현실화하는 주요 통로가 된다. 향후 상징적 장면 해석을 넘어서, 실질적인 제도 설계와 운용으로 전환해야 한다.

신냉전을 넘어서기 위해

결론적으로, 신냉전이란 시대적 운명이나 필연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제도를 설계하고 운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다. 북·중·러와 한미일 간의 대립 구도가 강화되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관리 가능한 틈’을 읽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때, 국회 외교는 이러한 틈을 제도화할 수 있는 주요 장치다. 사전통지, 24시간 직통 전화, 정례회의, 소규모 교환 등 안전장치의 회로를 실제로 작동시키면 불필요한 오해와 충돌을 줄이고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 특히 국회는 정권 교체나 외교 환경 변화에도 지속성을 담보하는 ‘민주적 안전판’ 역할을 하며, 정부가 접근하기 어려운 비공식 대화의 공간도 제공한다.

여기에 지자체, 기업, 학계까지 결합한다면, 국회 외교는 단순한 상징 효과를 넘어서 예방외교의 실질적 엔진이 된다. 신냉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기보다, 제도와 교류를 통해 긴장과 대립을 관리하고 평화의 공간을 설계해 나가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이자 설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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