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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의 워마드 폐쇄론에 부쳐: 전략적 접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1월 23일 “조만간 워마드를 폐쇄할 수 있는 기준을 담은 ‘워마드 폐쇄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하태경 의원이 2030 청년남성 및 안티페미니스트들을 자신의 지지층으로 삼으려는 듯한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는 만큼 여러 페미니스트들은 ‘워마드 폐쇄론’에 거북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그러한 감정은 당연하지만, 그 전에 먼저 페미니즘에 정치적으로 유리한 선택이 과연 무엇인지를 짚어볼 필요는 있다.

이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현재 워마드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워마드와 페미니즘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살펴보자.

워마드

글 요점만 바로 확인하고 싶으시면 우측 세모 단추 닫고 읽으세요. (필자)

일정 규모 이상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대체로 그러하듯 워마드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발견되며 그중 어느 하나가 워마드 전체 구성원을 대표한다고 주장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워마드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현실정치적 입장’이 반문재인·친박근혜 노선임은 사실이다.

박근혜

이론적으로 ‘래디컬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일부 진보적 페미니스트들이 워마드를 단순한 래디컬 페미니즘 커뮤니티 정도로 규정하면서 워마드와 친박, 특히 태극기집회를 지지하는 일베의 노년 극우(이른바 ‘틀딱’)이 연대하고 있음을 외면하는 건 슬프지만, 현실 부정에 가깝다. 이제부터 제시할 사례들을 보면 알 수 있듯, 워마드와 “래디컬”이 엮이면 엮일수록 한국에서 서구식 ‘래디컬’ 페미니즘 이론이 설 곳은 사라질 것이다.

1. 현재 워마드 전체 커뮤니티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 중 가장 큰 건은 뉴욕 타임 스퀘어에 박근혜 탄핵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문재인을 탄핵시켜야 한다는 요지의 광고를 띄우려는 모금 활동이다. 높은 추천 수를 받은 일부 포스팅과 게시물의 내용을 직접 인용한다(모든 포스팅의 추천, 비추, 댓글 수는 1월 23일 기준이다).

“[뉴욕 타임스퀘어에]재앙이탄핵 광고 올리는건 어떻노? 검색해보니 전에 일베새끼가 올렸던 노무현 광고는 5분에 599달러(60만원)정도였다고 하노. […] 타임스퀘어 광고가 제일 파급력도 높고 외국인 좆국인 상관없이 제일 빠르게 알릴 수 있노.”

“친미시위도 하면 좋겠노. […] 다른 외국인들이 알게 이태원, 미군캠프에서도 하는거노.이태원 시위는 좀 더 가벼운 분위기로 많은 사람들도 많이 참여할 수 있게 하자노. 그리고 미대사관 앞에서는 적극적이게 친미를 어필하는거노. […] 성조기 두르고 미대사관 앞에서 이니으니사진 인공기 오성홍기 다 불태우고 찢는 퍼포먼스 하는거노. […] 그리고 전에 웜에서 나왔던 얘기인데 박 터트리기에 재앙이 얼굴을 넣어서 그걸 깨는 퍼포먼스를 하는거노. 좆불시위때 햇님 얼굴로도 했었노.”

“타임스퀘어도 빼 놓으면 안되노. 전에 타임스퀘어 글쓴년인데 총대 맬 년이 없어서 묻히는지 걱정됐었노. […] 친미성향 당연히 보이고 몰카게이트 지금까지 재앙이가 한 만행들 중에서 심한거 추려서 걸어야 하노”

  • 신년 인사 & 신년 계획 (2019. 1. 8. / 워마드 전체 관리자의 공지사항 게시물)
    “타임스퀘어 프젝 등 해외에 호소하고 싶은 것들을 번역하여 외국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로 썼으면 하노”
    : 여기에서 뉴욕 “타임스퀘어” 프로젝트가 워마드 관리자가 직접 담당하지는 않더라도 커뮤니티의 주 사업으로 인정하는 일임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도 사이트 내 ‘워념글’ 게시판에는 후원인증 게시물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2. 이전부터 워마드를 가끔이라도 들어가 본 사람이라면 알고 있겠지만, 타임스퀘어 모금 운동에 나타난 워마드의 반문재인-친박근혜 성향은 최근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이 아니다. 그 이전부터도 친박·반문 입장은 워마드 내에서 상당히 체계화된 형태로 유통되었으며 또 높은 추천수를 받아왔다. 여기에는 대한애국당 및 태극기집회 운영자들과의 적극적인 협력 시도도 포함된다(워마드의 태극기집회 참여를 주장하는 인원 중 일부는 태극기집회를 워마드의 것으로 가져오는 걸 주장하기도 한다).

  • ****햇님 업적, 문재앙 만행 최종 정리**** (2018. 10. 30. / 추천 181, 비추 1, 댓글 53): 워마드와 친박극우 레토릭의 인접성에 의문이 있다면 바로 이 글을 직접 보시면 되겠다. 이 포스팅에서는 무려 110개의 기사와 게시물 링크를 통해 박근혜의 정당성을 지지하고 문재인을 비난하고 있다. 각 링크에 붙은 설명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듯 이 포스팅의 전체 논조는 극우파 음모론자의 그것이다. 일부 꼭지를 꼽아보자:

“박근혜 탄핵= 중국+북한+꿘충의 기획탄핵”,
“박근혜-최순실 공모,66 기업 부정청탁 구체적 내용 없어 99”,
“박근혜 대통령 위안부 합의 팩트-위안부 할머니들 46명 중 34명이 신청하셨노”,
“[세월호? 제대로 알고 있긴 한 거노? 세월호 사건은 철저히 정치세력에 의해 기획된 것이다.]”
“박근혜가 훈장 크기 제대로 만들어 놓았다”
“박근혜는 누구보다 국산브랜드 살리기에 열일하셨다”
“남베트남이 북베트남한테 적화통일되어서 망한 사례랑 닮게 흘러가는것 같다”
“문재앙은 공산주의자다”
“문재인은 헌법 제 1장 1조 6자유민주주의9에서 6자유9를 빼버림.”
“북한 탄도미사일기지 활발하게 활동하고있다”

“헌법에서 자유삭제 (문재인은 간첩이다)
여적죄는 사형이다 (문재인을 사형하라)
불법탄핵 여혐탄핵 (박근혜를 석방하라)
여자들이 명령한다 (박근혜를 복권하라)
박근혜는 청와대로 (문재인은 단두대로)
A4들고 말더듬기 (트럼프가 비웃는다)
여성탄압 언론탄압 (독재정부사퇴하라)
보궐선거 불법점거 (문재인은 퇴진해라)
달이지고 혜가뜬다 (문재인을 탄핵하자)
여성의 이름으로 (문재인을 탄핵한다)”

  • 애국당 어르신께 연락이 왔노 (2019. 1. 4. / 추천 28, 비추 6, 댓글 8):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인권 유린”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에 참여할 것을 이야기하는 게시물이다.
  • [문재앙문지] 경기도 안산 내혜홀 광장에 북한 인공기 (2019. 1. 23. / 추천 19 비추 0 댓글 8): 최근 일부 극우파들이 안산시 내혜홀 광장 바닥에 그려진 별 모양이 북한 인공기를 그린 거라고 비판하여 이슈가 되었는데, 이를 그대로 가져와 현 정권이 ‘종북’이라고 주장하는 게시물이다(참고로 해당 문양이 그려질 때 안산시장은 현 자유한국당 소속이었다).

3. 그렇다면 워마드에서는 페미니즘·페미니스트란 말을 어떻게 규정하고 또 활용하고 있을까? 여기서는 두 가지 게시물만 인용하겠다.

  • 6페미니스트9의 유효성은 끝났다 (2018. 12. 31. / 추천 125 비추 2 댓글 57): 이 글에서는 워마드의 향후 언어적 전략에 관해 여러 제안을 하고 있는데, 그 핵심은 “[페미니스트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페미니스트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그만두어야 우리는 여기에서 진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페미니즘이 먼저 시작된 외국에서 더 쓰까니즘1으로 변질된 건 앞에 작성한 과한 검열 때문”이기에 “페미니즘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간 쓰까들이 이룩한 [*] 같은 것을 차단한다는 의미도 있다”는 것이다. 즉 이 워마드 유저는 “쓰까”, 다시 말해 ‘생물학적 여성들의 우월한 지위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과 더 갈라서기 위해서라도 “페미니즘”이란 말을 더 이상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 주장은 워마드 유저들에게 큰 동의를 얻은 듯 보인다.

하태경은 왜 워마드 폐쇄를 주장하는가 

워마드는 이처럼 명확하게 친박 성향이 공인되는 커뮤니티이며, 그곳에서는 페미니즘·페미니스트란 말도 버리자는 주장까지도 호응을 얻고 있다. 거기에 한국의 여러 안티페미니스트들 및 이들의 영향을 받고 있는 10-30대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들은 지속적으로 워마드·배타적 여성우월주의를 예로 들면서 ‘주류 페미니즘’이 성평등을 부인하고 반도덕적인 태도를 조장하는 사상이라고 공격하고 있다(나는 스스로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는 남성·여성 모두가 감소한 상황이 이러한 페미니즘 비판이 확산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간단히 말해, 비록 그 커뮤니티에서 일부 이슈를 공론화시키는 데 기여한 바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워마드는 한국 페미니즘·페미니스트의 성장과 확산에 명백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오히려 워마드가 페미니즘·페미니스트의 대변자로 받아들여질 때 한국 페미니즘은 극우친박의 오명에 집어삼켜질 것이다.

따라서 내 생각에, 설령 워마드 폐쇄에 반대한다고 해도, 워마드 폐쇄를 여성(주의)에 대한 탄압이라고 프레이밍하는 것은 페미니스트에게 있어 정치적으로 자멸적인 선택이다. 물론 여성주의자 중에서도 표현의 자유 옹호라는 측면에서 워마드 폐쇄에 반대하는 입장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내 요점은 이 사례에서 페미니즘의 이익과 표현의 자유 보호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으며, 워마드를 여성주의와 결부시키는 건 한국 여성주의자들이 할 수 있는 최악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워마드에 도덕적으로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말이다.

하태경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출처: 하태경 블로그) http://blog.naver.com/radiohaha

워마드 폐쇄를 주장하는 하태경이 진짜 원하는 무엇일까 (출처: 하태경 블로그)

한 가지 반드시 짚어야 할 사항은 하태경 의원이 ‘워마드 폐쇄’를 꺼내들면서 실제로 무엇을 노리고 있는가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직접적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폐쇄한 전례가 없으며, 혐오표현·명예훼손·모욕 등을 범하거나 동조한 개개인을 처벌할 수는 있어도 그들이 발화하는 장소 자체를 폐쇄하는 건 매우 어려운 과제다. 그리고 노련하고 영리한 하태경 의원이 이 사실을 모를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가능한 성과라고 해봐야 워마드의 일부 회원, 최대라고 해봐야 워마드 운영자를 처벌하는 것 정도며 커뮤니티 자체를 폐쇄하기란 법적으로 무척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아는 그가 왜 그런 주장을 한 것일까?

워마드 폐쇄법을 꺼내면서 하태경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여성가족부와 페미니즘에 부정적인) 2030 남성들의 정치적 지지를 획득하는 일이다. 물론 2030남성만의 정치적 지지가 그다지 ‘영양가 없다’는 반론도 있겠지만, 어차피 바른미래당은 현재 유의미한 정치적 지지기반이 없기에 지푸라기라도 붙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좀 더 깊게 고민해본다면, 만약 진선미 여성가족부장관 혹은 여성(주의) 대표자들이 워마드 폐쇄를 여성주의·여성인권의 이름으로 거부할 경우 하태경은 여성가족부와 민주당, 페미니즘의 방해로 워마드 폐쇄가 실현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더 큰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명분을 얻는다. 즉 페미니스트 및 옹호자들이 워마드 폐쇄를 페미니즘·성평등의 이름으로 반대하면 할수록 이는 정확히 하태경과 안티페미니즘의 이익이 된다.

전략적 접근의 두 가지 이점 

따라서 나는 페미니스트들이 하태경의 워마드 폐쇄론을 페미니즘·여성인권의 이름으로 반대하는 대신 이 주장보다 더 큰 대안, 즉 포괄적인 혐오표현 규제를 주장하는 게 전략적으로 훨씬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순수하게 정치적·전략적 손해득실만 계산할 때, 워마드 커뮤니티의 문제적인 발언들을 포함해 혐오표현 전반을 합리적으로 규제하자는 입장은 두 가지 근거에서 페미니즘에 이롭다.

첫째, 워마드 커뮤니티 혹은 그런 식의 친박·혐오표현이 무력화될 때 (현재 극단적 여성우월주의로 공격받는) ‘페미니즘’을 더 많은 사람들이 훨씬 더 자유롭게 채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오세라비와 같은 안티페미니스트는 워마드 식의 입장을 문제삼아 ‘한국 주류 페미니즘=래디컬 페미니즘=여성우월주의=워마드’란 잘못된 도식을 광범위하게 확산시키면서 (래디컬) 페미니즘이란 말 자체를 황폐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워마드가 무력화될 경우, 마치 과거 통진당 해산이, 그 정당성에는 상당한 논란이 있지만, ‘종북’이란 말을 진보·민주당을 공격하는 무기로 사용하는 전략을 무력화시킨 역설적인 사태와 비슷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워마드와 혐오표현의 규제는 오세라비 등의 논리를 쓸모없게 만들면서 진짜 래디컬 페미니스트나 자유주의적인 페미니스트들, 여성가족부 등이 활동할 수 있는 담론적 공간을 열어줄 것이다.

토론 대화 사람 시민

둘째, 페미니스트들은 포괄적인 혐오표현 규제 요구를 통해 일베 및 유튜브의 안티페미니스트들(가령 최근 물의를 일으킨 윾튜브[윾머저장소]·카광 등)을 포함해 여성혐오·안티페미니즘의 주요 확산수단을 함께 폐지하고 차단하자는 제안을 역으로 걸 수 있다(하태경과 바른미래당은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

솔직히 말하자. 규모면에서든 영향력 면에서든 일베는 워마드보다 압도적으로 큰 커뮤니티며, 워마드 전체 이용자 수는 최대 60만 명이 넘었던 윾튜브 구독자수에 비하면 무척 미미한 수다. 안티페미니스트들이 종종 워마드의 위험성을 부풀려 말할 때 그들이 실제로 워마드에 들어가 보긴 했는지부터 의심이 들 정도다.

워마드가 페미니즘적 이슈를 부각시키는 것보다 일베와 안티페미니즘 유튜브 채널에서 10-30대 남성들을 안티페미니스트·여성혐오자로 만드는 것의 영향력이 10배, 100배는 더 크다. 만약 일베 및 기타 반사회적 여성혐오성 커뮤니티/행위자를 함께 무력화시킬 수 있다면, 워마드식 혐오표현의 규제를 받아들이는 것은 페미니즘에 있어서 훨씬 이롭고 도움이 되는 정치적인 선택이다. 순수하게 합리적으로 계산하면 그렇다.

뉴시스, 하태경 “일베 등 20대 우파들 아직은 희망있다”

뉴시스 기사 캡쳐. 2014년 9월 당시 일베에 관한 하태경의 발언

물론 합리적으로 작동하는 혐오표현 규제를 실제로 만드는 일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며, 때로는 만족스러운 모델을 찾기 힘들 수도 있다. 그때는 이런저런 문제적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합법적으로 해체해야 하는 무척이나 까다로운 법률적 곡예를 완수할 책임을 하태경 본인에게 다시 얹어주면 된다. 만약 워마드 폐쇄 시도가 일종의 정치적 ‘꼼수’로 고안된 것이라면, 이것이 그 효과를 반감시키는 답변이 될 것이다.

이 글은 사실에 관한 것이 아니라 필자의 철학과 세계관이 반영된 의견글입니다. 말할 필요도 없지만, 슬로우뉴스는 이 글과 이 글 소재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반대 토론을 환영합니다. (편집자)


  1. 성소수자 등 다양한 정체성과 협력·연대하며 생물학적 여성에 특권적인 위치를 부여하지 않는 입장, 워마드 식의 생물학적 여성우월주의와 적대적인 위치의 페미니스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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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BeGray
초대필자

인문학 연구자, 18세기 영국 및 현대 한국의 지성사·문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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