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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의 일상생활을 밀착해 보여주는 소위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 요즘 인기를 끌고 있죠. [미운우리새끼]나 [나 혼자 산다]는 아주 인기 많은 프로그램입니다. 요즘엔 [전지적 참견 시점] 같은 프로그램도 있고요.

아무리 ‘리얼’을 표방한다 한들 TV 안에 리얼이 어디 있겠습니까. 다 연출 있고, 대본 있는 쇼일 수밖에 없겠죠. 그래도 이들 프로그램은 예전 그 프로그램들에 비해 보기 한결 편한데요. ‘오버’가 그나마 덜 섞인 덕분인 것 같아요. 보통의 삶을 비교적 담백하게 그려내죠. 물론 예전 그 프로그램들에 비해서라는 전제가 붙지만.

소위 '관찰 예능'이 인기다.
소위 ‘관찰 예능’이 인기다.

물론 가끔씩 ‘보통의 삶’과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삶도 나오곤 하죠. 특히 래퍼 ‘도끼’ 같은 사람이 나오면 뭐 말할 필요도 없고요. 최상류층 ‘셀렙’의 삶이란 이런 것이다를 몸소 보여주러 나온 듯한 모습입니다. 보면서도 이걸 내가 왜 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죠.  이건 신종 심리 고문인가.

그나마 도끼는 잠깐 나오고 말았으니 버티는데, 요즘 빅뱅의 승리가 자주 나오는데 좀 과하다 싶어요. 처음에는 성공한 청년 사업가로 변신한 모습이 그의 예능감과 시너지를 이뤄 꽤 흥미로웠는데, 이젠 그 성공한 청년 사업가의 모습을 너무 써먹다보니 옛날 IMF 시절 [성공시대] 같은 유사 프로파간다 방송을 보는 느낌마저 듭니다.

MBC 다큐멘터리 [성공시대] 는 IMF가 터진 1997년 11월 23일~2001년 11월 4일까지 총 189회가 방영됐다.
MBC 다큐멘터리 [성공시대] 는 IMF가 터진 1997년 11월 23일~2001년 11월 4일까지 총 189회가 방영됐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같은 프로그램이 자주 지적받던 게 그거였죠. 상대적 박탈감. 아빠들이 아기 육아하는 거 재밌고, 귀엽고, 다 좋은데, 현실과 동떨어진(?) 연예인이고, 쇼 프로니까 가능한 모습을 보여주니 보통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낀다는 건데요.

‘젊은 사업가’의 광고판이 된 지상파

사실 성공한 사업가 승리와 성공한 셀렙 승리는 떼어놓고 볼 수 없는 존재죠. 물론 사업가로서의 재능과 노력도 중요했지만, 셀렙으로서의 이름값이 밑천이었음도 부정할 수 없으니. 닭이 먼전지 달걀이 먼전지 헷갈리지만, [나 혼자 산다]나 [미운우리새끼] 같은 지상파 프로그램이 승리 사업의 광고판 노릇을 해줬다는 건 확실하죠. 승리도 그 방송들을 이용했던 것 같고 말이죠.

2018년 3월 9일 방송된 [나 혼자 산다] 중에서.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라스베가스 지점에서 왔다는 메시지는 사전에 방송에 나오도록 승리가 직접 직원에게 지시한 내용이었죠. 광고 참 쉽죠?
2018년 3월 9일 방송된 [나 혼자 산다] 중에서.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라스베가스에 지점을 설립한다는 메시지는 사전에 방송에 나오도록 승리가 직접 직원에게 방송 녹화 중에 나올 수 있도록 보내라고 지시한 내용이었죠. ‘성공한 젊은 사업가’ 이미지 만들기에 지상파 프로그램 이용하기, 참 쉽죠?
그냥 돈 잘 벌어서 배 아프다는 차원의 박탈감을 넘어서, 공공재인 지상파를 자기 사업 광고판으로 써먹고 있다는 데서 오는 박탈감까지. 보통 사람은 사업가로서 아무리 노력해도 꿈도 못 꿀 일이죠. 이건 사실 좀 부당하다는 느낌까지 들거든요.

또 다른 장면을 볼까요. [미운우리새끼]에서 이상민이 사업 규모를 물어보니, 점포당 매출이 “(월) 2억”이라는 구체적인 숫자를 얘기한 장면이 있었는데요.

2018년 7월 1일 방영된 [미운 우리 새끼] 중에서
2018년 7월 1일 방영된 [미운 우리 새끼] 중에서
문제가 크죠. 뭐 그 매출 규모의 진위도 우리가 알 수 없는 노릇이고, 이건 단순히 광고판 노릇만 하는 수준을 넘어선 거 아닌가요. 아주 노골적인 가맹사업 홍보죠.

‘승리 라멘집, 월 2억 매출 나옵니다!’ 

[미운 우리 새끼] 제작진은 이거 책임질 수 있나요? 

그냥 PPL(간접광고) 수준이면, 뭐 그저 그런 공장 육수 라멘 한 그릇 더 먹는 게 누군가에게 큰 손해가 되진 않을 거예요. 하지만 가맹사업은 다르잖아요. 일단 수억 규모가 오가는데.

굿바이 승츠비

예능다운 재미를 추구하면서 담백함도 잃지 않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광고판으로 전락하진 말았으면 합니다. 돈 많은 거 자랑하고, 보통 사람은 꿈꿀 수 없는 럭셔리한 삶을 보여주는 것까지도 괜찮으니까, 그냥 보통 사람의 이야기를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돈’이 아니라 ‘삶’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 매장당 월 매출이 2억이란 얘긴 접어두고, 그 매장을 만들기 위해 뭘 하고 있는가에 관한 이야기까지만.

그러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승츠비 좀 그만 나옵시다. 보기 싫음.

아, 물론 승리가 다시 돌아온다면 그건 대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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