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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제왕? 트럼프 환상에 빠진 한국 언론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3,001 건의 거짓 주장 또는 오도된 주장을 해왔다. (2018년 4월 20일 현재)

– 워싱턴포스트, ‘President Trump has made 3,001 false or misleading claims so far.’ (2018. 5. 1.)

트럼프 취임 이후 466일 동안 트럼프는 총 3,001건의 거짓 주장과 오도된 주장을 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분석했다. (출처: 워싱턴포스트) https://www.washingtonpost.com/news/fact-checker/wp/2018/05/01/president-trump-has-made-3001-false-or-misleading-claims-so-far/?noredirect=on&utm_term=.9dff599396e3

트럼프 취임 이후 466일 동안 트럼프는 총 3,001건의 거짓 주장과 오도된 주장을 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분석했다. (출처: 워싱턴포스트)

무지 그리고 몽매.

동아일보 박제균 논설실장이 쓴 ‘文-金-트럼프-시진핑, 게임의 법칙’이라는 글을 보며 떠올린 두 단어다. 편견, 미망, 오독, 착각, 왜곡, 그런 단어들도 마구 뒤섞여 마치 쓰나미처럼 머릿속을 휘돌았다. 도저히 참기가 어려운 ‘오보’였다.

끝까지 읽어가기가 버거울 만큼 역겨운 곡필 중의 곡필이고, 사안의 왜곡이었지만, 그래도 몇 개만 인용해 보자.

“일찍이 ‘거래의 기술’이란 책까지 펴낸 게임의 대가 도널드 트럼프”

“게임의 제왕 트럼프”

“유일하게 웃고 있는 한 사람, 트럼프다. 지금까지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이 통한 건 아직 임자를 못 만났기 때문이다. 내 이름이 포커 카드를 뜻하는 트럼프인 줄 몰랐나. 그의 생각은 확고하다. 그때그때의 운에 따라 한두 번 포커 게임에서 이길 순 있지만, 결국 최후의 승자는 두둑한 밑천을 가진 사람이다.”

– 동아일보, 박제균,  ‘文-金-트럼프-시진핑, 게임의 법칙’ 중에서  (강조는 편집자)

어떤 주의나 주장도, 그 전제나 기반 자체가 틀리면 무효다. 어떤 유효한 주의나 주장도 될 수 없다. 여기에서 틀린 전제, 잘못된 기반은 트럼프에 대한 저 근거없는 상찬과 경탄이다. 한 나라도 아니고 두 나라, 혹은 세 나라의 명운을 좌지우지할 만한 사안을 도박에 견준 접근법도 매우 부적절하고, 무책임하다.

무엇보다 저 ‘나라’가, 수천만 인명이 하루하루 숨쉬고 살아가는 터전이라는 사실에 눈길을 준다면, 아무리 비유가 사안의 이해를 돕는 데 유용하다고 해도, 이래서는 안 된다.

한반도의 운명을 '트럼프의 포커 게임'에 비유하는 동아일보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하는 사안을 ‘트럼프의 포커 게임’에 비유하는 동아일보 박제균 논설실장의 칼럼. 이래선 안 된다.

[거래의 기술] 실제 작가 토니 슈워츠의 고백 

이 글에서 가장, 그리고 근본적으로 참기 힘든 점은 필자의 지극한 무지다. 책에 이름만 얹으면 그가 곧 필자인가? 아니다, 저 ‘거래의 기술’에서 트럼프는 이름뿐이다. 형식적인 공저자인 대필작가 토니 슈워츠가 그의 허풍과 거짓말을 18개월에 걸쳐 인터뷰로 모은 뒤 그럴듯하게 옮겼고, 작가의 필력 덕택에 책은 손꼽히는 명저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상찬을 받았고, 베스트셀러 반열에도 올랐다.

트럼프 자신도 그 책을 유세의 밑천으로 단단히 써먹었다. 하지만 정작 원작자인 슈워츠는 나중에 — 그러나 불행하게도 너무 늦게 — 자신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반성하고 고백했다(뉴욕타임스, ‘I Feel a Deep Sense of Remorse,’ Donald Trump’s Ghostwriter Says). 18개월 간의 인터뷰에서 알게 된 트럼프는 한 마디로 통제불능 나르시시스트 거짓말쟁이, 사이코패스였다.

[트럼프: 거래의 기술] (1987). 전적으로 공저자 토니 슈왈츠에 의해 쓰여진 책이고, 트럼프는 "등장인물"(경향신문 참조)에 불과했지만, 누가 뭐래도 이 책은 트럼프가 쓴 것으로 알려졌고, 트럼프도 자신의 주저로 여겼다.

[트럼프: 거래의 기술] (1987). 전적으로 공저자 토니 슈워츠에 의해 쓰여진 책이고, 트럼프는 “등장인물”(경향신문 참조)에 불과했지만, 누가 뭐래도 이 책은 트럼프가 쓴 것으로 알려졌고, 트럼프도 자신의 주저로 여겼다. 슈워츠는 2016년 6월 미국 대선 기간에 ‘뉴요커’와 인터뷰하면서 자신의 행동(트럼프의 책을 써준 일)을 후회했다.

게임의 제왕이니, 트럼프가 포커 카드를 뜻하듯 ‘임자’라느니, 하는 평가 아닌 평가를 볼 때마다, 트럼프의 갑작스런 북미정상 회담 취소에 대해 ‘타이밍이 절묘하다’라고 넘겨짚거나, ‘과연 트럼프!’라고 감탄하는 한국 언론의 반응이 도대체 어디에 근거하는지, 진심으로 알고 싶다.

작가이자 컨설턴트인 토니 슈워츠의 트윗. 트럼프가 썼다고 뻥치는 [거래의 기술]의 실제 작가가 바로 토니 슈워츠다. 슈워츠는 트럼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분명히 해두자. 트럼프는 끔찍한 협상가다. 상대가 북한이든, 혹은 무역을 둘러싼 중국이든, 혹은 국경장벽 문제의 멕시코든, 트럼프는 충동에 이끌리며, 준비도 하지 않고, 남의 말을 귀담아들을 능력도 없으며, 큰소리 뻥치며 자존감을 과시하는 잠깐의 쾌감에 굴복해 버린다.” (강조는 편집자)

작가이자 컨설턴트인 토니 슈워츠의 트윗. 전직 뉴욕타임스의 서평팀장인 미치코 가쿠타니가 '좋아요'를 눌렀다:

[거래의 기술]의 실제 작가이자 컨설턴트인 토니 슈워츠의 트윗. 전직 뉴욕타임스의 서평팀장인 미치코 가쿠타니가 ‘좋아요’를 눌렀다.

‘경제대통령’ 이명박이 떠오르다 

나는 자주 궁금하다. 도대체 한국 언론의 지향점은 무엇일까? 대체 어떤 목적과 목표와 비전을 가지고 있을까? 저들이 말하는 소위 ‘팩트’는 왜 그토록 자주 틀릴까? 팩트와 주장, 혹은 소문이 어쩌면 그토록 자주 뒤섞일까?

트럼프에 대한 한국 언론의 보도 양태를 볼 때마다, 나는 이명박이 한국 경제를 살릴 ‘경제전문가’이고, 장차 ‘경제대통령’이 될 거라고 떠벌리던 시절의 기억 한 토막을 떠올린다. 미국에서 오래 생활한 한국의 노교수가 오랜만에 서울을 찾았다. 택시를 잡았는데 택시기사가 “한국의 경제를 살릴 사람은 이명박”이라며 열을 올리더란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그 사람은 경제사범이라던데요?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많고…”라고 반박하자 택시기사가 이렇게 받아치더란다. “아, 도덕이 밥 먹여줍니까?” 이 교수도 참지 못하고 한 마디 했단다. “그러면 부도덕은 밥먹여준답니까?”

트럼프에 대한 한국 언론의 보도 양태를 볼 때마다 그 에피소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가 얼마나 부도덕한지, 그가 채 2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무려 3천 번도 넘게 거짓말을 일삼으며 얼마나 심각하게 미국이라는 나라의 근간에 흠집을 내는지, 하여 미국의 이미지를 얼마나 실추시키고 있는지에 관해, 한국 언론은 놀라우리만치 둔감하다. 아니 무감각하다. 여북하면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같은 유수의 언론이 트럼프가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거짓말을 일삼는지 추적하고, 그의 엉터리 주장과 일방적 비난을 ‘팩트체크’ 하는지에 관해 놀라우리만치 무관심하다.

경제대통령으로 자신을 이미지화한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 보수 언론은 이런 경제대통령 이미지 강화에 기꺼이 조력했다.

경제대통령으로 자신을 이미지화한 2007년 당시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 국민은 ‘전과 14범'(당시 경쟁자였던 박근혜 캠프에서 나온 주장, 실제로는 11회의 형사 처분) 이명박 후보의 부도덕성을 ‘경제대통령’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용인했다.

‘게임의 제왕 트럼프’ 환상에 빠진 한국 언론 

  • 무능과 무지
  • 병적 거짓말
  • 자기도취증
  •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
  • 타인과 다른 나라 사람들에 대한 공감의식의 결여

이들은 트럼프가 국내외에서 벌이는 공적 행태를 분석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중대 변수들이다. 그런데 한국 언론은 거의 비정상적일 정도로, 그가 대단한 비즈니스맨이고, 딜 메이커라는, 트럼프에게는 더없이 우호적인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그 미망에서 깨어나올 생각도 엄두도 안 내는 것 같다.

트럼프가 성공한 비즈니스맨이고 억만장자라고? 그러면 트럼프보다 100배 이상 부자인 제프 베조스는? 워렌 버핏은? 빌 게이츠는? 그들이 대통령이 됐다면 지금의 미국은 그보다 100배는 더 나아졌을까? HPV(human papillomavirus; 인간 유두종바이러스)와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조차 구별하지 못해 빌 게이츠에게 몇 번이나 질문했을 만큼 무지할 뿐 아니라, 더 비극적이게는 학업 자체에 관심조차 없는 트럼프에 대해, 무슨 말을 하든 무슨 짓을 하든, ‘아, 역시!’라고 감탄하며, 어떻게든 그의 언행을 그럴듯하게 합리화하려는 한국 언론의 충동은, 그 가없는 우호감은 도대체 어디에서 연유한 것인가?

트럼프를 ‘딜 메이커’, ‘게임의 제왕’이라고 무뇌적으로 단정짓기 전에, 나에게 알려달라.

  • 그가 미국의 대통령이 된 이후 성사시킨 ‘딜’이 대체 무엇인지?
  • 그를 ‘제왕’으로 우뚝세운 ‘게임’이 대체 무엇인지?

그가 미국 대통령이 된 이후 보인 소위 ‘치적’이라곤 딜을 깬 사례밖에 없다.

  • 파리 기후 조약을 탈퇴해 전지구적 환경에 위해를 가한 일.
  • 오바마 행정부가 독일, 프랑스 등 우방과 5년간 공을 들여 겨우 성사시킨 이라크 핵억지 합의를 깬 일.
  •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선언함으로써 중동의 살얼음판 같던 (준)평화의 균형을 하루에 무너뜨린 일.

인종 갈등을 부추기고, 난민들을 내치고, 최상위 0.1%를 우선시한 세금정책으로 민심을 잃는 등의 미국내 사정은 아예 논외로 쳐도 이 정도다.

트럼프에 대한 환상에 빠진 한국 언론. 트럼프가 '제왕'이었던 게임은 도대체 무슨 게임인가?

트럼프에 대한 환상에 빠진 한국 언론. 트럼프가 ‘제왕’이었던 게임은 도대체 무슨 게임인가? 트럼프가 성사시킨 ‘딜’은 대체 무엇인가?

트럼프의 무대책, 무계획, 매 순간의 충동과 감정에 떠밀린 깜짝쇼와 발언, 행태는, 실로 너무나 잘 알려져 있고, 기록되어 온 ‘팩트’다. 백악관의 참모들이 늘 그의 예기치 못한 발언과 결정과 행동을 뒤치다꺼리하느라 목잘린 닭처럼 사방팔방 뛰어다닌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한국 언론도 그런 사실을 냉철하게 적시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를 보지 말고, 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트럼프라는 꼭두각시의 실을 쥐고 있는, 배후를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제발 트럼프에 대한 가없는, 그리고 근거없는, 상찬을, 한국 언론에서 조금이라도 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 언론이여, 트럼프에 대한 허망한 환상에서 깨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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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새알밭
초대필자. 번역가. 프라이버시 전문가

전직 잡지 기자. 캐나다로 이주한 뒤 전문 산림관, 정보관리 전문가, 정보 공개 담당관, 프라이버시 담당관 등으로 온타리오 주와 알버타 주 정부에서 근무했다. 지금은 BC 주의 원주민 의료 기관에서 프라이버시 관리자로 일한다. [디지털 휴머니즘] [똑똑한 정보 밥상] [불편한 인터넷] [통제하거나 통제되거나] [보안의 미학] [프라이버시의 이해] [디지털 파괴] [공개 사과의 기술] [보이지 않게, 아무도 몰래, 흔적도 없이 - 사이버 보안 가이드] 등을 번역했다. →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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