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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사업자만을 위한 상호접속고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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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무엇인가.

인터넷은 독립적으로 소유·관리·운영되는 수많은 네트워크가 자율적으로 서로에게 상호접속(interconnection)된 상태 그 자체다. 언제 어디든 연결하고 소통할수 있다는 인터넷 시대의 믿음은 사실상, 이 독립적인 네트워크의 자율적인 선택에 따른 상호접속에 근원한다.

이 각자의 네트워크들은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와의 연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천재지변 등의 이유로부터 일어나는 장애나, 특정 시간대에 하나의 회선으로 데이터가 쏠림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혼잡 현상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로 연결성을 유지하기를 바란다. 따라서 다양한 네트워크들과의 상호접속은 각각의 네트워크가  희망하는 안전한 연결성에 위협을 줄 수 있는 변수들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위한 자연스럽고 필연적인 욕구다.

인스타그램에 접속하기 위해 미국의 여러 도시들과 독일을 거쳐간 나의 신호. OVT(Open Visual Traceroute) 이용 https://sourceforge.net/projects/openvisualtrace/
인스타그램에 접속하기 위해 미국의 여러 도시들과 독일을 거쳐간 나의 신호. OVT(Open Visual Traceroute) 이용

또한, 각자의 네트워크들은 각자의 사용자가 원하는 목적지와 효율적이며, 저비용으로,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통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른 네트워크와 협상을 통해 물리적인 방식으로 직접접속(peering)하거나, 또는 규모가 더 크거나 필요에 따라 다른 네트워크에 비용을 지불하며 중계접속(transit)의 방식으로 상호접속하기도 한다. 네트워크 규모뿐만 아니라, 한 네트워크가 다른 네트워크와의 상호접속 방식을 결정 및 협상하는 과정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다양하게 존재하며 환경에 따라 변화한다.

  • 상대방이 상호접속 관계를 맺은 네트워크의 다양성 및 개수
  • 상대방 네트워크의 지리적 특성
    • 사용자의 지리적 위치
    • 천재지변의 가능성 및 빈도
  • 사용자 및 트래픽 규모
  • 사용자 특성
    • 일반 사용자 비율
    • 컨텐츠 및 서비스 사업자 유치 비율

각각의 네트워크는 위 변수들과 기타 사정을 고려하여 각자의 목적과 우선순위에 따라 자율적으로 상호접속의 대상과 방식을 결정하고 협상하여 상호접속 여부를 결정한다.

젠더 전쟁은 한국적 특수성과 인터넷이 가져온 커뮤니케이션의 질적 변화라는 세계적 현상(보편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우리의 세기는  ‘이미’ 인터넷 시대였고, 디지털 시대다.

이 관점들 중, 인터넷의 일반적인 인식 및 특성상 어느 특정 웹사이트 뿐만 아니라, 어디든 연결이 가능한 보편성(any to any)의 중요성에 따라, 이에 대한 역량 및 상대적인 의존도에 따른 네트워크 간의 계층 및 권력구조 또한 시간이 흐르며 인위적으로 생겨났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상대적이며 일시적인 인식적 기준이며, 이 계층의 정의 및 분류를 담당하는 권위자 또는 권위조직은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 1계층 네트워크(Tier 1 network): 중계접속에 대한 어떠한 의존관계 또는 비용의 지불(transit) 없이 직접접속(peering) 만으로 인터넷에 존재하는 모든 네트워크에 접속이 가능한 네트워크. 미국의 네트워크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NTT와 홍콩의 PCCW만이 속해있음.
  • 2계층 네트워크(Tier 2 network): 인터넷에 존재하는 모든 네트워크 중, 부분적으로는 무정산 직접접속으로 연결이 가능하며, 다른 부분은 상위계층의 네트워크에 비용을 지불하여 연결을 유지하는 네트워크.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KT가 이에 속해있음.
  • 3계층 네트워크(Tier 3 network): 상위 계층 네트워크에 비용을 지불해야 인터넷의 네트워크에 연결이 가능한 네트워크.

이 상대적인 계층구조 및 의존성은 지역적으로도 존재한다. 한국을 예로 들면,

  • 1계위: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 2계위: 드림라인, 온세텔레콤, 세종텔레콤
  • 3계위: 유선방송사업자 등

이러한 계층구조로 이루어진 국내 인터넷 망사업 생태계의 가장 큰 문제는, 1계위 네트워크에 속하는 소수의 대형통신기업들이 상위계층 네트워크를 독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지위를 이용하여 수직 결합(백본사업, 인터넷접속서비스사업, IDC서비스, 방송 및 미디어 사업) 및 서로간의 담합으로 인해 신규사업자의 진입 및 상위계층으로의 전환 가능성이 시장에서 배제되어 있다는 점에 있다. 한 블로거의 예를 빌리자면, 공항의 민영화로 시작하여 이에 대한 제어권으로 이 소수의 기업들이 항공사, 그리고 더 나아가 여행사까지 복점해버린 상황인 것이다.

독점, 담합, 수직 결합
국내 인터넷망을 지배하는 3대 사업자. 독점, 수직결합, 담합의 부작용을 내포한다.

제도화

2000년대 초반을 전후로 각국의 통신사들이 민영화됐다. 그리고 이에 따른 독점의 폐해를 방지하고, 인터넷의 역동성·효율성·유연성을 보장하는 공정경쟁 환경을 구축하고자, 세계 곳곳에서 상호접속에 관한 제도화와 규제가 도입되었다.

우리나라 역시 2002년 KT 민영화 이후 2004년 7월 20일 정보통신부가 전기통신사업법 시행규칙을 개정하여 기간통신역무에 인터넷접속역무를 포함하고, 2005년 1월 인터넷망 간 상호접속 제도를 도입하였다.

이 제도의 효과에 대하여 전응휘 전 오픈넷 이사장은 이렇게 평가했다.

“2004년 인터넷 접속 서비스의 기간 역무화에서 시작된 국가 규제의 틀인 상호접속고시는 부분적으로 이들 거대 백본 사업자 간의 직접접속을 유도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독과점적인 시장 구조를 고착화시켜 상호접속 환경의 역동적인 변화를 유도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는 인터넷망 상호접속 제도를 상호접속기준 고시 개정안을 통해 수정하고, 다음 해인 2016년 시행하였다.

미래부

상호접속 제도 주요내용

계위 생성 및 구분

기존: 각각의 접속제공사업자는 스스로 정의한 인터넷접속조건(통신망규모, 가입자 수 등)을 바탕으로 접속이용사업자를 3개 계위로 구분하여 평가.

논의된 문제점: 각 사업자가 자사에 가장 유리한 기준으로 인터넷 접속조건을 적용하여 평가함으로, 중소사업자의 계위상승 기회가 차단됨.

개정 후: 정부가 직접 표준 인터넷접속조건을 정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자들의 계위를 평가. 통신망 규모(60), 가입자 수(30), 트래픽 교환 비율(10)

정산방식 규정

사업자간의 정산방식(지불사업자, 정산기준) 또한 계위 및 접속유형에 따라 제도를 통해 규정되어있다. 개정 전·후를 다음과 같이 비교할 수 있다.

상호접속 망중립성

  • 동일계위 정산, 특히 1계위 대형 통신사업자 간의 직접접속에 대한 정산방식이 무정산에서 상호정산으로 변경되었다.
  • 정산기준이 접속용량(capacity)에서 트래픽 양(usage)으로 변경되었다. 소위 종량제가 시행된 셈이다.

접속료 규제(price cap regulation)

계위 평가 및 정산방식까지 제도를 통해 구체적으로 정의되어있으나, 접속료는 사업자간의 자율 협의로 남겨져있었다. 개정 이후, 종량제 방식의 정산기준 변경과 함께 이에 대한 상한가를 미래부가 2년마다 고지하게 되었다.

규제의 한계·비합리성

계위의 문제 

네트워크는 본질적으로 계위가 없다. 각자 자율적인 욕구와 필요성에 따라 서로 협상하고 상호접속되어 있는 상태가 인터넷의 구조다. 다양한 인간관계의 모습을 몇 가지 원인으로 설명할 수 없듯이, 네트워크간 관계를 형성하는 변수 역시 다양하고 시시각각 변화한다.

예로, 컨텐츠 사업자를 많이 보유한 네트워크는 일반사용자를 다량 보유한 네트워크를 선호할 수 있고, 또 지역 집중적인 네트워크는 타 국가 및 지역의 네트워크들과의 다양한 상호접속 상태를 보유한 대상과의 상호접속을 선호할 수 있다. 또한, 규모 등 다른 변수를 떠나 상위 계층에 위치한 네임서버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상호접속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도 한다.

이와 같이, 다양성에 기반하여 성장해온 인터넷에 존재하는 자율적 네트워크들의 상호접속 관계를 소수의 제한적인 항목들(망 규모, 가입자 수, 트래픽 교환비율)로 표준을 작성하고 이에 기반한 평가에 의해 형성되도록 강제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비합리적일뿐더러 ‘비(非)인터넷적’인 시도다.

컴퓨터 인터넷

상호접속고시 개정에서 계위 평가 부분에 대한 개정의 논거는, 상위 계위의 사업자가 기준을 임의로 변경하여 독점 지위를 남용할 여지가 있으므로 정부가 계위 평가의 표준을 작성하여 ‘계위 상승’에 대한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개정 전, 분류 가능 개수를 3개로 제한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한 네트워크가 다른 네트워크를 자의적으로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은 수평적인 생태계에서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해관계자들이 계위 평가의 공정성에 집착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인터넷 망 사업자들이 제도에 명시되어 있는 방식으로만 협상 및 정산이 가능하고, 이에 따라 평가된 계위가 다른 네트워크·사업자와의 정산 방식과 요금을 결정지으며 궁극적으로는 사업의 성패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예로 현 상호접속 제도로 규정된 정산방식에 따르면, 동일 계위 사업자끼리는 상호정산, 차등계위 사업자끼리는 하위 계위 사업자가 무조건 상위 계위 사업자에게 지불한다.

정리하자면, 제도를 통한 계위의 정의 및 이에 대한 평가 기준의 개선은 아무리 합리적이라고 하더라도 시장의 공정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존재 자체가 인터넷 생태계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배반한다.

동등계위 간 직접접속 정산방식: 무정산 → 상호정산

최근 개정 내용중 가장 큰 변화를 차지하는 부분은 동등계위간 직접접속 정산방식의 변경 부분이다. 이 변화의 큰 영향은 최상위 계위에 동등하게 위치한 대형 망사업자(KT, SKT, LGU)간의 직접접속 관계가 무정산에서 발신 트래픽 양을 기반으로 한 상호정산관계로 변경되며, 이에 따라 이들의 상호접속 관계속에서 시작되는 국내 인터넷망 생태계 가치사슬에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정산금액이 생성되었기 때문이다.

개정 이유에 대하여 정부는 “무정산방식을 상호정산 방식으로 변경함으로써 인터넷 트래픽 증가에 따른 투자비용 회수기반을 제공하여 인터넷망 사업자의 투자 유인을 제고”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하며, 이와 더불어 동등계위 사업자간 무정산 관계를 악용한 트래픽 몰아주기 사례 등이 언급되었다.

언급된 악용 사례는 애초에 동일 계위간 직접접속 관계에 대하여 무정산 방식이 강제되었고, 이에 따라 트래픽부담을 무정산관계의 다른 네트워크로 전가하는 방식의 악용가능성에 대한 대응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았던 상태가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동전 돈

하지만 역으로 개정 후 동일 계위간 발신자가 정산하도록 강제하는 방식은, 악용을 염려하여 인터넷발전의 역사와 같이하며 지금도 인터넷의 주요 네트워크간 상호접속 관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직접접속-무정산 방식의 호혜주의적 성격을 국내 생태계에서 원천 배제시켜 버리는 효과를 지닌다. 애초에 동일계위간이라도 이해당사자가 무정산 또는 정산 방식 중 상황에 따라 선택하여 계약하는 자유가 존재했다면, 계약 해지 또는 계약조건의 변경을 염려하게 되어 악용 사례는 줄어든다. 문제는 정산방식의 강제성이다.

또한, 장비간의 물리적인 연결을 전제로 하는 직접접속의 비용은, 트래픽 양에 비례하여 늘어나는 중계접속 비용과 달리 초기 설비공사 시 목표로 한 용량 이내의 트래픽에 대하여 공사 및 설비장비 비용 이외의 추가비용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가 회수기반을 제공하려는 투자비용이 직접접속에 관계된 것이였다면 이는 애초에 사업자간의 협의에 따라 직접접속 비용을 분담할 수 있도록 하지 못한 규제의 문제이며, 이를 접속이후 교환되는 트래픽의 양에 따라 상호정산하는 방식으로 개선한다는 건 관련 원인 및 비용과 동떨어진 방식으로 비정상적인 시장을 생성하는 비합리적인 규제다.

종량제 정산방식

더 나아가 미래부는 정산 기준을 용량(capacity)에서 트래픽 양(volume)으로 변경하며, 동등 계위간 직접접속 정산방식을 발신자가 발신트래픽 양만큼 지불하도록 하는 종량제 방식으로 변경하였다.

정산 기준

네트워크 설비 및 장비의 성능을 가늠하는 기준은 용량이다. 이는 정해진 시간 간격 안에서 어느정도의 트래픽 양을 전송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다. 네트워크 사업자 및 서비스 사업자 또한, 일정 시간 내에 몰리는 사용자로 인한 최대 트래픽 양을 가장 크게 염두에 두고 혼잡상태를 방지할 수 있는 만큼의 용량을 계산하며 사용한다.

여기서 시간 개념을 제외한 트래픽 양으로 정산 기준을 변경한다는 것은, 네트워크 운용의 측면에서 중요한 혼잡(congestion)의 개념을 배제하게 되며, 이를 기준으로 발생하는 추가 설비 비용 등의 계산과도 차이를 낳게된다.

혼잡의 개념을 배제한
시간 개념을 배제한 트래픽 양 기준은 필연적으로 ‘혼잡’ 개념을 배제하게 된다.

예로, 10기가바이트의 트래픽을 긴 시간 동안 수차례에 걸쳐 전송할 시, 실제로는 한번에 전송하는것과 비교하여 네트워크의 혼잡 상태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효율적인 방식이지만, 트래픽 양을 기준으로한 정산방식에서는 이에 대한 인센티브가 전혀 없다. 네트워크 운용에 관련한 원인 및 비용과 동떨어진 방식으로 비정상적인 시장을 생성하는 또다른 비합리적인 규제다.

발신자 지불 방식

전화망은 발신자와 수신자가 정해져있고, 또 통신 기간 동안에는 전용회선이 보장되므로 그 회선으로만 통신하게 되어 안정성이 보장된다. 이와 달리 인터넷은 전용회선이 따로없이 여러 물류센터들을 경유하며 목적지로 나아가는 상품처럼 데이터가 서로 섞여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시시각각 최적의 경로를 판단하여 나아간다. 여러 네트워크를 경유하는 중 피치못할 사정으로 데이터가 중간에 사라지는 일도, 가는 경로와 돌아오는 경로가 다른 것도 일상적인 현상이다. 또한,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양방향 통신의 성격에 따라, 발신자를 특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발신자 지불 방식에 대한 논의는 2012년에 유럽통신네트워크운영사협회(ETNO)가 투자비 분담 문제 및 무임승차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현 미래부의 개정 논거와 동일함 )를 내세우며 WCIT 회의에 제안했을때 이미 시작되었다.

이에 대하여 EU의 규제기관협의체(BEREC)보고서를 발표하며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 파일이 서로 다른 장소나 국가에 저장되기 때문에 파일의 발신지가 쉽게 확인되지 않으며, 인터넷은 그물망(mesh)구조를 이루기 때문에 동일 목적지를 갖는 패킷들이 다양한 망과 경로를 거치게 된다. 이런 연유로 상호접속료는 접속점에서의 용량 기준으로 결정되며 접속료는 착신지나 발신지를 구분하지 않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발신자 지불 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분산화를 기반으로 효율적 라우팅을 추구하는 인터넷의 데이터 전송 원칙에 완전히 위배되는 제안이라고 판단한다.

또한, ISOC(Internet Society)역시 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 망사업자들이 콘텐츠를 보관하는 설비에 투자할 유인이 감소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착신 측 ISP(일반사용자 전용)는 망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 캐시 서버(cache server)를 통해 콘텐츠를 가입자망 인근에 보유하여 코어망의 부담을 완화하고 있으나, 발신자 지불 방식하에서는 콘텐츠를 가입자망 인근의 캐시 서버에 스스로 보관하기보다 컨텐츠 사업자 서버로부터 매번 다운로드 할 경우 착신 수입이 증가함으로 착신 트래픽을 많이 유발하기 위해 캐시 등 컨텐츠 로컬화에 투자하지 않을 유인이 생긴다.
  • 컨텐츠 사업자들의 접속료 부담때문에 신규어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 개발 및 혁신 저해 우려가 있다.
  • 인터넷에서 발신자지불방식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트래픽량, 목적지 등을 측정, 분석하는 복잡한 시스템을 필요로 하며, 이는 많은 비용투자가 요구된다.
인터넷은 발신자를 특정하기 어렵다. 발신자
인터넷은 발신자를 특정하기 어렵다. 발신자 지불 방식은 인터넷의 데이터 전송 원칙에 반한다.

이외에도 OECD, ITU등 많은 기관들이 인터넷 생태계와의 부적합성, 특히 인터넷의 분산성과 효율성에 반하는 부분, 그리고 올바른 과금측정의 어려움·불가능성을 지적하며 반대하였으나, 미래부의 상호접속고시 최근 개정은 대형 통신 3사가 운영하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IX정산소의 올바른 운영 및 정산모델의 정확성을 이미 가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반해, 여러 언론에서 보도된 바와 같이 ‘세계 최초’로 운영되는 IX정산소의 측정방법, 그리고 이의 정확성에 대한 시험 방법론, 그리고 시험결과는 제대로 공개된 것이 없다. 또한 네트워크간의 연결이 정산소를 거쳐가게 되면서 생기게 되는 국내 인터넷망 생태계 전반의 기형적인 비용 및 네트워크 비효율성은 단순히 대형망사업자들의 정산소 구축 및 운용 관련 분담금액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과금의 정확성을 제쳐두더라도, 아직은 주로 다운로드(데이터를 소비)하는 사용자가 대부분인 환경에서, 발신자지불방식으로의 변경은 ISOC의 지적과 같이 컨텐츠 서비스 서버의 기피현상 및 인터넷 생태계 전반의 불균형을 규제를 통해 인위적으로 생성한다.

캐시 서버가 기피되거나 줄어들게 되면, 네트워크의 전반적인 관점에서 불필요한 반복적 트래픽이 증가하며, 거쳐가는 경로 역시 증가된다. 유사한 원인으로 컨텐츠 사업자들의 서버 역시 기피되며, 컨텐츠 사업자·인터넷 사업자들이 전가받게 되는 망사업자간의 상호정산 비용은, 도매가격의 변화가 최종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결국 사용자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더 높은 착신수입을 위한 각 통신사들의 인위적인 다운로드 트래픽 유발 가능성또한 배제할 수 없다.

결국, 국내 인터넷 생태계의 전반적인 비효율성을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규제이며, 수직 결합으로 최종 사용자 시장까지 복점하는 통신사들이 사용자를 볼모로 각종 사업자들에 비정상적인 이익을 취하도록 정부가 권유하는 꼴이다.

차등 계위간 일방정산 방향

접속방식(직접/중계)에 상관없이 하위계위 사업자가 상위계위 사업자에 무조건 접속료를 지불하는 식의 차등계위간 일방향적인 정산은 용량에서 트래픽양으로 정산기준만 변경될 뿐 구조적 방향성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시골에 위치한 작은 우체국도 전국에서 그 지역으로 들어오는 우편을 지역주민에게 전달하는 역할과 이에 따른 가치를 제공하듯, 아무리 규모가 다른 망사업자간의 통신이라 하더라도 작은 규모의 망사업자가 상위계위로 측정된 사업자에 어떠한 가치도 제공할 수 없다는 가정으로 이루어진 규제와 이에 따라 가치를 제공하는 순간에도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구조는 이해하기 힘들다.

이러한 일방향성 정산의 강제성은 오히려 신규 및 중소 망사업자들의 진입 및 확장의지를 없애며, 경쟁의 비활성화를 초래한다.

경쟁 공정성 시합 경기 도전
합리적이고 공정한 경쟁이 사라진다면?

국내기업 역차별?

특정 통신사의 이용자들이 겪었던 페이스북 접속 속도 저하 사례와 관련하여 올해 중순부터 언론 및 국감에서까지 많은 언급이 있었다. 상호접속 제도의 개정에 따라 변경된 정산방식 및 금액의 변화로 시작된 망사업자와 인터넷서비스사업자 간의 분쟁이 사용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점을 가시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동등 계위간 직접접속 연결의 무정산관계를 종량제방식, 특히 규제당국이 망사업자들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발신자 지불 방식의 상호정산관계로 변경하며 인위적으로 생성된 기형적인 정산구조 및 정산금액이 컨텐츠 제공자 및 서비스 사업자들에 그대로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 캐시서버 및 컨텐츠 서버 기피현상에 대한 우려도 이미 해외의 규제기구들이 예견했던 바와 같이 그대로 실현된 사례이기도 하다.

캐시 서버는, 신규로 요청된 자료는 원본을 보관하는 타 서버로부터 가져오고, 그 이후 동일한 자료에 대한 반복적인 요청은 스스로 처리한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망의 효율성을 증가시켜줄 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가까운 곳(캐시 서버)에서 자료를 가져오게 될 확률이 커지게 되어 속도 증가를 체감할 수 있게 된다.

컨텐츠 ‘요청’이 발생시키는 트래픽보다 컨텐츠 자체의 ‘전달’이 발생시키는 트래픽이 훨씬 크며, 상호접속 제도의 개정에 따라 ‘발신’트래픽 양에 따라 상호정산하게 된 대형 망사업자들의 구조에서, 캐시 서버와 컨텐츠 보관 서버는 망사업자들의 정산금액을 생성·증가시키게 된다는 의미를 난생 처음 한국에서 부여받게 되었다. 발신자 지불 방식에 대하여 해외의 규제기관들이 예견한대로, 망사업자 간의 정산 금액은 요금 인상 및 추가 접속료 요청에 대한 근거로 사용되며 국내 컨텐츠 사업자 및 서비스사업자들에 전가되기 시작하였다.

해외망의 비용에 관련된 이유로 애초 개정 전부터 통신사들이 특혜를 제공하면서까지 설치하려 했을 유명 해외 서비스들의 캐시 서버들도 발신자 지불 방식의 개정 이후 정산금액을 생성하는 의미를 부여받으며, 통신사들은 이를 논거로 국내 서비스 사업자들에 재협상을 요구한 것과 유사하게 해외서비스사업자들과 재협상 및 압박을 진행한다.

KT-페이스북 캐시 서버의 타 통신사 사용자 경로변경 사례는, 서비스사업자가 잘 작동되던 자사 캐시서버의 활용을 줄이고 서비스 속도 저하를 감수해가며 주변 타 국가의 서버로 경로변경했을 가능성보다 국내서비스사업자들과의 재협상과 비교해 페이스북과의 망사용료 재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KT가 정산금액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우려를 바탕으로 경로변경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

페이스북

국내 이용자 또는 국내 인터넷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사업자들과 망사업자들 간의 협상과 글로벌 서비스 사업자들-국내 망사업자들간의 협상 단계에서 관찰할 수 있는 균형은 다르다. 특히 이미 국내 사용자를 어느 정도 점유한 글로벌 서비스 사업자는, 최악의 경우에 아시아 지역의 다른 국가에 설치한 서버로 국내사용자들을 연결시키더라도 속도 저하 이상의 손해가 없으나, 이 상황에서 국내 망사업자들은 국내이용자의 요청에 따른 트래픽을 고스란히 고비용의 해외 망 설비나 트랜짓 비용으로 지출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자율적으로 주요설비의 위치 및 주요고객을 결정한 사업주체들 간의 협상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결과이며, 애초에 해외 네트워크와의 연결성을 보장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망사업자들의 당연한 책임이다. 세계 어느곳에서도 망의 속도 또는 비용을 이유로 자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국내에 서버를 두도록 강제하려 하거나 과금하는 국가는 없다. 또한 역으로 국내 망사업자의 설비 내에 서버를 두고있는 서비스기업이 해외이용자들을 많이 유치하게 되었을 시에는, 국내 망사업자들도 해외로부터 요청되는 트래픽을 바탕으로 이익을 얻게될 것이 아닌가?

글로벌 CDN서비스업체인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가 공개한 각국의 망사용료 현황 비교보고서는, 망 관련 설비 가격 및 비용이 기술 발전에 따라 전반적으로 내려감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망사용료가 올라가고 있는 국가라고 지적하며, 이에 대한 원인을 규제를 통한 계위의 인위적인 정의 및 이에 기반한 상호접속관계에서의 정산 강제성으로 판단한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망사용료가 상승하는 나라 '대~한민국'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망사용료가 올라가고 있는 나라 ‘대~한민국’

또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이미 2016년에, 상호정산 관계에서 생성되는 정산금액을 바탕으로 국내 중소 망사업자 및 각종 국내 서비스 사업자들에 손쉽게 인상된 망 사용료를 지급받게 된 대형 망사업자들의 수지가 비정상적으로 폭등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바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인터넷서비스사업자들에게 망사용료 요금 인상의 압박을 가할 수 있었던 망사업자들은 단연 상호접속고시 개정의 최대 수혜자다.

이러한 상황에서 네이버의 망사용료 공개(2016년 기준 732억 원)와 함께 심화하는 역차별 논의를 해외사업자에 국내의 비정상적인 요금을 지불하도록 요청하면서 해결하는 방향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페이스북과 구글과 같은 특정 해외 서비스사업자들이 결과적으로 이러한 요금을 지불하여 국내 서비스사업자와의 망사용료 지출균형을 맞춰준다 하더라도, 기형적인 규제와 국내 기간망사업자들의 비경쟁성이 유지되는 한, 스타트업 및 중소규모 인터넷사업자들의 성장 악화 및 해외사업자들의 한국진출 기피 현상은 심화될 것이다. 이는 고스란히 인터넷 이용자들의 선택권 저하 및, 해외사업자들의 국내서버 설치 기피로 인한 해외망 혼잡도 상승, 그리고 이로인한 속도저하로 이어진다.

비정상적 망사용료의 지출을 견뎌가며 살아남을 수 있는 소수의 국내 대형 포털들 중 하나만을 이용하거나, 국제전화와 같이 특수요금을 지불하며 해외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지금과 같은 환경이 유지되는 한, 불가능한 미래가 아니다. 역차별 문제에 대한 국내 논의는, 애초에 해결되더라도 망사업자들이 이익을 얻게되는 논점으로써, 본질적으로 국내 서비스사업자들을 위한 논의가 아니다. 이미 기형적으로 되어버린 제도 및 정산구조를 바탕으로 한 국내의 망사용료를 해외사업자들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방식으로 갈라파고스적인 환경을 만드는 방향이 아니라, 국내 서비스사업자 및 신규 인터넷사업자들의 망사용료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한다.

무임승차

망사용료와 관련하여 목격되는 무임승차 논의도 부적절하다. 골자는 컨텐츠사업자나 서비스사업자가 망사업자가 구축한 망을 무임승차하여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을 취한다는 것이다. 물류배송으로 빗대자면, 이용자가 배송료를 지불하고 유명 쇼핑몰로부터 구매한 물품들이 배송 과정에서 물류센터에 모이게되어 혼잡하니, 물류센터는 이용자에게 받은 배송료 뿐만아니라 상품을 많이 판매하는 쇼핑몰에게도 본인들의 신규 물류센터 설립을 위하여 요금을 지불받아야 한다는 논리와 다름없다.

통신사가 주장하는 이른바 '무임승차'론은 비합리적인 억지에 불과하다.
통신사가 주장하는 이른바 ‘무임승차’론은 비합리적인 억지에 불과하다.

애초에 매력적인 서비스 모델과 상품을 판매하는 쇼핑몰이 없었다면, 이용자의 수많은 배송 요청과 그로인한 배송료 수익은 물류센터에 존재하지도 않는다. 마찬가지로, 기간망사업자도 이미 사용자에게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접속과 이용을 보장하여 이용료를 받고있으며, 더불어 사용자들로부터 발생하는 요청 메시지를 지연없이 전달 받기위해 서비스사업자도 망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이에 더불어 망사업자가 서비스사업자에 본인들이 구축한 망을 무임승차하여 커다란 수익을 내고 있으니 본인들의 망 구축 비용을 분담해야만 한다는 주장은, 애초에 사용자로부터 받는 이용료를 포기한다는 전제 하에 주장되어야 하며, 사실상 본사의 기간망 서비스를 이용하는 부가가치사업자들에 대한 기생없이 기간망서비스 그 자체로 사업을 유지할 역량이 없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국내외 선진국의 통신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그래서 새로운 가입자로인한 수익 창출을 기대하기 힘들다. 더불어 인터넷 기술 자체의 근본적인 방향성인 개방성 과 낮은 진입장벽, 그리고 기술의 발전에 따라 날이 갈수록 절감되는 필요 설비의 원가는 기본적으로 신규 참여자의 출현 및 경쟁의 심화가 권장될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구조를 나타낸다.

정리하자면, 거대자본으로 구축된 통신과 망을 매개로하여 이용료 수익으로 가져가는 통신 인프라사업은 사업 아이템으로서의 매력을 이미 다한지 오래다. 이에 통신사업자는 본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인프라를 바탕으로 컨텐츠 및 서비스사업 등의 부가가치사업 시장으로의 진입 및 점유율의 향상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최근 개정된 상호접속고시의 핵심인 발신자 지불 정책은 사실상 기간망사업자들보다 사용자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이동통신 사업자와 소매사업자들에게 유리하다. 하지만 이러한 개정 부문을 대규모 기간망사업자들이 정산소 구축의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환영할 수 있는 이유는, 소매시장도 동일한 사업자들이 수직적으로 복점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통신사업자와 기간망사업자의 구분이 의미가 없다. 물론 상호접속고시 내에서 개정된 다른 부문도 이러한 복점 상태 및 수직결합 영역의 확장에 대한 견제로써 실질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어떠한 항목도 포함하고 있지 않다.

상호접속 고시의 핵심인 발신자 지불 정책은 통신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
상호접속고시의 핵심인 발신자 지불 정책은 통신사(기간망사업자)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

임대료를 내는 사업자가 같은 건물 안에서 건물주와 같은 사업모델로 경쟁하게 되었을 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업자가 있을까? 망을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서비스 및 플랫폼 사업자들도 기간망과 통신이용자들을 보유하고 있는 사업자들의 자회사와 경쟁하여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은 극히 희박할 것이다.

중소 인터넷 서비스들을 위해 대형 포털을 견제해야 한다고? 망사업자들이 포털 서비스를 독점하게 되는 순간, 견제할수 있는 가능성은 근본적으로 사라진다. 이대로라면 앞으로의 스타트업은, 투자금 유치 이전에 망의 유치가 선행되어야만 시도가 가능하게 될 것이다.

무임승차의 논의는 부가가치사업자들이 아니라, 그 반대로 통신사업자들이 기간망부터 사용자들까지 소유하고 통제하는 접근권 및 이용료의 우위를 바탕으로 부가가치사업 영역까지 무임승차하여 수직적 복점영역을 확장해나가는 것을 용인할 수 있는지에 대해 먼저 답이 내려질 수 있도록 진행되어야 한다.

이미 사라진 한국의 망중립성

미국의 망중립성 폐지 결정을 이후로, 우리나라의 망중립성 또한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망중립성의 개념을 최초로 대중화한 팀 우(Tim Wu) 교수에 따르면 망중립성이란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데이터트래픽을 그 내용, 유형, 제공사업자, 부착된 단말기 등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통신시장의 규제를 위한 원칙으로 제안되었던 이 망중립성 원칙은, 통신과 망사업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이러한 사업자들이 우월한 시장적 지위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고의적으로 트래픽을 차단, 속도저하, 또는 추가적인 비용 지불을 강제할 수 있는 상황을 막기 위해 생겨난 원칙이다. 망을 스스로 보유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기간망 사업자와의 협력관계가 있는 사업자와, 그렇지 않은 사업자가 인터넷 망 위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마지막 보루임이나 다름없다.

우리나라도 2011년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제정한 ‘망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이용자의 권리,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 트래픽 차단금지, 불합리한 트래픽 차별 금지 등의 원칙이 제시되었으나, 이와 함께 방통위가 정하는 트래픽 관리의 합리성 및 최선형인터넷의 적정 품질수준에 따른 예외적인 트래픽 관리의 가능성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에 미래부는 2013년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이용과 트래픽 관리 투명성 기준’을 정의하며 트래픽 관리의 합리성에 대한 판단기준을 투명성, 비례성, 비차별성, 망의 기술적 특성으로 명시하기도 하였다.

한국의 망중립성은 이미 사망했다고 봐야 한다. 
한국의 망중립성은 이미 사망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통신사가 특정 기기 이용자를 대상으로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거나(삼성 스마트 TV 차단 사건), 특정 서비스를 대상으로 차단하거나 사용한도를 제한해버리는 행위조차 아직까지 방통위 경고에 그치거나, 판단 유보에 그치곤 하였다. 게다가 최근 선고된 KT의 P2P 웹하드 서비스 차단 사건 관련 판결도 서비스 업체의 약관 설명의무 및 프로그램의 작동 방식 지적, P2P 서비스 사업자들이 과다한 트래픽을 유발하면서도 통신망 이용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KT의 주장을 인정하면서,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이나 트래픽 관리 기준은 정책의 방향에 불과하고, 입법이나 법령에 근거한 행정규칙의 마련, 구체적 행정처분 등의 후속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그 자체로써 법적 구속력을 가질 수 없다고 정의하였다.

한편, 실제로 이에 대한 행정규칙의 마련 및 행정처분의 책임이 있는 방통위와 미래부는 트래픽 차단 사건 초기부터 관련한 행정지도에 대한 요청을 받았음에도 불구 법원의 판결 후에 관련한 법령을 제정한다며 책임을 미루고 있었다. 망 중립성 위반 소지가 있는 모호한 사례들이 장시간 동안 해결되지 않고 교착상태에 갇혀 있을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사례다.

SKT의 자회사인 11번가 무료접속, KT의 자회사 지니뮤직 서비스의 데이터 이용료 면제 등의 제로레이팅 사례 역시, 공정경쟁 및 망 중립성 위반 소지가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과기정통부는 이용자의 통신비 절감을 이유로 들며 추후 이용자의 피해가 발생할 시에만 규제에 대한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 관련 기사: 

더불어 전자신문 기사에서 밝힌 것처럼, 과기정통부의 통신경쟁정책과장도 제로레이팅은 기술적인 트래픽 관리에 따른 차별이 아니라, 경제적인 차별이므로 사후에 명확한 문제가 발견 될 시에만 규제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사업자의 자의적인 기준에 의한 경제적인 차별, 그리고 그로 인한 독점의 심화 및 악용 가능성 그 자체가 커먼캐리어 및 기간사업자의 정의, 상호접속고시의 존재, 그리고 망 중립성 논의의 뿌리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발언한건지 의심스럽다.

최근 개정된 상호접속고시에서 새롭게 명시된 발신자 지불정책도 발신 트래픽의 양에 비례하여 기간망사업자들이 상호정산하게 됨으로써, 트래픽의 방향에 따라 경제적인 차별성이 부여되었다. 페이스북 사례에서 보다시피, 기간망사업자간에 새로 생성되는 정산금액은 이 사업자들의 기간망을 이용하는 서비스사업자 등으로부터 추가적인 망 사용료를 받아내는 논거로 이용되며, 이에 따라 기간망부터 애플리케이션, 그리고 이용자까지 고스란히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 필연적이다.

분산적이고 쌍방향적인 성격으로써 전화망과 결을 달리 하는 인터넷의 신호들 속에서 발신자와 발신 양을 측정하는 것의 정확성이나 과정에서의 비효율성을 제쳐두고라도, 인터넷 생태계 전반에서 발신트래픽만을 과금하는 방식으로 경제적인 차별성을 부여함으로써 발생되는 발신트래픽과 수신트래픽 간의 가치 차이는 결국 인터넷을 텔레비전과 같은 일방향성 미디어로 회귀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이전의 제로레이팅 사례들과, 모호한 ‘합리성’의 기준을 이용한 통신사의 자의적 트래픽 차단 또는 차별적 관리 사례들이 관련 기관들의 판단의 유보 상태 또는 모호함 속에서 발생한 미시적인 망중립성 위반 사례들로 간주한다면, 상호접속고시를 통한 트래픽방향의 차별성은 능동적으로 규제를 통해 국내 인터넷 생태계 전반에서 이미 소리없이 폐기된 한국의 망 중립성 현실을 보여준다.

이번 판결을 망중립성에 대한 사망선고라고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다. (이미지: DonkeyHotey, CC BY)
미국의 거대 통신사 ‘버라이즌’ 대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에 관한 2014년 4월 항소법원(버라이즌에 유리한 판결) 판결 결과를 ‘망중립성 사망’으로 패러디한 모습 (출처: DonkeyHotey, CC BY)

누구를 위한 5G 시대인가?

5G 통신이란 ‘가장 최신의 이동통신 기술로써, 높은 속도와 반응성 그리고 줄어든 지연시간을 바탕으로, 일반적인 용도의 기기 및 유저들에게는 더는 유선네트워크와 무선네트워크간의 차이를 느끼기 힘들 만큼의 속도와 안정성을 제공할 수 있는 기술’로 소개된다. 이는 또한, 더 빠르고 안정적인 무선 통신상태를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 및 애플리케이션 모델의 생성 및 확장 가능성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5G 통신의 조기 도입에 대한 각국의 경쟁이 펼쳐지는 가운데,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25일에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5G는 한국이 먼저 진입하고 시장을 만드는 퍼스트 무버가 돼야한다. 5G를 내년 3월 최초로 상용화하겠다고 질러버렸다. 시기를 정해놓고 역으로 들어가는 방식, 그때까지 안하면 안된다는 절박한 생각으로 해야한다.”

각 통신사들 및 관련 언론들 역시, 5G 시대가 가져올 새로운 산업 및 트래픽의 폭발적 증가를 강조하며 이에 대한 설비 비용을 위해 투자요인 활성화 및 회수기반 마련의 필요성을 언급한다. 상호접속고시 개정도 사실상 트래픽 증가에 따른 통신사의 비용회수 기반 마련이 핵심이였다.하지만 5G 기술에 대한 확신 및 트래픽 증가에 대한 해답이 오직 통신사에 혜택을 주는 것에만 있다는 식의 인식이 어디서부터 생겨났는지는 의문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개정된 상호접속고시에서 통신사들의 수익보장을 위해 새로 생겨난 발신 트래픽 정산방식은 하위 서비스사업자들로부터 더 높은 망사용료를 지급받는 논거를 제공한다. 이러한 ‘갈라파고스적인 정책’을 통해 해외사업자들의 국내서버설치 기피현상은 심화될 것이며, 이로 인하여 해외로 연결되는 망은 더욱 더 포화상태로 진입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정산방식을 위해 트래픽 양으로 변경된 정산기준은, 한번에 많은 트래픽을 전송하든 장시간에 걸쳐 여러번 나누어 전송하든 정산금액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게 만든다. 트래픽 증가에 따라 생겨나는 근본적인 문제인 ‘혼잡’의 개념에서 동떨어진 기준이 생겨난 것이다. 게다가 발신자 추적 및 발신트래픽 양의 계산을 위하여 정산소로 일제히 몰리게 되는 트래픽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트래픽 증가로 인한 혼잡 상태 및 이에 대응하는 통신사들의 수익보장을 위하여, 그리고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성과를 위하여, 생태계 전반의 혼잡성을 심화시키는 꼴이다. 망 중립성의 폐기는 덤이다.

권리는 공기업처럼, 책임은 민간기업처럼

현재는 정의하는 순간 과거가 된다. 인터넷도 이의 복잡성과 다양성, 그리고 역동성을 배제한 채 어떠한 형태로 정의하거나 그 정의를 바탕으로 예견하고 법을 만드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나 다름없다. 굳이 규제를 해야한다면, 소수 기간망사업자들의 수직계열화 및 복점 현상, 불공정경쟁 등의 현상을 포착한 후 이에 대해 사후적으로 효과적인 시간과 방법으로 규제하는 방법이 더욱 더 적절할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관련 역할 및 책임이 있는 정부부처가 시민 및 이용자들의 권리 및 생태계의 건전성 또는 통신사들의 경쟁활성화가 목적이 아니라, 눈치보며 통신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방향으로 사후규제 및 사전규제들을 진행할 때, 인터넷 생태계는 위험해진다.

최근 선고된 이동통신비 원가공개 판결도 결과는 다행이지만, 확정되기까지 7년이 걸렸다. 게다가, 영업비밀의 유지를 이유로 정보의 공개를 거부한 주체는 통신3사가 아니라 정부부처다(전 방통위, 현 과기정통부).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이 판결은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보공개법의 취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하여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의무를 인정한 판결”로서 다음과 같은 설시한다.

  1. “전파 및 주파수라는 공적자원을 이용하여 제공되고 국민 전체의 삶과 사회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이동통신서비스의 특징”
  2. “이동통신서비스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되어야할 필요 내지 공익”
  3. “이를 위한 국가의 감독 및 규제권한이 적절하게 행사되고 있는지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할 필요성이 크다”

즉, 대법원이 이동통신서비스를 공공재를 이용한 중요한 공공서비스이자 국민필수품으로 규정하고 통신재벌 3사가 전기통신사업법에 의거해 요금 및 이용약관의 인가 내지 신고를 위해 정부에 제출한 원가 자료 및 가입비, 기본료, 사용료, 부가서비스료, 실비 등의 요금산정 근거자료 대부분을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기계적 법해석에 머문 대법원
2세대, 3세대 이동통신에 관한 원가공개 판결. 대법원의 최종 결론은 바람직했지만, 최종심까지 무려 7년이 걸렸다.

물론, 이번 판결에서 공개되는 정보의 대상은 2005년부터 2011년까지의 2·3세대 이동통신요금의 산정근거에 관련된 정보만 포함되므로 제한적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4세대(4G/LTE) 망에 대한 원가 및 기간망사업설비들의 원가공개까지 정보공개요청의 확대가 필요하다.

이렇게 공개된 원가들의 정확성에 대한 분석을 비롯하여, 지출의 합당성 분석(최선의 망 품질을 위하여 지출되었는지)과 통신3사의 이익이 실제로 얼마만큼 설비투자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역시 필요할 것이다. 또한 그간 통신·망사업자들의 이익을 대변해온 과기정통부의 각종 정책결정에 관한 회의록의 공개요청과 검토도 필요할 것이다. 이와 같은 정보들의 투명한 공개 및 분석없이, 망사업자들의 투자비용 회수에 대한 필요를 근거로 기형적인 생태계를 만들어가며 개정되었던 상호접속고시는 근거없는 정책이나 다름없다. 인터넷이 공공재라는 인식은 통신사나 관리부처가 아니라 우리에게만 있었다. 우리가 스스로 요청하고 검토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내의 망 중립성은 유지나 철폐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복원에 대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논의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발신자 지불방식을 근원으로 하는 종량제, 그로 인한 생태계 전반의 기형성 및 편향성, 그리고 법률로 정의된 상위 복점 망사업자들의 하위 중소망사업자 착취구조를 용인할 수 있는지도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규제 책임자들을 신뢰할 수 있는지도.

전기, 가스, 수도만큼이나 유사한 인터넷에 대한 우리의 일상적인 의존성을 곱씹어보자. 수익을 위해 기간망사업을 하는 민간기업들, 그리고 인터넷 생태계의 건강과 철학을 바꿔가면서까지 이러한 민간기업들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기형적인 구조를 생성하며 용인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바라본다면, 결국 인터넷의 민영화나 공공화가 아니라, 협동조합 형식으로 시민들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기간망만이 우리 모두를 연결시켜주는 인터넷의 기본적인 철학인 개방성 및 평등성을 복원시키고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생각된다. 이용자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소매 통신망도 이미 활성화되고 있는 P2P 전력거래와 유사한 방식으로 얼마든지 대안적 구축 및 활용이 가능하다.

인터넷은 소비의 대상이 아니며, 우리는 더 이상 인터넷의 소비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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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오픈넷이 기획한 글로 필자는 최민오(시민단체보안컨설턴트) 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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